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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은 확실하고 유머는 은근한, 넷플릭스 < D.P.> 구교환
2021년 9월 17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반도>(2020)에서 확성기를 들고 좀비와 인간 간의 게임을 중개하던 ‘서대위’, <킹덤: 아신전>의 말 타고 거친 벌판을 누빈 파저위 족장 ‘아이다간’, 상영 중인 <모가디슈>에서는 동료들을 위해 헌신한 북한 참사관 ‘태준기’, 그리고 이번 < D.P.>의 한호열까지. 구교환은 코로나 시국에서 가장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성큼 다가왔지만, 이미 독립영화계에서는 터줏대감 같은 존재다.

그는 <꿈의 제인>(2016), <메기>(2018) 등 널리 알려진 작품 외에도 수십편의 작품을 통해 연기는 물론 연출, 각본, 제작까지 역량을 펼쳐왔다. 최근에도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예닐곱 편의 독립영화를 작업했고, 앞으로는 좀 더 알릴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는 구교환을 화상으로 만났다. 다소 4차원적이나 주관이 확실하고 은근하게 웃음 주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참고로 그의 창작활동이 궁금하다면 구교환X이옥섭 유튜브 채널(2X9HD)을 방문해보길.


<반도>, <킹덤: 아신전>, <모가디슈>, 이번 < D.P.>까지 겹치는 부분 없이 매번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어쩌면 그렇게 팔색조 같을까! (웃음)
나는 다 나 같이 보인다. ‘나’로 보일까 봐 두려웠는데 그렇지 않다니 다행이다.

새로운 모습뿐만 아니라 연기력에 대한 호평도 많다.
호평에 감사하다. 좋은 제작진과 배우, 여러 스탭들을 만난 덕분이다. 이번 < D.P.>도 편집점, 음악, 연출 등 모든 부분이 내가 촬영하며 기대했던 걸 초월한 결과물이었다.

막 40대에 진입했음에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동안’이다. 또 캐릭터마다 다른 얼굴을 보이는 비결이 있다면.
음… 분장 헤어 메이크업의 높은 기술력과 의상팀의 센스 덕분이다. 그리고 일단 난 동안이 아니고 역할로 인한 착시 현상이다. (웃음) 호열을 그만큼 잘 봐준다는 칭찬인 것 같다.

20대와 비교해 마흔살이 되니 더 좋은 점이 있을까.
20대보다 더 맛있는 걸 많이 알게 됐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건강하고, 그런 게 행복 아닐까. 행복이 최고다!

< D.P.>가 공개 직후부터 국내를 넘어 국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는지. 또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다면.
군대라는 소재는 특별할 수 있겠지만 그 속의 인물과 서사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 그러니까 자기 주변과 닮은 이야기라 많은 분이 공감하는 것 같다. 감상평 중 ‘정주행’ 했다는 댓글이 가장 인상 깊었다. < D.P.>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어떻게 보면 러닝타임이 긴 영화 같아서 한 번에 봤으면 싶었지만, 시간상 어렵지 않을까 했거든. 정주행했다고 하니 그만큼 몰입하고 공감했다는 생각에 고마웠다.

이전 인터뷰에서 인물과 이야기에 호기심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번 < D.P.>는 어느 지점에서 호기심을 느꼈는지.
마찬가지로 인물과 이야기다. 한호열이 가지고 있는 유머에 깊이 참여하고 싶었다. 나를 선택해준 한준희 감독께 감사하다.

‘호열’이 호랑이 열정이라고. 그의 어떤 점에 빠졌나, 특히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면.
멋있는 걸 못 참는 사람 같아 좋다. 그의 모든 대사를 좋아하는데 ‘간다잉’ 하는 어미가 재미있다.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부분을 느끼하지 않게 하는 그 말하는 방식이 좋더라.

한호열은 원작에 없는 캐릭터로 그에 대한 전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접근했는지. 또 ‘행동은 예측되어도 마음은 예측되지 않는 변칙적인 캐릭터’라는 정의처럼 배우의 역량에 많은 걸 기댄 캐릭터인데 어떻게 디테일을 만들어갔나.
< D.P.> 자체가 원작의 좋은 이야기를 다른 매체로 재탄생한 작품이라, 원작에 없다는 걸 의식하지 않았다. 사실 시니리오를 받을 때도 원작에 없는 캐릭터인지 몰랐다. 따로 말씀하지 않으셨거든. 시나리오에 있는 걸 그대로 잘 옮기려 했다. 디테일은… 목소리와 신체를 꾸미지 않고 편하게 다가가는 게 우선이었다.

한준희 감독은 민감한 소재라 수위조절에 신경썼다고 했는데, 연기하는 입장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 이미 좋은 작가님, 감독님, 촬영 감독님이 있어 같이 달려나가기만 하면 됐다. 시나리오에 쓰여진 한호열을 연기하는 데만 집중했고 그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
 < D.P.>
< D.P.>

극중 ‘호열’이 입은 점퍼가 요즘 인기라고. 한호열 룩의 완성에 있어 개인적인 기호나 의견이 반영됐는지?
호열 캐릭터는 한준희 감독님이, 그의 스타일은 의상 감독님이 전적으로 만들어 주신 거다. 항상 같은 점퍼를 입고 다니는 호열을 보며 애착이 강하고, 뭔가 하나에 빠지면 깊게 파는 성격이구나 싶었다. 나 역시 좋아하는 옷이 있으면 그 옷만 계속 빨아 입고 애용하는 편이다.

