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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표작이자 최애 캐릭터 <닥터 차정숙> 엄정화 배우
2023년 6월 15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마흔 중반에 전문의 과정 도전! 꿋꿋함과 진정성으로 자식 같은 동료들과 환자들의 마음을 열고 야만 늦깎이 레지던트 차정숙. 타이틀 롤을 맡은 엄정화에게 있어 <닥터 차정숙>은 소중한 작품이다. 단발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선보인 그는 외양보다는 ‘오롯이 차정숙이 되어 그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주안점을 전한다. 자기를 대표할 캐릭터이자 최애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고 작품을 향한 애정을 한껏 드러내는 엄정화. N차 전성기라는 말에 ‘네!’ 하며 지금, 이 시간을 즐기려 한다는 그를 만났다.

# 오롯이 정숙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닥터 차정숙>이 성황리에 종영했다. 소감 한마디! 또 결말은 마음에 들던가.

꿈 같은 시간이 지났다. ‘아직 하고 있네?’ 이런 적도 있지만, 막상 너무 빨리 지난 것 같아 아쉽다. 결말은 정숙이 혼자 씩씩하게 살아가는 내용이라 마음에 든다. 자신이 행복할 길은 스스로 찾겠다던 자기 말을 지키게 되어 좋다.

오랜만에 출연한 드라마인 데다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를 만나게 되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사실 한국적인 가족 이야기라 해외 시청자가 좋아할지 의문이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 해외 팬에게 메시지가 많이 오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많이 늘었다. (웃음) 처음 방영하기 전에는 이러한 호평은 기대도 하지 않았고, 다만 ‘차정숙’이라는 인물에게 공감했으면 했다. 폭이 크지 않고 잔잔한 연기라 연기적으로 칭찬받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방영 후 칭찬하는 댓글과 반응이 많아서 너무 놀랐다.

왕성하게 활동 중이지만, 아무래도 내려놓을 건 내려놓아야 하는 시기가 된 만큼 두 번째 기회에 도전한 차정숙에 공감이 많이 됐을 것 같다.

정말 그렇다. 나이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진 면도 있고, 기회도 적어졌다. 좋은 책(대본)도 드물고, 무대는 더더욱 어렵다.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남녀 공통이겠지만, 예전부터 내려온 고정관념에 스스로 얽매이는 부분도 있을 거다. 이번에 ‘정숙’이 덕분에 나 또한 힘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 잔잔한 인물을 사랑해 주신다는 점이 앞으로 내게 좋은 에너지가 될 듯하다. 어떤 이야기든 진정성이 있고, 공감할 수 있다면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겠구나 싶다.

<닥터 차정숙>의 어떤 면에 끌렸나.

평소 캐릭터나 이야기를 주로 보고 이후 제작사나 감독을 고려하는 편이다. 이야기가 좋아도 캐릭터가 잘 이해되지 않든가 혹은 머릿속에서 상상이 멈추는 부분이 있으면 안 하게 된다.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의학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모두가 응원할 인물이라 좋았다. 그래서 제작을 기다리는 와중에도 놓고 싶지 않더라. 왜 빨리 들어가지 않냐고 묻기도. (웃음)

타이틀 롤인만큼 캐릭터를 잘 살리는 게 관건인데 연기 주안점은.

책을 읽으면서부터 이 사람의 진심이 전달되기를 바랐다. 의사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마음에 공감되지 않는다면 오버 혹은 닭살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으니 말이다. 그의 마음을 오롯하게 전달하는 게 목표였다. 또 정숙은 평소 감정을 잘 표출하는데 극단적인 모습은 피하려 했다. 남편 ‘인호’(김병철)를 바라보는 눈길이 아무리 화가 났어도 독한 얼굴은 아니기를 바랐다. 화를 내도 차정숙이라는 인물 안에서 표출하려 했다. 봤는지 모르겠는데 정숙이 이혼을 결심하는 장면이 있다. 장애인 구역에 주차된 인호의 차를 본 후인데 이때 인호에게 막 퍼붓거나 원망하며 철철 울며 말할 수도 있지만, 마음을 정리한 그는 담담하게 이혼을 선언한다. 그 선을 넘지 않는 연기가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장면이다.

