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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할리우드 사운드 에디터에서 연출자로! <더 노비스> 로런 해더웨이 감독
2022년 6월 8일 수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쿠엔틴 타란티노, 데이미언 셔젤, 잭 스나이더 감독 등 할리우드의 내로라 하는 감독들과 작업한, 이른 바 ‘잘 나가는’ 사운드 에디터였던 로런 해더웨이 감독은 어느 날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 그리고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조정을 소재로 한 스포츠 스릴러 <더 노비스>로 데뷔한 로런 해더웨이 감독과 서면으로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사운드 제작진으로 40 편 이상에 참여했다. 하지만 정작 대학 시절엔 사운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영화와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15살 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2003)을 처음 보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돈을 모아서 저렴한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를 사기도 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갔는데 다들 나보다 영화 쪽 경험도 훨씬 많아 보이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내가 감독이 될 자질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주눅이 좀 들더라. 하지만 편집하는 건 언제나 좋아했다. 그래서 대학에서 후반작업 관련 수업을 있는 대로 다 찾아서 들었다.

한 번은 내가 강의를 들었던 교수님께서 본인이 가르치는 다른 강의를 소개해줬다. 사운드 후반작업과 사운드 디자인에 관한 수업이었다. 그 수업에서 교수님이 실제로 담당한 영화의 클립을 하나 보여주셨는데, 기존의 사운드를 빼고 수업에서 학생들이 직접 녹음한 폴리(주: 움직임에 수반되는 소리나 도구들을 사용할 때 필요한 소리) 사운드로 대체했더라. 그 전까지는 사운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걸 보면서 정말 놀랐다. 이후 사운드에 완전히 매료됐고 사운드 디자인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2012년 LA로 이사했다.

사운드 디자인이란 정확하게 어떤 일인가.
여기에 대해 이야기할 게 워낙 많아서 별도의 에세이나 인터뷰가 필요할 것 같다. (웃음) 개인적으로 사운드는 영화적 경험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영화감독들이 사운드를 보다 창의적인 도구로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헤이트풀8>(2015)에 참여했는데 선망하던 감독과 함께 작업하는 건 어땠나. 타란티노 감독은 당신을 영화계로 이끈 주역 중 하나인데.
사실 영화 산업에서 일을 시작하는 건 정말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기도 어렵다. 그래서 터무니없어 보이는 목표를 먼저 세웠다. 그 중 하나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거였다. 이후 몇 년 동안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헤이트풀8>에서 타란티노 감독과 함께 일한 건 내게 의미가 남달랐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다. 10년 전 내게 동기부여가 된 그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하다 보니 상당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일이 없었더라면 각본가나 감독을 해야겠다는 자신감도 가지지 못했을 거다.

순조롭게 커리어를 쌓아나가던 중 본인만의 작품을 연출하게 됐다. 그간 연출의 꿈을 완전히 접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연출을 향한 의지를 갑자기 불타오르게 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사운드 일을 시작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는데 하나는 타란티노 감독과 일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30살 쯤 극장 개봉 영화의 사운드를 전체적으로 책임지는 거였다. 두 번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나아가는 중 문득 평생 다른 사람의 작품에만 매달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그것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내가 그 이상의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간 연출에 도전하지 않았던 건 내가 연출을 맡을 정도로 창의적이거나 똑똑하지도 않고 경험도 부족하다고 느껴서다. 그런데 영화 산업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엔 창의력이 돋보이는 천재들도 있지만 사실 그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별 생각 없이 일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고. (웃음) 그래서 나라고 (연출을) 왜 못 하겠냐는 생각이 들더라.

<더 노비스>가 첫 연출작이다. 각본을 쓰거나 연출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촬영을 시작한 첫 주에는 모든 장면을 물 위에서 찍었는데 세례를 받는 기분이었다. (웃음)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고 그런 걱정이 현실이 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실수가 있었던 덕에 나머지 촬영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느껴졌다.

