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왕육갑? 25세 숫총각! <기방도령> 최귀화
2019년 7월 19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노숙자, 사복 경찰, 악독 정치인, 부패한 군인 등등 최. 귀. 화 이름 세글자를 정확히 모르더라도 그의 얼굴은 분명 낯익을 터이다. 50여 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에 조· 단역을 거치며 조용히 확장과 발전을 거듭해 온 최귀화. 조연 아닌 당당하게 주연으로 이름 내건 <기방도령>으로 본격적인 코믹 연기에 도전, 괴짜 도인 ‘육갑’으로 웃음 가득 짊어지고 관객을 찾는다. ‘육갑’은 믿거나 말거나 고려 왕실 후손이요, 도저히 납득 안 되는 비주얼임에도 25세 숫총각. 남들이 믿든 안 믿든 스스로는 진심으로 믿고 연기에 임했다는 최귀화를 만났다.

극 중 괴짜 도인 ‘육갑’을 연기한다.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뒷모습이지만 올누드다! (웃음)
여성 스태프도 있고 노출이 부담돼 감독님께 이야기하니 그 장면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단호하더라. 아내와 상의하니 그렇다면 하지 말라고 하는 거다. 그 때문에 안 할 수는 없고.. 결국 대역을 쓰기로 하고 들어갔다.

‘육갑’ 캐릭터가 독특하다. 도를 닦다 내려온 단순한 도인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고려 왕족의 후손이라고? 캐릭터 구축은 어떻게 했나.
‘육갑’ 캐릭터에 대해 시나리오상에 구체적으로 잘 쓰여 있어 크게 덧붙인 부분은 없다. 다만 몇몇 대사와 사투리는 원래 없던 설정이었다. 극 중 ‘허색’(이준호)이 ‘해원’(정소민)을 만나는 장면에서 ‘육갑’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하면서 나도 모르게 사투리를 쓰게 됐다. 이후 감독님이 재밌다고 쭉 가자고 하더라. 또 고려 왕족의 후손이라는 설정은 촬영하면서 이야기하다 첨가하게 된 거다.

고려 왕족 후손이니 ‘왕육갑’이 되는 거다. (웃음)
앗, 그렇군! 원래 ‘육갑’의 전사가 없었는데 감독님과 이야기하던 중에 그에게 전사를 주면 좋겠다고 해서 들어간 설정이다. 왕족 출신으로 산속에 숨어 살던 중 우연히 ‘허색’을 만나 산에서 나오게 되는, 단순히 괴팍한 도인이 아닌 줏대가 있고 왕족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지닌 인물로 말이다. 덕분에 더부살이하면서도 ‘난설’(예지원)과 ‘허색’에게 기죽지 않고 팽팽한 기 싸움을 하고 오히려 그들을 낮게 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흠.. 게다가 그는 극 중에서 25세, 더구나 숫총각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진실로 그렇게 믿고 연기했지만, 감독님 이하 스태프들이 모두 그 사실을 인정한 건 아니다.(웃음) 그냥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더라. 극의 등장인물들 역시 ‘육갑’의 말을 듣고 일부는 웃고 일부는 수긍하지만, 전부 다 믿지는 않는다.

‘육갑’은 극 중 기방 도령 ‘허색’과 함께 웃음 지분을 양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격적인 코믹 연기를 한 소감은.
그간 잠깐잠깐 연기했지만, 이번처럼 코믹이 주가 되는 역할은 처음이라 굉장히 부담됐었다. 코미디는 작가의 색에 따라 대사 혹은 상황 위주 등 그 웃음의 방향이 달라진다. 영화는 아니지만, 그동안 다양한 작가의 코미디를 공연한 경험이 있어 도움이 크게 됐던 것 같다. 하다 보면 먹히겠다 혹은 먹히지 않겠다, 즉 웃음의 성공 여부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 나름의 진정성을 갖춰야 진짜 웃음을 유발할 수 있지 무조건 웃기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어 최소한의 개연성 안에서 실컷 놀아보려 했다.

코믹 연기가 잘 맞던가. 또 개인적인 만족도는 어떤가.
일부는 맞는 것 같다. 평소 앞장서 남을 웃기는 편은 아니지만, 말했듯 경험치가 있어 웃음 유발의 방법론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사실 내가 출연했던 영화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나만 아는 실수가 보이고 부담감도 있고 해서인데 이번엔 재미있게 봤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는데 순간 민망하더라.

코믹 연기에 있어 미묘한 리듬과 호흡을 살리는 게 관건인데 상대역인 이준호와 호흡은.
놀랐던 게 내가 (예정에 없던) 사투리를 갑자기 사용했는데도 전혀 당황하지 않더라. 내가 던진 걸 소화한 후 또 다른 에너지로 받아치는데 보통 내공이 아니다 싶었다.

