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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짧아 보여도 찍는 과정 길어, 체력단련부터 시작” <마이 네임> 한소희
2021년 10월 26일 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 주인공 ‘지우’(한소희)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폭력조직 ‘동천파’ 일원으로 들어간다. 여성인 자신을 해하려는 조직원을 가까스로 저지하고 아버지를 죽인 장본인과 목숨 걸고 맞붙는 등 긴장감 있는 액션의 연속이다. ‘대역보다는 직접’을 선호했다는 김진민 감독의 연출 방향성 아래 한소희는 서울액션스쿨에서 100일 넘는 시간 동안 하루 5~6시간씩 훈련하며 액션 기반을 다졌다. 가장 염두에 뒀던 건 체력 단련이다. “액션이라는 게 완성본을 보면 짧은 시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리허설부터 한 컷 한 컷 카메라 앵글을 바꿔가며 찍는 과정은 굉장히 긴 시간”이기에, 그 과정이 “체력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잘 먹고, 잘 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10kg가량 몸무게가 늘었고 역할 특성상 민낯을 드러내며 연기하는 순간도 많았다. 2020년 방영한 흥행 TV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한소희는 ‘질투 날 정도로 매력 있는 상간녀’를 연기하며 빠른 속도로 유명 배우 반열에 올랐는데, <마이 네임>을 통해 당시와는 확연히 다른 이미지와 역할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액션 누아르물이자 언더커버물인 <마이 네임>에서 전작 <부부의 세계>와는 판이한 인물을 소화했다. 당신이 작가와 넷플릭스의 ‘원픽’이었다는데 왜 주연배우로 낙점됐다고 생각하나.
나도 왜 나를 고르셨는지 잘 모르겠다.(웃음) 넷플릭스 콘텐츠는 여태까지 (관객이 잘) 보지 못한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다 보니 ‘액션을 정말 안 할 것 같이 생긴 배우’를 캐스팅하면 어떨까? 싶은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내 얼굴이 작품에 담기게 된 것 같아서 좋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내 얼굴’은 어떤 의미인가.
많은 매체에서 ‘한소희’ 하면 딱 떠올리는 얼굴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이 네임>에서는 (그와 달리) 화장하지 않은 채로 작품에 임했는데, 따지고 보면 그 자체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웃음) 내 얼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모습이 ‘지우’라는 캐릭터에 잘 스며들어서 (작품에서) 한소희라기보다는 윤지우의 얼굴이 보였고 그게 좋았다.

액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크레딧을 보니 서울액션스쿨이 언급됐던데 언제부터 훈련을 시작해 얼마 동안 단련했나. 또 어떤 운동에 주력했나.
촬영을 2019년 10월 시작해 2020년 1, 2, 3월까지 했다. 그러니 서울액션스쿨은 (촬영 전인) 재작년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좀 넘는 시간을 다닌 것으로 기억한다. 100일 좀 넘는 시간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훈련했다. 늦으면 1시부터, 이르면 오전부터 저녁 5~6시까지였다. 워낙 많은 액션신을 소화해야 돼서 내 체력적인 부분을 (주변에서) 가장 많이 걱정했고, 초반에는 특별한 훈련보다는 구보를 뛰면서 체력 단련 위주로 시작했다. 자세는 정~말 기본적인 구르기나 자세 위주였다. 액션이라는 게 완성본을 보면 짧은 시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리허설부터 한 컷 한 컷 카메라 앵글을 바꿔가며 찍는 과정은 굉장히 긴 시간이다. 그 과정을 버티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했다. (작정하고) 10kg를 “증량했다”고 표현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잘 먹고, 잘 훈련하고, 열심히 액션에 임하다 보니 촬영 직전 9~10kg이 (자연스럽게) 늘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액션 훈련은 무엇인가. 레퍼런스 삼았던 여성 액션물이 있다면.
칼을 쓰는 훈련이 가장 재미있었다. 감독님이 초반에 원테이크 촬영 액션 신이 있을 거라고 말씀하셔서 <아토믹 블론드>(2017)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찍은 원테이크 액션 신을 참고했다. 어떻게 힘을 써야만 여자가 남자를 무력화시키는 게 합리적으로 보일지 많이 생각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는다면.
내가 맞는 액션 신을 연습하는 건 쉬웠는데 내가 누군가를 때리는 신은 힘들었다. 아직 (내 실력이) 너무 미숙한 걸 (스스로) 아는 상황이라 그랬던 것 같다. 촬영 중에는 ‘무진’을 구하기 위해 철근으로 돼 있고 밑이 뚫려 있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뛰어가야 하는 신이 있었는데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필사적으로 뛰는 게 안되더라. 떨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웃음) 정면만 보고 뛰어갔던 기억이 있다.

박희순, 이학주와 칼이나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비중 있는 액션 신을 구사하는데 다양하고 어려운 액션 합을 반복해서 맞춰야 했을 것 같다. 상대 배우와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
(체력 단련 이후) 촬영 직전까지 서울액션스쿨에서 여러 액션 합을 맞추는 데 초점을 뒀다. 나도 몰랐는데 현장 상황에 따라 합이 계속 바뀔 수 있는 게 액션 장르더라. 배우가 거기에 적응하고 현장에서 갑자기 변화가 생겨도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사전에 합을 짜 놓고 그것만 연습 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의 액션을 몸에 익혀 놔야 하겠더라. 그래서 (박)희순오빠, (이)학주오빠와 서울액션스쿨에서 다양한 합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럼에도) 촬영 당일에는 서로가 다칠까봐 걱정을 너무 많이 했다. 충분한 리허설로 다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촬영을 진행했다.

