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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넷플릭스 <모범가족> 배우 정우
2022년 9월 14일 수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배우 정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모범가족>으로 돌아왔다.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이 우연히 죽은 자의 돈을 발견하고 범죄 조직과 얽히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정우는 극중 평생 모범적으로 살아왔지만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가장이자 우연한 기회로 불행의 수렁에 빠져드는 ‘동하’로 분했다. 죽기 전까지 얻어 맞고, 산 채로 땅에 파묻히는 등 몸 사리지 않은 열연을 펼친 정우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넷플릭스와의 첫 협업인데 어떻던가.
탄탄하고 작품성 좋은 넷플릭스 작품을 많이 봐서 함께하면 어떨지 늘 궁금했다. 이번 작품에선 ‘패밀리십’이 있는 게 좋아 보였다. 대본 또한 완성도 있고 탄탄해 보였다. 소재나 줄거리가 다소 익숙해 보이지만 그 뒤에 반전이 있으니 시청자 분들이 좋아할 거 같았다.

바로 직전 작품인 천명관 감독의 조폭 누아르 <뜨거운 피>에서 살 떨리는 부산 깡패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선 유약하기 그지 없는 시간 강사 ‘동하’를 연기한다.
<뜨거운 피>, 드라마 < 이 구역의 미친 X > 등 ‘욱’ 하는 역할을 많이 해서 이번엔 좀 다르게 보이고 싶었다. (웃음) 우선 외적으로 유약하고 왜소하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체중도 감량하고 머리도 수더분하게 연출했다. 직업이 시간강사니 안경도 써봤다. (웃음) 전반적으로 의상 톤도 다운시키고,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했다.

뛰고, 구르고, 땅에 파묻히고… 연기하면서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웃음)
솔직히 처음 대본만 받았을 땐 지문은 많은데 대사가 별로 없어서 분량이 많은 건가 싶더라. (웃음) < 이 구역의 미친 X >가 대사가 엄청 많은 작품이었는데 거기에 비하면 대사가 적으니 덜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이번 작품이 체력적으로는 정말 힘들었다. (웃음)

‘동하’가 돈 세탁하러 갔다가 사람들에게 쫓기게 되는 장면이 있다. 대본으로 봤을 때는 '판다, 파묻힌다, 도망친다'라는 지문 한 두줄로 돼 있으니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실제 상가에서 촬영해야 해서 영업 시간 외에, 새벽 시간에 촬영해야 했다. 그런데 낮에 촬영하고 다시 새벽에 나가서 촬영하다 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지더라. 촬영이 끝나고 땅바닥에 대자로 뻗었던 기억이 난다. (웃음)

또 땅에 묻히는 장면도 쉽지 않았다. 앵글상 내가 몸을 비틀거나 고개를 돌리게 되면 리얼함이 떨어진다. 실제로는 위에서 떨어지는 흙을 피하는 게 당연할 거 같은데, 그렇게 하면 오히려 화면에서 사실감이 떨어지더라. 그래서 가만히 떨어지는 흙을 맞아야 했다. (웃음) ?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큰 돌이 섞여 있어서 얼굴이 꽤 아팠다. (웃음)

정신적인 피로도는 어땠나.
아무래도 극한 감정에 몰린 상태에서 연기하다 보니 에너지가 배로 들었던 거 같다. ‘동하’가 처한 상황이 참 절망적이지 않나. 불치병이 있는 아들의 수술비로 가족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다가 일이 틀어진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시간강사에서 정교수가 되기 위해 뇌물을 쓰게 되는데 작품 제목과는 반대로 모범적이지 않은 행동을 한 게 모든 악재의 시발점이 됐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일 수 있는 줄거리이지만, 그걸 납득시킬 수 있는 건 오로지 배우의 감정과 연기라고 생각했다. 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정성을 쏟았다.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는 진짜다, 캐릭터에게 공감할 수 있다’고 느끼게끔 집중하고 신경 썼다.

함께 출연한 박희순 배우가 당신을 '연습벌레'라고 칭찬하더라.
솔직히 전 작품들에선 더 했다. (웃음) 이번 작품에선 사실감, 리얼감, 날 것 같은 느낌을 원했다. 연습을 하게 되면 오히려 그 에너지가 달아날까 봐 연습을 덜했다. 안정감 있게 연습을 해서 좋은 장면이 있는가 하면, 어떤 장면은 연습 없이 한방에 가는 게 나을 때도 있다. 감정이 차츰 고조되는 느낌보단 중간 없이 바로 극단적 감정으로 치달으면 시청자들에게 ‘동하’의 감정이 훅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연기에 임했다. 작품에 따라 연습의 정도가 다른 것 같다. (웃음)

피부 떨림이라고 해야할까. 디테일한 부분이 특히 돋보이던데.
극한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촬영감독님이 피부의 떨림 같은 디테일한 부분들을 잘 느낄 수 있게끔 잘 잡아주신 거 같아서 감사하더라. 또 사실적이고 날 것 같은 느낌의 모습들이 그대로 담긴 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참 뿌듯하다. (웃음) 상황이 절실한 만큼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동하’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서 비롯되다 보니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본 적도 있겠다.
‘동하’가 히어로는 아니지만 가족을 지키려고 분투하는 인물이지 않나. 그러다 보니 당연히 가족, 가장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내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영원한 내 편, 힘이 돼주고 위로가 돼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존재다.

실제로 어떤 가장인가. 스스로 모범적이라고 생각하나. (웃음)
모범적으로, 평범하게 산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걸 살아가면서 느낀다. 삶의 기준치라는 게 있는 거 같다. 이 기준 이상을 살면 잘 사는 거고, 그 이하면 잘못 사는 게 아닌가 고민하게 되더라. 그 기준치에 맞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믹부터 누아르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연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부족할지는 몰라도 매 작품, 매 순간 정성스럽게 준비하려고 한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게 배우로서의 꿈이고 소원이다. 더 나아가서 내가 하는 작품이 보시는 분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이 됐으면 한다. 시청자 분들, 관객 분들에게 힘이 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제공_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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