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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친구 사이가 될 때까지 <친구사이?> 김조광수 감독
친구사이? | 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부산국제영화제 이후부터 시사회를 통해 관객들을 만났는데,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웃음)영화가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이번 영화는 전작보다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를 봐서 알겠지만 <친구사이?>는 <소년, 소년을 만나다>(이하 <소소남>)보다 러닝타임이 훨씬 길다.(웃음)(<소소남>은 본 영화 17분, <친구사이?>는 본 영화 29분이다.) 하지만 아직 개봉 전이라서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걱정이 크다. 다행히 개봉하기도 전에 입 소문이 좋아서 다행스럽긴 하다. 단지 배우들의 관심도나 미리 예상했던 영화의 재미 부분에 있어서 예상보다 과한 반응 때문에 약간은 부담이 된다.

포스터만 봐도 영화가 상큼해서 달콤함 핑크빛 솜사탕이 생각날 정도다. 포스터는 촬영을 따로 안하고 영화 스틸로 제작했는데, 따로 이유가 있나?
포스터를 준비할 때 따로 떠올렸던 이미지는 없었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엄마! 난 남자가 좋아요’라는 카피를 먼저 생각했었다. 이를 토대로 이런 느낌의 영화를 만들고, 포스터도 제작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원래는 배우들을 데리고 포스터 촬영을 하려고 했었다. 근데 둘 다 아직 신인이라서 사진 촬영을 어려워했다. 동영상 연기는 옆에서 주문하고, 나올 때까지 끌어내면 좋은 모습이 나오는데, 순간의 표정을 잡아내는 사진에는 둘 다 익숙하지 않아했다. 그래서 촬영을 따로 하지 않고 스틸 중에 좋은 컷을 골라서 포스터를 만들었다.

전날 서지후씨 인터뷰를 했는데, 애드립이 떨어진다고 질문 좀 잘 해달라고 부탁하더라.(웃음)
지후가 공대생이라 아무것도 모른다.(웃음) 처음엔 둘 다 목소리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좀 통통 튀는 역할이지 않은가! 근데 목소리가 저음이라 처음 생각했던 캐릭터들과는 다소 맞지 않았다. 또한 신인배우라서 게이 연기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생각보다 배우들의 게이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와 고마울 뿐이다.

영화가 샤방샤방하다. 그래서인지 극중 빛을 사용한 장면들이 많았는데, 처음부터 이런 느낌을 주기 위해 쓴 건가?
콘티를 짜면서 촬영, 조명감독과 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차피 영화는 현실적인 이야기지만 판타지적인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실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이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즐겁게만 사는 건 아니기 때문에, 뮤지컬 형식을 도입하거나 빛을 과하게 쓰면서 판타지적인 느낌을 내보려 했다. 가능하면 세트가 아닌 야외 촬영에도 인공적인 빛을 더 가미하려 했다. 이런 요구로 인해 촬영 스케줄이 더욱더 빡빡해졌고 조명감독님 이하 스탭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총 몇 일 동안 촬영했나?
9일 촬영했다. 철원하고 서울을 배경으로 열심히 찍었다. 실제 철원에 가서 촬영하고, 여관 안 장면만 따로 세트를 만들어서 찍었다.

어제 인터뷰 때문에 <소소만>을 또 한 번 봤다.
(수줍어하면서)부끄럽다. 제작자로 있을 때는 거침없이 영화얘기를 했는데, 연출자가 되어 보니까 영화 제목만 나와도 낮 뜨거워진다. 영화 얘기를 하면 한 없이 손발이 오그라든다.