연출은 처음이지만 사운드 일을 하면서 많은 영화들이 초반 4시간짜리 편집본에서 최종 극장 상영본으로 편집되는 과정을 봤다. 어떤 장면을 옮기고 자르는지, 어떤 부분이 영화에 맞지 않는지, 그리고 어떤 장면을 다시 촬영해야 하는지 옆에서 수없이 많이 봤다. 그래서 촬영할 때 시간적인 제약이 생기거나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머릿속으로 편집 과정을 떠올렸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집중했다.

사운드 제작진으로 활동한 경력이 연출에 어떤 영향을 줬나.
각본을 쓸 때 사운드를 먼저 염두에 뒀다. 영화가 ‘알렉스’의 내면에 집중한 만큼 사운드와 이미지를 통해 감정 상태를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직접 사운드 에디팅을 맡았나.
직접 사운드 에디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운드 후반작업에 예산을 많이 쓸 수 없었던 데다 내가 원하는 방향에 대한 기대가 워낙 높았다. 사운드 분야에서 내가 잘 알고, 이전에 함께 작업해봤던 스태프들과 함께 내가 직접 에디팅을 하겠다고 프로듀서들과도 합의를 봤다.

당시 이 영화를 작업하면서 동시에 잭 스나이더 감독의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 작업도 병행했는데 낮에는 <저스티스 리그> 작업을 하고, 밤에는 내 영화 작업을 했다. 이 때는 일주일에 100시간씩, 말 그대로 무지막지하게 일했다. (웃음)

아무래도 음악과 음향에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은데, 가장 음악(음향)이 잘 활용됐다고 생각하는 시퀀스를 꼽자면.
에르고미터(로잉 머신) 위에 쓰러지듯 누운 ‘알렉스’가 대표팀 선수에게 자리를 비켜 주기를 거부하는 장면에서 쓰인 음악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 때 ‘알렉스’는 심적으로 가장 가라앉고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여기에 맞춰서 사운드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알렉스’가 겪는 극도의 피로감과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동시에 목표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을 드러낸다. 다른 누군가가 그에게 하는 말이 더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슬로우모션과 함께 빈티지 음악을 곁들이는 등 그간 스포츠, 스릴러 장르에서의 음악 쓰임새와는 현저히 다른 느낌이었다.
처음엔 영화를 느슨하게나마 ‘알렉스’와 조정이라는 스포츠 사이의 사랑 이야기로 구성했다. 첫 이끌림부터 초반의 어색함과 처음 나눈 사랑, 이어서 사랑에 빠진 후 점차 치명적이고 강박적인 관계로 변질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런 관점으로 영화를 보면 배경으로 나오는 노래들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더 와닿을 거다.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나 심리 스릴러 장르 영화에서 기대하는 바와는 다르겠지만 (노래는) ‘알렉스’의 심리 상태를 아주 잘 포착하고 있다. 알렉스가 조정과 맺는 관계가 위험하게 뒤틀리면서, 노래도 그에 따라 변화한다.

팝, 고전 영화 음악, 컨트리, 캐럴 등 다채로운 음악이 나오는데 노래들은 직접 선택한 건가.
뮤직 수퍼바이저 앤디 로스와 함께 작업하긴 했지만 극에 들어갈 노래는 직접 선택했다. 내가 영화에 정말 넣고 싶어서 각본에도 언급했던 중요한 노래 세 곡을 넣었다. ‘Someday You’ll Want Me to Want You’와 ‘I’m Sorry’, ‘Al Di La’다. 다른 고전 영화 음악들은 앤디가 보내준 수백 곡 중에서 고른 거다. (웃음)

