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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쥬시! <젠틀맨> 주지훈 배우
2023년 1월 3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배우 주지훈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2022년 여름에 개봉한 영화 <헌트>의 특별 출연을 제외하면 <암수살인>(2018) 이후 근 4년 만이다. 김경원 감독이 연출한 범죄오락영화 <젠틀맨>에서 검사를 사칭하는 흥신소 사장 ‘현수’로 분한 그는 이웃집 삼촌 같은 평범한 모습 속에서도 적당한 섹시미를 발산하며 그 매력을 놓지 않았다. 이번에 그가 노린 유혹 포인트는 바로 쥬시함!(Juicy) 옆자리에 앉고 싶고, 자꾸만 손이 가는 과자 같은 남자. 각 잡힌 세련미와 선명한 왕(王)자의 근육은 아니지만, 생활감이 묻어 있는 외형과 어떤 사건이라도 해결할 것 같은 신뢰감을 지닌 남자, 주지훈을 만났다.

“식상하지만, 일상의 소중함이란 말이 확 와닿아요.” 원래는 인터뷰 자리에 나서면서 말실수할까 싶어 긴장하지만, 하도 오랜만이라 설레고 재밌다는 주지훈. 삼청동 오는 길조차도 반가웠다며 인사를 건넨다.

드라마 <지리산>(2021), <하이에나>(2020) 등 꾸준히 시청자와 만나 온 주지훈이지만, 영화로는 <암수살인>(2018) 이후 꼬박 4년 만에 <젠틀맨>로 복귀했다.

영화 <젠틀맨>은 검사를 사칭한 흥신소 사장(주지훈)과 독종 검사(최성은), 그리고 번듯한 외모와 매너를 지닌 빌런(박성웅)이라는 세 캐릭터를 주축으로 한 범죄오락물. 주지훈은 사건 해결력 만렙의 ‘현수’로 분해 묘한 퇴폐미와 더불어 산전수전 겪으며 얻은 노련한 처세술을 선보인다.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가 분산시키는 적당한 밀당을 거듭하며 극을 단단하게 견인한다.

“예산이 큰 영화가 아니라서 악역 그러니까 빌런은 등장 자체로 압도적인 포스를 풍겨야 했어요. 배우가 등장하자마자 관객에게 어떤 무드를 확 전달해줘야 했죠.” 주지훈이 대형 로펌 재벌 ‘도훈’역에 평소 친한 선배인 박성웅을 추천한 이유다. 성웅 형은 극이 원하는 최고의 스펙을 지닌 배우라고.

“기본적으로 완성된 영화에 만족감이 큽니다. 영화의 장단점이 있고, 당연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요, 이건 그 어떤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감독님이 촬영 전 말씀하신 만듦새와 그 안의 정서를 거의 그대로 지켜서 완성했거든요.” 엄청 고되고 정성스럽게 후반작업한 감독에게 인사를 잊지 않는 주지훈이다.

“김경원 감독님이 글을 참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장르로 쭉 밀고 가는 영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잖아요. <젠틀맨>은 후자라고 할 수 있어요.” 누명을 벗기 위해 어쩌다가 검사를 사칭하게 된 현수는 진짜 검사 ‘화진’을 속고 속이는데… 과연 화진만 속이는 것일까. 현수가 숨겨 놓은 모종의 큰 그림이 있지 않을지? 평범치 않은 리듬감을 지닌 <젠틀맨>, 보고 듣는 게 다가 아니니 속단은 금물이다.

“현수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선 인물이에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판타지성이 있는 스토리라 더욱더 현실에 발을 붙여 놓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영화는 힘없는 자들이 뭉쳐 거대 권력에 맞서는 이야기. 전반적인 톤앤매너에 있어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샤워신이 길지는 않지만, 이때도 흥신소 사장이라는 생활인의 면모를 놓치지 않으려 했어요. 그래서 왕(王)자 근육이 선명히 보이지 않도록 했어요.” 흥신소 사장이라는 직업상 어느 정도 운동으로 단련된 육체와 체력을 지녔으나, 고객을 위해 접대하는 등의 생활 노동을 감안한 신체를 보였으면 했다는 설명이다. 즉 현직 검사나 모델 같은 세련됨과 완벽한 바디가 아닌 ‘검사’를 사칭한 데서 오는 남의 옷을 입은 듯한 약간의 어색하고 이질적인 느낌을 가져왔다고. 더불어 노메이크업 같은 미세한 차이로 리얼리티를 높였다.

