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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석과 함께하는 유쾌한 <낮술> 한 잔, 어떠세요?
2009년 2월 5일 목요일 | 김선영 기자 이메일


영화 재밌게 봤다. 보고나니 감독님을 뵙고 싶더라.
고맙고 다행이다. 재밌게 봐주셨다니.

영화가 정말 생각 밖이었다. 평범하고, 사실 되게 아무것도 아닌데 거기서 나오는 잔재미가 쏠쏠했다. 근데 그런 영화를 천만 원 가지고 한 달 동안 찍었다는 거 들으니까, 몇 십억 발라놓고도 겉만 번지르하고 재미없는 영화들은 반성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그런 영화들을 너무 싫어한다. 쓸데없이 돈만 많이 발라놓고, 더군다나 그게 자기 돈도 아니지 않나. 정말 대단한 거를 보여 주려면 돈 쓰는 게 맞다. 하지만 써 놓고도 말도 안 되는 폼만 잡고 있는 거는 정말 싫다.

보고나면 거품인 것들이 많다. 돈을 많이 바른다고 해서 좋은 영화는 아닌데.
그런 거품이 섞인 영화를 보면, ‘왜 영화를 이렇게 찍으면서 돈을 이렇게나 많이 썼지?’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 찍었다는 게 아니다.(웃음) 그냥, 그런 자세들이 싫었던 거 같다.

영화가 전공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음악하려다가 미대를 갔다고 들었는데, 맞나?
그렇다. 음악은 그냥 좋아하는 거여서, 고등학교 때 대학가면 해야지 그랬었다.

전공으로?
전공으로는 할 수 없었다. 실력도 부족하고, 우선 악보를 못 본다.

악보를 못 보는데 어떻게 음악 할 생각을 하나.(웃음)
미친놈이다.(웃음) 그래서 나중에 해야지 그랬던 거다. 학교는 원래 미술도 좋아 했으니까 미술을 열심히 해서 가보자 했던 거고. 근데 꿈은 미술이랑 음악으로 돈을 벌어서 32살쯤에 영화를 찍자였다.

참, 계획적이셨다.
그랬다. 음악은 대학가서 계속 작업하고 그랬다. 앨범준비도 하고.

가수? 아니면, 작곡?
가수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작사, 작곡 한 거에 노래도 부르고 했었다. 대학교 졸업하고 데모음반을 만들어서 기획사 여기 저기 넣었는데 그게 하나도 안됐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재능 없는 거 알겠더라.

노래는 잘 하나.
잘못한다. 그러니까 망했지.(웃음)

꿈도 못 펼쳐 보고.
꿈이랑 현실은 다른 것 같다. 능력이 안 되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때가 온 것 같더라. 그래서 그때 그만 두자 그랬다. 그러면서 영화를 더 빨리 시작해 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 음악을 직접 했나. 어쨌든 한은 풀었겠다.
어떻게 보면 그런 것도 있었던 거 같다. 그 정도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무슨 오케스트라나 대단한 것들이 들어가는 작업도 아니고.

음악이 참 발랄하게 느껴져서 좋았는데, 1인 8역 안에 음악도 들어가 있어서 감독님이 참 대단하다 느껴지더라.(웃음)
내가 1인 8역이라는 것도 너무 쑥스럽다. 제작비도 없고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랬던 건데. 근데 또, 그걸 굳이 세면, 어디는 7역이고 어디는 8역이라고 나오더라. 참 부끄럽다. 잘 한 것도 아니고, 아쉬운 부분도 되게 많다.

8역 안에 전공한 미술도 있는데 이건 언제부터 시작했나.
고 2때 시작했다.

그때 시작해서 어떻게 서울대를 갔는지 궁금하다.(웃음)
어....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진다.(웃음)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다. 그리고 사실 재수 했다. 1년.