사실 <기방도령>은 제목에서부터 상당히 B급 냄새가 풀풀 나는 편이다. 캐스팅 제안을 받고 고민 없었나.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느낌이 확 오진 않았던 게 톤이 너무 가볍게 느껴졌었다. 고민하다가 남대중 감독님을 만났는데 아주 재미있고 유쾌하시더라. 몇 시간 대화를 나눠 보니 확신이 생겼다. 감독님께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기방도령> 스틸컷
<기방도령> 스틸컷

개인적으로 남대중 감독의 전작 <위대한 소원>(2016)을 재미있게 봤다. 특유의 개그와 웃음 코드가 있는데 이번 <기방도령>에서도 여전하더라.
캐스팅 제안을 받은 후 <위대한 소원>을 찾아봤는데 전체적인 유머의 흐름이 좋았다. 대사가 아니라 컷과 컷으로 이어가는 게 노련한, 코미디에 감각이 뛰어나더라. <기방도령>에서도 아기자기하면서도 세세한 웃음을 생각해 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코믹에 주력할 거로 예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억압하는 시대와 양반들의 위선적 행태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녹아 있다. 또 절절한 순애보이기도 하다. 좀 더 B급 웃음에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현장에서 그런 의견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감독님이 지향하는 바가 명확했다. 중간에 무언가를 더하는 거를 별로 선호하지 않으시더라. 개인적으로 의견을 몇 가지 냈는데 크게 변한 부분은 없고, 아쉽지만 접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확 웃음에 몰방했더라면 그것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전작들보다 역할 비중이 커졌고 함께 연기한 배우의 대부분이 후배들이라 책임감이 컸을 것 같다.
이전에는 유명 선배님들의 영화에 내가 끼어들어 주어진 역할만 하면 됐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동생들과 함께한 데다 전면에 나서야 하는 역할이라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처음이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작업 들어가기 전에 자주 만나서 그런지 다행히 촬영들어가서는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예지원 선배님을 비롯해 배우들 모두 다 너무 착하다 보니.. 연기할 때 더 나가도 된다고 서로 푸시하고 용기를 주고 받았다.

예지원 배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난설’(예지원)과 ‘육갑’(최귀화)이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데 두 사람의 후사가 있을 것 같다.
감독님이 이야기하길, 만약 이번 <기방도령>이 잘 된다면 후속편은 ‘난설’과 ‘육갑’이 주인공인 <기둥서방>이라고. 두 사람이 다른 도시에 가서 기방을 차리는 이야기라고 농담처럼 얘기하곤 했다.
 <기방도령> 스틸컷
<기방도령> 스틸컷

2005년 단편 영화로 데뷔했다. 그간 50여 편의 작품에서 조· 단역과 핵심 조연을 거쳐 <기방도령>에서 어엿한 주연급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간의 시간을 돌아본다면. 또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그렇게 얘기하니 쑥스럽다.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극단에 들어가 연기할 때가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다 아빠가 되면서 생계 부담이 커지면서 힘들고 연기가 재미없던 시기도 있었다. 현재 대단히 잘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행히 작품마다 좋은 반응을 이어가며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 거창한 계획은 없고 그저 주어진 작품에 충실하려 한다.

그간 참여한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특별하겠지만, 터닝 포인트 혹은 특히 각별한 작품을 꼽는다면.
모두 기억에 남지만 굳이 꼽자면 <택시운전사>(2017)의 사복조장역이다. 그 역할로 드라마 <미생>과 <부산행>의 서민적인 이미지를 벗지 않았나 싶다. 원래 시민군으로 오디션을 봤었는데 감독님이 악역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드라마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와 <미생> 등과 영화 <부산행>(2016)의 노숙자, <1급기밀>(2016)의 비리 군인, <범죄도시>(2017)의 형사 그리고 얼마전 개봉한 <롱 리브 더킹>에선 안하무인 정치인까지 장르와 플랫폼을 넘나들며 다양한 얼굴을 소화해 왔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와 역할은.
본격 액션을 한번 해보고 싶다. 징글징글할 정도로 액션이 주가 되는 것 말이다. 또 휴먼극에 끌리는데 이런 류의 영화들이 투자를 못 받는 것이 안타깝다. 작년에 tvN 단막극 <진추하가 돌아왔다>도 일상 드라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했는데 참 좋았다. 비슷한 영화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닮고 싶거나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너무 많다. 국내에도 여러 선배님이 계시고 외국 배우로는 브래드 피트를 특히 좋아한다. 그 외모 때문에 오히려 연기가 저평가받는다고 생각한다. 매번 엄청난 연기를 펼치는데 감정의 폭이 깊고 넓다. 그야말로 넘사벽 배우가 아닌가 한다.

개인적으로 일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글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뿐?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이 많이 없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에 아들에게만큼은 친한, 친구 같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한다. 시간 있을 때마다 같이 놀고 운동하고 목욕하곤 한다. 또 성교육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등 거리감이 별로 없는 편이다. 아들에게 좋은 아빠라는 평을 들었으면 좋겠다.

또 내가 나름대로 힘을 지닌 배우가 된다면 독립 영화에 참여해 미미하게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빛을 보지 못할(한) 영화가 내가 출연함으로써 한 번이라도 더 거론되고 알려져 이후 해당 감독이 성장할 발판이 된다면 기꺼이 함께하려고 한다.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OCN 드라마 <달리는 조사관>으로 가을쯤 찾아뵐 것 같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을 주인공으로 한 휴먼극이다. 검사 출신으로 좌천 비슷하게 한직으로 발령돼 베테랑 조사원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조사관으로 거듭나는 인물이다. 다혈질에 정의롭고 인간적인 면모도 갖춘 복합적인 인물로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관심사는.
사실 요즘 고민이 많다. 운이 좋게도 잘 된 작품이 많다 보니 이후 작품 선택과 연기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간혹 잠을 설치기도 한다. 이런 스트레스가 갈수록 커질 것 같은데 누구와 나눈다고 해도 결국 내가 헤쳐 나가야 할 문제이니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지 해법을 찾는 중이다.


2019년 7월 19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제공. 머리꽃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