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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현상> 작업하며 진로를 결정했다, <요요현상> 고두현 감독
2021년 1월 6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요요(yoyo)’에 흠뻑 빠졌던 네 청소년이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대회에 참가하고, 길거리 공연에 나서며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요요와 함께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그들은 선택의 상황에 마주한다. ‘요요는 취미로 하지’, ‘좋아하는 일과 직업은 구분해야 하는 거야’ 등등 주변에서 조언하고 충고하지 않아도 그들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요요를 할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을. 요요 전문 공연 팀 ‘요요현상’을 이끌던 문현웅 이동훈 이대열 곽동건, 네 청년은 마지막 열정을 영국 에딘버러 공연 축제에서 터트리기로 결정, 과감하게 에딘버러로 향한다.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멤버들, 그렇게나 잘하는 요요를 정말 포기할 수 있을까. 에딘버러에서부터 팀의 공연을 카메라에 포착한 고두현 감독이 문득 든 생각이었다. 그 궁금증은 다큐멘터리 <요요현상>의 제작으로 이어졌다. 멤버들이 청년기에 사랑하고 열광했던 ‘요요’가 이후의 삶 속에 어떻게 내재화됐을지 8여 년의 시간을 따라가 본다.

<요요현상>은 공연 팀 ‘요요현상’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어릴 때 요요에 빠졌던 소년들이 대학생 시기를 거쳐 사회인으로 자리잡기까지 세월의 흐름을 따라간다. 긴 시간에 걸친 영상의 연속성에 놀랐다.
대회 출전과 친목 모임 등의 자료 영상은 직접 촬영한 것은 아니다. 요요가 도시 스포츠의 일종이라 당시 즐기던 사람들이 영상을 촬영해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는 문화가 있었다. 친구들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가 많았고, 특히 형 중 한 명이 당시의 대부분을 6mm 테이프로 촬영해 기록해 놓았었다. 덕분에 96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들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인 시기를 담을 수 있었다.

기자- 곽동건, 요요 전문 공연가- 문현웅, 요요 판매부터 강습까지 진행하는 윤종기, 직장인으로 아마추어 활동을 병행하는 이동훈, 공연 예술가 이대열까지 그들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게 된 계기는.
곽동건과는 대학 동기다. 그가 요요하는 걸 알고 있었고 되게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영화 속에도 나오지만, ‘요요현상’ 팀이 마지막 공연으로 영국 에딘버러행을 선택한다. 그때가 2011년인데 마침 내가 유럽에 교환학생으로 나가 있을 때였다. 곽동건이 촬영을 제안해서 에딘버러에 가서 합류했다. 그때 나머지 멤버들을 만났다. 한국에서 오디션이 있어 동행하지 못했던 윤종기는 이후 한국에 와서 따로 만났다. 그렇게 그때부터 간헐적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촬영 제안을 받고 어땠나.
당시 대학교 3학년이었다. 진로를 선택한 상황도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들과 또래로서 비슷한 고민을 할 시기였다.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등 말이다. 에딘버러에서 팀을 만났을 때 그들은 ‘요요는 보잘 것 없는 재주이고, 그것 만으로 먹고 살 수 없으니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팀 활동을 마무리하겠다’는데 내가 보기엔 너무 멋있었다. 공연 준비를 정말 많이 했고, 현지에서 크게 호응받으며 성황리에 치렀거든. 그들은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정말 그만둘까. 그렇게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포기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후 그들의 선택과 그 모습을 담고 싶어 한국에 돌아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촬영 지식이 부족해 배워가면서 찍기 시작했다.

