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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 확실히 뜬다! 이미 떴나? 대중 앞에 다가 선 연극배우 '장영남'
2008년 1월 29일 화요일 | 하성태 기자 이메일


하성태(이하 '하') 새벽까지 <거룩한 계보>랑 단막극을 다시 봤어요. 제가 <별은 빛나건만> 굉장히 재미있게 봤거든요. <서툰 사람들>은 매진이라 보고 싶어도 못 봤어요. 우선 연극 잘되고 있는 거 축하드려요. 요즘 정신없죠?
장영남(이하 '장') 아, 정말요(웃음). 관객들이 많이 찾아주세요. 그런데 공연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오히려 괜찮아요. 한가하죠. 공연을 두개 겹쳐서 한 적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더블 캐스팅이라 오늘 같은 날은 쉬니까 한갓지고 좋아요.

작년엔 무지 바빴겠어요. 연이어 공연하고 중간에 드라마, 영화도 찍고요. 배우는 바쁠 때 더 행복하죠?
네, 일할 때 행복하죠. 그런데 작년 같은 경우는 체력적으로 달린다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저야 항상 공연하던 사람이라 쉬지 않고 계속했어요, 연달아서. 죽도록 달려보자 생각도 하고 조금이라도 젊고 할 수 있을 때 달려보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생각했는데. 힘이 좀 들더라고요.

그럼 보약이라도 챙겨 드셔야죠.
그럼요, 잘 먹어야죠(웃음).

인터뷰 전에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는 연극을 연달아 할 정도로 바쁘니까 영화나 드라마에 섭외가 더 들어오겠구나. 또 하나는 이제 연극판에서 끊이지 않고 섭외가 들어올 정도로 정상에 올랐구나.
네, 연극은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고요. 다른 매체는 사실 섭외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에요. 그리고 요즘 또 영화 작업이 많지 않아서. 물론 연극 스케줄 때문에 못 한 경우도 있고요. 소속사한테 미안하죠.

아, 소속사. 흐흐흐.
연극 때문에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가을쯤에 영화 한편을 놓쳐버렸어요. 그런데 올해는 연극보다 다른 매체에서도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쨌든 배우라는 직업이 (매체로) 구분지어 지는 건 우습잖아요. 배우는 상품이니까 활동을 많이 하고 더 알려지면 좋은 거고. 저란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 배우가 가져야 할 기본자세라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목화’ 출신인 박희순씨도 얼마 전에 인터뷰를 했어요. 그런데 연극을 할 때가 됐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래도 영화에 매진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죠. 희순 선배 같은 경우 <세븐 데이즈>도 너무 잘 됐고, 영화 쪽에서도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요. 오빠가 극단 선배인데 연극을 오래했잖아요. 이제 영화 쪽에서도 하고 싶은 거 활발히 해야죠(웃음). 연극은 나중에 또 할 수 있으니까요.

박희순씨와 함께 출연한 <헨젤과 그레텔>부터 이야기 하자면, 오디션을 봤다고요? 깜짝 놀랐어요. 장영남씨 정도면 오디션이 아니라 연극을 본 감독님들이 러브콜을 보낼 거라 예상했거든요.
아뇨, 아무리 알고 있더라도 작업을 같이 해 보지 않는 한 연극과 영화와 방송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엔 일상적이고 다큐에 가까운 연기가 보편화됐잖아요. 무겁고 연극적인 작품들도 있지만 연극 연기조차도 상당히 자연스러워졌어요. 그런데도 그 분들은 연극이 아무래도 세다고 생각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연극은)모든 사람들한테 저를 다 보여줘야 하잖아요. 무대 저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감정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들려줘야 하니까. 그러다보면 나도 모르게 연기가 자꾸 커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다른 매체는 섬세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야 되잖아요. 그러다보니 신뢰 부분이 좀 다른 것 같아요. 감독님들이 모든 연극배우들이 기본기가 있고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매체 안에 들어 왔을 때,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쉴까 하는 의구심이나 선입견이 있는 것 같고요(웃음). 그렇지 않아요?

(당황하며)네, 그렇기도 하지만 어떤 역할인가, 또 감독이 배우를 어떻게 조련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관객입장에서 연극출신 배우들을 보면 가끔 튈 때가 있어요. 그런 건 감독님과의 조율이 잘 안 된 거겠죠. 사실 배우의 전적인 몫은 아닌 거 같아요. 감독이 컷을 부른 거고, 오케이 해 준 거니까. 특히 영화 같은 경우 감독의 예술이잖아요.
네 진짜 그래요. 카메라의 예술인 것 같더라고요(웃음). 반면 연극은 정말 배우의 예술이에요. (배우가) 전적으로 무대 위에서 보여 져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 연극 티켓을 살 때 만약 더블 캐스팅이면 누구 공연을 꼭 봐야 한다, 그런 심리가 꼭 있어요. 이번 <서툰 사람들>도 더블 캐스팅이잖아요.
저랑 한채영씨랑 더블 캐스팅이에요. 그런데 워낙 그 분이 스타고 잘 알려져 있어서요.