<소소만>은 대사 없이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친구사이?>는 전작과 달리 주인공들의 대사가 등장한다.
그렇다.(웃음) 첫 번째 영화에서는 내가 할 수 있을 만큼만 보여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작업에 임했다. 그래서 <소소만>은 짧게 만들었다. 20분이 이상은 못 만들겠더라.(웃음) 짧은 러닝 타임 동안 감정선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사가 없는 게 났다고 생각했다. 이로 인해 대사 없이 감정만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구성했고, 우연히 버스에서 만나 눈빛을 교환하고 망설이는 장면을 넣어봤다. 또한 춤과 노래를 삽입해 정적으로 흘러가는 영화의 단점을 보완했다. <소소만>을 개봉하고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너무 황당하다. 이 영화를 우리보고 돈 내고 보란 말인가?’하는 말처럼 영화가 너무 짧다는 얘기가 정말 많이 나왔다. 그것에 대해서는 관객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일단 전작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영화에서는 욕심을 내 러닝타임을 30~40분 정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도 대사를 넣을까 말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러닝타임이 길어지니까 자연스럽게 대사를 넣기로 결정하게 되더라.

극중 주인공들의 이름과 영화 속 내용을 미루어 봤을 때 <친구사이?>는 전작을 잇는 속편이라 볼 수 있다.
연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소만>을 보고 속편을 만들어 달라는 관객들이 많았다. 17분밖에 안 되는 영화에 속편을 만든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 때 연작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소소만>도 내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인데, 아직까지 연출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가장 편하고 잘 할 수 있어서 이번 영화도 내 이야기를 집어넣어봤다. 욕심이지만 두 편의 영화를 통해 10대 이야기를 해봤으니까 20대, 30대, 40대까지 세대별로 한 작품씩 만들어서 나중에 제대로 된 한 영화로 묶어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카메라가 소품으로 등장한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진기를 사다 줬다. 다른 아이들은 사진기에 관심이 없었지만 나는 달랐다. 그 사진기는 특이하게 35미리 필름으로 16미리 사진이 나왔다. 24장 필름 하나를 하면 48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까 경제적으로도 좋았다.(웃음) 어릴 때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영화속 소품으로 썼고, 그걸 통해서 나의 10대와 20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사진기는 다음 영화에서도 양념처럼 등장할 예정이다.

메이킹 필름에도 나왔지만 서지후씨가 춤을 못 추더라. 남일 같지 않았다.
지후가 춤을 못 추긴 한다. 근데 기자님은 잘 출 것 같은데…(웃음)
아니다.(웃음) 아무튼 이 춤 때문에 배역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그렇다. <소소남>처럼 민수는 키가 좀 작고 여린 캐릭터고, 석이는 키가 크고 좀 더 남자다운 캐릭터다. 근데 지후가 춤과 노래가 안돼서 캐릭터의 성향은 동일하게 가지고 가고 이름만 바꿨다.

<친구사이?>의 장점이라면 배우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다는 것에 있다. 특히 담벼락에서 두 주인공이 초콜릿을 먹으면서 얘기 나누는 장면에서 그들의 사랑하는 감정이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 상에서는 영화 속 장면보다 길었다. 엄마가 올지 몰랐다며 석이가 민수에게 야속한 심정을 토로하는 장면이 편집되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길게 찍어보려고 했던 부분인데, 이 장면을 통해 석이와 민수의 심리를 좀 더 잘 표현해 보려고 했다. 근데 대사가 많고 게이 커플다운 면모가 드러나야 하는 장면이라 두 배우가 어려워했다.

언론 시사 때 처음에 연인이 아닌 그냥 동성 친구로 보여서 걱정했다고 말했다.
만날 두 배우에게 ‘너희 친구 같아. 너희는 연인이란 말이야!’(웃음) 이 얘기를 달고 살았다. 촬영 중 진짜 게이 커플은 이렇다는 것을 말해주고, 계속해서 연기 지도를 했다. 그래서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찍고, 배우들에게 보여주고, 다시 연기 연습을 되풀이 했다. 몇 달 동안 주말마다 연습하니 처음보다 연기가 많이 좋아졌다. 포스터에 ‘순도 99.9% 게이 로맨스’라고 했는데, 이 영화가 거의 100% 가까운 게이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게이 감독이 만든 영화든 아니든 다른 퀴어 영화들을 봤을 때 단순히 남자를 여성으로 바꿔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종종 있었다. 커밍아웃한 게이 감독이 만든 퀴어 영화이기 때문에 다른 영화보다 리얼리즘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째든 두 배우가 게이가 아니기에 좀 더 섬세한 연기 표현이 힘들었지만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서로 의견을 주고 받고 더불어 게이 커플들을 만나면서 배워나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순도 99.9%인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영화 속에서 게이 캐릭터가 잘 표현된 것 같다.

