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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에 사로잡힌 배우 <암전> 서예지
2019년 8월 20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조심스럽고 말수 적을 것 같은 인상인데 화통하고 솔직하다. 예쁘게 말하고 억지로 좋게 꾸미려고 애쓰지 않는다. <암전>에서 공포 영화를 만들려는 광기에 사로잡힌 신인 감독 ‘미정’을 연기한 서예지와 대화를 나눈 후 받은 느낌이다. 주관 뚜렷하고 확고해 보이는 그는 그래서, 어쩌면 <암전>의 ‘미정’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는지 모르겠다. 1인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홀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그의 단단한 얼굴과 흔들림 없는 저음의 목소리. 서예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암전>을 통해 그의 연기는 한층 성장한 것이 확실하다.

완성본을 본 소감은.
영화 보는 내내 긴장해서인지 몸이 아프더라. 힘들게 촬영한 부분이 편집되면 아쉬운데 고생한 그대로 잘 나와서 만족한다.

공포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점점 광기에 사로잡히는 신인 감독 ‘미정’으로 거의 혼자 극을 끌어나간다. 단단한 연기만큼 회색 염색 등 외양적 변화도 인상적이었다.
감독님이 회색 머리색을 좋아하시더라. (웃음) 사실 염색과 탈색을 해본 적이 없어 부담됐었다. 처음 거울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주근깨와 다크서클, 민낯 등으로 기존 ‘서예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정’으로 다가가고자 했다. 회색 머리칼을 하니 독특한 분위기가 나더라. 기이한 열망에 가득 차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마니아적인 모습 말이다. 또 중요한 이야기할 때는 안경 쓰고 쉴 때는 올리는 등의 동작도 모두 생동감 있게 찍고 싶은 감독님의 설정이자 안배? 였다.

공포 장르에 딱 봐도 촬영하면서 고생했을 역인데, 캐스팅 제안받고 선뜻 참여를 결정했나.
공포 영화가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라 겁도 났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신선한 소재면서 두려운 마음도 컸다.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한 후 몇 가지 가졌던 의구심을 거뒀다. ‘미정’은 감독님이 오랫동안 그려온 온 캐릭터로 확고한 생각을 지니고 계셨다. 그대로 끌고 가면 중간에 흔들리지 않겠더라.

좀 더 구체적으로.
평소 공포 스릴러를 좋아해 감독님이 원하는 색을 알겠고, 그의 독특한 생각이 이해됐다. 또 내가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어 질문하면 감독님이 “예지 씨, 내 주변 친한 사람도 나를 이해 못 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신기하게 그 자체로 이해가 됐다. 어떻게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말이다.

<암전>은 김진원 감독의 상업 영화 장편 데뷔작이다. 전작 <도살자>(2007)가 상당히 수위 높은 고어물이다.
<암전>은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욕망이 광기가 되는 과정을 담는다. 심리적 공포라서 전작과는 다른 결이라고 믿었다. 전작과 비슷했다면 아마도 망설였을 거다. (웃음)

‘서예지’하면 청순하고 지고지순? 한, 어딘가 사연 있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는 어떤가.
음,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실제와 이미지 사이에 당연히 괴리는 있고, 또 누구나 사연 있지 않나. 이렇다 저렇다 확실하게 말하기 힘든 게 사실 오늘 파인애플을 좋아했다가 내일은 사과를 좋아할 수도 있는 거라. 딱 어떻다고 규정하기 어렵다. 맡은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실제 나는 어떤 모습인지 어느 순간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 무엇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그렇게 캐릭터에 몰입한다면 쉴 때 오히려 공허함을 느낄 수 있겠다.
맞다, 쉴 때 공허하고 멍할 때가 있다. 그래서 쉬지 말고 연기로 풀자는 마음이 크다. 캐릭터 변화로 스트레스를 주로 푸는 편이다.

몸을 써야 하는 장면이 많은데 대부분을 직접 연기했다고 들었다.
아마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체력 소모가 컸던 것 같다. 우리 영화 특성상 롱테이크가 많아 대역을 쓰면 티가 많이 났기에 직접 한 거지 굳이? 연기 욕심에 직접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웃음) 물론 현장에 대역이 스탠바이 상태였다. 그가 시연하면 내가 따라하는 방식이었다. 또 안전장치 다하고 촬영했었다.

극 중 귀신 목소리를 연기했다. 어찌 보면 1인 2역인데..
감독님이 요구한 건 한 번도 듣지 못한 귀신 소리였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목을 부여잡으며 녹음했다. (웃음) 그(귀신)가 하는 말은 아무 뜻이 없는 말로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대로 얘기한 거다. 실제로는 아주 많이 녹음했는데 그중 일부를 선택해 사용했다.

폐 극장에서 촬영했다. 보통 공포 영화 현장에서 무서운 일을 경험하곤 한다는데, 촬영 에피소드 좀 풀어놔 달라. (웃음)
무서운 일이 전혀 없었다. 조명이 터지면 혹시 하면서 무서워한 게 아니라 ‘아, 빨리 고쳐야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번 현장은 정말 나를 웃게 했었다. 오죽하면 공포 영화인데 왜 이렇게 즐거울까 싶을 정도였다. 다만, 폐 극장이 먼지가 많아서, 그 점이 힘들었다. 우리 영화는 정말 리얼이거든. 먼지 가득한 모습을 연출한 게 아니라 실제 그 상태에서 촬영한 거였다. 배우 입장에서 고생하며 촬영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드는데 <암전>이 딱 그렇다.

흠.. 뭐가 그렇게 즐거웠을까! (웃음)
상대역인 진선규 선배만 나오면 일단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서로 챙기다 보면 뭘 하든 어떤 상황이든 즐거워지더라. 게다가 김진원 감독님이 너무 귀여우시다. 부탁하는 어조로 조심스럽게 연기 디렉션을 주는데 그 모습조차 귀여웠다. 그렇게 세 명이 깔깔대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 또 스태프들과 유독 대화를 많이 나눴던 현장으로 촬영 끝나고 팀 전체 한 번 모이게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여타 공포물과 차별화된 <암전>의 매력을 꼽는다면.
음, 내가 참여한 영화나 드라마의 장점이나 단점을 따로 생각하는 편은 아니지만, 관객 입장에서 본다면 단순히 ‘깜놀’(깜짝 놀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거. 광기에 기반한 사람의 심리를 드러내는 게 매력이라고 본다. 공포 영화를 즐기는 입장이라면 별로 무섭지 않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광기라는 테마를 가져온 점이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암전> 이후 연기적으로 성장 혹은 개인적인 변화가 있다면.
캐릭터에 따라 연기하는 거라 특별히 성장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나이를 먹을수록 연기력이 늘고 발전할 수는 있을 거다. 이번에 느낀 건 30대가 되니 체력적으로 달라졌다는 거 정도다. 20대와는 또 다르게 뛰면서 체력이 달리더라. 나이를 더 먹은 상태에서 촬영했으면 정말 힘들었겠다 싶었다.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곧 이성태 감독님의 <양자물리학>으로 인사드릴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관심거리가 있다면.
<암전> 촬영 마친 후 5일 만에 <양자물리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암전> 개봉하고 곧 <양자물리학>도 개봉하니 정말 정신없이 지냈다. 그 와중에 아직 돌이 안 된 조카가 있는데 진짜 너~무 귀엽다.


2019년 8월 20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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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킹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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