각각의 액션 신에서 가장 염두에 뒀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두 역할을 향한 ‘지우’의 감정이 달랐기 때문에 그걸 염두에 뒀다. 학주오빠와 싸우는 신에서는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필사적으로 싸웠다면, 희순오빠와 싸우는 마지막 엔딩 신에서는 이미 범인이 누군지도 알고, 내가 죽어도 되고 네가 죽어도 되니 둘 다 죽어보자(웃음)는 마음으로 싸웠다. 엑션의 기반이 되는 감정의 기반을 좀 다르게 뒀다.


작품 분위기도 어둡고 실제 수행해야 하는 역할도 여러 고초를 겪는 인물이다. 정서적으로 고단함을 느낀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
특히 어려웠던 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달려가는 마음가짐을 해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사건을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 목적의식을 잃지 않으려고 아버지가 죽었던 시퀀스를 계속해서 상기하다 보니 체력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힘들었던 순간도 있다. 액션물이지만 수많은 감정이 부딪혔고, 서로 속고 속이는 하드보일드한 신이 많았다. 그때 김진민 감독님은 매 신에서 직감적으로,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자유를 주셨다. 앞의 신에서는 이렇게 했으니 뒤에는 중간 강도로, 그 뒤에는 강한 강도로 높낮이와 밸런스를 맞춘다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놓아주셨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다. 첫날 촬영한 첫 신이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었는데 계산하지 말고 신에만 집중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후반부까지 이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게 해주셨다.

야만적인 남자 조직원들과 합숙한다는 설정에 성적으로 수모를 당할 뻔한 위기까지 관객으로서는 긴장되는 순간도 많은데.
조직원 역을 맡은 남자 배우분들은 전부 서울액션스쿨에서 뵙고 같이 운동했던 기수생이거나 선생님이시다. 실제로는 막내로서 사랑받으면서 잘 촬영 했다.(웃음) 하치만 ‘지우’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정말 끔찍한 공간이다. 그 안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누군가 (‘지우’를 향해) 빨래를 던지는 신은 (연기인 줄 알면서도) 마음의 상처 입을 만한 신이었다.(웃음)

‘필도’(안보현)와의 베드신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 일부에서는 꼭 필요했냐는 의견도 있는데.
일단 그 장면이 꼭 필요한 신이었다고 생각하고 난 뒤에는 ‘베드신’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극 중에서 필요한 하나의 카테고리 신으로만 생각하는 편이다. (작품 공개 이후 세간의) 관심 역시 부담감으로 느끼기보다는 ‘내가 잘 소화해냈으면 됐다’는 생각이다.

극 중 가장 매력적으로 본 배역과 배우가 있다면.
‘강재’ 역을 연기한 장률 배우다. 대본을 읽을 때부터 ‘지우’가 (심리적으로) 크게 휘청일 수밖에 없는 구간이 ‘강재’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나서부터라는 걸 알았다. ‘지우’가 그 때문에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하는 반면 ‘강재’라는 캐릭터 자체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표현됐다. 동천파에 들어와 꼭대기까지 가기 위한 순수한 마음이 이렇게까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연기가 굉장히 놀랍다. 실제로는 말도 조곤조곤하고 착한 오빠인데(웃음) 촬영만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버리더라. 보는 나도 ‘저 사람 누구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 선배님이셨다.


<부부의 세계>와 <마이 네임>,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두 작품에서 모두 암담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였고 또 그와 잘 어울린다는 인상이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무드’만 놓고 보자면 밝은 쪽보다는 어두운 쪽에 치우쳐 있는 캐릭터를 더 많이 연기했다. 나와 어딘가 닮아 있는 부분도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보다 좋은 배우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 캐릭터에 대한 서사가 (자기 이미지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면 더 나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나 한다. 2~3년 전 인터뷰에서도 ‘사연 있어 보이는 얼굴’ 때문에(웃음) 이런 캐릭터를 맡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 평가와 의견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는 편이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실감하나.
난 행복과 불안이 비례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대중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을수록 거기에 부응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진다. 요즘에는 내 인생 앞날 고민보다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래서 행복 그래프와 불행 그래프가 동일하게 올라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연기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매사에 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겁내지 않으려 한다는 점 아닐까. 그런 나를 좋게 봐주는 분도, 색안경 끼고 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스스로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먼 훗날 죽기 전에 곰곰이 인생의 순간들을 떠올려봤을 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인생은 살지 말자고 생각한다. 그게 직업이든 삶이든 말이다. 또 돈이 적든 많든 떳떳하게 살고 싶다.

즐겨 보는 장르나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
내가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더라. 나도 최근에 안 사실이다. 주인공의 감정을 대사나 표정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내면의 소리인 내레이션으로 전하는 게 더 집중되고 흡입력도 있는 것 같다. 인간이 감추고 싶은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류의 작품도 좋아한다. 최근에는 <디태치먼트>를 두 세 번 돌려봤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드러내고 싶지는 않은 치부나 저~ 밑에 있는 감정 같은 걸 섬세하게 끌어올려서 (대놓고) 표현하지 않아도 저 사람의 기분이 어떤 건지 알 것 같게 해주는 영화가 좋다.

사진 제공_넷플릭스

2021년 10월 26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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