인터넷 검색해보면 확실히 한채영씨가 더 부각됐더라고요. 다 상업적인 언론 탓이죠(웃음).
그래요? 제가 인터넷을 잘 안 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몰라요. 그런 것에 관심도 없고요. 그건 보는 사람들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일반 관객들이 연예인에 대한 동경을 갖는 건 당연하고 어쩔 수 없잖아요. 카메라 안에서 공주님, 왕자님처럼 나타나고 환상을 심어주고, 심지어 시청자들은 그들을 보면서 꿈을 꾸기도 하는 굉장한 존재잖아요. 더더군다나 그런 사람이 공연을 하니 큰 이슈고 당연히 보고 싶겠죠. 그리고 TV에서만 보던 사람을 가까이서 접한다는 건 큰 행운이거든요(호탕한 웃음). 그런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요.

그래도 솔직히 서운하잖아요.
서운하죠, 속상하죠. 그런데 중요한 점은 ‘잘하는 수밖에 없다’라는 거예요. 그럼 제 공연도 분명히 보러올 거라고 생각해요.

반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꼭 장영남씨 공연을 꼭 봐야한다 여론이 대세던 걸요.
그건…… 어쨌든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거 저런 거 신경 쓰면 스트레스 받아서 못해요. 사실 제 나이가 어중간하잖아요. 그리고 여배우는 나이가 들고 젊음에 대한 상실감이 들 때 여러 가지 감정을 느껴요. 질투심도 느끼고, 많은데(웃음). 근데 웬만하면 그런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어차피 배우가 시간을 초월하며 사는 존재인데 굳이 나이에 연연하며 사는 것도 부담스럽잖아요. 지금 맡은 배역의 나이에 따라 맞는 걸 찾는 것이 중요하죠. 그만큼 자기 주어진 역할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면 좋은 거고. 항상 그 꿈만 꾸고 사는 거죠, 뭐(웃음).

아무래도 연극 오래 하셨으니까 나이도 그렇고 캐릭터는 다채롭게 해 봤잖아요. 고전부터 창작극, 코미디부터 멜로까지. 다양한 배역에 대한 부족함은 덜 느꼈을 것 같아요.
아뇨, 부족하죠. 연기라는 거 잘 모르겠어요. 제 입으로 배우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우스꽝스럽고 부끄러운데요. 매 작품마다 완성도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지만 사실 못 미치죠, 못 미칠 때가 많아요. 그러니까 또 새로운 작품을 만나서 완성하고 싶은 거고. 그래서 중독 같은 느낌이 있어요. 아마도 완벽함에 대한 정답이 있다면 오히려 중독성이 없을 거예요. 연기나 극이라는 것이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잖아요. 그렇게 정답이 없어요. 어쨌든 배우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기쁨을 주면 되는 것 같거든요. 매번 완성도 있는 작품을 하진 못하지만 그걸 향해서 달려가고. 오늘도 달려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고, 그렇게 되고 싶고. 그래서 이런 작품도 해보고 저것도 만나보고, 그럼 나아지지 않을까.

혹시 스스로 생각하는 부족하다는 면이 있다면요?
아주 일상적인 역할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악스럽거나 미치거나 죽거나, 극과 극인 성격을 많이 했어요. 좋더라고요. 그런 역할을 연기하면 속이 다 시원해요. 평상시에 제가 표현이 많은 편이 아니거든요.

확실히 그런 연기할 때 대리만족 같은 쾌감이 있나 봐요. 평소에 낯가림이 심하면 그럴 때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더라고요.
네, 확실히 그런 면이 있는 거 같아요. 시원하기도 하고요. 역할이 우아하거나 고상하거나 답답한 역할 맡으면 제가 힘들어요. 생활하기도 힘들고 답답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일상성의 회복이 제 가장 큰 문제고 그게 부족하다 싶어요. 요즘 저의 숙제이자 화두에요. 연기론이라고 해야 되나? 연극적인 연기 말고 일상적으로 묻어나는, 그런 어른들이 하는 연기. 일상에서의 호흡들, 자연스러운 숨쉬기가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표정이나 말투도요. 지금도 과정이니까 하다보면 좋아지는 게 당연하잖아요? 저도 좋아지겠죠(웃음).

