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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복. 동’ 이름 세 글자를 알리고자! <자전차왕 엄복동> 정지훈
2019년 2월 26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가수이자 배우 정지훈이 ‘엄복동’으로 <알투비: 리턴투베이스>(2012)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관객과 만난다. ‘엄복동’은 일제 강점기 시대 자전거 경주에서 일본을 물리친 실존 인물이다. 정지훈은 ‘엄복동’을 나라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 큰 영웅은 아닐지라도 스포츠를 통해 우리 민족에게 작은 기쁨과 민족적 자부심을 고취한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부모님 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그의 존재를 알리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의가 있는 작품이라며, ‘엄. 복. 동’ 이름 세 글자를 알리고자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홍보 중인 정지훈. 200% 목표 달성이다!

완성본을 본 소감은. 만족도는 어떤가.
‘엄복동’이 실존 인물이지만, 관련 자료가 1920년대 인물이라는 간단한 기사 위주로 한정적이다 보니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연기해야 했었다. 그래서 영화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보다 내 연기 위주로 보게 되더라. 부족함이 있지만, 캐릭터를 구현하려고 최선을 다한 게 보여 나름대로 만족한다. 또 원형 경기장에서 펼쳐진 자전거 경주 모습은 놀랄 만큼 잘 나왔더라.

시나리오를 받고 끌린 점은.
2016년 12월에 이범수 선배가 <자전차왕 엄복동> 대본을 주셨었다. 제목만 보고 처음엔 아동용 영화인가 싶었는데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을 다룬 이야기였다. 그는 비록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큰 영웅은 아니지만, 당시 고통받던 우리 민족에게 스포츠를 통해 소소한 기쁨과 자긍심을 주신 분이셨다. 일본 선수를 다 제치고 조선 선수가 1등을 한다는 게 얼마나 신났으면 당시 1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거리로 나갔겠나. 총과 칼이 아니라 스포츠로 우리 민족에게 자부심을 심어준 인물이니 그의 이름을 현재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2016년 12월에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개봉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작년 개봉이 목표였으나 후반 작업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원래 ‘형신’(강소라)과의 사랑, 동료인 ‘홍대’(이시언)와의 티격태격 개그, 일미상회 사장님(이범수)과의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 그리고 아버지(이경영)와의 숨겨진 사연 등등 더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각각이 어우러져 전체 서사를 완성해야 했는데 편집하면서 많이 잘려나간 바람에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는 지점이 생겼다. 빠른 템포로 진행하려다 보니 드라마적 요소를 덜어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감독님과 제작자 모두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다. 처음 분량이 3시간이 훌쩍 넘어 거의 4시간에 가까웠거든.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가 궁금하다.
촬영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끼리 도표로 만들어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했었다. 그가 평택과 서울을 왕복했던 건 사실이다. 영화 속에서는 평택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실제는 서울에 위치한 ‘일미상회’에서 평택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 갔다 하셨다. 또 엉덩이를 들고 타는 것 역시 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테크닉이라고 한다. 그렇게 타기 위해서는 웬만한 다리 힘과 상체 힘이 지탱해주지 않으면 힘들다. 마지막 부분에 그가 자전거를 집어 던지고 그를 향해 일본군이 발포하자 관중이 그를 에워싸서 보호하는 장면이 있다. 그건 반은 허구이고 반은 사실이다. 원래는 일본군이 반칙패를 선언하자 화가 난 ‘엄복동’이 단상에 올라가 일장기를 꺾어버렸다고 한다. 이에 일본군이 그를 조준 사격하자 군중이 둘러싸 지켜준다. 즉 자전거를 던진 건 영화적 장치이고 관중이 들고일어나 그를 보호한 건 실제이다.

극 중 ‘엄복동’은 ‘형신’(강소라)을 비롯한 애국단의 활동을 보며 점차 각성하는 모습이다.
극 중 가상의 인물이지만, ‘형신’을 비롯한 애국단원은 매우 강경파로 목숨을 걸고 암살과 폭탄 테러를 주도한다. 역사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분도 계시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무명의 투사들도 많을 거다. 그 모습을 보며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지 되짚어 보게 되더라. 개인적으로 ‘엄복동’이 신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처음엔 궁금했었다. 지켜보니 자전거가 좋아서 탔지만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점차 각성하고 신념이 강해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컷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컷

자전거 연습을 혹독하게 했다던데.
연기하는 것도 자전거 타는 것도 매우 힘들었다. 이미 시작했는데 중간에 물릴 수도 없고, 왜 번번이 힘든 역할을 하게 되는지 한탄하기도. (웃음) 자전거 연습의 경우 선수촌에 입단해 국가대표의 연습 장소에 가서 매일 6~8시간씩 연습했다. 아스팔트에서 자전거를 타는 건 쉬운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모랫바닥이다 보니 타이어가 헛돌고 앞으로 잘 안 나간다. 또 경주 도중 부딪치는 장면들이 있어 스턴트 팀과 합을 맞춰야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잘못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 속 경주 모습의 경우 CG 작업을 거친 것으로 실제로는 그 정도 속도가 안 나온다. 사실 촬영하면서 과연 박진감이 느껴질지 고민했는데 완성본을 보니 역동적으로 잘 나와서 놀랐다. 또 우리가 탔던 옛날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없어 한국 체대 선수들도 타기 힘들어했을 정도였다.

