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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쳐! 인터뷰①] 너희들, 나 '신재인' 몰라도 돼!
2006년 2월 23일 목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어느 때보다 한국영화가 문화적 대세를 잡고 흔들고 있는 요즘, 무비스트는 시대의 흐름을 읽으면서 앞으로의 한국영화를 이끌 차세대 주자를 찾기로 다부지게 마음먹었다. 써 놓은 본인이 읽어봐도 무지 거창한 시작에 낯간지럽다;; 그러니 참아줘~ 여하튼..................

2006년, 한국영화 빅뱅시대에 남은 건 오직 스타감독과 톱스타 배우뿐이다. 외적으론 발전하고 있어 보여도 한국영화는 지금 스위치만 누르면 곧바로 터질 기세인 위험천만한 폭탄을 내재한 격이다. “그렇다 쳐” 인터뷰시리즈는 한국영화 열풍의 근본 원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중에게 인식되지 않은 영화계의 다양한 인물들을 찾아가 그들이 근미래에는 한국영화의 대세를 주도할 주인공임을 미리 감지 해내는 작업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툭 깨놓고 말하면 여기에 연재되는 인물들 지금 환경에선 별반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그래 그건 그렇다 쳐! 하지만 언젠간 지대로 뜰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게 "그렇다 쳐! 인터뷰"의 골자다.

그 첫 번째 주자로 영화보다 감독 이름이 알 마한 사람들 사이에선 더 유명한 신재인 감독을 찾아갔다. 앞으로도 도발적인 컨셉으로 이름마저 오만한 “그렇다 쳐” 인터뷰시리즈를 통해 만나고픈 영화인이 있다면 언제든 다양한 방법으로 무비스트에 신호 보내주길 바란다. 당신만 알고 있는 영화인이어도 괜찮다. 만나보면 싹수가 있는지 없는지 금방 뽀록난다. 그 판단 기준은 딴 데 없음이다. 오직 인터뷰 대상의 마음 즉, 마인드에 따라 달리 갈 것이다. 물론 판단 내리는 이들 또한 무비스트가 아닌 무비스트 회원임을 명확히 밝혀둔다.



이름만 봐서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도통 감이 안 온다. 아마 이름도 처음 들어 본 이가 대부분일 게다. 감독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모르겠지. 사실 관객천만 시대를 다시 부활시킨 <왕의 남자> 감독이 이준익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이가 주위에 널렸는데, 꼴랑 영화 3편 만든 ‘신재인’ 모른다고 내 돈 내고 영화 보는 데, 밥 벌어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다.

아무리 그렇다 쳐!도 모 유명 영화평론가가 극찬을 아끼지 않고 유명 영화언론매체가 앞 다퉈 재능을 인정한 ‘신재인’ 감독을 정말 몰라? 그래 그것도 그렇다 쳐!

그런데 말이다.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과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는 단 두 편의 단편영화로 영화제의 상이라는 상은 다 독식하다시피 하고 차곡차곡 모으면 꽤 거금이었을 상금을 한 큐에 거둬들인, 이 야무진 ‘여자’(놀랬지? 여자라서)에게 무비스트는 2년 전부터 필이 꽂혔다. 언젠가는 잘난 그들이 말한 대로 한국영화의 대들보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실은, 그들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그를 찾아갔음을 고백한다.

더불어 이날 인터뷰를 가지고 무비스트가 내린 결론은 지금까지 만든 영화보다 앞으로 만들 영화가 무궁무진하게 많은 감독이 신재인이라고 결정 봤음을 미리 고지하는 바다.

올해 나이 서른일곱. 삼십 평생 엘리트 코스만 밟고 산 것처럼 보이는 늦둥이 영화신동 신재인 감독. 첫 장편영화 <신성일의 행방불명>을 떡 하니 대중 앞에 내놓았으니 응당 바쁜 나날을 지내고 있는 그를 상상하며 찾아갔는데........................