그런 과도한 겸손을(웃음). 멀리 돌아왔는데 <헨젤과 그레텔>에서도 그런 연기를 의도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왠지 연극적이랄까. 가짜 엄마니까 연기를 하고 있는 설정이기도 했지만 그런 연극적인 느낌 때문에 임필성 감독이 캐스팅을 했을까 싶을 만큼.
감독님이 그런 가식적인 모습들을 요구했어요. 그런 면이 저랑 잘 맞아 떨어졌을 수도 있고요. 제 인상이 또 눈도 크고 강한 느낌이 드나 봐요. 여성스러운 것 보다요(웃음).

지금도 충분히 여성스러운데요.
아이, 그건 뭐(웃음). 감독님이 오디션 끝나고 절 따로 불러서 변 집사(박희순) 파트너인 경숙 역할은 어떠냐고 물었어요. 그 역할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캐릭터로만 존재하지 영화적인 임팩트가 없더라고요. 반면 수정은 약간 밋밋하기도 하고 특별히 보여줄 건 없지만 시나리오 안에서는 충분히 임팩트가 있었고요. 캐릭터로만 존재하지 않고 영화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변화하는 모습들이 수정 쪽에 살아있어서 좋았어요. 그래서 수정을 선택했죠.

예전 인터뷰를 찾아보니 “아직 영화와 카메라에 적응이 덜 되서 관객 200명의 눈보다 카메라가 더 무섭다. 꼭 도깨비 눈 같다”고 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네 맞아요. 두려웠죠. 영화 연기를 많이 해 봤으니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낯을 많이 가려요.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나~쁜 성격이죠(웃음). 일상생활에서 사회성이 조금 떨어져요. 그래서 매체에 대한 적응력도 늦은 편이에요, 연극도 그랬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다보면 좋아지겠죠. 길게 보고 싶어요. 어차피 짧게 볼 나이도 아니고요. 그냥 숨을 좀 길게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욕심인 거죠(웃음).
욕심이라뇨. 그럼 아직은 롱테이크처럼 긴 호흡이 편하겠어요. 배우들 보면 컷이 나눠져도 집중력 있게 감정을 유지하는 걸 보면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은데.
그게 참 힘들고 죽겠더라고요, 영화 연기는 자꾸 끊고 기다려야 되니까(웃음). 제가 집중력이 길지가 않아요(웃음). 저 빼고 다 잘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누가 잘하고 못하고 하는 개념이 없어지더라고요. 제가 연극에는 연습부터 공연까지 3-4개월 동안 그 작품만 생각하고 올인을 하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영화는 그렇게 접해보지 못했어요. 항상 연극을 하고 있었고요. 솔직히 우습게 본 건 아닌데 준비를 많이 못했죠. 이런 얘기해도 되나? 대사를 즉석에서 외웠을 때도 있었거든요. 아마도 매체에 대한 친근감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연극이 더 중요하단 생각이 컸었나 봐요.

그럼 아무래도 자신감 있게 연기하지는 못 했을 것 같아요. 3~4개월 동안 한 인물로 사는 거랑 잠깐 ‘야, 오늘 와서 촬영해’ 이런 분위기에서 몇 컷 연기하는 거랑은 확실히 느낌이 다를 텐데. 몸에 밴 습관이란 것도 무서운 거고.
네, 잘 안 되더라고요. 사실 사람이 주인공을 한 번 해봐야 되요. 연극도 그런데, 무대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봐야 연기가 늘거든요. 방송도 카메라와 많은 시간을 가져야 연기가 느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 전 그런 시간을 못 가져 봤거든요.

이쯤에서 장진 감독 얘기를 안 할 수 없겠네요. 서울예전 선후배 사이죠?
네. 학교 선후배인데 사실 학교는 같이 안 다녔어요. 학번도 다르고 졸업 후에 알게 됐죠. 오빠가 연습용 비슷하게 찍은 <극단적 하루>라고 있어요. 처음에 제목은 달랐는데 그때 원희, 재영 오빠랑 하균이랑 다 있었어요. 실험적으로 찍은 거죠. 원희 오빠랑 부부인데 취조 받고 그런 걸 가볍게 찍었어요. 두 번째가 연극 <웰컴투 동막골>에서 이연이라고 미친 여자 역할을 하고 그 다음에 <아는 여자>를 하게 됐죠.

저, <아는 여자> 때 정말 놀랐어요.
그죠? 교통사고 장면 때문에(웃음).

아니요. 전 처음 야구장에서 등장해서 연인에게 소리 칠 때부터 저 배우 누굴까, 저 배우누굴까, 그랬어요. 워낙 포스가 강렬해서요.
제 목소리가 그렇게 안 좋았나 보죠?(웃음). 첫 작품이 조금 늦었죠. 뭐, 늦게 시작해도 상관없잖아요(웃음). 사람한테는 분명히 기회가 오니까 저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어요.

