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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세 사내와 한 여자를 만나다
피말리는 이야기의 주역, 그들과의 단독 인터뷰 | 2003년 11월 14일 금요일 | 서대원 이메일

아우라 가득한 4명의 인터뷰이를 상대하면서도 전혀 기 죽음이 없어 보이는 본 기자. 허나, 무지 떨렸더랬다
아우라 가득한 4명의 인터뷰이를 상대하면서도 전혀 기 죽음이 없어 보이는 본 기자. 허나, 무지 떨렸더랬다
상식에 준하는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심하게 가슴살을 부여잡으며 당혹감에 휩싸일 만큼 장난이 아닌 결말과 반전을 담고 있는 올 하반기 국산영화 중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이후 다시 한번 복수라는 클래식한 테마를 가지고 돌아온 박찬욱 감독의 야심작인 <올드보이>는, 최민식과 유지태라는 걸출한 사내와 강혜정이라는 어리면서도 당찬 소녀를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시키고 매무새를 잡은 영화로 전작과 달리 세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액션과 기교가 느껴지지 않는 심플한 위트가 넘치는 웃음 등 갖가지 스타일이 양질적으로 강하게 영상 안에 박혀 있는 수작이다.

해서, 무비스트는 당 영화의 연출자인 박찬욱 감독과 배우인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총 네분의 생각이 듣고 싶어 셋트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를 요청했고, 결국 충무로에 위치한 카페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그들과 얘기를 나누게 됐다. 물론, 쇠주 한잔 들이키며 긴 시간 동안 허심탄회하게 <올드보이>라는 영화와 그네들이 가지고 있는 영화의 진정성에 대한 깊고 넓은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지만 때가 때인만큼 그들의 살인적인 스케줄로 인해 그렇게 진행시키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무지 안타까운 경우라 할 수 있음이다.

우좌지간, 어떻게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요. 또 어떻게 보면 어찌할 도리 없이 묻고 답할 수밖에 없는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중요한 질의 내용이라 할 수 있는 그들과의 인터뷰 한번 경청해보시길.... 혹 아는가? 철저히 비밀에 부처 왔던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지 말이다.

가둔 자와 갇히 자의 피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올드보이>는 11월 21일 관객 앞에 당도할 예정이다.

깎다가 만듯한 콧수염이 매력적인 박찬욱 감독
깎다가 만듯한 콧수염이 매력적인 박찬욱 감독
영화에 대한 평이니 느낌이니 뭐니 하는 여러 사항들은 개봉과 동시에 전적으로 관객의 몫으로 넘어간다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 감독 입장에서 관객이 이 영화를 이렇게 봐 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존재할 거다. 뭐가 있겠는가
박찬욱 감독: 웃어줬으면 한다. 내용은 물론이고 포스터만 봐도 심각할 것 같은데.....안 그런 점도 많다. 물론 심각한 장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바라는 건 심각한 사이사이 끼어드는 웃긴 장면이 분명 있다는 거다. 그럴 때 눈치 보지 말고 웃기면 웃어 줬으면 한다.

웬만해선 감당히기 힘든 이 영화의 결말과 반전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은지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입조심하라’
아마도 영화를 보시면 절감하실 거다.

간단하게 각자의 배역을 소개해달라
강혜정: 미도라는 배역을 맡았다. 미도는 보셨다시피 대수(최민식)를 사랑하는 일식집 요리사다. 성격이 애매모호하면서도 강하고 여린 여자다. 어쨌든,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아직 앳된 티가 팍팍 나는 강혜정은 어려서 그런지 인터뷰내내 무지하게 쑥스러움을 많이 탔다)

유지태: 선배인 최민식 오대수를 가둔 이우진 역을 맡았다. (정말이지 간단하게 말했다)
최민식: 이우진이 가둬서 15년 동안 죽을 고생을 하다가 보시다시피 완전 박살낸 오대수이다.