“그렇다 쳐!” 시리즈 인터뷰의 첫 포문을 연 신재인 감독은 언론의 성찬과 과도한 관심이 빚어낸 자신의 괴짜 이미지를 강력 부인하며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거두어 줄 것을 요구했다. 칭찬은 시샘을 낳고 옹호는 반대세력을 만드는 접착제다. 이날의 대화는 신재인에 대한 그간의 평가에 의문을 품었던 자들에겐 올바른 기준점을 제시할 것이고 그를 진작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에겐 신재인을 그나마 바로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선 세간의 평대로 똑똑한, 어떤 면에선 뭔가 모자람이 느껴지는 인간 신재인 바로알기 프로젝트 인터뷰 벌써 개봉해쓰~~


최경희(이하 최): 감독님의 첫 장편이 정식 개봉하는데 본인이 직접 느끼는 관객반응은?
신재인(이하 신): 볼 때 마다 관객반응이 다르다. 부산영화제 때 발생한 1회 영사 사고 났을 때는 얘기만 전해 들었는데 적어도 항의는 없었고 끝까지 앉아서 봤다고 하더라. 2회 때는 반응이 좋았고 3회 때는 너무 좋았다고 한다. 영화제마다 그런 열광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있다. 굉장히 액티브하게 반응하며 크게 웃는 사람이 몇몇 끼어 있으면 집단적으로 잘 보는 것 같다.

최: 그래도 <신성일의 행방불명>에 대한 관객반응을 요즘 한창 느낄 터인데.....
신: 그건 영화 홍보하는 분한테 물어보세요~ 내 입장에선 장담하기 어렵다.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재미없게 느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예술영화 관람층이 볼 때 관객반응이 더 좋고 그렇지는 않았다. 사실 잘 모르겠다. 기대보다 훨씬 좋아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아주 안 좋게 본 분들도 있으니....

최: 다른 매체에서 나온 감독님 기사 보고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 피부 너무 좋다(호호).
신: 아닌데... 예전보다 요즘 피부가 안 좋아졌다. 입술도 트고.

최: 사진으로 봤을 때는 머리가 짧았는데 지금은 많이 길었다?
신: ‘신성일’ 찍은 지 몇 년 됐으니깐 머리를 좀 길어봤다.

최: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와 이번 영화 <신성일의 행방불명>까지 모두 입(식욕)과 관계있는 영화다. 어떤 특별한 의미를 두고 같은 소재로 연작 하는 건가?
신: 의미나 의도는 별로 없다. 그 동안 써둔 스토리를 보면 식욕이나 먹는 행위를 소재로 한 스토리가 많지 않다. 그 중에 식욕이나 먹는 행위를 소재로 한 스토리는 소수였는데 그냥 연달아 영화로 만든 것뿐이다. 의도한 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기에 나도 그때 알았다. 그런데 이런 소재로 써둔 시나리오가 나한테는 진짜 얼마 없다. 근대 그냥 이렇게 되더라. 만들다 보니깐......

최: 다음 영화는 그럼 먹는 행위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아니겠다?
신: 다음 영화도 먹는 얘기인데...(하하)

최: ‘신성일...’이 여러 영화제에 상영되고 상도 받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상영이나 상은 무엇인가?
신: 상은 별로 받지를 못했다. 받은 상이라고 해봤자 특별언급인데 그건 종이 상장이었고, 상금이 있는 상이 나에겐 의미가 있다.

최: 혹시 그 상금으로 다음 영화 제작에 쓰려고?
신: 그런 것도 있고......

최: 단편 영화 작업하다 첫 장편영화 <신성일의 행방불명>을 찍어보니 단편과 장편 작업의 차이가 있었을 텐데...
신: 일단 단편 찍을 대는 고통이 많지 않았는데, 신성일 찍을 당시에는 예상보다 훨씬 고난이었다. 흠... 고난의 연속. 장편을 찍을 만한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단편 찍는 방식으로 촬영해서 힘들었다. 장편영화의 고유한 경험이 그래서 되지 못했다. 준비 기간 또한 단편 준비기간과 동일했다. 단편보다 제작기간이 길기 때문에 스텝들을 붙들고 있으려면 계약을 하든지 아니면 선후배 관계든가 아니면 동지이든가, 적어도 이 세 가지 중에 하나여야만 한다. 신성일 작업은 인터넷으로 공모해서 처음 본 친구들하고 작업을 했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그 친구들이 김밥을 먹어가면서도 열의를 가지고 참여했는데 일정기간이 지나니깐 그 열의가 식어가더라.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에 나도 그들을 붙잡을 수가 없었다. 떠나가면 새로 구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촬영이 안정된 시기가 없었다. 결국 이런 아수라장 같은 현장에서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은 감독인 나 밖에 없게 된 적도 있다.