영화 쪽에서는 장진 감독 덕이 크지 않았나요? 영화 쪽으로 캐스팅 해 준 것이 첫 번째니까. 이름이나 얼굴도 알려진 계기고요.
그렇죠. 그런데 솔직히 애기하면 다들 홍일점이라고 얘기들은 하지만 진이 오빠 영화에서는 여배우가 살아 숨 쉬지 못해요. 믿음과 신뢰가 있으니까 저를 계속 쓰는 거고, 저도 선배에 대한, 감독님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있으니까 작업을 하는 거지만. 연극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데 비해 영화에서는 조금 덜 한 것 같아요. 오빠가 개인적으로 남자를 더 좋아하는 것도 같고 여배우랑 작업하면 힘들데요.

원래 장진 영화의 캐릭터들이 화이를 비롯해서 지극히 여성스럽거나 아니면 중성적인 딱 두 부류잖아요. 그래서 더욱더 편한 장영남씨를 계속 찾는 걸까요?
저에게 역할을 줘도 여성스럽기보다 약간 보이시한 느낌이거나 강한 역할을 줘요. 여성스러움이 거의 없죠. 남자 같은 여자 이런 거(웃음).

분량은 적어도 장진 영화의 ‘홍일점’이라 관객들 입장에서는 인상이 강렬했어요.
전 잘 모르겠어요(웃음). 인터뷰 하다보면 ‘장진 사단의 홍일점이잖아요’ 이렇게들 많이 물어봐요. (건조하게)‘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전 좋은 일이네요’ 이러고 말거든요(일동 폭소). 제가 너무 재수 없게 얘기했나요?(웃음) 안 좋게 얘기한 건가?(웃음)

그게 아니라(웃음). 그 말 한마디에 여태껏 장진 감독님과 작업 했을 때의 느낌들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아요. 연극배우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지만 강인한 역할만 맡은 서운함이 동반된 복합적인 느낌이랄까(웃음).
사실 연극은 일반인들하고 약간은 동떨어져 있잖아요. 문화적으로 가깝지도 않고 친숙하지도 않고요. 속상하더라고요. 작년에 고두심 선생님하고도 하고, 조재현 선배나 추상미 언니 랑도 해봤는데 관객이 참 많이 들더라고요. 어느 나라나 다 그렇겠지만 연예인 참 좋아하는구나, 그랬죠. 아무리 연극을 오래해도 어떤 사람 한 번 나오면 게임이 끝난 거 같은 느낌이랄까. <친정엄마> 공연 때도 고두심 선생님하고 성병숙 선생님이 더블이었는데 두 분 공연 때 관객 차이가 너무 크더라고요. 그럴 때 속이 상하죠.

실제로 연기하면서 힘이 빠지고 그러겠어요. 또 10년 넘게 연극을 고집했으니까 그런 심정이 더 클 것 같고.
그러니까 누구 덕에 그래도 알려져서 연극이라는 걸 홍보할 수 있는 기회다, 이럴 수도 있는데. 제가 보수적이 그런지 시작이 연극판이라서 그런지 조금 속상하다라고요. 제가 작년에 드라마 <달자의 봄>을 했는데 얼마 나오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가끔가끔 저를 알아봐들 주세요. 백화점에 가도 알아봐주고. 신기하면서도 씁쓸하더라고요. 매체의 힘이 이렇게 강력하구나. 처음 느꼈죠. 하지만 객석의 느낌은 별 차이 없어요. 거기 표를 못 구해서 우리걸 본 걸지도 모르겠지만(웃음).

그래도 연극판에서 이제는 장영남의 티켓파워도 분명 생긴 것 같아요. 작년과 올해가 분명 다르고요. 본인도 체감을 하나요? 그리고 지금은 ‘연예인’이라고 딱히 지칭하지만 나중에 본인이 드라마만 하나 터져도 대중들에게 그렇게 인식될 수도 있어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조금 생기긴 생겼어요. 누구 때문에 보러 왔어요, 그런 글을 보거든요. 저번 공연 때 봤는데 좋아서 또 왔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 감사하죠. 어쨌건 전 연극을 져버리고 싶지 않아요. 연극이 좋고 저한테 더 맞는 것 같고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즐겁고 가끔은 행복함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만약에 방송이나 영화에서 잘 되더라도 연극에서 발을 확 빼고 싶진 않아요. 1년에 한 두 작품은 꼭 하고 싶고. 그래서 저 사람은 연극배우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고 그래서 관객들이 (연극을)보러와 주고 그러는 것이 나쁘지 않잖아요. 사실 제가 나이는 많은데 과도기에요(웃음). 저 말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요? 거짓말도 하고 막 그래야 되는데(웃음). 요즘은 저도 그래요, 이러면서.

