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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눈동자와 발군의 액션 <신의 한 수: 귀수편> 권상우
2019년 11월 26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권상우가 정우성의 바통 이어받아 ‘귀수’로 돌아왔다. <신의 한 수>의 스핀오프작인 <신의 한 수: 귀수편>은 누나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홀로된 어린 귀수가 바둑을 연마한 끝에 절대 고수로 거듭나 도장깨기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따라간다. 오랜만에 액션 복귀한 권상우는 촉촉한 눈동자와 화려한 격투를 무기로 관객의 시선을 꽉 잡아 둔다. 날렵함과 타격감이 공존하는 좁은 골목길, 화장실, 제철소 액션 시퀀스로 액션 배우로서의 빼어난 면모를 뽐낸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이하 <귀수편>을 제안받고 어땠나.
책을 보기 전에 레퍼런스 영상을 먼저 봤었다. <신이 한 수> 전편과 외화 100편을 넘게 참고해 편집한 거였는데 그걸 보니 어떻게 만들어질지 대략 상상이 갔다. 이후 감독님을 뵙는데 마침 장르 영화에 목마를 때라 귀인같이 느껴졌다. 시나리오를 보니 1편과 내용도 느낌도 완전히 달랐다. 전편의 주인공이 워낙 출중한 정우성 선배였기에 부담이 됐지만, 내 나름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다.

흥미진진한 만화를 보는 듯하다는 게 중론이다. 나 역시 아주 재미있게 봤다.
감독님이 정말 대단하신 게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연출과 편집으로 영화적으로 완성했다는 점이다. 촬영 중에도 믿음이 있었지만, 완성본을 본 후 감독님을 꼭 안아드렸다.

리건 감독의 데뷔작인데 연출력이 상당해 보인다.
동감이다. 연출자로서 계산이 확실한, 아주 영리한 연출자셨다. 또 ‘귀수’의 대사가 많지 않아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니 감독님이 어떤 디렉션을 주기보다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누나를 생각하며 연기하라고 조언하셨다. 그게 굉장히 안식을 주더라. 이후 편안히 촬영했던 것 같다.

‘귀수’는 어떤 인물인가.
전작 <신의 한 수> 주인공 ‘태식’?(정우성)이 멋진 남자라면, ‘귀수’는 누나만을 생각하는 어린 소년 같은, 오로지 바둑으로 승부 걸고자 하는 순수한 남자다. 어린 시절부터 이후 성인이 된 후에도 그 간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결같은 면을 지녔다. ‘귀수’의 눈동자를 흔히 장르 영화 주인공처럼 치열한 모습이 아니라 서정적으로 그려줘 감사하다.

극 중 ‘귀수’는 그야말로 초인 같은 절대 고수다. 캐릭터 구축과 표현에 있어 감독님과 이견은 없었나.
봤다시피 ‘귀수’의 행색이 멋진 모습은 아니다. 비주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런 귀수에 푹 빠져서 촬영했다. 감독님의 첫 장편이지만, 어느 정도 연배가 있으시고 현장에서 경험을 많이 하신 분이다. 나 역시 결핍이 있기에 무언의 합치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겉으로 티 내며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으쌰으쌰 했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말이다.

어떤 면에서 결핍을 느끼나.
자존감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결핍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코미디 혹은 가벼운 작품 위주로 활동하면서 배우로서 성취를 이루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은 바람이 컸다.

‘귀수’는 별명으로 극 중 실명이 밝혀지지 않는데 혹시 알고 있나.(웃음)
신혁이다. 바둑판에서 신같이 두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름뿐 아니라 극 중 인물들이 구사하는 바둑 테크닉도 실재하는 거다. 가령 사활 맹기 속기 등등 기술에 스토리를 하나하나 심어 바둑을 모르든 알든 흥미를 유도한 게 <귀수편>의 특징이다.