‘엄복동’의 경기하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
어떤 모습인지보다 엄복동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라이벌인 ‘카츠라’(정석원)와의 대결 등 우승이 거듭되고 점차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되는데 그 경기하는 모습에 차별점을 두려 했다. 경주가 치열해지면서 야수적이고 동물적인 모습을 보이려 침을 흘려 보기도 했는데…. 지저분해서 사용 안 하신 듯하다. (웃음)

힘든 작품을 주로 하는 이유가 뭘까.
이상하게 운 대가 그렇게 된다. 가수 겸 배우인 것이 장·단점이 있는데 장점은 두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어서 행복한 것이고 단점은 활동 타임테이블이 다르다는 거다. 일정상 놓쳐서 아쉬운 작품들이 꽤 있었기에 스케줄이 맞으면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주로 몸을 사용하는 작품을 하게 됐다.

‘엄복동’ 이름 세글자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200% 달성한 듯하다. 비록 영화 관람을 하지 않더라도 ‘자전차왕 엄복동’ 이라는 제목은 기억할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홍보를 열심히 한 적이 없다. 내 새 앨범이 나와도 이렇진 않았다. 마지막 홍보까지 최선을 다해 고생(?)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한다. (웃음)

관객에게 <자전차왕 엄복동>의 소구점은 뭘까.
남녀노소 상관없이 가족 관람에 적합하다고 본다.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게는 향수를 일으킬 것이고 젊은 세대에게는 미처 몰랐던 역사적 인물인 ‘엄복동’의 존재를 알게 할 것 같다.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컷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컷

개봉을 앞두고 마지막 홍보까지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했는데, 평소 재충전을 하는 방법은. (웃음)
집에서 IPTV를 통해 영화 보는 게 나름 충전하는 거다. 특별하게 따로 하는 일은 없고 혼맥(혼자 맥주) 할 때가 행복하다. 한여름에 땀을 흘려도 일부러 물도 안 마시고 꾸역꾸역 참고 참다가 뜨거운 물로 샤워한 후 맥주 두 캔을 따서 마시는 기분이란! 그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정말 어떻게도 표현할 수 없다. 솔직히 맥주만 일주일 먹을 수도 있을 만큼 좋아한다. 하하!

방황하거나 힘들 때 당신을 다시 일으키는 힘은 뭔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려고 한다. 지금까지 꼭 잘 살았다는 건 아니지만 방황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구설수에 휩싸이거나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일단 오늘 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 싸울 건 싸우고 해명할 건 해명하자는 게 내 지론이다. 그 어떤 힘든 일도 어렸을 때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처보다 더 힘든 것은 없기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다시 일어서게 된다. 내가 실수로 잘못했다면 혹은 오해가 있다면 풀릴 거로 믿기에 대중의 시선이나 비판을 받아들이는 편이다. 물론 내 진심이 통하지 않아 억울한 심정일 때도 있지만 말이다.

향후 음악과 연기 활동 비중은 어떻게 계획 중인가.
음악과 연기의 균형보다 언제까지 일할지가 관건이다. 10대 후반에 사회에 나오면서부터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그 덕분에 남들이 평생 겪을 혹은 겪지 말아야 할 희로애락을 다 경험했다. 배우로 음반 제작자로 혹은 가수로 앞으로 어디에 치중할 것인지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때마다 자문해본다. 다 내려놓고 쉬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아침에 눈 떠서 오늘은 어디 가서 낚시하고 다음 주는 또 어디로 놀러 가고 등등 이렇게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는 말도 있듯이 정말 그렇게 할지 고민 중이다.

스티브 잡스가 투병 중 인류에 혁신을 가져왔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생명 유지 장치의 파란 불만이 남았다는 의미의 말을 남겼다는데 그 말이 내게 크게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추억이 별로 없는 것 같거든. 아마 이해하기 힘들 것 같은데 내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런 물음과 비슷하다.

힘든 역할은 피하고 싶다고 했는데,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는.
범죄 수사물이나 코미디? 평소 코미디를 좋아한다. 지금 젊은 친구들이야 내가 코미디 하는 것을 못 봤겠지만 사실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2003) 할 때부터 다 내려놓고 망가지길 두려워하지 않았었다. 다시 한번 개그를 향한 욕망을 불태워 ‘저거 저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진짜 병맛 코미디를 하고 싶다. 아직 확정은 안 됐는데 타진 중인 게 있다.

올해 희망 사항이 있다면. 또 최근 행복한 일은.
일단 <자전차왕 엄복동>이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지훈’으로서는 몸 쓰는 거는 당분간 안 하고 싶다. (웃음) 행복한 일이라… 굉장히 좋은 일이 있다. 아마 다음 주 정도에 발표할 것 같다!


2019년 2월 26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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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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