레게 스타일의 희한한 머리가 그나마 정리된 최민식
레게 스타일의 희한한 머리가 그나마 정리된 최민식
이번 영화에서 최민식씨는 오대수라는 한 인물로 등장하지만 오만가지 극단적인 성격의 캐릭터를 오가는 아주 난해한 연기를 훌룡히 소화해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민식: 뭐 특별히 준비하거나 부담을 크게 같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그것처럼 하나하나 퍼즐 조각을 맞추듯 준비하고 촬영해왔을 뿐이다. 물론, 처음엔 이거 정말 엄청난 이야기다, 라고 생각했다. 이 대본 이거 정말 앞으로는 죽을 고생을 하겠구나, 그러니까 내가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사 한마디한마디 시퀀스 시퀀스마다 대본에 충실해야겠구나..................뭐 그게 다 라고 할 수 있다.

유지태씨 같은 경우 촬영일정이 다 달랐음에도 내부사정으로 인해 <거울속으로>, <내츄럴시티>, 그리고 올해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올드보이>까지 한번에 쫙 개봉하게 됐다. 어쨌든, 끝물에 개봉되는 이번 작품이 유지태씨 개인에게는 나름대로 의미가 각별할 텐데...
유지태: 나 역시 개봉 일자가 그렇게 한꺼번에 잡혀 속상했다. 그렇다고 내 힘으로 되는 일도 아니고......<올드보이> 촬영할 땐 그냥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미도와 대식의 경우 구체적인 동기없이 갑작스럽게 사랑을 하게 되는데 의외로 그게 설득력이 강했다. 그만큼 연기가 좋았다는 말이다. 물론, 중반부를 지나 왜 그러했는지 이유가 나오지만 말이다. 최민식씨와 연배차이도 많이 나고 그런데 어떻게 준비했나
최민식:(갑자기 끼어들어)연배차이 별로 안 난다.
강혜정: 나이 많은 남자를 사랑하는게 특별하다, 독특하다, 라고 생각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필이 꽂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다들 카~~아). 그래서 내가 선배님한테 필 꽂히도록 선배님의 아리따운 구석들을 평소 두루두루 찾아봤다.
박찬욱:(역시나 끼어들어)참 어려운 일이었죠....

“왜 가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풀어준지’가 중요하다”고 이우진이 말한 것처럼 이 영화의 반전과 결말은 가히 충격적이다. 일본 만화에서 비롯된 기본적인 설정 외에는 모든 것을 다 혼자 꾸린 걸로 알고 있다. 대관절 그러한 이야기의 동기는 어디서 시작됐나
박찬욱: 그거야 뭐 책상에 앉아 있다 생각 한 거지 뭐 특별한 건 없다. 이 영화는 어차피 우리가 늘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인물이나 상황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다시 말해, 좁은 의미의 리얼리즘 영화는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좀더 근원적인 인간의 욕망이나 원형적인 감정의 이야기, 신화나 고전에서 볼 수 있는 근본적인 것들을 가지고 만들고 싶었다. 그런 고민의 와중에 *****(결정적 스포일러인 관계로)와 같은 소재가 나온 것 같다.

15년 동안 감금방에 갇힌 오대수는 군만두만으로 모든 끼니를 때운다. 그를 가둔 자가 그것만 주니까 말이다. 헌데, 보통 군만두는 다른 중국 음식을 많이 시켰을 때 딸려 나오는 공짜의 그것이라 인식돼 있다. 그렇다면 굳이 군만두를 주식으로 삼아 대수에게 던져줬던 이유는 무엇인가
박찬욱: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이렇다. 최민식 선배가 자장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장을 해달라고 하더라. 하지만 해달라는 거 그대로 들어주는 성미가 아니라....자장면은 자꾸 입에 묻는다. 배우들 입에 모 묻는 것을 싫어한다. 근데, 만두는 하나도 안 묻고 입에 쏙 들어가지 않는가.
최민식: 자장면을 15년동안 줬으면 안 나오려고 했을 거다.

