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서재하 기자]
<안나라수마나라>가 공개 직후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7위를 기록했다. 현재 순위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이렇게 많은 분이 봐주셔서 감격스럽고 감사하다. 공들여서 만든 작품을 한국뿐 아니라 해외분들까지 본다는 게 신기하고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 평을 보기는 겁이 난다. 친구들이나 회사, 홍보팀 등 가까운 분들에게 물어보고 있는데 좋은 평가를 많이 해 주신다. 그 중에서 ‘감동적이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안나라수마나라>는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많은 팬을 보유한 작품이라 부담이 되기도 할 텐데.
부담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웹툰 속 ‘리을’은 모델처럼 너무 멋있는 캐릭터이다. 그래서 어깨가 무거웠다. 비주얼적인 것부터 톤 앤 매너까지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웹툰과 똑같이 가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리을을 재창조하고자 했다. 감독님 역시 원작을 그대로 따라하기보다는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우리만의 것을 만들자고 하셨다. 덕분에 나만의 ‘리을’을 만들 수 있었다.
‘리을’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무엇인가.
보통 연기할 때 ‘이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생각으로 접근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아무 의문 없이 리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루려고 했다. ‘리을’은 현실적이면서도 가끔은 정신이상자 같기도 하다. 연기하기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캐릭터랄까. 그래서 기쁜 장면은 더 기쁘게, 슬픈 장면은 마냥 슬프게 표현했다. 매 신을 솔직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안나라수마나라>를 통해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했다. 어떤 부분에서 맞닿은 지점이 있었나.
돌이켜 보면 항상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부터 학업 스트레스뿐 아니라 경제적인 고민도 깊었다. 현실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일찍부터 느낀 것 같다. 약간의 우울함이 있었는데 다행히 어머니의 사랑으로 극복했다. 이 같은 어린시절의 기억이 <안나라수마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대본 속 ‘리을’이나 ‘아이’를 보면 모두 나의 이야기 같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 ‘리을’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하울과 닮았다는 이야기가 돈다. 어떻게 생각하나.
부끄러울 따름이다. (웃음) 김성윤 감독님이 현장에서 ‘하울’ 이야기를 참 많이 하셨다. 그래서 속으로 ‘아니, 하울을 어떻게 연기해?’라고 생각했다. 보시는 분들이 하울을 떠올리는 건 감독님이 의도한 연출 방향과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실 ‘리을’과 ‘하울’의 캐릭터 성향 자체는 비슷하다. 두 캐릭터 모두 동화 속 천진난만한 어른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안나라수마나라>의 다채로운 연출이 아니었으면 이런 캐릭터 구현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극중 ‘리을’은 수준급의 마술 실력을 보여준다. 엄청난 연습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훈련은 얼마나 받았나.
일루셔니스트 이은결님이 마술 디자인을 도와주셨다. 3,4개월 정도 연습에 몰두했다. 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뻔뻔함이다.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고 실제 벌어진 일처럼 연기하는 것이다. 손 동작, 시선, 타이밍 등 디테일하게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카드 마술 두 개 정도를 완벽히 습득했다. 친구들이 다들 신기해한다. (웃음)
배우 최성은, 황인엽과의 호흡은 어땠나.
(최)성은이는 정말 잘 한다. 적당한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참 똑똑한 배우인 것 같다. 성은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최대한 현장을 편하게 하려고 했다. (황)인엽이는 정말 매력있다. 일단 너무 멋있는 친구이다. 절로 응원을 하게 된다. 두 배우 모두 훌륭하게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정말 멋진 배우들과 함께해서 영광이었다.
‘달래’, ‘금동’ 두 앵무새와 함께 연기하기도 했다. 촬영은 어땠는가.
두 앵무새랑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앵무새하고 호흡은 거의 없었다. (웃음) 앵무새들이 장난을좋아하더라. 머리카락을 잡아뜯는다거나 머리 위로 올라가는 경우가 있었다. 앵무새와 연기할 때 느낄 수 있는 재미랄까. (웃음) 문제는 예민할 때이다. 손을 문다. 한 번 물렸었는데 너무 아파서 이후로는 손 뻗기가 좀 무서웠다.
가장 애정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씬인가.
마지막 회, 마지막 장면인 커튼콜 씬이다. <안나라수마나라> 시청자분들에게 주는 선물 같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배우 입장에서 커튼콜은 작품이 끝나고 인물이 아닌 나를 보여주는 시간이다. 그 때 객석에 스태프들이 앉아있었는데, 그분들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스탭들에 대한 존중의 의미였다. 커튼콜 씬을 촬영하면서 너무 설레고 즐거웠다. 모든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다들 시간을 내주셔서 함께 하는 것 자체가 벅찼다.
뮤지컬 형식의 드라마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촬영을 하면 스스로 너무 즐기지 못하게 되니 잊으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 작품을 해오면서 성적이 좋았던 작품도, 안 좋았던 작품도 있었는데 모두가 큰 기회였다. 그런 실패의 경험 때문에 무서워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도망치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다. 성공만 쫓으면 ‘마흔 살의 나’, ‘쉰 살의 나’가 힘들어질 것 같다. 앞으로도 작품 선택을 할 때 실패의 부담감은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도망치지 않으려 한다.
2013년 방영한 MBC 드라마 <기황후>로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한류스타’라는 호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류스타’라는 명칭을 떨쳐내고 싶다. 감사하지만 좀 부끄럽다. 내가 ‘한류스타가 맞아?’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요즘은 작품을 선택할 때 ‘나중에 어떤 배우가 될 수 있을지’ 우선적으로 고민한다. 나 자신을 깨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모색 중이다.
뮤지컬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가.
최근에는 휴머니즘에 관련된 작품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이젠 액션, 누아르, 공포 등과 같은 장르물을 해보고 싶다. 또 점점 나이가 들어가며 내가 멜로를 하면 새로운 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한다. 언젠가 퀴어 멜로 장르도 해보고 싶다.
사진제공_넷플릭스
2022년 5월 18일 수요일 | 글 서재하 기자(jaeha.seo@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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