최: 그게 독립영화의 현실이란 생각이 든다. 적은 돈으로 거의 맨몸으로 영화를 만들고 부딪치는 작업이다 보니...
신: 근대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은 내 말들이 너무나 변명 같다. 나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말과 행동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을 게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게 나의 특성일 수도 있고, 그 얘기가 뭐냐면 내 개성이 이 영화에 반영된 그대로라고는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신성일..’을 가지고 상업영화로 만드는 거였으면 훨씬 리얼리티를 높여서 연출을 했을 거다. 관객들한테 보편적인 공감을 얻는데 리얼리티가 필수조건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신성일...’은 상업영화가 아니 여서 리얼리티에 대한 족쇄를 덜 차고 연출했다. 연출하는 나로서는 그게 훨씬 재미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영화의 스토리를 피상적으로 느끼게 해, 공감하는 관객의 수를 줄인 거겠지만 연출하는 과정은 재미있다.

최: ‘신성일...’은 독립영화나 실험영화로서 볼 수 있는 면도 있지만 대중적 코드도 강하다고 봤다. 어느 정도 관객을 의식하고 만든 흔적이 엿보인다.
신: 맞다. 내가 상업영화를 하겠다는 생각 전혀 없이 독립영화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신성일..’이란 영화를 제작, 연출했다면 지금보다 리얼리티는 더 떨어졌을 것이다. 근대 이 영화는 어중간 하다. 앞으로 상업영화도 하고 독립영화 작업도 계속 할 생각이기 때문에 고집스럽게 내 좋은 쪽으로만 작업하려 하지 않았다.

‘신성일...’은 어중간한 타협의 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족하는 관객의 수도 어중간 할 것이다. 이 영화에 담겨진 내 개성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연출을 해도 그게 상업영화냐 독립영화냐, 독립영화만 할 사람이 만든 독립영화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고 봐야 한다.

최: 그 어중간함이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에겐 애매함으로 다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신: 이 영화의 개성을 떠나서 이 영화의 완성도에 미친 여러 가지 요소들이 많이 있다. 그 요소 중 가장 분명한 것은 내가 장편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무모하게 일을 저질렀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고 장편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했더라도 이거보다 더 낳은 결과를 낳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말을 할수록 변명같이 느껴진다.

최: 영화가 완성 된지 오래됐는데 지금에야 개봉하게 됐다.
신: 이 영화의 개봉을 늦춘 이유가 있다. <신성일의 행방불명>이 개봉 안 해도 좋다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반면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개봉할 때 이 영화가 평단이나 대중에게서부터 엄청 깨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런 맘 상태였다면 ‘이 영화 정말 개떡 같습니다. 아무도 와서 보지 마세요.’라는 얘기를 내 스스로 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데는 관객이 조금이라도 들어서 돈을 벌면 다음 작품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만든 감독인 나도 함부로 말을 못하겠다. 이 영화 개봉에 관련된 인터뷰는 어제 오늘이 처음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답변할수록 왠지 착잡해지더라.

최: ‘신성일...’은 이미 여러 영화제를 통해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일반(영화제에 관심 없는)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 일련의 과정들이 생소해서 그런 게 아닐까? 아니면 전혀 다른 평가가 그들에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신: 내 스스로는 나를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어디서 누가 ‘이 영화의 어디서 재미를 본거야?’라고 떠들어 댄다고 해도 내 입장에서는 하나도 수치스럽지 않다. 내 영화에서 재미를 발견한 건 내가 아니라 저널리스트 혹은 평론가들이기에, 내 영화와 관련한 비판의 말들은 나를 향한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을 향한 것이라 본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독에 대한 공격이라고 여긴다. 사실 그런 오해는 그들의 잘못인 거고. 어쨌든 저널리스트나 평론가들끼리 ‘야 이 감독 별로인데 넌 어디서 뭘 봤냐?’ 하면서 싸우는 것 한 번 봤으면 좋겠다. 또 한편으로는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혹평을 하든, 관객은 일단 많이 왔으면 좋겠다. 이 두 가지가 내 마음 속에서 나를 참 착잡하게 만든다.

사진이 잘 안 잡힌다는 이유로 자리를 옮겨 달라고 부탁하는 권영탕 사진기자에게 신재인 감독은 “왼쪽이 더 잘 나와요. 왼쪽과 오른쪽에 나이차가 있거든요. 사진 나온 것 보면 왼쪽에서 찍힌 게 잘 나왔더라고요” 생각보다 작은 체구와 여린 말투여서 이미 짐작은 했지만 신재인 감독은 소문과는 달리 소녀 같은 면이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 와중에도 우리의 권영탕 사진기자 오랜만에 그림 나오는 신 감독에게 아부 아닌 아부의 말을 던졌음은 물론이다. ‘감독님 피부가 너무 좋아서 사진 너므 잘 나와요~~’


최: (분위기 정리하고) 신재인을 사람들은 그냥 ‘감독’이라고 부르지 ‘여성감독’이라는 성 구분을 해놓지 않는다. 이렇듯 당신은 단편영화 시절부터 많은 평론가, 특히 정성일 평론가에게 극찬을 받으면 많은 언론인들이 주목을 받았다.
신: 여성감독이란 제한을 붙이면 정말 화난다. 정성일 평론가가 영화감독들을 자주 칭찬하는 분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한테 ‘정성일씨 친척 아니야?’는 식의 질문을 할 때도 있다. 그런 건 절대 아니고 나는 그 분을 잘 모른다.