그럼, 졸업해서 미술 관련 일을 했었나.
아니다. 그 뒤로 한두 번 정도 디자인 일을 받아서 한 게 전부다. 사실 나는 그림을 잘 못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해서 전공도 공예과였다. 근데 그걸 살리지는 않았지만, 나중에라도 취미로 하고 싶다. 좋아하는 거고, 버리고 싶지 않으니까. 그림을 잘 못 그려서 콘티를 그리면 사람들이 전부 ‘미대 나온 거 맞냐?’ 그런다. 그래서 안 그린다.

그럼 영화 시나리오를 쓴 건 언제부터.
굳이 따지면 중학교 때 쓰던 게 먼저다.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썼었다. 애니메이션에 빠져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처음 봤을 때 되게 충격이었다.

음악도 그렇고.
영화인데 그림도 너무 잘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을까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되면서 영화에 대한 어떤 것들이 생겨났던 거 같다. 그 후에도 쓰지는 않았지만 대략의 아우트라인을 정해 놓고, 어떤 걸 해야지 하면서 계속 꿈꾸고 있는 건 있었다. 그러다가 2003년에 음악을 포기하고, 학교 졸업도 2003년에 해서, 2004년부터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장편 시나리오 공모전이 있어서 넣었는데 결과는 안 좋았다.

몇 개나 써봤나. 낮술 전까지.
한 4, 5개 정도 되는 거 같다.

제목이 기억나는지.
음... 기억이 난다.(웃음)
기억나는 게 싫은 거 같다. 그래도 난 듣고 싶은데.
그렇다. 그러니 하나만 얘기하겠다. <낚시>라고 범죄물이다. 근데 재미없다. 공모전에 떨어질 만하다.(웃음) 스릴러와 드라마가 섞여 있는 것들도 있었고, 좀 전에 말했던 아우트라인만 적어 놓았던 것들은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거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어쨌든 이래저래 썼던 게 다 떨어졌다.

찍고 싶은 건?
물론 그 중에 찍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뒤로 미뤄 뒀다.

힘들었을 것 같다.
시나리오 쓰면서 백수로 지낸다는 것이 되게 힘들다. 남들 다 졸업하고 돈 벌고. 친구들 보면 맛있는 거 사먹고 그러는데 나는 맨 날 얻어먹어야 하니까.

원래 시나리오 쓸 때부터 이게 되면 내가 영화를 직접 만들어야지 그랬었나? 연출에 욕심이 있어서 각본을 쓰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영화 진흥 위원회 공모전이 상반기 하반기에 있었는데, 그게 되면 저작권도 나한테 있고 3천만 원도 줬다. 돈도 벌고 싶었고 그런 게 있으면 좀 더 안정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회가 되면 영화화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욕심으로 썼다. 근데 다 안 됐다. 재미가 없었으니까. 모든 것이 다 과정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은 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아... 더 좋은 게 나와야 하는데.(웃음)

그럼 <낮술>을 찍은 시기가?
2007년 1월이다. 쓴 거는 2006년 하반기 독립영화 제작지원 내려고 2006년 8월 정도에 썼다.

쓰면서 되겠다 싶었나.
나는 재밌었다. 근데 이것도 제작지원에서 떨어졌다. 어차피 안 되도 직접 찍겠다 해서 쓴 거였기 때문에 떨어져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속이 시원한 게 있었다고 해야 하나. 저예산으로 찍을 수 있을 거 같았고 그렇게 시나리오를 썼으니까. 근데, 사실 속이 막 시원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이씨~ 이럴 줄 알았어~ 이런 거 아닌가.(웃음)
너무 잘 아신다.(웃음)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안 되도 그만이지 하지만, 속은 완전 훑고 지나간다.
그거 말고도, 그때 한국 영화 아카데미에 특차가 생겨서 들어가려고 했다. 다른 분야에서 하던 거를 담은 포트폴리오를 내면 뽑아주는 거였는데, 나는 음반하고 미술 작품들을 냈다. 그리고 시나리오도 냈는데, 2개 이상 못 내게 해서 <낚시>랑 <낮술>을 냈다. 그것도 면접까지 갔는데 결국 떨어졌다.