당신과 한호열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캐릭터와 내가 닮았는지 의도적으로 의식하는 편은 아닌데 어느 부분은 같고 또 어느 부분은 다르다. 이건 어떤 캐릭터나 마찬가지다. 호열은 유머를 좋아하는데 그 부분에서는 많이 닮은 듯하다.

당신의 애드립이 많았는데 한준희 감독에 의하면 철저히 계산한 결과라고 하던데.
철저한 계산은 내가 아닌 감독님이 하신 것이고, (웃음) 의논해 같이 만들어 갔다. 애드립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 게 슛이 들어가기 전에 이미 다 계획하고 약속된 설정이었다.

DP조인 한호열과 ‘안준호’(정해인)의 환상적인(?) 케미는 극을 한층 다채롭고 감정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실제 정해인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특별한 에피소드를 거론하는 게 무색할 정도로 친말하게 지냈다. 그를 만난 것 자체가 에피소드라고 할까. 이번 < D.P.>는 언제든지 부담스럽지 않게 작업할 좋은 배우와 동료들을 만났다는 점에서 아주 행복한 작업이었다. (정) 해인을 비롯해 다른 배우들 모두 나를 한호열로 있게 해줬다. 함께한 모든 배우끼리 모두의 방식으로 티키타카했다고 할지 서로 함께 만들어간 현장이었다.

뛰고, 넘어지는 등 몸 쓰는 액션 장면이 꽤 많다. 액션 포인트라고 할지, 주안점은.
흥이 많이 필요한 액션이라 마치 스탠딩 콘서트를 하는 느낌으로 다가갔다. 안전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프리하게 갔는데, 이전 작품에서 액션신을 준비했던 경험을 활용한 것도 있고, 또 그때와 다른 질감이라 완전히 버린 것도 있고 그렇다.

< D.P.>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나 일을 꼽는다면.
한준희 감독님이다. 모니터를 통해 배우들의 연기를 시청자처럼 바라보면서 계속 디렉션을 주셨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호열’이라는 캐릭터를 만나 성장하거나 새롭게 느낀 점이 있을까.
많은 부분이 있다.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 작은 미소로 남을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묻자면, 군 복무는 어디서 했는지?
용산구청에서 공익근무했다.

유튜브에서 2X9HD 채널을 운영 중이다. 이외 인스타그램 등 다른 SNS 계획은 없는지. 궁금해할 팬이 많을 것 같다.
아직은 계획이 없다. 유튜브 채널은 내 작업의 스케치들을 공유하기 위해 드문드문 올리고 있다.

최근 규모 큰 상업영화와 드라마에 연속적으로 참여했는데, 독립영화 작업은 이어가고 있는지.
영화 개봉과 드라마 공개 시기가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몰렸지만, 촬영은 꽤 전에 마친 작품들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촬영 후에도 여섯 일곱 편의 독립영화를 작업했다. 작품을 좀 더 알릴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독특한 하이톤의 목소리를 연기력과 함께 개성으로 잘 승화한다는 인상이다. 평소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하려는 편인지, 아니면 캐릭터를 자기화시키는 편인지. 접근 방식이 궁금하다.
둘 다 아닌 게 일단 뭔가를 정해 놓고 가는 방식은 나한테는 너무 어렵고 힘들고, 연기할 때 불리한 선택이다. 작품마다 캐릭터마다 때때로 다 다르다. 한 가지 방법이라면 온전히 이야기와 인물에 집중한다는 거다.

전작들을 보면 상대역과 호흡이 참 좋다. 상대와 당신 모두를 부각한다고 할지. 좋은 호흡을 높이기 위해 하는 준비가 있다면.
글쎄… 일부러 의식하고 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 방법으로 준비한다. 가령 작품 안에서 꼭 필요하고 전달해야 하는 대사라면 걸어가면서도 이야기하듯이 촬영 직전까지 주고받는 편이다. 무드가 중요한 장면이라면 서로 릴렉스하면서 농담을 나누거나 같이 밥을 먹는 등 상대배우를 친구처럼, 연기가 아닌 평소에 하듯이 교류하고 교감을 나눈다. 그리고 내 서툰 점에 대해 애기하고 잘 지내려는 편이다. 하다 보면 어차피 알게 될 테니 미리 얘기한다고 할까. (웃음)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면.
지금도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한다. ‘배우’ 구교환이라고 인사하지만 그건 공적인 인사이고, 개인적으로 배우라고 소리 내 이야기할 용기가 아직 없다. 한편으로는 그날이 오지 않았으면 싶고, 그게(오지 않는 게) 편한 듯도 하다. 계속 구하고 헤매고 싶거든. 연출도 마찬가지다. 감독이라는 소개는 너무 무겁다. 호칭은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불러줄 때 내 것이 되는 게 아닌가 한다.

그간에 (배우로) 참여한 작품 중 내 스타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 있을까.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호기심과 궁금증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데 흥미가 있다. (웃음)

< D.P.>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글쎄, 한 시즌 8쯤은 되어야(시즌 8까지 나온다는 말은 아니다) ‘여기까지 왔구나!’ 하면서 알 수 있지 않을까. 의미라는 건 시간이 흐른 후 알게 되는 거로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설레고 좋다!’는 감정이다.

마지막 질문! 최근 소소하게 즐거운 일은.
< D.P.> 공개 후 긴장되고 떨리지만, 작품에 대한 반응이 관객의 생각이니만큼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즐겁기도 하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1년 9월 17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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