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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류승룡! 희비극이 한 얼굴에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2021년 11월 17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형사 겸 통닭집 사장으로 크게 성공을 거뒀던 <극한직업>의 류승룡이 돌아왔다. 이번엔 소설가 ‘현’이다. 조은지 배우의 상업 장편 영화 감독 데뷔작인 <장르만 로맨스>는 여러 인물의 다양한 관계 속에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휴먼 코미디. 사이다 같이 톡 쏘는 맛이 있는 짧게 치고 나가는 대사와 인물 간의 티키타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혼한 아내, 현재 아내, 자신을 사랑한다는 제자, 아들, 출판사 사장이자 친구 또 잘나가는 후배 작가까지 사람과 관계의 중심에 선 ‘현’으로 분해 희비극을 한 얼굴에 담은 류승룡을 화상으로 만났다.

영화의 어떤 점에 끌렸나.
그간 선 굵은 연기를 주로 하다가 일상적인 관계 속에 진행되는 이야기라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흥미로웠다. 같은 소속사라 10년차 회사 동료(?)인 조은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데다 그가 이전에 연출한 단편을 보고 잘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영화를 보니 과연 ‘장르만’ 로맨스라고 한 이유를 알겠더라. 어떤 장르라고 파악하고 준비했는지.
하나의 장르로 특정하기는 너무 여러 결을 지닌 것이 마치 인생과 닮은 것 같다. 인생이 단지 재미있다, 아프다, 슬프다 등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것처럼 극 중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저마다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인데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휴머니즘 코미디가 아닌가 한다.

제목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입술은 안돼요’ 였는데 여러 고민 끝에 ‘장르만 로맨스’가 낙점된 거로 알고 있다. ‘입술은 안돼요’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대체할 제목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장르만 로맨스’라는 제목을 듣고 깜짝 놀랐고 과연 옳은 선택이다 싶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여러 요소를 표현할 최적의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니 ‘역시 류승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물간(?) 소설가 ‘현’을 너무 잘 연기한 것 아닌가! (웃음) 어떤 식으로 표현하려고 했나.
과거 한창 잘 나갔다면 지금은 슬럼프에 빠진 작가인데 허당끼도 있고 또 비호감에 찌질한 부분도 있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밉지는 않아야 하고 또 어떤 순간은 그의 진심이 전해져야 했다. 때론 응원할 인간적인 매력과 더불어 나름 지적인 면을 지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감독님이 ‘현’의 비호감을 줄일 여러 장치를 마련해 놓은 덕분에 (비호감을) 많이 덜어낸 것 같다.

얼굴에 희비극이 교차하는 듯하더라. 배우로서 당신의 얼굴이 지닌 장점은 뭘까. (웃음)
음, 커서 스크린에 꽉 차니 그만큼 잘 보이는 것? (웃음)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쌓이는 연륜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얼굴에 담기는 것 같다. 희비극이 교차한다고 느꼈다면 감사한 일이다. 웃음의 끝은 울음이고 울음의 끝은 웃음이라는 인생의 한 면이 연기 호흡 안에 담겼다는 말이니 말이다.

작가로서의 고민과 잘나가는 후배를 향한 부러움과 질투 등 소설가 ‘현’의 디테일한 감정을 잘 살렸더라. 개인적으로 현의 성격 중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아픔이 있고 슬럼프에 빠지곤 한다. 잘하려는 행동이 실수로 이어지고 그러다가 오해를 사기도 하지 않나. 현의 이런 모습이 인생을 투영하는 듯해서 마음에 와닿더라.

극 중 현과 비슷한 연배인데 어떻게, 그의 감정에 공감되던가.
공통점도 다른 점도 있으니 일부는 당연히 공감된다. 극 중 현은 자기를 챙기기보다 아들과 미국에 있는 딸을 위해 생계 전선에서 일하고 있지 않나. 겉으로는 작가에 교수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그 안에서는 나름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그런 그를 보면서 문득 ‘현’은 누구에게 위로 받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 역시 아들, 사위, 남편, 아빠 그리고 배우로 또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 역할하다 보면 느끼는 감정이 현과 맞닿으면서 연민과 짠한 감정이 들었다. 다만, 그가 (바람으로 이혼 등) 일상적인 인물은 아닌지라 그런 부분은 다르다. (웃음)
 <장르만 로맨스>
<장르만 로맨스>

극 중 주요하게 거론되는 워딩 중 하나가 ‘관계’다. 작가로서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하나 정작 자신은 서툰, 현의 어떤 성장기 같은 면이 읽힌다.
우리 모두는 어떤 관계 속에 살고 있지 않나. 상처를 받기도 또 주기도 하면서 그 안에서 치유하고 성장하기도 한다. 현은 관계에 있는 인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닌가 한다. 덕분에 누구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빠, 가장, 선생, 소설가 그리고 성인이지만, 현은 여전히 서툰 면이 있고 그 점을 알고 또 노력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잘 안되는 거지. 마감을 앞두고 낚시하러 간 그 마음이 오죽하겠나. 다 그런 거지. 나 역시 가끔 대사를 까먹는 꿈을 꾸기도 하는데 이런 감정이 영화 속에 잘 담긴 것 같다.