시나리오를 1개월 만에 썼다고 들었다.
머릿속에 생각한 거를 메모 해둔다. 예를 들어 ‘옆방 여자’ 그렇게 써놓고 성격이나 에피소드를 메모 형식으로 해놓는 거다. 그걸 조합해서 탈고까지 한 게 한 달 정도 걸렸다.
영화 찍고 편집까지 마쳤을 때 본인이 쓴 시나리오대로 나왔던가.
달랐다. 근데 영화가 더 재밌어서 다행이다. 확실히 영상이 더 재밌는 거 같다. 감정적으로 확 느낄 수 있는 것도 있고, 배우들의 표정에 내가 뜻하지 않았던 게 나오면서 더 좋았던 것도 있었다.

<낮술>이 공모전에 안 돼서 본인이 찍게 됐는데 천만 원은 어떻게 구했나.
어머니께서 빌려 주셨다. 브로셔에 보면 투자로 되어있는 분이 어머니시다.

아~ 문혜숙님이라고 되어있는데 이분이 어머니셨나. 결정적으로 제일 큰일을 하신 분이다.
그렇다. 아주 감사드린다.

그럼 그건 뭔가. 어떤 기사에서 보니까 인터넷 이벤트 형식의 ‘미소녀 사진 방’을 이용해서 돈을 모았다고 봤던 거 같은데.
그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예전에 프리챌이 처음 생겼을 때 이벤트를 했었다. ‘미소녀 사진 방’ 이란 제목하고 딴 것도 했었는데, 그렇게 했더니 내가 순위권 안에 들어갔다. 1위였는데, 사실 미소녀 사진은 하나도 없었다. 근데 제목이 그러니까 사람들이 뭔가? 하고는 많이 들어오더라. 하지만 프리챌도 나름 야심차게 기획한 이벤트인데 1위가 ‘미소녀 사진 방’이면 좀 그렇지 않았겠나. 그래서 그런 제목 들어간 거는 다 삭제 됐다. 그래도 다른 거 만들었던 건 살아남아서 그 금액 정도를 벌 수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거다.

<낮술>하기 전까지, 그리고 찍고 나서도 이렇게 까지 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지 않으셨는지.
전혀 뭐라고 안하셨다. 결과적으로 보면 적성을 살린 거고, 어릴 때부터 목표를 갖고 있었던 거기 때문에 어머니께서 오히려 더 밀어 주셨다. 음악 하는 거, 영화하는 거, 미대가는 거 모두 다. 내가 계속 안 되고 몇 년간 힘들어 할 때 오히려 더 천천히 하라고, 준비하고 있으면 때가 온다고 그렇게 말씀 하셨는데 그게 특히나 힘이 됐다.

멋지시다.
사실 딴 사람들은 그랬다. 말리지 않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라고. 근데 말리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응원해 주셨으니...

안 그랬으면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그렇다. 천만 원을 모으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때가 지나면 영화는 못 찍게 될 수도 있는 거고, 모으고 해야지 하다보면 더 늦어지게 된다.

그럴 거 같다. 이야기를 머릿속에 꽉 채우고 있을 때 찍는 것과 돈을 벌기 위해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찍는 건 다를 테니까. 시간이 지나서 찍으려면 또 손을 대게 되고.
맞다. 타이밍이 잘 흘러갔던 거 같다.