‘엄정화’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있는데 (웃음) 이번에도 역시더라.

차정숙이라는 캐릭터와 겹쳐져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 한다. 시청자의 반응도 엄정화를 응원하는지 차정숙을 응원하는지 모를 만큼 둘이 섞여 있더라. 아무래도 개인적인 모습이 캐릭터에 투영될 수밖에 없는데 (내) 이런 면이 캐릭터와 시너지를 내서 더 좋아하시는 듯하다. 내가 좀 친근한 편 아닌가. (웃음)

차정숙과 당신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타인을 위해 시간과 마음을 쓴다는 면에서 좀 닮은 듯도? (웃음) 살면서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특히 응원의 소리는 물 마시듯이 해줘야 한다. 어릴 때 응원을 듣지 못해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이게 끝은 아닌지’ 같은 걱정과 고민을 자주 했었다. 그래서 후배들에겐 느낀 그대로 바로 바로 칭찬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미경 선배와 준금 선배와 통화했는데 다들 나를 칭찬하는 거다. ‘아니에요, 선배님들이 너무 잘하셨죠’ 하면서도 이 나이에 응원받으니 너무 기쁘더라.

두 어머니, 정숙을 무조건 지지하는 친엄마 ‘덕례’(김미경)와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시엄마 ‘애심’(박준금)과의 호흡은 어땠나.

평소에 김미경 선배를 아주 좋아해서 캐스팅 소식을 듣고 ‘드디어 함께하는구나’ 싶은 게 너무 기뻤다. 만나자마자 ‘저 팬이에요, 선배님. 만나고 싶었어요’ 하니 고개를 젓는데 정말 좋은 배우의 눈을 가지셨더라. 극 중 미경 선배가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면, 준금 선배는 얄미운 귀여움 아닌가. 준금 선배니까 가능하다고 본다. 이번에 함께한 배우들이 모두 너무 좋았다.

시청자들이 선뜻 수긍하지 못하는 점이 있다. 차정숙과 ‘최승희’(명세빈)를 사로잡은 ‘인호’의 매력은 무엇이며, 다 가진 최승희가 인호에 목매는 이유가 뭘까. (읏음)

인호의 매력은 음… 하여튼 이번에 김병철 배우를 너무 사랑하게 됐다. 같이 붙는 장면이 많이 없어서 아쉬울 정도였다. 현장에서도 어찌나 재미있는지! 보통 때는 정말 순한 얼굴인데 카메라만 돌면 돌변해서 얄밉고 뻔뻔해지는데 그 눈빛의 변화를 보는 게 너무 즐거웠다. 최승희는 모든 걸 다 가진 입장에서 딱 하나 못 가진 게 인호 아닐까. 자신이 일찍이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며 컸으니, 딸에게 완벽한 가정을 만들어 주고 싶었을 거다. 세빈이와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하게 되어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아주 오픈마인드를 가졌더라. 정말 너무 열심히 해서 승희 캐릭터가 잘 나왔고 작품이 잘 되어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다.

‘로이’(민우혁)의 마음을 모른 척한 정숙의 진심이 궁금하다!

그의 마음을 느끼지만, 정숙은 스스로 행복할 길을 찾는다고 했으니… 자기를 그토록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감동했을 거다. 항상 따뜻한 말을 해주니 내가 다 좋더라.

마음을 움직이는 대사가 많은데 특히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는다면.

‘엄마는 지금이 제일 강해’라고 같이 밥 먹으며 정숙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들 ‘정민’(송지호)에게 얘기하는 대사가 있다. 이때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 만큼 울컥함이 올라오더라. 또 ‘자기가 행복할 길은 스스로 찾아볼게요’ 라고 로이에게 하는 말과 옥상에서 환자에게 ‘죽지 말고 살아내라’고 애기한 것도 좋았다.

