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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팬들의 응원, 내 인생의 버팀목” <키리에의 노래> 이와이 슌지 감독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러브레터>(1995),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하나와 앨리스>(2004), <립반윙클의 신부>(2016) 등 특유의 영상미와 감성으로 많은 국내 팬들을 거느린 이와이 ?지 감독이 신작 <키리에의 노래>로 돌아왔다. <키리에의 노래>는 노래로만 이야기하는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 신분을 숨기고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는 ‘잇코’(히로세 스즈), 사라진 연인을 찾는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 세 사람의 사연을 담은 작품. 2016년 <립반윙클의 신부> 이후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이와이 ?지 감독과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키리에의 노래>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영화제에서는 러닝타임 178분의 디렉터스 컷 버전이 공개됐는데 정식 개봉 버전은 2시간이다.
부산에서 상영된 세 시간 버전은 두 시간은 스토리, 나머지 한 시간은 콘서트다. 정식 개봉 버전에서는 스토리 한 시간, 콘서트 한 시간으로 축소됐다. 영화에서 편집된 부분, 그리고 디렉터스 컷에도 담기지 않은 부분들이 소설 버전(한국에서는 출간되지 않음)에 실려 있다.

시기적으로는 동일본 대지진, 공간적으로는 당신의 고향인 센다이를 배경으로 하는데.
<키리에의 노래>에는 나에 대한 것들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지진이 일어난 후 거리를 헤매는 말 못 하는 여자'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렸고, 이후 여러 단편을 작업하면서 설정이 구체화됐다. 여기에 음악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해져 <키리에의 노래>가 탄생하게 됐다. 사실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만 해도 지금 같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웃음) ‘나츠히코’의 설정도 실제 내 학창시절 친구에게서 빌려온 거다. 외모는 ‘나츠히코’와 많이 다르지만. (웃음) 그 친구도 의사 집안에, 대입을 위해 다른 지방에서 유학을 했다. 그 친구 집에 종종 놀러가고는 했던 기억이 있다.

말 대신 노래로 소통하는 소녀 ‘키리에’ 역의 싱어송라이터 아이나 디 엔드는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사실 아이나 디 엔드도, 그녀가 속해 있는 밴드 비쉬도 전혀 몰랐다. 평소 영화 작업에만 몰두하다 보니 외부 정보를 잘 모르고 산다. (웃음) 아이나 디 엔드의 무대를 처음 봤을 때, '저 정도 흡인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로도 문제가 없겠다’ 싶더라. 다만 ‘키리에’의 어린아이 같은 면모를 섬세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는데, 첫 촬영 이후에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웃음) 아이나 디 엔드가 합류하면서 영화의 큰 줄기도 바뀌었다. 원래는 히로세 스즈가 연기한 ‘마오리’(잇코)가 가수가 된다는 설정이었는데, 아이나가 워낙 노래를 잘하니까 아이나를 주인공으로 내용을 아예 틀어버렸다. 아이나는 확실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잠재력이 대단한 친구다.

음악과 함께 특유의 따뜻한 영상미도 돋보이더라.
음악감독은 오랜 시간 나와 함께해온 코바야시 타케시 감독이 맡았다. 평소 사회 공헌 활동도 많이 하는 분이라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존경하고 있다. 영상은 일부러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영상에 느껴지도록 노력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는데 촬영은 디지털카메라로 했지만 옛날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보이도록 후작업을 거쳤다.

아직까지도 <러브레터>를 인생 영화로 꼽는 국내 팬들이 많다.
<4월 이야기>(1998)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이후 <러브레터>가 한국에서 정식 개봉하면서 두 번째 내한을 했다. 당시 신인 감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팬들이 엄청난 응원과 지지를 보내줬다. 그때 느낀 팬들의 애정이 내 인생의 큰 지지와 버팀목이 되었을 정도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러브레터> 같은 영화를 또 만들기는 어려울 거 같다. (웃음) 나는 과거 작품을 돌아보지않고, 늘 ‘지금’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영화로 만든다. 내 안에 생각보다 어둠이 많다. 최근에 '제로의 망각'이라는 소설을 썼는데 새까맣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둡다. 그 소설을 언젠가 영화화하고 싶다.

최근 인상 깊게 본 한국 콘텐츠가 있을까.
안 그래도 얼마 전 <오징어 게임>을 봤다. 시간이 없어 1회만 시청하려다 끝까지 보고 말았다. (웃음) 내가 영화 일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한국 영화의 성장을 지켜봐 왔다. 그래서 더 친근감을 갖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정말 많이 성장했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영화와 만화 사이에 괴리감이 있는데 한국은 만화와 영화가 잘 버무려져 있는 거 같다. 한국 콘텐츠들을 보면서 일본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구체적으로?
실사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또 한때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사람으로서, 일본에서의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입지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일본 내에서 애니메이션 팬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애니메이션의 성과가 실사 영화에 비해 훨씬 큰 만큼 실사 영화는 예산도 적고, 현장 상황도 어려운 편이다. 그러다 보니 실사 영화가 애니메이션 만큼의 퀄리티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AI를 비롯해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는 일본 영화계도 많은 변화를 겪을 거라고 예상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걸 만화가 아닌 영상으로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거다. 할리우드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활용하는 기술들도 이제는 개인이 컴퓨터로 작업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나 또한 새로운 기술을 공부해서 영화에 잘 접목하고 싶다. 앞으로도 한국 팬 분들이 실망하지 않을 작품을 만들고 싶으니 계속해서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웃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부, 미이케 다카시 감독 등 많은 일본 감독들이 한국과 협업하고 있는데 한국과 협업할 생각은 없나.
기회가 된다면 한국 배우들과 꼭 한 번 협업을 해보고 싶다. 예전에 배두나와 단편영화를 작업한 적이 있는데, 긴 극영화를 함께해 본 적은 없어서 장편 영화를 같이 찍고 싶다.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를 만나 악수를 나눴는데 그와도 함께 일하면 좋을 거 같다. 다음에 한국을 방문할 때는 영화 촬영을 위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웃음)



사진제공_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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