아, 나중에 레코더 들어보면 다 나와요. ‘어이구, 거짓말 하셨네’ 이러면서. 그러니까 편하게 이야기해도 된답니다. 작년도 그렇고 지금 <서툰 사람들>을 해도 대학로에서만큼은 ‘연예인’에 꿀리지 않는 인기를 구가 중이에요. 장진 감독님 작품이 워낙 흥행이 잘 되기도 하지만 관객들 개개인의 평은 훨씬 더 좋고요. 제가 본 <서툰 사람들> 평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눠보자면, “에이 장영남 공연 볼 걸” 그랬다와 “역시 장영남 버전을 보길 잘했어”에요. 어떤 관객은 ‘장영남의 발견’이란 제목을 달았더라고요(웃음).
그래요? 그런 게 어디 그런 게 나와 있어요? 근데 사람들 못됐어요. 뉴스에 나와서도 리플 없어져야 한다고 말은 하는데 사람들은 끊임없이 리플을 달잖아요. 그걸로 상처받기도 하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글들을 얼마나 잘 쓰는지. 무서워요, 다들 평론가 수준이에요(웃음). 읽어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그런다니까요(웃음).

글 쓰는 저희도 가끔은 무섭답니다(웃음). 아무래도 연극은 찾아가서들 보기도 하고 더 애정이 많잖아요. 어제 케이블에서 <박수칠 때 떠나라>를 방영하던데요. 역시나 분량은 많지 않았어요(웃음)
제가 TV를 안 봐서 한 번도 못 봤어요. 사람들은 많이들 봤다는데. 대사 량은 많지 않은데 걸리는 신이 많~아요(웃음). 사건 위주고 동료 검사라 가만 서 있어도 길리는 신이 많서. 우리 아버지도 (남자 톤으로)“그 영화는 많이 나왔더라” 하시더라고요(웃음). <헨젤과 그레텔>은 얼마 안 나왔다고 서운해 하시고. 어른들은 얼마나 나왔느냐가 커요.

힘들지는 않았나요? 신이 많으니 촬영장도 꼬박꼬박 가야했을 테고.
다행히 세트에서 한 달 안에 몰아 찍어서 기간은 짧았어요. 한 달 반? 그 세트장에서만 올인 한 거였거든요. 그런데 기다리는 게 지루해서. (자그마한 목소리로)“빨리 해요. 언제쯤 끝나는 거예요” 이러다 보면 화장 다 뜨고 졸릴 때 쯤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들 영화를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하나 봐요.
근데 궁금해요. 왜 기다림의 미학이에요?

저희도 현장 가면 스탭들이 “이제 진행 합니다”라고 해도 계획대로 잘 안 굴러가요. 워낙 자잘한 사고와 변수가 생기니까 배우 분들은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죠.
참을성을 배우라는 건가요. 참고 인내하는 지구력을 기르라는 거죠? 배우들이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하고 일맥상통하는 거네요. 처음엔 기다리고 짜증나고 화나고 하는데 왜 미학이야 그랬어요, 단순하게. 기다리면 지치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목소리도 맛이 가는데 미학은 무슨 미학, 그랬죠(웃음).

원래 말 잘하는 사람들이 포장을 잘해요(웃음). 개인적으로 <거룩한 계보>의 여일 역할도 짧지만 강력한 포스를 느꼈어요. 딱 네 신 나왔지만.
네, 딱 네 신. 원래 장면이 더 있었는데 (서운 한 듯)편집이 돼서 그래요. 원래 정준호 씨랑 붙는 장면이 서, 너 개 더 있었어요. 정준호 씨가 괴로워서 술 마실 때 ‘같이 한 잔 하자’ 이런 장면도 있고, 또 여일이가 납치를 당해서요, ‘야 이 XX야’ 이러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장면도 있었고. 근데 정준호 선배님 신이 거의 다 편집이 됐더라고요. 시나리오 상에서는 두 인물의 배신과 의리를 그리다 나중에 의리를 지키는 톤이었는데 정재영 오빠의 영화가 됐더라고요. (울먹이며)입에 청 테이프 붙이면서 고생도 했고, 문도 부수고 나왔었거든요. 정말로 액션이었는데(웃음). 근데 잘려서 속상하더라고요, 심혈을 기울였는데(웃음).
장진 감독하고 사석에서 친하다고 해도 서운한 감정도 있겠네요. 힘들고 어려운 건 다시키고 안 예쁜 역할에다 편집까지.
(웃음)그래도 꽤 존중을 해 줘요. 예쁘지 않은 역할인건 특별히 유감은 없어요. 그럴 수 있고 제가 꽤 예쁜 축은 아니니까요.

왜 그러세요, 실물이 더 예뻐요.
아니에요, 연예인들은 다 깎아지른 듯 마네킹 같으니까(웃음). 예쁘게 뭐 이런 건 없는데 편집은 좀 안 했으면 좋겠죠(웃음).