최: 그래도 저명한 평론가의 칭찬은 사람들이 당신 영화에 호의적 관심을 갖게 만들지 않았나?
신: 나를 좋게 평가하는, 옹호하는 하나의 견해는 나에게 재능이 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적)재미가 입증된 사람한테 재미있다고 하는 게 평론가나 저널리스트가 할 일 중에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이 감독에게 할 수 있는 부분은 미래를 보고 재능을 육서하는 것일 게다. 씨앗이, 싹이 보이는 감독에 대해서 도움을 주고 육성하게끔 만들어 주는 일이, 내가 저널리스트라도 더 가치 있어 보인다. 결국 과대평가를 수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최: 당신에게 쏟아진 찬사들이 과대평가라고 말하는 것인가?
신: 현재 나는 씨앗일 뿐이다. 지금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도 씨앗일 뿐인데 누가 거기서 거목을 봤다고 한다면 ‘뭘 보고 거목을 봤냐?’ 식의 핀잔들이 오고 갈 게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은 필연적이다. 말했다시피 여기에는 과대평가를 수반한다. 아니 과대평가가 아니라 거짓말이 될 수도 있겠다. 왜냐면 그들이 미래의 거목을 봤다고 현재 평가했는데 그런 평가를 받은 감독이 다 거목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그들의 평가는 틀릴 여지가 다분히 있다. 사실 그런 거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최: 미래의 좋은 감독을 발굴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신: 맞다. 그런 일을 아예 안하는 저널리스트나 평론가들이 있다. 잘은 모르지만 이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할 뿐 가치 있는 영역을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 된다. 내 주변 하다못해 미장센단편영화제나 여러 영화제에서 예선 탈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볼 때는 재능이 있거나 지나치게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다.

내가 만약 저널리스트라면 그 친구에 대해 분명 썼을 것이다. 나처럼 그 정도 생각만 저널리스트가 해줬으면 좋겠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지금의 언론인들의 평가가 잘못됐다 해도 그들의 거기에 대해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생각에 동감한다. 그러나 아까의 당신 말과는 좀 다른 결론이 나왔다.
신: 그 사람들이 나와 어떤 친밀한 관계가 있어 평가한 게 아니고, 내가 그냥 수많은 씨앗 중에 하나에 불과하더라도, 아까는 그들에게 화살을 돌리려고 했지만, 저널리스트 또는 평론가들이 책임질 부분을 전혀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한 거고 그로인해 반대급부가 생겨도 그건 당연한 현상이라 본다.

스스로들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일에 임하는 것뿐이고 내가 그들한테 화살을 돌리든 말든 책임질 일이 아님은 다시 말하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그 화살이 나를 향해서도 오면 안 된다.

최: 신재인 감독 본인의 말을 듣고 보니 그 동안 자신에게 쏟아진 평가들이 부담스러웠다는 뜻으로 들린다.
신: 나는 그냥 씨앗인데 내가 앞으로 거목이 될지 안 될지는 나도 모르고, 사실 거목이 되는 것에 대해서 관심 없는 사람이 바로 나다. 남들보다 늦게 영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어린애들이 품고 있는 열망이 나한테는 없다. 사람들이 정말 이해 못하는 건데, 영화에 대한 결의에 찬 감정이 없어도 영화는 할 수 있다. 내가 영화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안 된 얼굴로 본다거나, 그렇게 잘난 체하더니만 하는 식으로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 자신이나 평가를 내리는 주체들에 대해서 너무나 잘못 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최: 사실 유명한 누군가가 뭐에 대해서 가타부타 어떤 평가를 내리면 사람들이 평가 받은 주체에 대해서 섣불리 다른 판단을 못 내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신: 그거는 자기들 잘못이다. 내가 저널리스트였다면 누가 먼저 어떤 평가를 했든 안했든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다. 여하튼 알아서 해야 할 문제다.