이번 작업을 통해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을 법도 한데 어떤가. 관계를 잘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건 무얼까.
관계란 주고받는 거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 같다. 왜 세이프 존이라고 지구와 태양이 너무 가까워지면 다 타버리고 멀어지면 얼어 버리고 말지 않나. 그러니까 얼지도 데이지도 않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받을 때 주로 어떻게 극복하는지.
살면서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 극 중 툭툭 던지는 한마디들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지만, 동시에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 게 사람이지 않나. 슬럼프다 싶으면 주로 자연 속에 나를 맡겨 두는 편이다. 걸으면서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심장 박동을 들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 후 집에 와서 아이들과 아내를 볼 때 바로미터가 생기고 다시 활력을 얻는다.

짧게 치고 나가는 대사가 사이다 같이 톡 쏘는 맛이 있고 인물 간의 티키타카가 좋더라. 이혼한 아내, 현재 아내, 자신을 사랑한다는 제자, 아들, 출판사 사장이자 친구 또 잘나가는 후배 작가까지 ‘현’은 사람과 관계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 촬영하며 에피소드도 많았겠다.
다시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아들과 투덕거리고 처음에는 서툴게 위로하다가 성장통을 지켜보는 와중에 자기도 성장하고 또 아들의 성장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또 제자인 ‘유진’(무진성)과 옥탑방에 같이 머무는 동안의 해프닝 등도 재미있게 촬영했었다.

작업해보니 조은지 감독은 어떤 감독인가.
배우를 겸한 감독이라 배우의 언어와 표현에 깊이 고민하고, 이를 아주 좋은 실연(실제 연기)으로 보여주는 감독이다. 가끔 어떤 감독님은 몹쓸(?) 그러니까 연기에 도움되기보다 오히려 헷갈리게 하는 실연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웃음) 조은지 감독은 그런 일이 없다. 이전 작품에서 선 굵고 센 캐릭터를 주로 하다 보니 이런 일상적인 캐릭터 그러니까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인물은 상대적으로 연기하기 어렵다고 느끼는데, 조은지 감독이 나를 잘 바닥에 붙잡아줬다. 확실하게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거의 모든 장면에서 감독이 힌트를 준 지점이 있고, 특히 오정세 배우랑 더덕주를 마실 때 또 후배 작가가 부커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등 몇몇 장면은 감독이 보여준 연기를 그대로 따라서 한 것도 있다.

조은지 감독이 지금 말한 장면을 실연하는 걸 상상하니… 찰떡 같이 그려진다! (웃음) 촬영 현장이 당연히 화기애애했을 것 같다. 공동 작업에 있어 무엇보다 호흡을 강조했는데, ‘좋은’ 호흡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즐겁게, 누구든지 눈치 보지 않고 자기를 던질 수 있도록 서로에게 안전망이 되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권위 높은 누군가를 중심으로 한 수직 관계가 아닌, 자기가 준비해온 연기를 편하게 실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고 다 같이 노력했던 것 같다. 김희원 배우도 오나라 배우도 그렇고 특히 오나라 배우는 워낙 의욕 있고 그만큼 고민도 많이 하는 배우라 에너지가 최고다. 그 에너지를 현장에서 나눠줘서 피곤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넷플릭스 <킹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사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데, 가볍게 묻자면 사극과 현대극 중 어떤 쪽이 더 어렵나.
현대극이 훨씬 어렵다. 사극은 다들 그 시대를 안 살아봤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잘 모르지 않나. 그런데 현대극은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살고 있는 현재 삶의 연장이라 지금의 현실과 사회를 담고 그려야 해서 더 신중하고 더 어려운 면이 있다.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이후 로맨스라고 하긴 좀 애매하기도 하지만, 여하튼 이렇게 성별을 불문하고 꼬인 남녀관계 속의 주인공을 맡았다. 혹시 멜로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웃음)
이미 너무 나이가 들어서… 물론 중년이나 황혼의 멜로도 있으니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준비하고 있겠다. (웃음) 아, 그리고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내 아내의 모든 것>의 GV 행사가 있어 오랜만에 다시 보고 관객과 만났는데, 참 잘 만든 영화라고 새삼 느꼈다. 지금 봐도 얼마든지 공감할 이야기이고, 10년이 흘렀는데도 오히려 당시보다 더 공감되더라. 이런 감정이나 감수성을 담은 작품을 다시 할 기회가 온다면 좋겠다.

<장르만 로맨스>를 홍보할 강력한 한 방은? 또 마지막으로 소소하게 행복한 일은 무엇인지.
음… ‘독특한 매력의 감독과 다양한 색의 배우가 어우러져 공감 있고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 한데 강력하지 않은 것 같기도. (웃음) 평소 일하지 않을 때는 주로 가족, 신앙생활 그리고 운동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요즘 오랜만에 관객과 만날 생각에 잠을 뒤척일 정도로 즐겁고 행복하다. 또 여러 이유로 차를 한동안 못 마셨는데 다시 마실 수 있게 되어 좋다.


사진제공. NEW

2021년 11월 17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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