편집할 거면 시키지나 말지?(웃음)
앞으로는 제 안에 있는 좀 더 다른 걸 끄집어 내줬으면 좋겠어요. 배우는 항상 연출과 감독에 대한 기대가 있잖아요, 그리고 그게 맞아 떨어지면 그 배역이 훨씬 더 풍부해지거든요. 또 나 혼자 보는 배역은 중요치 않잖아요. 남들이 봐 줄때가 빛나는 거죠.

신뢰가 밑바탕에 깔리니까 계속 역을 주는 거 아닌가 싶어요. 이제는 영화 쪽에서도 욕심을 부릴 때 인 듯해요.
욕심일 수도 있는데 일단 영화를 하게 되면 작든 크든 올인 하자는 생각이 가장 커요. 이게 욕심인 가요? 제대로 알아보자는 생각. 그 전에는 집중하지도 않고 영화가 나와도 부끄러워서 잘 보지도 않았거든요.

그런 생각을 한 계기가 있다면요. 이제는 영화라는 매체가 조금은 익숙해 졌나요?
아니, 익숙해 진 건 아니고요. 아직도 과정이고요, 도약인 거 같아요. 서른 셋 부터 굉장히 답답하더라고요. 연극을 해도 뭔가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고 뭔가 무기력해지고. 제가 좋아하는 연극을 하는데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과도기 같은 느낌. 스무 살에서 뭔가 다른 호흡이 생겨야 되는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두려움도 많고 겁도 많은 사람이 더라고요. 어떤 때는 오기도 부리지만 그게 또 쉽게 튀어나오지는 않거든요(웃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무기력함과 답답함이 있었던 거 같아요. 두려워하지 말고 모험을 해 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2006년에 했던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하면서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그 때도 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매번 두렵고 위태위태했어요(웃음).

질문이 준비되어 있었어요. 쟁쟁한 선배들이 공연을 했었고 대표적인 페미니즘 1인극을 무대에 올렸을 때 부담되지 않았느냐는(웃음).
전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진짜로 잘 몰라요. 여성성도 좀 떨어지고 아직도 어린 거 같고. 어른처럼 애도 낳아보고 그래야 되는데 아니거든요. 하지만 그 극을 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의식과 생각은 조금 바뀌었어요, 자신감도 얻고. 그래 두려워하지 말고 모험을 해 보는 거야. 그래서 작년에 아무 생각 안하고 죽도록 달렸어요. 배우란 존재가, 사람도 다 그렇지만 갈수록 자기 영역을 넓혀가잖아요. 사람을 알아가고 그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고. 따져보니 서른 살 초반도 아니고 마흔이 가까운 나이가 됐더라고요. 물론 만으로 따지면 아직 아니지만(웃음). 배우는 너무 조심스러우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더니, 또 못하면 어때,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런 생각도 들고요. 한결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다른 매체도 그래요. 두려워만 했지 제대로 다가간 적은 없어요. 배우가 우물 안 개구리면 안 되니까 이제는 더 경험하고 알아가고 싶어요.

여기까지 연극배우로서의 장영남을 알아보니 궁금증이 일었다. 친해지니 그리 낯가림도 심하지 않은 것 같은데. 혈액형은 뭘까, 결혼은 왜 안 했을까. 개인적인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 차올랐다. 그래서 연극배우 장영남 안에 30대 여자 장영남의 흔적을 찾고 싶어졌다.

배우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어요. 예술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예전에 진학했어요. 어린 시절은 어떤 학생이었어요?
저, 정말로 말이 없었고 수줍음도 너~무 많았어요. 남 앞에서 말도 못하고. 선생님이 책 읽어 볼 사람, 하면 속으로는 백 번 들었는데 한 번도 해 본적은 없어요. 너무 소극적이고 누가 얘기하면 얼굴 빨개지고 말도 못하고 이랬어요.

그런데 배우가 됐다고요?
잘 모르겠어요. 운명 인 거 같아요. 이런 게 운명인가?

배우를 거칠게 나누면 두 부류잖아요. 끼가 넘치는 쪽하고 그 반대로 연기할 때 확 돌변 하는 쪽.
장 굳이 고르라면 후자겠죠. 제 친구들도 제가 제일 먼저 시집갈 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이때까지 연극하고 있다니까 신기하게 여기죠.

딸 부잣집의 막내라 들었는데 부모님이 연기를 말리진 않았나요?
부모님이 굉장히 싫어했죠. 집에서 쫓겨난 적도 있고. 별로 호응을 안 해 줬어요. 작업이 워낙 많아서 밤을 새기도 하고 늦게 들어가면 내쫓기고 돈도 안 주시고. 아침에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차비가 있어야 극단은 가니까(웃음). 근데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부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런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내 사고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싶고. 지금도 화려한 것만을 꿈꾸진 않는 것 같아요.

