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지구망’ 보고 웃으면 족해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권익준 &김정식 PD
2021년 7월 2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글로벌 청춘들이 국제 기숙사에 모였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생존력 만렙인 조교 ‘세완’(박세완), 기숙사 신입 ‘제이미’(신현승), 허세에 찡찡이나 미워할 수 없는 막내 ‘쌤’(최영재), K-드라마 매니아 ‘민니’(민니), ‘옘병’이 입에 착 달라붙은 ‘카슨’(카슨), 카사노바(?) ‘테리스’(테리스), 깐깐허당 유교보이 ‘한스’(한스) 그리고 외국인 코스프레 하는 한국인 ‘현민’(한현민)까지 국적도 성격도 제각각인 이들이 웃음과 공감을 제조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첫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는 <논스톱> 시리즈의 권익준 PD와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정식 PD가 의기투합한, 시트콤 가뭄기에 내리는 모처럼의 단비 같은 작품이다. 두 PD를 화상으로 만났다.

넷플릭스 첫 시트콤이자 오랜만에 선보이는 시트콤인데요.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아요.

권익준 PD(이하 권익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려 했어요.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고맙고, 십여년 만에 시트콤에 투자를 결정한 넷플릭스에도 고맙죠. 청춘 시트콤은 젊은 세대의 고뇌와 아픔을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더라도 터치해야 해요. 심각한 취업난에 코로나에 여러모로 답답한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콘텐츠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시트콤의 사회적 기능이 있거든요. 대안(해법)을 제시하기보다, 터치하고 짧은 휴식이나 즐거움을 주는 거라 생각해 이에 집중했어요.

단숨에 정주행했습니다. 어떻게 반응 좀 살펴보셨나요.

김정식 PD(이하 김정식) 오랜만의 시트콤이라 좋았다는 평이 많더군요. 후반부로 갈수록 재밌어진다는 평에 개인적으로 기분 좋았습니다.

권익준 많이 보진 않았는데요, 저 역시 뒤로 갈수록 재밌다고 해서 고마웠어요. 또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가 너무 재밌다고 해서, 어려운 얘긴 아니구나, 쉽게 다가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죠.

쉽고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특히 청춘들의 공감도 많이 사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 시작이 궁금합니다.

권익준 처음부터 시트콤으로 기획한 건 아니었고요. 외국생활 후 2017년 귀국할 당시 한국사회를 보며 느꼈던 점이 홍대와 명동 등 거리에 외국인이 많다는 거였어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여러 사람이 정말 순수하게 한국 문화를 즐기는 것 같더군요. 근데 당시는 헬조선, 4포세대 등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많이 힘들어 하는 와중에 ‘욜로’가 유행하기도 했거든요. 한국 젊은이는 떠나고 싶어 하고 외국 젊은이는 와서 즐기는, 대비의 상황을 보면서 이런 청춘의 단면을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정식 출연자 중 아직 학생도 있는 데다, 실제로 국제 기숙사에 머물렀던 경험도 있어서 현실적으로 그려진 것 같고,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해요.
 권익준 PD
권익준 PD

국제 기숙사를 배경으로, 국적도 인종도 다양한 학생들의 일상을 그리는데요. 집중한 키워드를 꼽는다면요.

권익준 다양성 이슈를 제일 고민했어요. 우리사회에서 다양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시트콤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룰지에 대해서요. 국내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니까요.

김정식 음…우울한 시기니만큼 한 번이라도 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중했던 것 같네요.

캐스팅도 정말 다국적이에요. 동남아, 북미, 유럽, 아프리카 지역까지 출신이 골고루 예요!

권익준 박세완, 한현민 배우는 일찌감치 캐스팅했고, 다른 캐릭터의 캐스팅은 끝까지 고전했어요.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네요. 그 과정에서 캐릭터와 그 관계가 약간 변하기도 했고요. 최종적으로 너무나 캐릭터에 착 감기는 인물을 잘 찾아낸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김정식 20대 초반에 한국어로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캐스팅 후 배우의 색깔에 맞춰 시나리오를 수정해 그들의 매력과 장점을 살리려 했죠.

K-팝, 드라마 등 다양한 국내 문화가 담겼는데요. 특히 부각하고자 한 부분이 있다면요.

김정식 ‘현민’이의 <대부> 패러디 장면이에요. 어떻게 할지 고심하다가 한국적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또 외국인들도 많이 보는 채널이라 음식과 문화를 비롯해 우리 고유의 것을 많이 보여주려 했어요.

권익준 한국 홍보의 목적보다는 한국문화를 즐기는 모습(사람)을 중계하고 싶었어요. 시대마다 다르겠지만, 뉴욕 홍콩 도쿄 등이 전 세계 젊은이의 중심지였잖아요. 최근에는 서울이 이런 감성을 이어가지 않나 싶거든요. 당대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요인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서 음악과 드라마 등 K-콘텐츠를 제대로 예쁘게 담고 싶었죠. 코로나로 인해 많이 못 담아 아쉽지만요. 또 다양성 이슈를 다루면서 ‘꼭’ 우리 문화만 좋고, ‘한국은 최고’ 이런 자세는 지양했어요. 어떤 문화든 존중하려고 노력했죠.