신: 아~ 그리고 지금 얘기하는 주제들 아주 좋아요. 이걸로 심층취재로 가죠.
최: 다행이다. 난 당신의 영화에 대해서도보다 신재인 본인에 관한 여러 가지 평가와 개인적 성향들이 더 궁금했는데.... 좋아! 가는 거야~~

최: <재능있는 소년 이중섭>과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 단 두 편의 영화 그것도 단편영화로 신재인은 천재감독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다. 때문에 이번 첫 장편영화 <신성일의 행방불명>에 할 때 부담감이 컸을 듯하다.
신: 내가 이 영화 촬영할 때 어느 영화잡지 기자분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단편으로 지금까지 굉장한 기대치를 부풀렸는데 이번 영화가 어떻게 평가 받을지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어보더라. 정말로 나는 눈곱만큼의 부담도 안 느꼈다. 내가 그럼 부담을 느꼈다면 1년 준비해서 영화 찍지 단 몇 달 만에 영화 안 찍는다. 난 이거 초고 쓰기 시작해서 두 달 반 만에 촬영 들어갔고 찍으면서도 그런 생각 안했다 아니 못했다.

최: 아무리 그래도 본격 상업영화 할 생각이 있는데 남들의 평가에 대해 무관심하다니, 나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신: 상업 영화 곧 들어간다. 남들의 평가 중요하지. 그 평가는 평가 내린 사람의 몫인 경우가 많다. 내가 어떻게 만들었든, 따라서 내가 ‘신성일...’을 못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다. 권위 있는 평론가의 평가를 떠나서 말이다. 사실 그런 걸 떠나서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는 게 아니라 꽤 많다. 반대로 권위 있는 분들이 좋은 평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안 좋게 보는 관객 분들도 있다. 내가 영화를 완성한 이상 어떤 평에 있어 내 몫은 없다. 나는 그저 재미있게 영화 만드는 사람이지, 당신들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나는 상업영화를 분명히 할 거고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때문에 상업영화 작업할 때는 시나리오에 임하는 자세부터 신성일 때와는 분명 다른 자세로 플롯을 구성하고 스토리를 쓸 것이다.

최: 언론의 평가보다 관객의 평가가 당신에게 더 중요하다는 뜻인가?
신: 100% 관객에게 호평을 얻기 위해서만 상업영화를 하는 게 아니다. 나름대로는 관객들이 보고 여러 가지 의미의 재미 중 하나의 재미라도 관객이 찾아 돌아가길 바란다는 뜻이다. 영화를 만든 이로서 관객을 즐겁게 하고 싶지, 나나 내 영화에 관한 평가를 내리는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바라고 영화를 하는 게 아니라는 뜻으로 말한 거다. 내 말의 의미에 있어서 분명히 차이가 있고, 더 나아가서 관객의 재미만 고려해서 영화 작업 한다면 당연히 나는 못한다. 관객들도 즐겁게 하면서 동시에 나도 좀 즐겁게 하는 영화를 만들 거다. 그런 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재미없으면 재미없다 에서 그치길 바란다. 그렇다고 영화를 만든 한 개인을 원망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최: 왠지 신재인 개인을 향한 관심이 영화에 대한 평가보다 더 부담스럽다는 말로 들린다.
신: 영화를 만든 사람에게 모든 게 귀결되는 현상, 즉, 감독을 너무 영화에 귀속시키려고만 하지 않길 바란다. 사실 감독이 많은 부분을 좌지우지 하는 게 영화일 게다. 그렇다고 해도 감독 입장에서는 영화 한 편을 완성했으면 이미 그 영화 만드는 과정을 포함한 모든 게 지난 과거사일 뿐이다. 내가 ‘신성일..’을 만들었다고 해도 스크린에 걸려 상영되는 신성일을 볼 때는 저절로 만들어진 자연 지형물을 보는 것과 같은 생각이 강하지 내가 만들었다는 감독으로서의 자의식은 강하게 들지 않는다. 어떤 말들에 의해서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강심장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일단 만들어 두면 일단 그건 완성된 상태기 때문이다. 그 완성품에는 나의 의지가 개입되고 여러 가지 컨디션도 작용했을 터이고 마치, 사막이 여러 요소의 의해 특정한 모양으로 변화하듯 지가 알아서 생긴 거라고 느껴진다.

영화가 주는 다양한 감정들만 생각 했으면 좋겠고 영화를 만든 사람이 누군가 하는 거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정말 몰라도 된다.