스무 살의 자기를 바라보면 참 많이 변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겠어요.
확 바뀐 건 아닌데 기분이 나쁘면 일단 얼굴에 티가 나고요(웃음). 숨길 줄 모른다는 거(웃음). 옛날에 스무 살 때의 누가 뭐라 그래도 화를 안 냈어요. 화 낼 줄을 몰랐죠. 그런데 지금은 화나면 화났다고 바로 얼굴에 써 있죠(웃음). 근데 제가 친구들한테는 거절 같은 거 못해도 모르는 사람하고는 아예 얘기도 잘 안 해요. 나쁜 거죠. 사회성이 떨어지거든요. 배우 생활이 사람들한테 많이 치이면서 사람에 대한 기대심리도 없어지는 거 같고. 그럴 때 참 속항해요.

학교를 졸업하고 오태석 선생의 극단 ‘목화’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어요. 오태석 선생은 배우가 가만히 있는 꼴은 못 본다고 들었는데, 그 시간 동안 배운 게 있다면 뭘까요?
겸손함을 배웠던 것 같아요. 원래 목화가 선배들은 청소를 안 해요. 공연 끝나면 손수 걸레질 까지 다 하거든요. 근데 전 나올 때까지 후배들하고 같이 청소를 했어요. 그 안에서 배운 거나 느낀 게 아닐 수도 있지만 선배가 됐다고 후배들 부려먹는 건 싫더라고요. 어쨌든 모든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만은 정말 열정적이라는 거. 배우들이 순수성을 잃지 않게 해 주는 것이 오태석 선생의 힘인 것 같아요. 평상시는 몰라도 자기가 살아 숨 쉬어야 할 공간에서 만큼은 그렇게 숨 쉴 수 있다는 거 소중해요. 다라는 거. 배우는 항상 레미콘이 돌 듯 해야 한다는 선생님 말도 참 좋아해요.

(조심스럽게) 참 피곤했겠어요.
피곤하죠(웃음). 피곤하고 사람 성격 변하고(웃음). 가끔 제가 다혈질이 될 때 내 성격이 정말 그랬나 싶고. 역할의 100%를 연기하는 건 옳지 않다, 여백의 미를 생각할 줄 알아야한다는 가르침도 생각나네요. 그래서인지 전 끊임없이 생각하고 사고하고 읽고 배우고 나를 위해 끊임없이 뭘 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2000년 이후에는 목화출신 배우들이 영화계에서 꽃을 피웠어요. 손병호, 정은표, 성지루, 박희순, 유해진, 임원희 등등. 개인적으로 부럽기도 했을 것 같은데.
글쎄요. 일단 여자보다는 희순 선배도 그렇고 나가서 자기도 빨리 뭔가를 해야지 하는 조급함이 컸겠죠. 근데 저 같은 경우는 좋았어요. 여기서 같이 고생하고 힘들었는데 잘 돼서 행복하고 기분 좋던데요. 또, 다 남자였잖아요. 물론 나도 나가서 잘 돼야지, 잘하면 인정받는구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죠(웃음). 특히 동료였던 해진씨가 잘 돼서 기뻤어요. 잘 하더라고요. 그리고 얼굴이 그러니까 연기가 과장돼도 과장되게 안 보이더라고요(웃음).

고전부터 창작극, 뮤지컬 까지 참 다채로운 장르,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본인이 생각할 때 가장 잘 맞는다는 이미지나 캐릭터가 있나요?
음. 제가 좋아하는 역할, 저한테 잘 맞는 역이요? <서툰 사람들>의 유화이요. 잘 맞는 다기 보다 제가 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순수하고 여성스러운 예쁨이 아니라 엉뚱하고 바보 같기도 한 모습(웃음). 그런 역할이 흔치는 않는데 색깔을 입힐 수 있어요. 대본 안에 있는 건 활자지 숨결이 불어져 있는 인물은 아니잖아요. 내가 입히는 거고, 내 안에 있는 게 자연스럽게 입혀지는 거죠.