개인적으로 현민-현아 남매의 ‘난 그렇다…’ 대사가 유행 예감인데요. 적극적으로 미는 유행어가 있다면요. (웃음)

권익준 유행어가 의도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카슨’이 사용하는 ‘옘병’이 귀에 착 감기지 않나요? 한국에서도 주로 나이 드신 분이 쓰는 추임새 같은 욕인데 외국인, 그것도 젊은 여성 친구가 사용하니 또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해맑다고 할까요.

김정식 음, 유행어라기보다 제목을 줄인 ‘지구망’ 이 많이 회자됐으면 좋겠네요.

권익준 원래 이 바닥에선 제목에 ‘망’을 쓰면 정말 망한다는 속설이 있거든요. 그래서 설왕설래가 오간 끝에 결정했는데 잘 한 것 같아요. 트랜드에 어울리기도 하고요.
 김정식 PD
김정식 PD

원래 몇 시즌으로 기획하셨나요? 또 향후 작품 진행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권익준 30분 내외 12화인데요. 1200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시트콤은 일단 판타지 세계(세계관)를 제시하고, 시청자가 그 세계에 익숙해진 후 캐릭터들이 앞으로 뭘 할지 궁금해하는 게 중요해요. 때문에 12화는 너무 짧죠. (웃음) 시즌2 등 이후 일정은 아직 전혀 정해진 건 없어요.

김정식 많은 분이 보고 궁금해하면 1200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태국에 있는 ‘민니’와 카톡하면서 태국에 촬영가도 좋을 것 같다고 했어요. 기숙사 아이들이 놀러가는 콘셉트로요. 물론 시즌 2 든 스핀오프든 후속이 나온다는 전제지만요.

전편 사전 제작하는 방식은 처음이시죠? 시청자의 반응에 반응하는 유연성이 시트콤의 장점 중 하나인데 말이죠.

김정식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맞게 하고 있는지 잘 파악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촬영을 끝낸 후 편집하면서도 계속 고민했어요.
권익준 중요한 지적이에요. 예전과 제작 환경이 달라도 너무 다르죠. 과거에는 매주 시청률, 감상평 등으로 피드백을 받았고, 이를 지표로 방향을 잡는 게 수월했어요. 이번엔 우리의 방향이 맞는 방향인지 계속 되물어야 했죠. 그런데 좋은 점도 많아요. 예전에는 여러 사정으로 대충 넘어갔던 부분도 아주 꼼꼼하게 짚으면서 진행했거든요. 불안감 때문이긴 하지만요. (웃음) 배우들도 연기 연습을 많이 했고요. 대중의 흐름이나 반응을 상대적으로 덜 담게 된 것은 아쉽지만, 퀄리티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제작 환경도 변했지만, 성이나 인종 차별 이슈 등 용어와 단어 사용의 민감성이 매우 높아지고 중요해졌는데요. 제작하면서 어떻게 이런 점이 반영됐나요.

권익준 그 부분이 중요했어요. 한국이 의외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면이 있기도 하고요, 우리가 느끼는 차별과 편견에 대한 개념이 외국과 다른 경우가 있어요. 한국 콘텐츠가 해외로 널리 퍼지는 이 시점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여러 분야에 만연해 체감하기 힘든 차별과 편견을 단숨에 극복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요, 차별과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만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구망>은 아예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을 상정하고 들어갔어요. 한편에선 외국인의 한국 체험기 같은 모습을 다루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건 이미 여러 채널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라 우리가 또 거론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죠.

김정식 편견 차별 평등 이슈를 다루면서 주의했지만, 우리가 몰라서 잘못 다룰 수 있어서 여러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했어요. 만약 어떤 그릇된 표현이 있다면 의도하지 않은 실수고요, 바로잡으려 힘쓸 거예요.

한때 크게 사랑받던 시트콤 장르가 어느샌가 인기가 하락하고 따라서 제작도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는데요, 그 이유를 생각해 보셨나요?

권익준 매체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젊은 세대가 방송 매체를 많이 이탈했고 따라서 광고도 인터넷과 모바일 쪽으로 많이 넘어갔죠. 코미디나 시트콤을 즐기는 젊은층이 떠나다 보니 덜 만들고, 볼거리가 없으니 젊은층은 더욱 외면하는 악순환이 된 거죠. 그런데 OTT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한편으로 시트콤의 수요가 생기지 않을까 해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에 시리즈화가 쉽거든요. 지금은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 전쟁인데요, 이때 틈새시장을 노려볼 만하죠. 넷플릭스가 적절한 시기를 잘 포착했다고 보고요, 시트콤 장르도 해 볼만 하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그 물꼬를 <지구망>이 트여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시트콤의 성공요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정식 드라마는 스토리, 시트콤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시트콤은 예전 것도 다시 찾아보는 경향이 강한데요, 이게 캐릭터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재밌고 웃긴 캐릭터는 이야기에 상관없이 보고 또 보게 되는 거죠. 지금도 ‘*** 모음’이라고 해서 해당 캐릭터만 모은 짤이나 클립들이 돌아다니는데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권익준 음, 그걸 안다면 매번 성공했겠죠! 시트콤은 시트콤다워야 해요. 시트콤 같은 느낌을 줘야 하는 거죠. 드라마와 시트콤이 혼재되면서 시트콤이 자꾸 드라마적인 속성을 추구하는데요, 이러면 재미가 반감된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든 뭐든 시트콤스러움을 건드려 줘야 하는 거죠. 이번 <지구망>을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시트콤스러움’이 뭔지 콕 집어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아마 본 시청자는 어떤 느낌인지 아실 거예요.(웃음)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1년 7월 2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