영화는 민수 엄마의 등장과 철원행 버스에서 동석했던 여성을 통해 아이러니 한 재미를 준다.
20대에 겪었던 경험 중 영화적으로 재미를 줄 수 있는 동시에 게이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의 아픔을 잘 살릴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봤다. 그 중 영화 속에 등장하는 두 가지 에피소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꺼라 생각했다. 내가 군대 있을 때 애인이 면회를 온 적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날 어머니도 면회를 오셨다. 그 날 민수 엄마처럼 어머니는 애인에게 질문을 퍼부었다.(웃음) 할 수 없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나와 애인의 상황이 영화와 잘 맞을 것 같아서 소재로 사용했다. 그리고 버스에 동석했던 여성의 이야기는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자주 면회를 왔던 여자 동기와의 에피소드다. 그 친구는 내가 자기에게 친절하게 대해서 좋아하는 줄 알고 착각하고 있었다. 난 그냥 게이니까 편하게 대한 것 뿐이었는데 말이다.(웃음) 어느날 면회를 왔는데, 서울행 막차를 놓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되었다. 그 때가 86년도였으니까 지금과는 달리 남녀가 같이 잤는데도 아무 일이 없으면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할 때였다.(웃음) 당연히 그날 아무 일이 없었다. 그 친구는 내가 사랑하는 줄 알고 다음에도 면회를 왔다. 이쯤에서 진실을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에 게이라고 밝혔다. 그 순간 친구는 ‘정말 자기가 원했던 친절한 남자를 만났다고 생각했었는데, 너 정말 못됐다.’고 말했다. 그 때 나는 영화 속 대사처럼 ‘4년 동안 좋아했다면서 그걸 모를 수가 있니!’라고 되 물은 적이 있다.
이제훈과 서지후는 어떻게 캐스팅 하게 되었나?
(이)제훈이는 <밤은 그들만의 시간>이라는 단편영화에서 처음 봤다. 손영성 감독의 <약탈자들>에서 제훈이가 나왔는데, <질투는 나의 힘>에서 나온 박해일의 느낌을 받았다. 풋풋하고 착한 모습에, 못된 구석도 있어 보이는 매력적인 마스크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이)제훈이를 자세히 보면 코가 긴데,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지만 그게 예뻐 보였다. 요즘 만들어진 코가 많지 않은가?(웃음) <약탈자들>을 보고 나서 연기만 잘 하면 가능성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중에 캐스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이번 영화로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지후는 쌍꺼풀이 없는데 눈이 되게 크다. 그게 최근 여성들이 좋아하는 외모라고 생각했다. 80년대는 쌍꺼풀이 찐한 남자가 대세였다면 지금은 지후 같은 남자가 대세다. 키도 크고 몸집도 큰데 눈만 보면 아이 같다. 집에서 장남이고, 공대생인데 아이 같은 이미지가 나올 때면 가끔씩 놀란다. 워낙 순진한 녀석이라 여자들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에 마음에 들었고, 오디션 때는 ‘짝퉁 구준표’ 스타일로 머리가 길어서 과연 배역에 맞을까 했는데, 군복 입은 사진을 보니까 민수캐릭터와 흡사해서 캐스팅했다.

