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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보다 K-콘텐츠를 향한 높아진 눈높이가 더 부담”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김홍선 감독
2022년 7월 5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원작의 팬보다 K-콘텐츠를 향한 높아진 눈높이가 더 부담이었다”는 김홍선 감독, 촬영 중 들려오는 한국 콘텐츠의 연이은 히트 소식에 농담처럼 진정한 경쟁자는 국내에 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감독은 말한다. “한국은 그만큼 대단한 제작 역량을 가졌고, 이를 입증한 공간이 뒤늦게 열린 것뿐”이라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대해 호불호가 엇갈리는 가운데, 원작의 팬으로서 한국적으로 변주했다는 김홍선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한국판의 제작을 확정하기까지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
스페인판을 보고 이 이야기는 어느 시간과 공간으로 옮겨도 흥미롭겠구나 싶어서, 2018년에 리메이크를 제안했고 거절당했다. 이즈음, 류용재 작가도 나와는 다른 루트로 접근한 거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한 1년쯤 지나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가자고 역제안이 들어와서 추진하게 됐다. 스페인판의 원작가가 류용재 작가의 각본을 보고 대단히 흥미롭다고 했다고 들었다.

백만번은 받았을 질문이지만, (웃음) 연출자로서 원작의 팬덤이 워낙 두텁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적인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 부담감이 상당했겠다.
원작의 팬에 대한 부담감보다 K-콘텐츠를 향한 높아진 눈높이가 더 부담이었다. 사실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부담되지는 않았다. 찍는 중에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한국 콘텐츠가 다 잘된다는 얘기가 들리더라. 그래서 현장에서 지금 세계가 문제가 아니라, 국내 경쟁이 더 심하다고 농담할 정도였다. 그만큼 국내 콘텐츠 제작 역량은 대단하고, 지금 나오는 작품을 보면 좀 더 일찍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전에는 보여줄 공간이 없다가 이제는 공간이 열리기 시작했고, 그 공간이 더욱 넓어져서 좋은 작품이 계속해서 나오길 바란다.

원작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의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원작에서 특히 살리고 싶었던 지점과 스킵하고자 한 지점이 있다면.
원작을 좋아한 팬의 입장에서 당연히 어떤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원작을 안 보신 분들이 좀 더 재미있어하는 것 같더라. 원작이 지닌 유니크함을 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부러 반영하지 않은 점은 없고, 자연스럽게 흐름에 맞춰 한국판만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예를 들면 강도단이 입은 빨간 작업복은 그대로, 가면은 다르게 이런 식이다. 하회탈의 풍자적인 요소가 원작의 달리 가면과도 부합한다고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우리 하회탈을 해외 시청자에게 소개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원작과 차이를 꼽는다면 우리가 좀 더 진행이 빠르고 속도감이 높아서 집중이 더 잘되지 않을까 한다.

원작의 시즌1과 2를 12개의 에피소드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속도감은 높아졌지만, 서사와 캐릭터의 빌드업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마도 파트1만 공개되어 더 그렇게 느낄 수 있다. 1부와 2부로 나눈 이유와 2부의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캐릭터의 전사, 작전 설계 과정 등이 어느 정도 생략돼도 원작을 본 분들이 많아서 이 정도면 충분할 거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많더라. 결과적으로 캐릭터의 감정선과 동기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내가 제대로 연출하지 못한 게 맞다. 1부와 2부를 나눈 것은 전략적인 결정이었고, 현재 2부 작업은 거의 완료한 상태다.

시간대와 공간을 통일 직전 공동경제구역으로 설정한 이유와 외형적으로 신경 쓴 부분은.
사실 현실에서 총을 들고 은행이나 조폐국에 들어가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공간과 시간대를 생각한 결과 통일 직전의 공동경제구역이면 어느 정도는 현실감을 부여하고 시청자를 납득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통일 직전에 어느 정도 불안정한 시기를 겪을 거로 생각했거든. 그렇게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축을 설계하고 그 안을 하나씩 채워 넣어갔다. 세트를 만들 때 레이어가 있는 컨셉을 좋아하는 편이라 외부는 한국적인 성벽의 느낌이 나도록, 그래서 침투하기 어렵다는 인상을 주려 했다. 내부는 한국의 현대 건축방식을 따라가되 인테리어는 전통적인 정서를 담으려 노력했다.

‘도쿄’(전종서)의 BTS 댄싱으로 시작하는 오프닝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해외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일까. (웃음)
그렇진 않고, 나름대로 조사해보니 북한에서 BTS 노래를 많이 듣는다고 해서 반영한 거다.

교수 역의 유지태, 협상 책임자 ‘선우진’역의 김윤진을 비롯해 그야말로 화려한 멀티캐스팅이다. 캐스팅 관련해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 달라.
지금까지 연출한 작품 중 가장 쉽고 빠르게 라인업을 구축한 것 같다. (웃음) 배우들이 원작을 잘 알고 있어서 캐스팅하는 데 아무래도 많이 도움됐다. 기준은 당연히 캐릭터에 걸맞은 배우가 우선이었다. 꼭 이미지적으로 어울리는 게 아닌, 배우의 기존 모습에서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특히 유지태, 박해수 배우는 이전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많이 보여줬다.

‘베를린’(박해수), ‘차무혁’(김성오) 등 인물들이 북한말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더라. 그런데 같은 북한 출신인 ‘도쿄’는 사용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
사투리 전문가를 모시고 배우들이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잘 표현된 것 같다. 도쿄는 남한에 내려온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상황이고, MZ 세대인 그라면 자연스럽게 남한 문화에 녹아들었을 거로 생각해서 표준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를 주제곡으로 사용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통일 직전의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데다 노래가 지닌 쓸쓸한 정서가 강도단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하더라.
원작의 삽입곡인 ‘Bella Ciao’에 필적할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자유를 상징하는 원작의 곡처럼 ‘행복의 나라’의 가사가 극 중 인물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어떤 메시지로 기능할 거로 봤다.

남측과 북측, 출신에 따른 갈등 상황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원작에는 없는 한국판만의 고유한 정서가 아닌가 한다.
통일을 앞둔 상황을 상상해 보니 극 중에서처럼 반목할 것 같더라. 대사에도 나오듯이 70년을 분단되어 살았는데, 통일되어 모여 산다고 하루아침에 그 갈등이 눈 녹듯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아닌가. 옳은지 그른지를 묻는 게 아니라 가능한 상황, 혹은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연출적으로 힘들었던 장면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
원작이 워낙 가이드라인을 잘 제시해줘서 연출하면서 크게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은 ‘베를린’이 인질을 출신에 따라 남측과 북측으로 가르는 장면이다. 촬영하면서도 느낀 점이 많았다.

다양한 캐릭터 중 가장 애정 하는 캐릭터를 꼽는다면. 또 가장 의외성을 보여준 배우는.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아무래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교수다. 의외성을 느낀 배우는 ‘도쿄’를 연기한 전종서 배우다. 독특한 매력을 지닌,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도쿄는 교수의 신념을 따라가는 설정이라 원작과 상당 부분이 달라졌고, 그래서 (원작의 캐릭터와는) 다른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전종서 배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소화해 줬다.

마지막 질문이다. 연출하면서 우선시하는 요소는.
컨셉, 재미, 메시지 등을 동시에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특히 컨셉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컨셉이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사진제공_넷플릭스

2022년 7월 5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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