영화를 보면 최민식은 사각판스를 입은 몸을, 유지태는 탄탄한 육체를 자랑하며 뒷 모습 올 누드를 보여준다. 그리고 강혜정은 감금방 패거리들로 인해 가슴이 노출된다. 캐릭터들의 몸의 일부분을 드러내는 데 있어 영화의 맥락과 관계없이 배우들의 신체조건과 관련된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박찬욱: 그런 건 전혀 없다. 다 영화적 맥락일 뿐이다. 유지태가 다 벗고 펜트하우스를 걸어다니는 것은 그가 타인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고, 최민식 선배 같은 경우는 촬영날 그냥 입고 온 사각 판스를 그대로 찍은 거다. 미도의 가슴 노출은 능욕당한 기분을 내려고 한 것뿐이다.

늘 신중하고 간단명료하게 멘트를 날리는 유지태
늘 신중하고 간단명료하게 멘트를 날리는 유지태
유지태씨는 냉소적인 캐릭터를 최민식씨는 광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다. 연기를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유지태: 우선, 시나리오 자체가 철저해 그걸 채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촬영기간 동안 좋은 감독, 배우들과 일해 행복했다. 뭐 그만큼의 부담감도 있었지만 그건 내몫이고. 어쨌든, 매 테이크마다 최선을 다 했고, 앞으로 열심히 연기, 영화에 충실해 최민식 선배와 박찬욱 감독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답해드리고 싶다.

최민식: 감정의 진폭도 크고, 캐릭터의 상황 설정도 극단적으로 치닫고, 전혀 현실세계의 전통리얼리즘 드라마 형식을 띄지 않고 많은 상상력을 요구하는 영화 스타일이라 많은 분들이 "아 저거 되게 힘들었겠다." 생각하실 거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현실에 전혀 근거를 둔 이야기가 아니라, 소위말해서 15년 동안 감금당한 경험이 있는 분들 없지 않냐, 그래서 내가 하는 게 정답이다 라는 마음으로 일을 진행시켰다. 결과적으로 대사와 표정을 상황에 맞게끔 보여줄 때 얼마나 진정성을 담고 미도와 우진을 대하느냐가 관건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감독이 묘사하는 이 영화의 맛깔을 내기 위해 더듬이를 크게 세웠다.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웃고 있는 강혜정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웃고 있는 강혜정
영화를 찍으며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뭐가 있겠는가
유지태: 사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늘 매번 매신 매컷이 다 어렵다 라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정말 펜트하우스 내에서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 15년 동안 준비하고 쉴 새 없이 뱉어내야만 했던 대사 치는 방법 등이 힘들었다..

강혜정: 솔직히, 난 동문서답 잘하고 뭐가 어떻게 분위기가 돌아가는지 잘 파악을 못할 때가 많다. ㅋㅋㅋㅋㅋㅋ 힘든 거 하나도 없었다. 감독과 선배가 너무 잘해줘서 말이다. 다만 연기를 내가 못한 게 미안할 뿐이다. 최민식 선배가 미도랑 나랑 밀착돼 있었야 된다고 했는데 잘 느끼지 못한 거 같다.

최민식: 강혜정과 사랑을 나누는 러브신이 있다. 정우성이나 유지태였으면 정말 해피했을 텐데 나랑 그런 걸 찍게 되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어려웠던 점은 맞춰진 일정이 늦쳐져 짧은 기간에 많은 컷을 소화해내야 했던 거,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문제였다.

예비관객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최민식: 이렇게 봐 주십사 저렇게 봐 주십 하는 그 자체도 어떻게 보면 관객들에게 또 다른 굴레를 씌우는 것 같다. 뭐 소문도 많이 날 텐데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그냥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이 연기하니까 뭔 얘기해나....그런 마음으로 가볍게 보러 오면 좋을 거 같다.

취재:서 대원
촬영:이 기성 이 영선

7 )
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20
qsay11tem
기사 잘봄   
2007-08-09 21:01
kpop20
인터뷰 잘 봤어요   
2007-05-27 11:39
ldk209
정말 충격적이었던 결말....   
2006-12-27 18:39
a1046
오... 이 기사를 예전에 봤다면 이 영화 극장에서 봤을텐데...   
2005-02-15 18:22
soaring2
다들 정말 멋진 배우죠^^   
2005-02-13 12:04
cko27
ㅋㅋ인터뷰 잘봤어요. 재밌네요.^^   
2005-02-09 18:3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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