그러면 영화를 32살에 찍은 게 맞나?
우연찮게 계획한 거랑 맞았다. 어머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컸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웃음)

영화를 보면 ‘아~ 제목이 <낮술>일 수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소재를 생각한 이유가 뭔가.
우선 내가 술을 좋아하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공상을 해보게 된 거다. 실제로 영화에 나오는 잘못 간 펜션에 묵었었다. 거기서 <낚시>라는 시나리오를 썼는데, 겨울이고 비수기라서 사람들이 없으니까 일하기는 딱 좋았다. 근데 너무 심심했다. 나중에 <낚시>가 안 되고 나서 ‘이제 하반기 때는 뭘 하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그때 생각이 나면서 공상을 하게 됐다. 그때 옆방에 어떤 여자가 있었으면 덜 심심하고, 말이라도 걸고 그러면 좋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여자가 먼저 다가와 주면 얼마나 고마울까.

영화에서처럼 담배라도 빌리면서?
그렇다. 그러면서 혼자 왔다고 그러고,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데 술 사달라고 그러고.(웃음) 내가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하니까 그런 얘기가 들어가기 시작했던 거 같다. 먼저 다가와 주니 땡큐~ 뭐 이런 거. 이런 걸로 풀면 재밌겠다 싶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고, 제목은 마지막에 쓴 거다. 가제로 <낮술> 해놓고 표지 만들고 했는데, 제목을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잘 몰랐다. 근데 만들어 놓고 나서 보니 그냥 <낮술>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난 음악 할 때도 그랬다. 제목 정해서 만들어 놓고 보니 어~ 이 필이 아니네~ 그러면 바꾸고.

아무리 들어갈게 없는 거 같아도 영화 한 편을 천만 원 가지고 찍으려면 힘들었을 거 같다.
힘들었다. 그 중에서 특히나 힘들었던 건 시간이 짧아진다는 거였다. 돈이 한정되니까. 잘 못 찍히고 그러면 재촬영도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되게 아쉬웠다. 그리고 작은 예산으로 빨리 찍어야 하니까 기동력이 있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조명을 시나리오 과정부터 아예 빼 놨었다. 조명 없이 찍을 거다 하고.

그래서 실내와 야외 공간의 느낌이 다른 건가.
그렇다. 완성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지금도 못 만들면 이러다 나이만 먹겠구나 싶고 안 좋은 생각이 들더라. 계속 하긴 할 거지만, 그래도 결과가 어떻든 하나는 빨리 찍어보자 그런 거다. 사실 조명을 쓰지 못한 게 아쉽긴 하다. 돈이 더 있었으면 팀도 꾸려서 더 좋게 하고, 촬영도 더 퀄리티 좋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빈 구석이 보이지만, 만약 <올드보이>에서 이런 빈 구석이 보였으면 그 영화는 10점 만점에 1점이었을 텐데, <낮술>이었기 때문에 10점 만점에 7점은 된 거 같다. 어차피 영화마다 관전의 포인트는 따로 있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다. 이 영화를 꽉 짜여 진 월 메이드라고 생각 하고 본다면 10점 만점에 마이너스다.

<낮술>은 상황이 주는 웃음이 강한 영화다. 혁진은 굉장히 일반적인 사람인데 강원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이 거의 없다. 그들이 배합하고 충돌하면서 만들어 지는 것들이 웃음의 코드라는 생각이 들던데, 캐릭터들을 그렇게 설정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쓰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도 좀 있었던 거 같다. 란희 역으로 나오는 분은 친한 누나다. 그 누나를 넣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그 캐릭터는 애초부터 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야지 그랬다. 그리고 트럭 운전사 분은 이란희씨의 실제 남편이시다. 두 분 다 연극도 하시고 영화도 조금씩 나오시고 그래서 출연을 하게 된 거다. 거기에 사이사이 상황을 만들어서 캐릭터 들을 끼워 넣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캐릭터들도 넣고. 그리고 혁진이 같은 경우는 우유부단해야 계속 사건이 생길 거 같아서.
술 먹으러 가자면 가고.
그래야 관객들이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도 하지, 단호한 사람이면 영화가 앞에서 끝난다. 강원도 가서 승질 나서 ‘나 집에 갈래!’ 그러면 얘기 끝나는 거니까.(웃음) 사람들이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랑 헤어져서 힘들어 하고 있으면 빨리 딴 사람을 만나라, 잊게 된다, 그러는데 그런 게 너무 가벼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혁진도 여자 친구랑 헤어졌지만, 거기서 여자를 보니까 혹 하고 그런다. 그런 것들을 캐릭터 형성에 있어 보편적인 남자의 느낌으로 넣고 싶었다.