# N차 전성기!

얼마 전 고려대학교 축제의 초대 가수로 무대에 섰다. 떼창의 열띤 현장이었다고.

무대에 오르기 전에 너무 긴장했었다. 내가 ‘포이즌’을 부른 게 스물일곱 살 때인데, 과연 자기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한 이 노래를 알까 싶었거든. 자신감도 떨어져서 집에 갈까 하다가(농담이고!) 올라갔는데 학생들이 함께 부르는 거다. 와, 텐션이 막 올라가고 기운이 뻗치는데 한 시간도 부를 수 있겠더라. 오랜만에 무대 위의 기쁨을 느꼈고, 솔직히 말하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무대라는 생각이다. 예전에 핫 할 때도 (웃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지만, 아이돌 같은 팬덤이 많은 가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거든. 그런데 이번에 어마어마한 환호를 받으니 너무 기쁘더라. 가수는 무대 위에서 즉각적으로 맛보는 즐거움이 있다면, 배우는 이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 해당 캐릭터가 되기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는데 많이 할수록 그 인물에 깊숙하게 들어가게 된다. 이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N차 전성기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가 히트했다고 해도 사실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종영 인터뷰를 하고 있으니 이제 좀 실감난다. 전성기라는 표현도 기쁘고, 이런 말을 들으면 예전에는 ‘아니에요..’하며 겸손했겠지만, 지금은 ‘네!’ 하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이 참 좋다.

‘환불 원정대’에 이어 ‘댄스가수 유랑단’까지 솔로만 하다 팀 활동을 해보니 어떤가.

환불원정대는 진짜 새로운 경험이었다. 정말 몇 마디 안 불렀는데 노래 한 곡이 끝난 거다! 또 다들 솔로 출신이라 자기 파트 부른 후 센터를 지키고 있어서 처음 연습할 때 너무 웃겼었다. 서로 뒤로 오라고 막 얘기해주고! 팀이 있으니, 시간이 빌 때 같이 뭔가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더라. 완선 언니와 깊은 대화를 많이 했고, 이렇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

정숙의 절대 우군 ‘미희’(백주희)는 보기만 해도 든든하던데, 실제 이런 친구가 있는지.

진짜로 친한 친구가 세 명 정도 있다. 정재형도 그중 한 명이다.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친구다.

차정숙을 만난 후 변화가 있다면.

정숙을 만나고 행복한 삶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간다는 그의 말에 공감하게 됐다. 또 대표작으로 꼽을 드라마가 생겼다!

당신에게 행복한 삶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여러분도 하고 싶은 것 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한결같은 모습인데 평소 관리 비결이 있다면. 노하우를 좀 풀어놔 달라. (웃음)

촬영에 들어가면 운동을 아예 못해서 작품 사이 사이로 운동하고 근육을 만든다. 지난해 (놀다가) 갈비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한 6개월 잘 움직이지 못하다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영화 <화사한 그녀> 그리고 바로 <닥터 차정숙>을 찍었다. 한 1년 운동을 쉰 셈인데 지금은 웨이트 하며 근육을 만들고 있다. 솔로로 활동하다 보니 마르고 찌고가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는 편이었다. 또 좀 더 살을 뺀다고 해서 막 얇아지는 체형도 아니지만, 댄스나 퍼포먼스 그리고 연기하면서 (살이) 처지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운동을 시작했었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기보다 음식은 밀가루와 설탕은 안 먹는 편이다. 원래도 정크 푸드는 좋아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엄정화에게 팬클럽 ‘템테이션’(temptation)이란.

여전히 변함없이 하트를 보여주는 분. 가수로 배우로 팬덤이 크지 않음에도 지치지 않고 사랑해줘서 고맙고, 그냥 눈이 마주치면 눈물이 난다. 이번 ‘댄스가수 유랑단’ 방송을 보고 어떤 분이 ‘언니 노래에는 내 청춘이 있다’고 했는데, ‘내 청춘에도 너희들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사진제공. 사람엔터테인먼트

2023년 6월 15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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