최: 마지막 말의 표면적인 의미만 받아들인다면 상당히 자신을 제외한 이들에게 공격적인 말로 들릴 여지가 있다. 당신이 언론에 비쳐진 모습에 본인 스스로 반감을 느끼는 건가?
신: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무슨 스타가 되고 싶다거나 언론의 주목을 끌고 싶은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보통 사람들보다 나는 더 없다. 그런대도 인터뷰를 하고 언론에 노출 하는 이유는 딴 데 없다. 내가 만든 <신성일의 행방불명>에는 스타가 안 나오기 때문에 감독이라도 시쳇말로 띄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배급사 “스펀지” 입장에서만 보자면 감독에 관련된 얘기꺼리를 이러쿵저러쿵 만들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신성일..’ 소개하는 책자를 보면 영화보다 내 얘기로 할애를 많이 해놨더라. 실은 그걸 보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일종의 괴짜 마케팅으로 나를 포장했는데 사실 나는 괴짜도 아니고 되게 평범한 사람이고 재미있게 살고 싶어 영화 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여기저기서 괴짜처럼 나를 포장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크게 터치하지 않는 데는 마케팅 전략이라서......

최: 사실 나도 당신을 어딘지 모르게 예사롭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해 왔다. 그런데 오늘 직접 만나보니 너무 여성스럽고 아이 같은 목소리로 인해 그간의 이미지가 확 깨져버렸다.
신: 어디서 나에 대한 얘기를 들었더라도 그게 마케팅에 의해 포장된 이야기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나를 본 사람들마다 정말 의외라고 100% 항상 말한다.

최: 아닌 게 아니라 마케팅에 관련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처음으로 자신의 영화를 전문 홍보사에게 맡겼다. 영화에 관련된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해 온 사람이었는데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 일을 진행해 본 소감이 궁금하다.
신: 일단 편하다. 편한 대신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포장되는 그런 생각은 접었다. 그 일은 이분들이 해야 할 일이니깐 그거에 대해서는 터치할 게 없다. 각자의 할 일대로 했을 뿐이니 말이다. 그 결과로 보인 신재인 개인의 이미지는 관객들이 그게 아님을 이제는 알아주길 바란다.

최: 본인에 대한 관심을 사람들이 좀 줄이기에 앞서 괴짜로 알려진 자신의 이미지부터 그게 아니라고 알리고 싶겠다.
신: 사실 좀 더 강하게 말하면 나에 대해서 관심조차 안 가졌으면 좋겠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평범한 사람이고 은둔형의 사람이다. 그렇지만 내가 관심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도 존재한다. 내가 영화작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선에서 관심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관심을 받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마이너스적인 측면이 분명 있다. 나 같은 사람은 더더욱. 그걸 감수하는 거지 즐기진 않는다. 그 관심이 온전히 내 영화로 옮겨지길 바라고 관객이 많이 들었으면 한다.

내 입장에선 영화보고 다 똑같은 생각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결국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나에 대한 관심을 좀 안 가졌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관심을 주신다면 고맙게 감수하겠다. 두 번째는 반응이 안 좋아도 좋으니 관객들이 내 영화를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 영화로 돈 좀 벌어봤으면.....

최: 돈이라..... 독립영화로 돈 벌기는 어려울 텐데....
신: 모든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돈을 벌고 싶어 한다. 근대 다만 돈을 벌기 위해선 뭔가와 타협하고 포기하는 부분이 많아지겠지. 자기 영화로 돈을 벌고 싶어 하기는 누구나 마찬가지다.

최: 늦은 나이에 영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더 빨리 성공하고픈 맘도 강할 듯싶다. 반면에 영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콤플렉스도 있을 듯한데?
신: 영화를 늦게 시작해서 너무 아쉬웠다. 영화아카데미 들어간 첫해 너무 행복하게 지냈다. 일 년 동안 그렇게 놀아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마냥 맘껏 놀았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앞으로 내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니깐 아쉽더라. 내가 10년쯤 젊었을 때 영화를 시작했다면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나이가 듦에 따라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변화하면서 잃어버린 것들,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 분명 있기에 상당한 아쉬움으로 다가오더라. 콤플렉스라는 말은 맞지 않고 가끔 아쉬움을 느꼈다.


최: 서른이 넘어서 영화에 입문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당신은 영화를 하고 싶은데 나이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신: 누가 나를 신동이라 하더라. 서른 넘어서 신동이란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마 보기 드문 기회일 거다. 그분이 내 나이를 아마 모르고 그렇게 말씀하셨을 텐데 영화경력에 비하면 굉장히 일찍 주목을 받긴 받았다. 뭐 워낙 늦게 시작했으니깐. 평소에는 별로 그런 생각 안하고 영화학교 졸업하고 영화 만들기 시작한 사람 정도의 수준쯤으로 내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조금 얄미운 애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나보다 빨리 영화공부도 하고, 독립영화 작업도 오래 한 애들이 나를 만났을 때 하는 말이 있다. 나보다 빨리 시작했는데 나보다 덜 주목을 받은 것에 대한 스스로의 위안의 말이 내 나이에 관련된 거다. ‘이 사람 나이가 많잖아’ 대부분 이런 식으로 내뱉는다. 그런 사람을 볼 때 상당히 불쾌하다. 불쾌하기 이전에 상대방의 정신장애가 안됐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하여튼 그런 사람들 자주 봤다.