남자들의 속성을 약간은 비꼬는 듯 한 느낌이다.
그런 거다. 남자들의 실제 속내는 이런데, 그런 걸로 계속 통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어긋나 버리는 거다.

니네들이 이런 걸 다 바라고 있지만, 그게 이렇게 결국은 꼬이고 꼬여서 나중엔 집이 최고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이런 거?(웃음)
그렇다. 원하는 데로 다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마지막 엔딩 보고 여자들은 다 이럴 거다. ‘남자들은 저래서 안 돼.’
하하하.

<낮술>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다들 독특해서 웃음을 주기는 하는데, 그들의 감정은 완전히 오픈 되어 있기 때문에 역할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여지는 없는 거 같다.
그런 건 애초에 생각도 못하고, 할 줄도 모른다.

사실 그렇게 다 오픈을 했기 때문에 허술한 것들이 보여도 그냥 넘어가게 되는 거 같다. 감독이 내면을 잡아내려고 무지 노력했는데, 화면이 허술하면 ‘쟤는 화면이나 신경 쓰지 내면은 무슨~!’ 이러지 않았을까.
완전 잘 봤다. 이게 폼 잡은 영화는 아니지 않나.

근데 그걸 물어 봤던 이유가 있다. 많은 저예산 영화들이 어둡기도 하고, 또 여러 의미를 담고 관객들이 그 의미를 찾아주길 바라는 경우가 있다. 정말로 거기서 찾을 만한 게 있으면 정말 월 메이드구나 할 텐데, ‘아.. 예.. 그래서요?’ 이런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정말 공감한다. 근데 그런 것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낮술>을 싫어하시기도 하더라. 너무 가볍고, 다 보여주고, 도대체 말 하는 게 뭐냐. 뭔가 큰 의미가 있어야 되는 것처럼. 근데 모든 영화를 의미를 찾아가면서 봐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럼 감독님이 생각하는 <낮술>의 메시지는?
그런 건 없다. 남자들의 바보 같은 기대심을 좀 비틀어서 꼬면 재미있는 상황이 나올 거 같았고, 사람들이 그걸 보고 재밌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의미를 크게 염두해 둔 것은 없다.
배우들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는지.
이란희씨와 남편이신 운섭이 형을 캐스팅하기로 마음먹고, 이란희씨가 캐릭터에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한 분들을 몇 명 소개 시켜 줬다. 옆방 남자 역할 하신 분하고 마지막에 나오는 춤추시는 분. 그리고 주연배우분도 소개 시켜 주셨는데, 그분은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고 그래서 우선은 하기로 했지만, 얼굴이 영화 이미지랑 안 맞아서 계속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내가 프리 프로덕션 하러 현장에 1주일 있었는데, 거기서 결국은 주인공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필름 메이커스 사이트에 들어가서 배우들 프로필을 찾아봤다. 이미지 맞는 사람을 찾아서 서울에 있는 연출부한테 대신 오디션을 봐달라고 부탁했고, 거기서 동영상을 찍어서 나한테 보내줬다.

거기에 주인공이 있었나보다.
그때 송삼동씨를 봤는데 이미지가 딱 어울리더라. 그래서 서울에 올라와서 원래하기로 했던 분한테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김강희씨는 서울에 온 김에 만나 봤는데, 약간 섹시한 것 같기도 하고 백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이미지가 맞을 것 같았다.

