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장르 범주에 들어가는 로맨틱코미디는 코미디에 방점을 찍긴 하지만 웃음의 코드가 티격태격하는 남녀관계에 있다.
소재는 남녀 간의 사랑, 가족에서 대부분 벗어나지 않는다.
서로에게 오해가 쌓인 커플이 싸우다 정드는 식으로 사랑을 느끼고 막판 반전 비스무리하게 오해를 풀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장르의 변칙으로 시도된 로맨틱코미디가 이야기의 간결함과 남녀노소 부담 없이 관람가능하다는 안정된 상업성의 확보로 확고부동한 전형성을 얻게 된 것은 90년대 중반이다.
(맥 라이언의 영화로) 그 이후, 신생 장르개념으로 무수히 많은 영화들을 생산해 냈다.
엄정화, 다니엘 헤니 주연의 <Mr. 로빈 꼬시기>는 로맨틱코미디의 철저하게 관습화된 이야기 구조를 따라간다. 뻔하디 뻔한 스토리에 식상함이 먼저 밀려오겠지만 마냥 그쪽으로 치부하기에는 ‘버리기 아까운’ 전형성이 꽤나 있다. 먼저 서구적인 사랑방식의 차용이다. 외국계 M&A 회사에 새로 부임한 사장 로빈 헤이든(다니엘 헤니 분)은 외국인이다.
그의 상대역은 오리지널 한국토종 여인네 김민준(엄정화 분)이지만 그녀 역시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당당한 커리어 우먼이다.
순수한 사랑을 열망하는 소녀 같은 취향과 일에 관해서만큼은 똑 부러진 당당함이 공존하는 민준 캐릭터는 신선할 구석 없는 여주인공이다.
그러나 차가운 성격의 로빈과 어울러져 만들어내는 도시적인 시크함은 영화를 다국적 정서를 내포한 로맨스영화로 포장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다.
한국 로맨틱코미디영화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 가부장제 사회와의 충돌에서 오는 갈등을 <Mr. 로빈 꼬시기>는 캐릭터 설정으로 자연스레 비껴가고 있다.
로맨틱코미디는 일종의 도시멜로다.
도시와 시골의 문화적/정서적 차이를 사랑의 장애물로 이야기에 가끔 끌어들이긴 하지만 반짝이는 도시의 느낌을 영화의 기본 정서로 삼는다.
때문에 주인공 남녀를 감싸고 있는 도시의 전경과 의상은 현 트렌드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Mr. 로빈 꼬시기>는 서울의 야경을 이야기에 적극 끌어들인다.
주인공의 패션과 라이프 또한 도시의 삶에 어울리는 것들로 가득하다.
영화오프닝에 커피와 쇼핑을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한 민준 캐릭터만 보더라도 그들이 살고 있는 서울은, 한국적 정서의 도시일 필요가 전혀 없다.
일과 커피 그리고 사랑을 중요시 여기는 도시남녀의 무대가 될 수 있는 보편성이 내재된 곳으로 서울은 영화 안에 근사하게 담기기만 하면 된다.
로빈과 민준의 사랑과 일에 이야기가 집중되도록 지역성을 지운 도시의 모습은 <Mr. 로빈 꼬시기>를 다양한 문화와 나라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로맨틱영화로 만든다.
물론, 인물의 심리와 남녀 계급문제를 영화에 ‘깊이’ 녹여내지 않고 오로지 관습에, 공식에 충실한 모습은 어쩐지 느끼한 버터구이를 먹은 느낌이다.
몰입의 장애로 와 닿는 이 정서적 차이는 영화를 끝까지 우리네 사랑방식으로 치환하고픈 잘못 된 영화보기 습관에서 비롯된 거다.
시선을 잡아채는 다니엘 헤니의 미끈한 서양식 섹시함에 집중하면 즐거운 영화보기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대신, 엄정화의 핑퐁 같은 연기와 귀여운 척 내숭떠는 모습에 눈길을 주면 마요네즈에 간장 부어 비벼먹는 퓨전요리가 탄생, 느끼하지 않고 소화 잘 된다.
글_ 최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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