영화의 백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명 방바닥신이라 불리는 베드신을 촬영하기 위해 배우들과 같이 모텔에 갔다고 들었다.
베드신에 대해서 촬영감독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정작 배우들과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습하는 것도 참 어색했다. 보통 리딩을 하면 책상에 앉아서 하는데, 이 장면은 있는 대사라고 해 봤자 ‘음~ 아~’ 이것 밖에 없어서 참 난감했다.(웃음) 담벼락신처럼 어디 나가서 리허설을 할 수도 없었고, 베드신을 처음 촬영하는 거라서 나름대로 고심을 많이 했다. 촬영을 하루 앞두고 정말 연습을 안 하면 안되겠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왔다. 맨 처음에는 미리 지어 놓은 여관방 세트에서 하려고 했지만 왠지 모텔이란 공간이 주는 포근함이 없었다. 여기서 하면 배우들의 감정이 잘 안 잡힐 것 같고, 편안한 상태에서 연습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해서 모텔로 갔다. 그러나 막상 연습하러 가자고 하니 모텔로 왜 가냐고, 또 어떻게 연습할 거냐고 무척이나 궁금해 했었다.(웃음) 옷을 벗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동선을 만들어야 하고, 여러 상황들에서 나오는 감정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몇 달 동안 면회를 오고 싶었는데, 엄마 때문에 못 온 거다. 근데 엄마가 안 온다고 해서 기회는 이때다 하고 뜨거운 밤을 보내기 위해 면회를 온 간절함이 묻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이전에 섹스를 많이 했던 커플이 아닌 조금은 서툰 커플이었으면 한다는 주문도 했고.

방바닥신은 총 몇 시간 동안 촬영한 건가?
8~9시간 동안 두 배우가 입술이 부르터가며 촬영했다. 입술이 부은 제훈이 보고 너무 느끼지 말라고 우스개 소리도 던지면서 즐겁게 찍으려고 했는데, 아마 정신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그 때 NG가 17번 난 걸로 기억한다. 실제 섹스는 아니었지만 운동량은 거의 비슷할 정도로 몰입도가 큰 장면이었기 때문에 쉬는 시간도 많이 가졌다. 옷을 거의 벗은 채로 널 부러져 있고, 우리는 모니터를 보고 테이크 다시 가야 한다고 옷 입으라고 말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제훈이와 지후가 제작진을 많이 미워하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소소남>에서는 눈빛으로 감정을 교류한다면, <친구사이?>는 베드신을 통해 참아왔던 사랑의 감정을 표출한다.
원래는 전라의 정사장면을 구상했었다. 영화 속에서는 속옷을 입은 채 방바닥을 구르는데, 팬티 없이 군용 양말만 신은 민수의 뒷모습이 가장 큰 이미지였다. 그래서 두 배우에게 속옷을 벗고 찍으면 안되겠냐고 주문을 했었다. 근데 배우들보다 스탭들이 안 된다고 더 말렸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목표로 만든 영화가 아닌데 속옷을 벗고 찍으면 100%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는다고 옆에서 계속 말했고, 또한 지후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전라로 연기하면 부담된다고 말했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 때문에 연기에 지장을 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옷을 입은 채 촬영했다. 근데 막상 편집할 때 보니 안 벗기를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이 약간 섹슈얼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선정적이지 않았으면 하는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중간에 미키마우스 팬티를 보여주며 집중도를 한 번 이완시키고 다시 몰입할 때쯤 엄마를 등장시키는 장면을 구상한 거다. 만약 원래 이미지대로 밀고 나갔으면 훨씬 선정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어려움이 있어도 두 배우가 감독을 잘 따라와 준 것 같다.
촬영하면서 열심히 하려는 자세가 보였다. 어떤 사람은 ‘신인배우니까 감독에게 고마워 해야지’라고 말하지만 반대로 나는 두 배우에게 고맙다. 처음에는 둘 다 신인이라 이 정도까지 해낼 줄은 몰랐다. 2달간 계속 연습하고, 촬영을 미루면서 까지 감정을 잡으려고 열심히 했다. 그 결과 처음과 촬영 전날, 그리고 촬영 날 그들의 연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 좋은 감독님,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면 분명 좋은 배우로 성장할 거다.

게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어머니가 저녁노을 사이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모습이 감정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다. 통속적으로 아들에게 푸념하는 장면이 없어서 좋았다.
원래는 푸념하는 장면이 있었고, 찍어놓았다.(웃음) 관객들에게 조금더 친절한 설명을 해주기 위해서 민수를 엄마가 때리면서 푸념을 늘어놓는 장면이었는데, 최종적으로 간결하게 가면서 이 장면 없이도 충분히 관객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끝내 편집했다.