흔히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하라는 조언을 듣기도 또 하기도 한다. <요요현상>을 보며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유일 거다. 영화를 본 관객의 반응은 어떻든가.
각자의 삶에서 요요와 유사한 존재가 있는 것 같다. 잘하는 것을 운 좋게도 업으로 삼은 사람도 있을 터이고 그 둘을 분리한 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영화를 보며 자신에게 ‘요요’란 무엇인지 그런 얘기를 주로 하더라. 고고학을 전공한 후 부산에서 공무원을 하는 친구가 있다. 고고학을 너무 좋아해 학예사가 되든가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그 문이 너무 좁다 보니 공무원을 선택한 경우인데 영화를 보더니 자신에게 ‘요요’는 ‘고고학’이라는 거다. 결국 스스로의 경험과 상황에 대입해 영화를 대하게 되는 거지.
 <요요현상> 스틸컷
<요요현상> 스틸컷

당신에게 ‘요요’는 뭘까.
아마도 영화, 다큐멘터리 작업일 거다. 요요 자체를 놓고 보자면 친구들이 요요에 빠지게 되는 과정, 즉 무언가에 열중한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교류하면서 기술을 나누는 문화가 내겐 꽤 익숙한 모습이다. 나 역시 어떤 계기가 있었다면 요요의 세계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촬영하면서는 팀원들이 펼치는 요요의 기술과 그 질서와 체계 등에 아름다움을 느꼈고 매료됐었다. 직접 하지 않더라도 관객으로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팀원들의 맨 얼굴과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완성된 영화를 본 후 뭐라고 하든가.(웃음)
촬영 기간이 길다 보니 중간중간 단편처럼 정리해 보여줬었고, 그때마다 팀원들이 불편하거나 뺐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묻고 반영해 왔다. 그들의 이야기인데 내가 임의로 다루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신뢰가 있어 자신을 더 솔직하게 드러낸 것도 같다. 멤버들이 최종 완성본을 본 건 2019년 부산청년영화제에서 폐막작 상영회에서다. 사실 멤버 간에 형성된 긴장 관계가 어떻게 비칠지 나도 그들도 걱정했었다.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지만, 왜곡돼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다행히 담백하게 잘 표현됐다고, 자극적으로 흐르지 않아 좋았다고 얘기하더라.

2011년에 촬영을 시작해 2018년 즈음까지 담았다. 촬영 종료 시점에 대해 고민했을 것 같다.
편집하면서 보니 총 270여 회차 촬영했더라. 솔직히 종료 시점을 미리 잡고 들어가지 않아 힘들었다. 지금은 몇몇 작업을 거치며 그래도 경험이 쌓여 어느 정도 계획해 들어가는 편인데 그때는 정말 막연하게 시작했었다. 그래서 더 길게 촬영한 것도 있다. 보통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하는 데 2~3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면, 당시 20대 초중반의 팀원들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그 시간은 너무 짧다고 느꼈었다. 촬영을 이어가면서도 언제 어떤 모습으로 완결을 지을지 고민했는데 어느새 자연스럽게 완결로 향해 가고 있었던 것 같다. 곽동건은 대학원 진학 후 취업을, 직장인 이동훈은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요요 공연을 이어가다 또 그 길이 나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요요현상>의 촬영이 끝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시간을 담으며 느낀 점은.
내 고민과 맞닿아 있어 공감이 깊이 됐고, 한편으론 내 이야기 같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다큐멘터리 연출/제작을 업으로 하겠다고 결정했거든. 내 또래가 약간의 강박이 있다. 일을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촬영하면서 어느 정도 그런 강박감에서 자유로워졌다. 직업으로서의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 균형을 잡게 됐다고 할까.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않으며 어딘가 인생이 실패한 듯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 실패가 아니라 여러 선택지의 하나일 뿐이고, 선택지마다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로로 선택하기까지 (당신 역시)기로가 있었을 텐데 어떤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삶과 그 과정에서의 선택, 그리고 선택에서 오는 무게를 지켜보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다. 전작은 영화제에서 상영은 했으나 개봉까진 못 갔다. 이번 <요요현상>은 다행히 여러 지원을 받아 개봉하게 됐는데 걱정과 고민이 있을 때마다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받았다. 영화제에도 마감 직전에 출품했는데 폐막작으로 선정됐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좋게 봐줘서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 GV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 배급을 맡은 씨네소파와의 인연도 그렇다. 개봉 지원작에 선정되기도 전에 무작정 연락해봤는데 흔쾌히 배급과 홍보를 맡아줬다. 이런 많은 도움 덕분에 지금까지 왔다. 요요현상 팀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에딘버러에 가지 않았다면 요요를 직업으로 삼는 멤버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지지와 응원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다큐멘터리 작업이 매우 흥미롭다고 했는데 어떤 면이 특히 그럴까. (웃음)
극영화는 장르를 세분화하는데 다큐멘터리는 하나로 퉁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국내는 더 그렇다. 사실은 다큐멘터리도 그 안에 다양한 장르가 있고 감독의 작업 동기나 연출 스타일로 다 다른데 말이다. 내 경우 실제 생활 속에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고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가 중요 관심사다. 서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픽션이 아닌 논픽션, 즉 일단 선택을 하면 돌이킬 수 없기에 거기서 오는 무게와 감동이 아무래도 허구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요요현상> 포스터
<요요현상> 포스터

