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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레이스를 달리는 마라토너” <브로커> 송강호 배우
2022년 6월 24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송강호는 말한다. “배우가 직업인 자연인 송강호는 긴 레이스를 달리는 마라토너와 같다. 42.195km가 아닌 420km 혹은 4,200km 든 긴 레이스를 달리는 중이다. 힘들고 지치면 때론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렇게 충전이 되면 다시 속도를 올려 달린다. 어떤 결과나 상황에서도 ‘마라토너’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대표 배우이자 어느새 칸의 단골배우가 된 송강호를 화상으로 만났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은 당연히 기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송강호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을 축하한다! 차근차근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고 했는데, 수상 소감 한 말씀!
알다시피 영화라는 게 수많은 요소가 결합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배두나, 강동원, 이주영, 이지은 그리고 수많은 조·단역들과 아기까지 수많은 이의 땀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모인 결과다. 더불어 훌륭한 스태프들이 든든하게 떠 받쳐 주었기에 가능했다.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영광을 나누고 싶다.

우문이지만, 이번 칸에서 수상하지 못했다면 많이 섭섭했을까. (웃음) 또 이번 수상의 의미를 짚는다면.
아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섭섭하지 않았을 거다! (웃음) 폐막식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고, 어떤 상이든 받겠구나 싶어서 기뻤다. 빈손으로 가는 것보다는 낫지만, 설령 수상 없이 그냥 간다고 해도 상관없다. 빈말이 아니라 영화제의 출품과 수상을 위해 영화를 만들고 연기하는 감독이나 배우는 없다. 영화제 초청과 수상은 영화 메이킹의 한 과정으로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번 수상은 물론 연기 인생에 있어 변곡점 혹은 어떤 포인트가 될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관객과의 만남과 소통을 목표로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는 데는 변함이 없다. 수상 전에도 후에도 송강호이고, 똑같이 최선을 다할 거다.

<밀양>(2007), <박쥐>(2009), <기생충>(2019)에 이어 <브로커>까지 칸영화제의 단골이 됐다. 언제가 제일 기뻤냐는 유치한 질문을 해본다. (웃음) 또 이렇게 다니면서 한국 영화의 높아진 위상을 체감하나.
<밀양>으로 칸에 처음 갔고 그때 전도연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진짜 기뻤다. 이후에도 마찬가지고, 정말 솔직히 그 기쁨에는 차등이 없다. 다 똑같다! 세계 영화인과 수많은 영화 팬이 한국영화와 콘텐츠를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걸 체감하는 요즘이다. 어느 자리에서든 한국 영화와 콘텐츠에 대해 거론될 때 뿌듯하고 자긍심이 크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생충> 때 봉준호 감독과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런 주목과 인정을 받는 건 하루아침의 결과가 아니라 임권택 감독님을 필두로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작품으로 세계의 문을 두들겨 온, 켜켜이 쌓여온 결과라는 거다. 앞으로도 훌륭한 배우, 감독, 제작자가, 지난 시간 그래왔듯이, 문화 자산을 쌓아갈 거로 생각한다.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같은 거장들이 당신을 찾는 이유는 무얼까. (웃음)
그렇지 않아도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아서 생각해 봤다. 일단은 운이 좋아서다. 그리고 글쎄, 내가 평범해서? 이게 내가 내린 해답 같다. 이웃 같은 이미지, 특별히 잘생기지 않은 어떤 모습이 주는 친숙한 느낌 덕분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많이 얻지 않았나 싶다.

고레에다 감독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감독은 당신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2007년 <밀양>으로 칸에 다녀온 후 부산국제영화제 때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드린 게 첫 만남이었다. 당시 잠시 이야기를 나눴고 2016년인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정식으로 <브로커>에 관해 미팅했다. 그때는 ‘요람’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는데, <브로커>가 더 잘 어울린다. (웃음) 감독님의 작품을 워낙 좋아했고 예술가로서도 존경하는 분이라 일본에 가게 되면 자주 찾아뵀었다. 그렇게 인연이 쌓여 차근차근 진행해 갔다.

평소 감독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했나. 특히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참 좋은 작품이 많다. 국내에도 많은 분이 좋아하는 거로 알고 있다. 그중에서 <아무도 모른다>(2004)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감독님은 세상을 응시하는 침착함이 있다. 어떠한 세상일지라도 침착하게 응시하는데 그 시선이 너무 좋다. 또 어떤 순간에도 (감독님이) 재단하지 않고, (관객이 작품을) 느끼게끔 연출하는 그 철학 또한 마찬가지로 좋다. 늘 동경했는데 어쩌다 보니 함께 작업하게 되어 영광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당신에 대해 ‘인간의 어떤 세속적인 부분을 정말 잘 표현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인물을 연기하든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공감이다. 캐릭터에 따라 직업이 다양하고 또 장르가 변주되겠지만, 관객에게 이질감이 들면 안 된다. 연기란 이런 이질적인 부분을 상쇄하면서 얘기하고 싶은 캐릭터와 영화의 서사를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배우란 사람을 표현하는 직업이라 생각하기에 사람에 대한 연구를 끊이지 않고, 또 그 본성에 접근해서 연기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 내가 ‘잘’하는 것과 별개로 이런 점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게 아닐까 한다.