두 편 모두 춤과 노래가 나온다. 이제는 춤과 노래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왠지 없으면 허전하다.(웃음)
뮤지컬 자체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과 같은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를 좋아했다. 그래서 나중에 뮤지컬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도 가졌었다. 원래 게이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낙원동에 게이바가 100개 넘는데, 그 중 가장 잘나가는 바들은 거의 다 가라오케바다. 게이 감독이 만드는 게이 영화는 스타일 면에서도 게이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나중에 장편영화에서 뮤지컬을 잘 사용하고 싶기 때문에 단편에서의 춤과 노래 장면은 어느 정도 연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년에 공동감독으로 첫 장편영화에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스릴러이다 보니 춤과 노래는 어울리지 않더라. 여하간, 향후에 연출할 로맨스 영화에는 꼭 넣을 예정이다.

<소소만>과는 달리 <친구사이?>에서는 트로트를 썼다. 다소 의외였다.
<소소남>에서는 디스코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노래 자체는 발랄하지만 뭔가 애잔함이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게이들의 안타까움이 들어가 있는 가사를 잘 살릴 수 있는 장르가 무엇일까 생각 끝에 트로트를 사용했다. 트로트는 뽕짝 뽕짝하는 멜로디에 흥겨움이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한이 서려 있다. 나 때문에 음악감독이 고생 많이 했다.
극중 노래는 다 이제훈이 직접 한 건가?
아니다. 오프닝 노래는 <헤드윅>에 출연중인 뮤지컬 배우 송용진씨가 불렀다. 그전에 트로트를 하는 인디그룹이 있었다. 영화에 출연도 하고 싶고, 노래도 하고 싶다고 해서 캐스팅을 했는데, 중간에 펑크를 내버렸다. 그들이 부른 노래도 있었는데, 펑크 내고 도망간 그들의 음악을 쓰기 싫었다.(웃음) 그래서 노래를 새로 만들고 두 배우 모두 연습시켰다. 근데 발라드는 어떻게 넘길 수 있었는데, 트로트는 안되겠더라. 둘 다 트로트를 어려워했다. 그래서 송용진씨에게 부탁했는데 흔쾌히 승낙을 해줬다.

어제 이제훈의 인터뷰 중 노래 이야기를 하니까 부끄러워하더라. 잘 부른 것 같은데…
사실 음악감독이 만들어준 거다.(웃음) 과학의 승리다. 제훈이가 노래를 못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가수들처럼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잘 나온 부분만 잘라서 붙였다. 말했듯 과학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웃음) 지금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음악감독에게 감사한다.

여타 영화 속에서 춤은 남에게 자신의 공간을 열어준다라는 의미를 갖는데, 이 영화에서 춤은 어떤 의미인가?
일단 게이들이 춤을 좋아하기에 처음과 끝에 배치한 거다. 또 관객들에게 <친구사이?>는 이런 영화다라고 임팩트 있게 보여주기 편해서 삽입했다. 물론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영화를 재밌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뮤지컬 방식이기에 차용한 측면도 있다. 아까도 말했듯이 처음 버스 장면에서 도망간 인디 밴드들이 다채롭게 꾸며주는 걸로 구성을 맞춘 상태였지만 그들이 펑크를 내서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다행이 그날 엑스트라로 출연하려 했던 팬들에게 춤과 노래를 가르쳐줘서 제훈이와 함께 첫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엔딩크레딧에도 댄스 장면을 넣었다. <소소남>때는 일반적인 검은 바탕의 엔딩크레딧을 올렸는데, 해외 영화제에 상영하고 나서 초반 느껴졌던 발랄함이 없어져서 아쉽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는 끝까지 발랄함을 유지하기 위해 댄스 장면을 삽입한 것이다. 게이들이나 레즈비언들이 즐기는 문화를 집어넣어보자 해서 남자는 여장을 하는 ‘드레퀸’과 여자가 남장을 하는 ‘드레킹’으로 댄스 장면을 구성했다.