“우리끼리 한 얘기인데 쥬시(Juicy)해 보였으면 했어요. 현수가 불법과 합법을 가리지 않는 데는 약간의 미인계도 포함되니까요. 여성 관객에게 어필하려 한 부분도 있죠! 마치 손이 자꾸 가는 새우 과자 같은 느낌이랄까요.” (웃음)

<젠틀맨> 속 주지훈의 파트너는 ‘윙’이라는 이름의 견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환상의 케미를 선보인다. 사람으로 치면 연배가 높아 ‘윙 옹’ 이라고 부르며 존칭했다는 사연을 전하며 ‘천재견’이라는 극찬을 늘어놓는다.

“개 전용 츄르가 있어요. 이걸 얼굴에 바르고 촬영했어요. 시작하기도 전에 윙 옹은 이미 미쳐 있어서… 말리기 힘들었다니까요.” (웃음) 얼굴에 도대체 무엇을 발랐기에 개가 저토록 열심히 핥을까 궁금한 관객이 많았을 터. 정답은 바로 츄르, 고양이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던 것!

<젠틀맨>은 콘텐츠 웨이브가 투자에 참여한 첫 오리지널 영화.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2017)를 선보인 바 있는 김경원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전반적으로 세련된 톤앤 매너로 완성했다.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감독과 비교적 크지 않은 규모의 영화라 한편에서는 주지훈의 출연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봅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정말 보는 걸 좋아해요. 배우로서 공부하는 측면도 있지만, 시청하는 행위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삶의 짐을 덜어주고 행복하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크리스마스에 영화 <나 홀로 집에>를 보는 게 그 어떤 선물을 받는 것보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주지훈. 영화든 드라마든 장르에 맞게 그 매력을 잘 살린 글이 있다면 규모에 상관없이 언제든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비친다.

“예전보다 권위에 의존하는 부분이 적어졌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이전에는 책(시나리오)을 받고 ‘만나서 결정할게요’ 하면 좀 좋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면 작품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고 굉장히 반가워하십니다.” 명성에 기대거나 글을 읽고 혼자 결정하기보다 창작자와 직접 다이렉트로 의견을 나누는 등의 교류 문화가 점차 자리잡고 있는 요즘이라고. 덕분에 규모나 유명세와는 별개로 마음에 드는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한층 넓어졌다고 업계의 흐름을 전한다.

“주로 규모가 큰 영화를 많이 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면 모순이지만, <젠틀맨> 같은 중간급 규모의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사에 비해 예산이 부족한 나머지 자칫 빈 곳이 생길 우려가 큰데 감독님은 <젠틀맨>을 연출하면서 예산에 딱 맞춰 서사를 발전시켰어요. 역시 놀라운 부분이죠.”

최근 주지훈은 드물게 예능 ‘두발로 티켓팅’ 촬영을 끝마쳤다. 하정우, 최민호, 여진구와 함께하는 신선한 조합과 ‘청춘들 여행 보내드림’이라는 새로운 컨셉트의 예능 프로젝트다.

“인생은 정말 한치 앞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이런 새로운 장르를 하게 될 줄 알았나요!” 예능이라기보다 새로운 장르 같다는 주지훈이다.

참여하게 된 사연인 즉 드라마 <하이에나>를 연출한 장태유 감독을 오랜만에 만났고 감독이 ‘예능은 안 하냐’고 물어보면서 감독의 친형이 이러이러한 예능을 기획중이라 소개했다는 것. 여행 컨셉과 기획은 마음에 들지만, 출연자를 섭외해 보라는 말에 “전 섭외 같은 거 못 한다”고 이야기한 후 잊고 있다가 영화 <피랍> 촬영 중 선배인 하정우의 전화를 받았단다. “너 한다며?”, “형은?” 뭐 이런 눈치 보기 대화가 3초간 오간 후 “형이 하면”, “네가 하면” 이렇게 성사되었다는 긴(?) 비하인드를 전한다.

여하튼 평소 작품을 통해 개인적으로 친분 깊은 최민호, 여진구 두 후배까지 합류해 촬영했는데 평소 안 해본 일들을 할 수 있어서 되게 재미있었다고. “민호는 저혈당 쇼크가, 진구는 진심으로 응급실행을 호소했다니까요.” 젊고 생생한 두 후배보다 한층 놀라운 체력을 보였다는 두 형님이다.

마지막으로 “명백한 오락영화이니 굳이 분석하기보다 그냥 보면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 문맥으로 다 읽히게 만들었거든요.”라고 <젠틀맨>의 관람 팁을 전한다.


사진제공. 콘텐츠웨이브㈜

2023년 1월 3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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