최: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단 몇 편의 영화로 대단한 주목을 끈 주인공은 바로 신재인 본인이니 부러움과 시샘은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신: 만에 하나 그런 걸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해주고픈 말이 있다. 평가나 경쟁에 오히려 연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이 뒤늦게 뭘 할 수 있었다고.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28, 29 먹은 사람들이 ‘제 나이가 많죠? 나이가 많아서 안 써줄 것 거죠’ 또는 ‘나 영화하기에는 늦은 나이 아닌가요?’라고 술 먹으면서 얘기한다. 보면 참 안쓰럽다.

그 친구들하고 내가 달랐던 점은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가 상대적인 나이임을 알았다는 거다. 늦게라도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건 그 마음이 늦게 생겼기 때문이다. 하고픈 마음이 생겼을 때 하면 된다고 본다. 괜히 일찍 영화 시작한 애들하고 비교하지 말고. 확실히 나는 그런 비교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내가 20살 때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까? 가 궁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최: 영화아카데미 다닐 때의 신재인은 어떤 학생이었나?
신: 동기 중에 나이는 젤로 많으면서 가장 철없는 친구였다. 영화에 대해서도 젤 모르기도 하고. 나보다 5년 어리면서 연영과 졸업하고 온 친구들은 영화적인 지식, 스킬이 여러 모로 나보다 성숙한 애들이 많아서, 걔네들 작업하는 거 어깨너머로 보면서 많이 배웠다.

최: 남들은 안정을 찾아갈 나이에 과감하게 영화에 뛰어들었다.
신: 내가 나이가 많기 때문에 나이에 걸맞게 생활을 해아 한다는 생각을 하면 굉장히 비참하다. 내가 아는 친구 중에 지금 이 나이에 CEO 된 사람도 있고 떼부자 된 친구도 있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안정감 있는 생활에 접어든 친구들을 만나면 나보다 그들이 나를 보고 놀란다. ‘이런 화석화 같은 인간 같으니 대학교 때 모습 그대로네’ 하면서 내 정신적 상태에 놀라워한다. 오히려 그들이 화석화된 나를 부러워하는 것 같다.

최: 예전에 담배 피는 모습으로 찍힌 인터뷰 기사를 어디서 봤는데, 지금 보니 담배를 끊은 것 같다. 영화 만드는 사람치고 담배 안 피는 사람 거의 못 봤는데....
신: 작년 10월 초에 끊었다. 요즘 담배 피는 감독들 많지 않다. 박찬욱 감독도 끊었고 아예 안 피는 감독들도 많다. 담배를 끊게 된 계기는 담배를 피우면 진짜 심하게 머리가 나빠진다.

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영화에 뛰어들기 전부터 영화를 자주 보고 좋아하는 장르가 있었나?

신: 사실 영화를 보는 것보다 영화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또 영화를 많이 본 편도 아니다. 일단은 극장에 잘 안가고 사람 많은 곳은 잘 안 간게 된다. 영화를 많이 보는 해가 있고 어떤 해에는 영화를 전혀 못 봤을 때도 있다. 고시 공부할 때는 하루에 4~5편까지 보기도 했는데. 좋아하는 장르는 지금에 와선 특별히 없다. 감독들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장르에 대한 편중은 없는 편이다. 고시공부 할 때 대게는 공포영화를 봤다. 그 때는 공포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내게는 공포영화가 가장 리얼해 보이는 장르의 영화였다. 안 보게 되는 장르가 있는데 로맨틱코미디류의 영화들이다. 선뜻 보고 싶은 맘이 생기지 않는다. 그거 외에는 특별히 가리지 않고 보는 것 같다.

최: 보편적 기준에의 안정된 삶을 버리고 영화를 택한 당신의 행보는 아까도 말했지만 감독의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돼버렸다.
신: 글쎄.... 감독이 꿈을 꿀만큼 좋은 건지 일단 모르겠다. 나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안하고 지냈던 사람이다. 일 년에 영화 찍는 게 며칠이나 된다고 내가 감독이어요? 그냥 나는 영화를 가끔씩 만드는 사람이지, 상금을 탄 경우 빼놓고 영화를 팔아서 돈을 벌어본 적도 없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난 감독이란 생각을 안 하고 지냈다. 다만 영화팀을 꾸리고 영화를 제작할 때부터 사람들이 나를 감독님 감독님 하고 부르는데, 그 호칭이 되게 어색하다.