방바닥 장면과 더불어 화제를 모았던 광화문 키스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는 명동에서 찍으려고 했다. 영화를 어떻게 끝낼까 고민하다가 엄마에게 구구절절 이야기 하면서 자신의 입장 표명을 하는 장면 보다 그들의 희망찬 미래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맞추고 자신들의 사랑을 알리면서, 엄마에게 당당하게 고백하는 장면으로 구성했다. 마침 광화문 공원이 개장해서 장소를 그곳으로 옮겼다. 처음엔 린치를 당하거나, 전경들이 못 찍게 하는 돌발상황들이 일어날까 봐 스탭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근데 마침 촬영날이 광화문 공원 개장한 지 이틀 뒤라 취재진들이 많았다. 만약에 못 찍게 하면 다른 취재진들은 촬영하게 놔두는데 왜 우리만 못 찍게 하느냐고 따질 꺼리가 생겨 안심 했다. 근데 막상 촬영을 들어가려고 하니까 배우들이 많이 긴장한 상태였다. 사실 게이들도 그런 곳에서 뽀뽀하는 게 로망 일만큼 쉽지 않다. 그 긴장감이 오히려 영화 속 상황과 잘 어울렸다. 그래서 그 감정을 유지한 채 촬영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공원 관리인이 전경들에게 가서 얘기를 하더라. 근데 재미있는 건 전경이 법적 근거가 없어서 제지를 못한다고 말하며 유유히 사라졌다. 아이러니 하게 전경이 우리를 도와주게 된 셈이다.(웃음)
보도 자료에 보니까 백인이 광화문 키스 장면을 보고 독설을 내뱉었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인가?
보수 기독교 백인 우월주의자였다. 그 사람이 했던 발언 중에 나는 미국인이고 항의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솔직히 자기가 미국인이라서 항의할 권리는 없지 않은가! 한국의 할아버지도 가만히 있는데…(웃음)

게이 영화이기는 하지만 두 배우의 잘생긴 외모 덕분에 여성 관객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인터뷰 끝나고 서울독립영화제에 가야 하는데, 매진이라고 하더라! 정말이지 기분이 좋다.(웃음) 아마 여성관객이 대부분일 것이다. 게이 영화를 여성 관객이 왜 좋아하느냐 반문하시기도 하지만 하나의 로맨스 영화이기 때문에 사랑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게이 영화는 게이만 보고 이성애자 영화는 이성애자만 보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이 영화를 보고 이성애자 남자들은 조금 불편해 하지만 이성애자 여자들은 거부감 없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계속 대화를 주고 받다 보니까 영화 속에서 나타난 섬세한 감정표현들이 어디에서 나왔나 알겠다.
그렇게 봐주니 감사하다.(웃음) 영화는 디테일이 참 중요해서 더욱더 섬세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웃음)

연출 의도와는 다르게 <친구사이?>가 청소년 유해성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화가 났다. 원래 <후회하지 않아>처럼 청소년 관람불가를 생각하고 만들었으면 그냥 받아들였을 텐데, 이 영화는 청소년들도 볼 수 있게 만든 영화다. 게이라는 똑같은 소재를 갖고 만든 <브로크백 마운틴>은 15세 관람가였다. 심의라는게 나라마다 다를 수 밖에 없고, 어느 정도 대중들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브로크백 마운틴>이 15세 등급으로 개봉했을 때 큰 파장을 일으켰는가? 아무 문제 없었다. 개중에는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거부감 없이 영화를 잘 받아들였다. 이처럼 우리 영화도 대중들의 소리를 근거로 등급을 정해야 하는데, 실상 그렇지 않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표현의 자유는 점점 넓어져야 하는데, 그 반대가 되는 결과가 나와서 아쉽다. 올해 개봉한 <불꽃처럼 나비처럼>도 심도 깊은 정사장면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15세 등급을 받았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 영화도 15세 등급을 받을 거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고, 그 이유를 ‘모방 위험 높음’이라고 써 놓았더라. 이성애는 모방해도 되고 동성애는 모방하면 안 된다는 건데,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영화를 안 본 상태였지만 <친구사이?> 등급관련기사를 접했을 때 과연 이 결정이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전보다 성적인 측면과 정치적인 측면이 보수화 되어 간다고 볼 수 있다. <반두비>가 15세 관람가를 받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자신들의 가치관하고 다른 영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이제 2편의 영화를 연출한 어엿한 감독이며 또한 청년필름 대표이기도 하다. 어떤 감투가 자신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이제는 점점 감독 쪽으로 기울어져가는 것 같다. 특히나 장편을 준비하고 있는 터라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된 이상 회사 대표 일은 좀 정리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종종 든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대표를 그만두려고 시도는 많이 했다. 왜냐면 나 빼고 프로듀서가 4명이 더 있는데, 10년이 넘는 경력자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 정도의 경력이면 다른 회사에서 대표도 하고 그럴 텐데, 학교 선후배사이고 학번도 차이가 나니까 쉽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대표를 번갈아 가면서 해보자고 건의 했다. 하지만 다들 하기 싫고,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나에게 맡겼다. 그래서 이번에 장편을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빠지려고 한다.(웃음)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내 이야기를 남들과 공유한다는 것에 시원섭섭할 것 같다.
섭섭한 것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추억을 관객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 예전에 나의 블로그에 경험을 바탕으로 한 로맨스 소설을 연재한 적이 있다. 그 때 애인이 무척이나 싫어했다. 예전 연인을 기억하고 그 때의 추억으로 돌아가는 것이 싫다고 했다.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까 놀라면서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드러내느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 원래 모든 감독들의 영화는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내지 않는가! 이후 시나리오를 써서 맨 처음 애인에게 보여줬다. 처음에는 싫어했지만 요즘에는 좋아하는 편이다.