촬영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에딘버러에서 공연할 때 팀이 정말, 아주 생기가 넘쳤다. 지금도 생생하다. 이후 멤버들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그 모습이 다 의미 있게 느껴진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동훈 형이 연습하며 하는 말이 그렇다. ‘예전보다 지금이 더 잘한다고, 실력이 오히려 늘었다’고 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또 개봉을 준비하면서 멤버들과 같이 포스터 촬영하면서 즐겁고 재미있었다.

나 역시 그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이동훈의 경우 일찌감치 취업해 요요 공연에서 멀어졌지만, 공연에 대한 미련과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에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하고 이를 위해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에서 자기만의 해법을 찾은 듯 평온해 보였다. 요요 까막눈 입장에서 보자면 사람의 손으로 그런 묘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라울 뿐이다. 이번에 포스터 촬영을 하며 한자리에 모였나 보다.(웃음)
현장에서 직접 보면 퍼포먼스와 역동성에 더 놀랄 거다. 포스터를 촬영하면서 개인적으로 어떤 용기(?)를 얻었다. 그들의 매력에 끌려 내가 거진 10여 년을 따라다니며 촬영한 것인데, 그 매력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통한다는 걸 지켜본 현장이었다고 할까. 남들도 그들의 매력을 알아봐 줘서 즐겁고도 뿌듯한 감정이었다.

전작 단편 <목소리>(2016), <옥상 위에 버마>(2016)를 보고 싶은데 찾기 힘들더라. 감상할 수 있는 경로가 없을까. 또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목소리>는 영화사 금요일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옥상 위에 버마>는 등장인물이 미등록이주노동자라 혹시 피해를 끼칠 수 있어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앙대총학생회장 이내창의 의문사를 다룬 <안경, 안경들>을 준비 중이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로부터 기획개발 펀드 지원을 받아 내년 초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살짝 소개하자면, 1989년 임수경 씨가 방북 후 귀국할 즈음 이내창 씨가 거문도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의 친구들이 거문도에 내려가 장례를 치르기까지 약 2달간 진상규명을 하려 했으나 결국 못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도 나섰으나 완전히 밝히지 못했다. 그의 친구들이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진실을 밝히려 애쓰고 있고 그 언저리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런 그들의 모습을 담으려 한다. 30년 전 이내창의 죽음과 그 이후의 시간이 친구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좇고 싶다. 2014년 진행된 이내창 이장식에서 내가 영상 촬영 기록을 맡은 게 인연이 됐다. 그때 유품으로 안경이 나왔었다. 처음 안장할 때 유품으로 넣었던 안경이 이장 시 나온 거지. 친구들이 애통한 모습으로 이장식을 바라보는데 그들 또한 다 안경을 쓰고 있는 거다. 그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라 그때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년엔 바짝 서둘러 완성하려 한다.

<요요현상>도 영화사 금요일에서 제작한 거로 알고 있다.
양주연 감독과 함께 차린 제작사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그 방향성으로 한다.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 분야에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국내에도 향후 더 흥미롭고 좋은 작품이 나올 여건이 점차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 최근 소소한 즐거움을 꼽는다면.
<요요현상> 개봉을 준비하면서 처음이라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즐겁다. 컬러, 사운드 등 후반작업과 배급사를 결정하고 또 개봉을 확정하는 등 여러 감독과 스탭들의 재능이 투입되는 과정을 거치며 ‘나만의 영화’에서 ‘우리의 영화’로 확장되는 기분이다. 다만 코로나 국면이라 영화를 보러 오라고 주변에 권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웃음)


사진제공_영화사 금요일

2021년 1월 6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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