그밖에 영화에 들어갈 노래는 어떤 식으로 골랐나.
영화에 꼭 맞는 노래를 여러 곡 찾으려면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우선 플레이리스트에 노래를 많이 담아 놓는다. 알고리즘을 통해 노래를 추천 받기도 했다. 가사나 음악 장르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고 대신 노래가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정서를 더 중요하게 봤다. 그 다음 선택한 노래를 편집 타임라인에 집어넣은 후 장면을 돌려보면서 어떤 느낌인지 확인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화면도 굉장히 감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뮤직비디오 감독 토드 마틴이 촬영감독으로 참여했더라.
토드는 이번 영화의 프로듀서인 라이언 호킨스와 이전에 몇 작품을 함께한 적이 있고 라이언이 내게 토드를 추천해줬다. 내 나름대로 다른 촬영 감독들도 많이 찾아봤지만 계속 토드로 눈길이 가더라. (웃음) 촬영 수준이 매우 높고 자신의 분야에 지나치게 강박적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완벽을 추구한다는 점, 모든 실행 계획을 완전히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사운드 쪽에서 일했기 때문에 연출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불안감이 있었다. 그 중 상당 부분은 내가 카메라에 관해서 아는 바가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 그래서 내가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내가 어떤 화면을 구현하고 싶은지, 어떤 분위기를 담아내고 싶은지는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그걸 이뤄내는 방법은 몰랐다. 내가 선으로 스토리보드를 대충 그려서 모아 놓은 룩북을 토드에게 보여주면 토드는 그걸 충실히 화면에 구현해냈다. (웃음) 평생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이다.

본인의 대학 시절 자전적 경험을 담았다. 각본을 쓰고 영화를 연출하며 스스로의 과거에 대해 반추하게 됐을 거 같다. ‘알렉스’ 역의 이사벨 퍼만이 재현하는 본인의 과거를 보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 처음엔 이 각본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촬영장에서 이사벨이 연기를 하다가 나에게 자신이 해보지 않은 경험에 대해 물어볼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했고 다른 스태프들도 옆에서 함께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 과거를 알게 된다는 게 겁이 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엔 모든 걸 내려놓고 나를 전부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그렇지만 화장실에서의 장면을 찍을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더라.

보통은 이미 잘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이는데 ‘알렉스’는 남들과는 달리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극단적으로 노력한다.
(타고난 자질이) 최고가 아니라고 해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하는 건 아니다. 최고의 자질을 타고난 사람들의 경우 실제로 자신의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저 만족스러운’ 정도로 나아갈 뿐이다. 영화는 최고가 되려는 ‘알렉스’의 여정을 담고 있고, 이 여정이 과연 가치 있는 것인지는 관객이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알렉스’는 왜,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
우리가 지금의 모습이 된 건 우리가 살면서 내린 어떤 하나의 결정이나 사건 때문이 아니지 않나. ‘알렉스’는 늘 현재 수준 이상의 것을 갈망하지만 쉽게 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타고난 재능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한 인물들에게 분노를 느낀다. 생물학적으로 쉽게 이룰 수 없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에 중독되어 있다고도 설명할 수 있겠다. 이런 집착이 ‘알렉스’의 삶에 목적의식과 방향을 더해줬다고 볼 수 있다.

도전은 언제나 좋은 동기부여가 되지만, 도달할 수 없는 목표는 반대로 좌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알렉스’가 진정으로 바라고 목표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알렉스’는 조정이라는 스포츠를 자기가 정복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거다. 조정이 아니라 어떤 스포츠도 선택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촬영할 때 탁구를 소재로 한 <더 노비스>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얘기를 농담 삼아 하곤 했다. (웃음)

그렇다면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내게 목표라는 건 북극성과 같다. 목표가 있다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일을 해나갈 때 방향과 지침, 목적의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목표를 가지지 않고서는 나아갈 수 없다. 앞으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예산 범위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상당히 야심 찬 7개년 계획을 세워 놨는데, 이게 지금 나의 북극성이다.

사운드 일을 다시 할 생각은 없나.
지금으로선 사운드 쪽에서 다시 일할 생각은 없지만 각본가나 감독으로서 실패하게 되는 경우, 다시 돌아갈 직업으로 나쁘진 않다. (웃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영화 제작 분야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과소평가 받는 이 분야(사운드)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주고 싶다.

사진제공_(주)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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