게이감독으로서 장점도 있겠지만 동시에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어쩌면 그 단점도 오늘날에는 장점이 되어가고 있다. 내가 가진 양성성은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측면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80년대만 하더라도 게이라고 하면 우울하고 음울한 캐릭터로 이성애자들이 받아들였는데, 이제 게이를 멋지게 바라보는 세상이 되었다. 게이 스스로도 항상 명랑하고 당당하게 사는 나 같은 사람을 요구한다. 외모도 잘생겼다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얼굴이 좋다고 하고 동안이지 않은가!(웃음) 영화와 감독의 스타일이 일맥상통해서 이성애자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게이관객들은 커밍아웃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좋아하고, 이런 것이 약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고 강점이다. 나보다 여성적인 남자는 없을 것이다.(웃음)

예전 보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간의 간극이 좁혀지고 있지만 아직도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는 정말로 친구 사이가 될 수 있을까?
당연하다. 요즘 이성애자들에게 주변에 가족이든 친구든 동성애자가 항상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느 순간 그들이 커밍아웃 할 수 있다. 거부감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는 실제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지인들에게 고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커밍아웃을 말한다면 자신을 진정 친구로 여기는 것이다. 막상 그 말을 들었을 때 아직 준비가 안됐다며 못 받아주는 것과 너무 당황해서 아무말 없이 못 받아주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성애자들은 커밍아웃을 받아줄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줄 준비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게이들이나 레즈비언들에게는 힘들지만 커밍아웃을 하라고 조언해준다. 그래야 행복해지고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커밍아웃을 안 하면 자꾸 자기 자신을 감추기만 한다. 그런 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인생이 황폐화 된다. 강요하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커밍아웃을 하라고 권유한다. 앞으로 커밍아웃이 많아지는 세상이 될 것이고, 서로 어깨동무하는 평등한 세상이 올 꺼 라고 믿는다.

그 세상을 위해 앞으로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그렇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거리를 좁힐 또 하나의 달콤쌉사름한 영화를 기대해 달라.

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 사진_ 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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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11
보고 싶었는데 벌써 내렸네ㅜㅜ빌려나 봐야지   
2010-01-14 19:58
loveevol486
퀴어영화? 보고싶어요 ㅋㅋㅋ   
2010-01-12 20:23
minam3030
대박   
2010-01-05 11:04
loop1434
기대되는   
2009-12-29 13:10
ritschl
잘 읽었습니다. 언제 한번 영화를 봐야될 것같네요.   
2009-12-27 20:21
ehgmlrj
잘 읽고 갑니다.. ㅎ   
2009-12-26 19:27
sarang258
영화재미있어요~   
2009-12-25 11:44
ooyyrr1004
좋은작품 많이 부탁드립니당   
2009-12-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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