그래서 전작보다 바둑의 비중이 높아진 인상이다. 또 액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음에도 굉장히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가히 액션 배우 권상우의 귀환이라 하겠다!
사실 더 하고 싶었는데 작품의 완성도가 중요해 자제한 부분도 있다. 감독님께 한 8초만 더 할애해 달라고, 더 멋진 모습 보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웃음) 나중에 또 보여줄 기회가 있으리라 믿는다.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컷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컷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컷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컷

평소 몸 좋기로 유명하지만, 이번엔 많이 핼쑥한 모습이었다. 체중 감량을 많이 한 건가.
운동을 즐기니 액션 트레이닝하는 건 하나도 힘들지 않았는데 음식 조절하느라 좀 고생했다. ‘귀수’가 칩거해 수련 마치고 나오는 장면에서 날카롭고 야윈 모습을 보여야 했거든. 보통 촬영 끝나고 스태프들과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한잔하곤 하는데 이번엔 바로 숙소로 돌아가 혼자 고구마 먹으며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웃음)

무술 감독이 액션을 아주 잘해서 감탄했다고 들었다. 이 정도면 타고난 건가. 또 골목길, 화장실, 주물공장 등등 몇몇 장면이 지금도 생생한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신을 꼽는다면.
글쎄, 어느 정도는 그렇지 않을까. 연기에 있어 액션 역시 중요하고 내 장점이라 생각해 집중해서 열심히 했다. 개인적으로 아끼는 장면은 골목길 신이다. 당시 리얼하게 보이고자 여러 번 합을 맞췄었다. 하다 보니 감정이 올라와 서로 세게 주먹을 날렸던 것 같다.

귀수의 파트너 ‘똥 선생’(김희원)을 비롯해 ‘장성 무당’(원현준), ‘황 사범’(정인겸) 조연들의 연기가 매우 훌륭하더라.
촬영하면서 영화에 확신했던 게 바로 그 부분이었다. 든든하기도 했고, 우리 영화에 연기 보는 맛을 더해줬다. 특히 ‘장성 무당’ 과의 대국 시퀀스는 우리 영화의 톤앤 매너를 예고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정말 원현준의 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립각을 세우는 ‘외톨이’역의 우도환 배우와는 무려 열여섯 살 차이인데, 또래로 나온다! 이번에 같이 한 배우들이 대부분 후배로 어느덧 현장에서 최고참이 돼가는 중이다.
내 나이가 언제 이렇게 됐는지… 촬영하면서도 가끔 깜짝깜짝 놀란다. (우) 도환이는 정말 싱그럽더라. 20대 특유의 여리함과 날카로움이 있다. 여자라면 너같이 생긴 애랑 한번 사귀어 보고 싶다고 농담할 정도였다.

<탐정: 리턴즈> (2018) 때보다 어떻게 된 게 더 젊어 보이고,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정말? 머리 염색도 안 하고 별로 관리하지 않는데… 데뷔 이래 배우로서 에너지가 최고인 상태다. 배우는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즐겁고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대기할 때도 즐겁더라. 예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다음엔 어떤 작품으로 만날 수 있나.
최원섭 감독의 <히트맨> 촬영을 끝냈고 <귀수편>과는 또 다른 액션을 선보일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배우라는 게 선택받는 입장이다. 선택되기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다스리나.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던 시기도 있었고 중국에서 드라마와 영화 작업을 하기도 했다. 나름 많이 활동했는데 영화 쪽 필모가 언제부터인가 단절돼 있더라. 내가 하고 싶은 책(시나리오)이 들어오지 않는 시기도 있었는데 극복하게 해준 게 <탐정> 시리즈다. 그래서 아주 고맙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나를 <탐정> 시리즈로 많이 기억해준다. 지나간 시간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기회가 있을 거로 생각해 트레이닝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귀수편>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준비하다 보면 좋은 제안이 또 올 것이라 믿는다.

2019년 11월 26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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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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