무슨 야구감독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근대 이상한 거는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다른 상업영화 감독들은 그런 생각을 안 한다는 거다. 일 년에 감독으로서 생활하는 게 며칠이나 된다고 다들 그들을 감독님이라고 부르더라. 본인 스스로 어색하지 않을까? 아닌가?

최: 하긴 그렇다.
신: 내가 어떤 모델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사실 모델로서 제시될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 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아니라 정말 우연하게 영화감독이 된 케이스다. 어떻게 하다 소설 하나를 썼는데 내 스스로 너무 잘 썼다는 생각에 책으로 내보려고 출판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찾아간 여덟 군데마다 다 거절을 당했다. 그 충격에서 빠져 나오는 유일한 방법이 이 소설을 영화화 시키는 거였다. 영화를 하려면 영화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거다. 당연히 떨어질 생각에 면접도 편하게 봤는데 붙었다고 하더라. 막상 붙고 나니 정말 다녀야 하는지 너무 고민스러웠다.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 같아 겁도 나고 결국 입학식 때는 가지도 않았다.

최: 얘기를 듣다 보니 신재인 감독은 운이 무척 좋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대 출신에 소설까지 써, 그 소설 한번 영화로 만들고 싶은 맘에 남들이 그렇게 노력해도 붙을까 말까 하는 영화아카데미에 철커덕 붙어, 그것도 서른이 넘어서 말이다. 이런 표면적인 것만 나열해 보니 언론이 당신을 신동, 천재라 부르는 게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운도 무지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본인은 엄청난 노력을 했을 테지만 말이다.
신: 그게 운이긴 운이다. 이게 좋은 운인지 아닌지는 아직 판단내릴 수는 없지만 서도. 나를 보고 나이 많은 분이 영화 쪽으로 인생의 급선회를 하신다면 그건 그 사람이 원하는 거다. 그게 행복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영화작업의 많은 부분이 고통인데 그것마저도 행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받아들일 수 있다면 괜찮은 거고.

다만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미 안정된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그 안정을 버린대서 오는 차이를 말하는 거다. 사실 그 안정이라는 게 굉장한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 한 번 버려보면 알거다.

신: 예전에 모 영화매체 기자분하고 영화제를 같이 갔는데, 그 기자가 자꾸 나를 천재라고 남들에게 소개를 하는 거다. ‘이 사람 천재야’ 하는 그 기자의 말이 왠지 좋은 뜻이 아니고 반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물어봤다. 나 싫어하냐고 그랬더니 싫다 라고 대답하더라.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신: ^^;;

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다. <신성일의 행방불명> 재미있는 영화 맞는가?
신: 그거야 모르죠. 일단 보고 재미있나 없나를 판단했으면 좋겠다. 영화를 너무 재미없게 본 사람은 나한테 항의를 하면 내 몫으로 돌아오는 돈을 환불해드리겠으나, 물론 거짓말 탐지기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게다. 거기에 드는 비용은 반반 부담하고.

“그렇다 쳐” 인터뷰 제1탄 신재인 편이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끝났다.

다음 “그렇다 쳐” 인터뷰 주인공은 2000년 홀연히 <킬리만자로>라는 영화를 내놓고 지금까지 차기작을 내놓지 않은 영화계의 숨은 고수 오승욱 감독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장장 3시간에 걸친 블록버스터급 “그렇다 쳐” 인터뷰 제2탄 오승욱 편 기둘려 주시라. 영화계라는 강호에서 외로이 울부짖고 있는 킬리만자로의 표범 오승욱. 그의 모든 비밀이 낱낱이 공개될 예정이다.

Coming Soon!!~~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기자

10 )
mkkooy76
신재인 감독...전에 잡지에서 한번 본적이 있습니다. 역시....남다른 구석이 분명 있긴 하네요....잘 읽었습니다...다른 매체랑 차별화 두려는 무비스트의 이런 모습 솔직히 맘에 듭니다. 화이링입니다. 담 편은 오승욱 감독이라....ㅎㅎ 기대하겠습닏.   
2006-02-24 01:29
juiceboy
사진 빽으로 쓰인 벽지 문양이 예쁘네요.장화홍련에서 본것 같기도.   
2006-02-2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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