고레에다 감독과 작업하면서 느낀 점은. 어떻든가.
감독님은 한국 음식을 비롯해 한국을 매우 사랑하시는 분이다. 원체 정교한 연출과 이야기로 관객과 소통하는 분이라 촬영 면에서도 뭔가 치밀하고 꽉 짜인 방식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작업해보니 스스로에게도 배우에게도 놀라울 정도의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던져 주더라. 특히 배우가 영화를 통해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강하게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거장 감독의 공통점은 당신들이 천재적인 재능과 감각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를 자유로운 공간에서 뛰어놀게 해준다는 점이다. 배우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고, 이렇게 또 저렇게 마음껏 연기하게 해준다.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뒤로는 입양 브로커를 하는 ‘상현’은 정의하기도 표현하기도 어려운 캐릭터가 아닌가 한다. 사람 좋은 소시민으로 보이지만, 어떤 내면을 지녔는지 잘 가늠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석했고, 어떤 면에 중점을 둬 표현했나.
전사도 거의 나오지 않고 영화가 끝나면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인물에 대해 설명하기보다는 정체를 가늠하기 힘든 캐릭터가 가진 미지의 감성이랄지 감정이, <브로커>가 말하고 싶고 던지고 싶은 질문에 충실히 복무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예측은 가능하게 보였으면 했다.

이지은은 자신의 첫 상업영화를 ‘송강호’라는 대선배와 함께해 영광이고, 크게 의지했다고 말했다. 첫발을 뗀 후배에게 한마디 한다면.
사실 노래는 잘 모르고, 일전에도 제목을 못 맞춰서 얼굴이 화끈했을 정도인데 배우로서는 오래전부터 팬이었다. <나의 아저씨> 이전부터, 그러니까 <최고다 이순신>부터다. 노래를 저렇게 잘하면서 연기도 어쩌면 저렇게 잘할 수 있는지 궁금했었다. 오랜 팬으로서 함께한 내가 더 영광이고, 봐서 아시겠지만 배우로도 대성할 거로 본다. 자기 일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대단해서 오히려 선배로서 배울 점이 있었다.

<의형제>(2010) 이후 강동원 배우와 다시 만났다. 이야기를 많이 나눠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의형제> 때부터 좋았다. 동원이는 생김새와는 다르게 정말 인간적이고 소탈한 친구다. 조각 같은 완벽한 외모를 뽐내지만, 된장 뚝배기같이 구수하고 진득한 친구라 차를 마시든 황태를 찢든 같이 얘기하다 보면 너무 재미있다. 또 의외로 굉장히 유머러스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만나는 게 좀 뜨문뜨문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났던 것 같다. 이번 <브로커>는 강동원이라는 인물을 마음껏 펼친 영화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을 부산에서 촬영해서 편안했을 것 같다. 고향 아닌가.
비단 고향이 아니더라도 부산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촬영지이자, 영화인들이 제일 많이 가는 말 그대로 영화의 도시다.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삶의 질곡을 느낄 수 있는 언덕길도 있다. 가면 항상 설레고, 또 맛있는 음식도 많아서 부산 촬영이라고 하면 늘 기대된다. 이번에는 첫 장면부터 시작해서 한 열흘 간 부산에서 촬영했다. 이지은이 첫 장면을 찍으면서 참 고생 많이 했다. 밤새 비를 맞으며 촬영하는데 지켜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했다. 이때 감독님의 영화 열정과 사랑이 체감되면서 좋은 영화가 되겠다고 직감했던 것 같다.

매번 받는 질문 중 하나일 것 같지만, 그래도 궁금하니까! 작품 선택 기준은.
자주 받는 질문 맞다. (웃음) 뚜렷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작품 자체가 아니라 새로움에 초점이 맞춰진다. 소재, 형식, 캐릭터 등 뭔가 새로운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품을 하게 된다. 그만큼 새로움을 갈구하고, 또 도전하고 싶다. OTT 콘텐츠나 시리즈에 대한 질문도 자주 받는데 좋은 작품이 있고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하고 싶다.

요즘 제작자로 혹은 감독으로 멀티플레이어로 활동하는 배우가 여럿이다. 혹시 당신도?
<헌트> 이정재 감독 겸 배우와는 칸에서 일정이 엇갈려 못 만났지만, 축하 문자를 주고받았다. <범죄도시 2>의 마동석 제작자 겸 배우도 축하문자를 보냈더라. 나는 두 분을 포함해 멀티플레이어로 활동하는 여러분처럼 다재다능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배우하기도 벅차고 이것만 하는 것도 ‘코가 석자’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을 당연히 응원하지만, 직접 도전은 못 한다.

배우로 한 개인으로 송강호는 어떤 사람인가.
음…배우가 직업인 자연인 송강호는 긴 레이스를 달리는 마라토너와 같다. 시작과 동시에 결승점을 통과하는 단거리 주자가 아니라 42.195km 든 4,200km 든 긴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 힘들고 지치면 때론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그렇게 힘이 올라오면 다시 속도를 올려 달린다. 어떤 결과나 상황에서도 ‘마라토너’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일희일비가 있겠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목표를 향해 뛰는 마라토너라고 생각한다.

사진제공. 써브라임


2022년 6월 24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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