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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면서 강인하다 <그대 이름은 장미> 하연수
2019년 1월 18일 금요일 | 윤수연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윤수연 기자]

하연수는 자신의 외모가 특이하지 않냐며 웃어 보인다. 약점이자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앳된 외모지만 강단이 느껴지는 그는 주로 당찬 소녀들을 연기해왔다. 뮤직드라마 <몬스타>(2013에선 할 말은 하는 고등학생 ‘민세이’역을, 시트콤 <감자별 2013QR3>(2013)에선 생활력 강한 소녀가장 ‘나진아’역을 맡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젊은 엄마로 돌아온다.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첫 주연을 맡은 하연수는 당당히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홍장미’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 다시 태어나면 약하면서도 강한, 그리고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는 하연수는 여리면서 강인한 ‘장미’와 닮아 있었다.

영화의 완성본을 본 소감은?
개봉이 늦어지는 게 나 때문인 것 같아 자책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했다. 한편으로는 얼떨떨하기도 했다. 영화로 데뷔하긴 했지만 대부분 조단역이어서 내겐 이번 무대 인사가 처음이었다. 신인 시절에는 직접 매체에 찾아 가서 인사 드렸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라운딩 인터뷰도 해봤다. 새로운 경험이라 얼떨떨하고, 잘하고 있는 건가 걱정도 된다. 내일은 드디어 가족 시사를 하는 날이다. 친구들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내일이 제일 떨릴 것 같다.

엄마로서의 ‘장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 영화에서 배우 유호정이 맡은 ‘장미’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공장을 다니며 가수를 꿈꾸던 ‘장미’가 한순간에 엄마가 되기도 하고, 산모의 배를 때리는 끔찍한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어땠는지?
그런 장면이 있어서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엄마 연기도 그렇고, 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어설프게 했다가 (보는 분들의) 몰입이 깨질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이 시대에 어울리는 사람이 돼야 했기에 감독님께 많이 여쭤봤다.

가수를 꿈꾸는 역할인 만큼 무대에서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극중의 노래를 직접 불렀다고.
내 목소리 같았나? 싱크가 잘 맞지 않아 다들 내가 불렀다는 걸 잘 모르더라. 현장에서도 녹음을 하고 후반에도 녹음을 했는데 감독님께서 연출적으로 노래를 배경에 깔아주셨다. 노래는 괜찮았나? 원곡을 부르신 분은 민해경 선생님이고, 리메이크 버전은 신승훈 선생님이어서 걱정이 많이 됐다.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스타일은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처럼 맑은 창법이었다. 근데 내 목소리는 허스키하기 때문에 쥐어짜서 불렀다.(웃음)

‘장미’의 20대 초반부터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 시절까지 연기했다. 엄마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70년대의 엄마를 표현하기 위해 가발을 써야 했다. 안 어울릴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한시름 놨다. 하지만 엄마가 느끼는 감정은 사전 학습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엄마가 돼 본 적이 없고 지금 당장 애를 낳아 오겠다고 할 수도 없지 않나. 그래서 엄마께 직접 여쭤봤다.

실제로 여쭤보니 어땠나.
일단 엄마에게 예전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정말 통바지에, 하이힐에, 그 당시 유행인 머리를 하고 있더라. 그렇게 시각적으로나마 습득을 하고자 했다. 출산에 대해서도 엄마에게 여쭤보니 수박을 낳는 기분이라 하셨다. 사실 연기에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웃음) 사실 난 집에서 무뚝뚝한 딸이다. 사춘기 때 엄마와 많이 싸워서 지금은 애증의 관계다. ‘장미’가 딸 ‘현아’에게 느끼는 감정과는 다를 것이다. 그래서 현장에 있는 아역 현아를 보며 '내가 애를 낳으면 이런 애를 낳았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계속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현아를 정말 귀여워해서 계속 붙어있었다.

하연수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인가.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항상 나무라고 답한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랑 나무랑 닮은 것 같다. 나무라는 게 약하면서 강하고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존재이지 않은가. 엄마도 무조건적으로 주니 나무와 닮아 있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명환’과의 빗속 데이트 장면이 인상적이다.
실제로는 추웠다.(웃음) 몇 시간 동안 비를 맞아야 하니 어려웠다. 실제로 현실 속에서 비를 쫄딱 맞는다면 음침할 것 같은데 극중에선 상큼하고 예뻐 보여야 해서 엄청 걱정하면서 찍었다. 그런 상태에서 청춘의 신선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 명환 역의 이원근 배우와 실제로는 친구인데 예쁜 척을 해야 하니 여러모로 어색했다.

(극중에서) 함께 가수를 꿈꾸며 듀오로 데뷔 준비를 하는 최우식 배우와의 호흡은?
최우식 배우는 부러운 친구다. ‘연기를 하기 위해서 태어난 친구’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촬영 대기하는 시간에 “너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배운 거야?”하고 묻기도 했다. 지문에 ‘발성 연습을 한다’고만 나와있는데 그걸 살리더라. 정말 대단하다 생각했다. 알고 보니 다 준비해온 것이었다. 존경스러웠다. 연기는 배우끼리 서로 주고 받는 것인데 최우식 배우가 알아서 다 만들어 오니 그에 맞춰 반응을 하는 나로서는 무척 고마웠다.


‘장미’는 가수의 꿈을 버리고 아이를 택한다. 실제 그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
현재의 나는 꿈을 위해 사는 사람인데 꿈을 버리는 ‘장미’의 입장에서 연기를 해야 하니 답답함이 있었다. 아이는 편하게 키울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하고,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인간 하연수로서는 ‘장미’가 안타까웠다. 내가 막상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을 많이 해봤다. 나라면 먼저 남편에게 알리고,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를 했을 것이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만의 즐거움이 있다면?
영화는 감독님과 많이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아무래도 드라마에 비해 길기 때문에 어떤 감정에 대해 확실히 몰입을 못하면 기다려 주시기도 한다. 이번에 특히 복이 많아 좋은 현장에서 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배려를 많이 받으면서 촬영했다. 또, 감독님이 화를 안 내시는 성격이시다. 반면 드라마는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기 때문에 생기는 끈끈함이 있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가.
어떤 수식어로 불리고 싶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때마다 수식어가 필요가 없다고 답한다. 배우는 역할로서 남는 것이고, 그때 그때의 캐릭터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내가 특이하게 생겨서(웃음) 역할에 대한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점이자 강점이 아닐까 싶다. 내 외모를 강점으로 잘 살릴 수 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을 통해 많은 걸 최대한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런 배우로 남고 싶다.

그런 강점을 살려 다음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모습이 있는지?
스릴러를 하고 싶다. 겁을 잘 안 먹는 성격이기도 하고 <곤지암>을 재미있게 봐서 나도 이런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릴러나 공포 장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좀 더 빨리 왔으면 좋겠다.

소소한 행복이 있다면?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일과 일상을 확실히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는 찾아 주셔야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기에 선택 받는 걸 기다려야한다.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오면 공허할 때도 있고, 배우로서의 정체성과 자연인 하연수으로서의 정체성을 구분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소중하게 생각했었던 것들이 흐려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 땅을 보고 한 발자국도 떼기 힘들 정도로 걷는 것이 어려웠다. 그걸 겪다 보니 날씨 좋은 날에 좋은 뙤약볕을 쬐면서 한 발 한 발 떼는 경험도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날 좋아해주는 주변 분들에게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최근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전공이었던 그림을 다시 시작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다 보니 다시 마음이 채워지고,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 같아 행복했다.


2019년 1월 18일 금요일 | 글 윤수연 기자( y.sooyeon@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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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PLK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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