전부 낯선 배우들인데, 기존 배우들 중에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있나.
그다지 생각을 안 해봐서 모르겠다. 아마도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 까 싶다. <낮술>도 아는 배우가 나오면 튀었을 거 같다. 오히려 모르는 배우가 나와서 하니까 술 먹는 자리에 나도 가있는 거 같다는 느낌도 들고, 그런 게 더 나았던 거 같다. 영화적인 상황마다 달라질 것 같고 기존의 배우들을 꼭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영화제들이 영화의 유쾌함에 손을 들어 준 것 같다. 상을 많이 받아서 좋을 거 같은데, 상금도 받았나.
상금은 전주국제 영화제 때 나왔다. 로카르노에서는 상금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었다.

어머니한테 돈은...
아직 못 갚았다. 나도 생활을 해야 해서 후에 갚겠다고 말씀 드렸다.(웃음)

사람들이 요즘 여기저기서 인터뷰 하자고 하는데 기분이 어떤가. 첫 작품에 이러니까 부담도 될 거 같은데.
사실 별 생각이 없는 거 같다. 신문에 나오고 이런 걸 봐도 그냥 그렇구나 그런다. 사실 그렇게 잘 된 게 없어서 그런지 그렇게 부담될 만한 것도 없다.

통장 계좌에 돈이 쏟아져 들어와야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다.
맞다. 그럴 것도 같다.

근데 요즘 인터뷰한 것들을 보면 로드리게즈 감독과 비교하면서 ‘한국의 대표적 저예산 감독’ 이렇게 쓰여 있더라. 솔직하게 말하면, 로드리게즈나 우리나라에서 계속적으로 저예산 영화를 찍은 감독님들이 보면 기분 나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작품을 찍었지만, 한 작품 찍었는데 한국의 대표적 저예산 감독이라고 하니까.
그렇다. 무슨 로드리게즈인가. 말도 안 된다. 그리고 내가 무슨 한국의 대표적 저예산 감독인가. 그런 표현이 너무 쑥스럽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님은?
사실 감독님들 이름을 잘 모른다. 영화를 좋아해서 그냥 영화를 보는 거니까. 근데 <사이드 웨이즈>를 정말 재밌게 봤다.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인데 이것도 로드무비 같은 거다. 그리고 <브로큰 플라워>도 너무 재밌게 봤다.

나라면 앞으로는 천만 원 가지고 영화를 찍고 싶지 않을 거 같다. 앞으로도 저예산 영화를 찍고 싶나.
그렇다. 물론 이정도 금액이면 너무 모자라지만, 욕심이 있으니까 거품이 빠진 예산으로 영화를 잘 만들고 싶다. 독립영화의 자본으로 상업영화를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

요즘 알려지고 있는데 제작사나 영화사에서 러브콜을 하던가.
전주영화제 끝나고 나서 연락이 왔었다. 근데 내 영화도 안 본 상태에서 상 타고 그러니까 나한테 맞지도 않는 시나리오를 주면서 연출해 볼 생각 없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내 능력 밖이라고 완곡하게 말씀드리고 안했다. 그리고 인디포럼 때 상영하고 영화사에서 아이템 있으면 나중에라도 같이 작업해 보자고, 그렇게 안면을 튼 경우도 있다.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도 꽤 있을 거 같은데.
다음에는 더 좋아져야 한다. 여기 머무르면 큰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급하지는 않고, 영화를 잘 찍고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사람들이 걱정도 하더라. 지금의 이런 것들이 나한테 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고. 근데 나는 정말 천천히 하고 싶다. 이럴 때 흐름 타야 돼 이런 것도 아니고, 좋은 시나리오 나올 때 까지 기다렸다 하고 싶다. 그리고 하고 싶었던 시나리오들이 있어서 그걸 마무리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앞으로 <낮술>도 감독님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보고나서 기분 나쁠 영화는 아니니까, 유쾌한 마음으로 보시면 정말 좋을 거 같다.

2009년 2월 5일 목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2009년 2월 5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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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ffkekd333
낮술이라..   
2009-02-05 21:02
shelby8318
이사람이 감독이군요.   
2009-02-0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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