요즘 인간 장영남은 행복한가요?
저요? 옛날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행복이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는데 마음이 왔다 갔다 해요. 어느 날은 행복했다가 어느 날은 우울하고. 조울증처럼. 행복과 불행이 오가는 시기인거 같아요. 배우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적은 나이는 아니잖아요. 물론 극 중에서, 특히 연극에서는 나이를 초월할 수도 있지만 다른 매체에서는 그게 조금 힘들기도 하고. 장영남에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어떤 의미에요?
피부가 안 좋아져요. 오늘 더더욱 잠을 늦게 자가지고(웃음). 잘 모르겠어요, 나이가 들어간다는 거. 왜냐하면 나이는 먹지만 물리적으론 느껴지지 않거든요. 내가 몇 살 이구나 하는 이런 건 더더욱. 거. 31일 날 공연하고 1월 1일에는 연습하고 항상 이런 식이라 얼렁뚱땅 넘어갈 때가 많았어요. 하여튼 생각은 참 많아져요(웃음). 이런 생각이 중요한 건지 불필요한 건지는 몰라도(웃음).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평범하게 일하고 결혼하고 그랬다면 달라졌을 수 있잖아요.
차라리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이 굉장히 어중간 한 거 같아요. 아직 어른도 안됐고 제가 또 철이 없어요.

아까도 잠깐 아기 얘기도 했던 거 같은데 아직 미혼이라는 걸 조금은 의식하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결혼은 왜 아직?
안 한 건 아니에요, 절대 독신주의 아니고요. 저도 지금까지 결혼을 못할 줄은 몰랐어요. 참 사람일은 모르는 거 같아요. 작업이 끝나면 그냥 집이고. 술도 안 좋아해요. 처음 배우됐을 때랑 목화에서야 안마시면 따돌림 당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런 생활의 반복이니까 다른 사람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아님 일하면서 만나는 건데 배우랑 연애를 안 해 본 것도 아니고요. 연애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이제 결혼도 해야죠. 그것도 숙제 중에 하나에요.

성격이 원래 신중한 편인가 봐요. 혹시 혈액형이?
저요? O형이요. 신중하기도 하고. 근데 또 눈이 뒤집히면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와요.

차기작은 영화인가요?
장진 오빠 영화 하게 될 거 같아요. 4월에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시나리오도 버라이어티하게 들어올 거 같은데.
공포영화가 한 편 들어왔는데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약간 식상한 질문일 수 있지만, 이런 역할 맡겨 주면 장영남이 진짜 잘 할 수 있다, 이런 캐릭터 있을까요?
어려워요. 어려운 데요…… 그래서 항상 얘기하는 건 주어진 거라도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해요. (한참 생각하다) 좀 웃긴 얘길 수도 있지만 좀 강한 걸 하고 싶어요. 제대로 성깔 있는 역할이나 일상적이지 않은. 어떨 때는 사극 같은 느낌의 액션물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저, 그런 거 좋아해요. 웃기죠? 와, 창피하다.

장시간 인터뷰였는데 힘들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꿈이 뭔가요?
정말 어려운데요. 그게 애들 때나 쉽죠(웃음). 얼마나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어요. 어른이 된다는 게 바로 그런 거 같아요. 꿈꾸기가 참 힘들어 진다는 거. 현실에 자꾸 적응하려다 보며 꿈을 잃어버리고 살잖아요. 제 꿈이 원래 산업디자이너였어요(웃음). 장난이고요. 꿈은 그거에요. 오랫동안 배우생활 하고 싶고, 좋은 배우로 남는 거. 결혼도 하고 싶고, 애기도 낳고 싶고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요. (뜸을 들이다) 아, 꿈이 있어요. 결정적인 꿈은 제가 돈을 많이 벌면 극장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극장이 아니더라도 연습실이라도 꼭 만들고 싶어요. 꼭 갖고 싶어요. 후배들도 와서 연습하고 저도 그렇고요. 너무 뿌듯하고 행복할 것 같아요.
하 인터뷰 시간 동안 지금 가장 눈이 반짝이네요(웃음). 그 꿈 꼭 이루길 바랄게요.

나지막한 음성이지만 분명 목소리에 힘이 있다. 간간이 터지는 웃음소리도 호탕하다. 천상 연극배우다. 하지만 장영남은 연극배우의 자의식을 평생 버릴 생각이 없다. 분명 연극과 영화, 방송 과의 경계가 희미해진지 오래지만 무대는 장영남에게 고향과도 같은 터전이리라.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매니저가 살짝 귀띔해 준 바로는 봄이 되면 곧 주말극에서 만나 볼 수 있단다. 앞으로 자주자주, 기분 좋게 그녀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008년 1월 29일 화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2008년 1월 29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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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mani
멋진 분..   
2008-01-29 20:17
cinekid
정말 좋아하는 배우!!*^^*   
2008-01-29 19:36
jobless77
정말 기네요...헥헥 그래도 끝까지 봤습니다. 제 여친이 좋아하는 배우라....   
2008-01-29 18:09
kop989
예전부터 좋아하던 배운데...이제야 인터뷰다운 인터뷰를 보내요...기자 말대로 분명 높이 비상하실 거라 봅니다. 사진도 정말 좋네요..   
2008-01-29 18:08
juiceboy
오우 완전 사진 잘나왔는데!ㅎㅎ really~ㅋㅋ   
2008-01-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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