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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미가 담긴 푸근한 웃음 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
kharismania 2006-12-13 오후 1:06:40 705   [2]

드라마라는 영상물이 극장으로 영역을 옮겨간 것은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물론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소설 or 드라마 -> 영화'라는 도식적 흐름이 공식화되어 있지만 국내에서는 소설의 영화화는 전례가 있어도 드라마의 영화화는 전례가 없다. 적어도 16부작 이상의 긴 이야기를 2시간이라는 시간제한의 울타리내로 축약해내기란 쉽지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물론 연작구성도 가능하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2편씩은 방영되고 그 간격이 일주일인 드라마와 비교할때 영화가 지니는 간격의 부담감은 작을리가 없다. 하지만 타국에서 이뤄지는 과정이 국내에서도 이뤄지지 않는 것은 모든 사유를 떠나서 상업적인 결실에 대한 믿음이 탐탁치 않다는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자신의 뿌리가 된 시트콤 그 자체를 온전히 계승한다. 236회라는 긴 방영기간을 토대로 쌓아올린 원작 시트콤드라마가 2시간여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언제부턴가 브라운관으로 방영되는 시리즈물에 열광하는 팬덤이 폐인이라는 자해적 용어를 대처된 요즘 세태에 이 '올미다'라고 간결하게 단명(短名)된 시트콤 역시 그 부류의 집단으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서포트의 힘은 브라운관 전용일 것만 같았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이전시키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되었다.

 

 시트콤의 영화화. 단지 시트콤이 그 긴 방영기록에 마침표를 찍었기떄문에 기념으로 영화한편 찍자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올미다'가 영화가 되어야 할만한 이유를 묻는것이 조금 적절치 못한 질문이라 여겨진다면 문항을 바꿔보자. '올미다'가 영화화될만한 가치가 있는가.

 

 일단 원작이 시트콤 성향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에피소드적인 일회성 이야기로의 변환이 용이하다. 이는 단발적인 이야기 구성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고 시리즈간의 연결성이 맥락적인 측면만 벗어나지 않으면 크게 상관될 필요가 없는 제한사항이라는 것이다. 이는 영화로써 짐을 덜수 있는 요소인데 2시간이라는 시간제약은 일회적인 이야기로 압축이 가능하다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 되는 셈이다. 또한 인물의 상관관계도마저도 그 압축된 에피소드안에서 적절히 운용이 가능해진다. 다양한 인물을 영화에 걸맞게 추릴 필요도 없이 에피소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출연횟수만 조절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장점을 제대로 활용했다. 일단 영화에서 제일 먼저 포석이 되는 이야기는 '올미다'에서 가장 부각되었던 최미자(예지원 역)와 지현우PD(지현우 역)의 러브스토리다. 영화는 이 선남선녀의 사랑을 맺는 과정으로 전체적인 이야기의 윤곽을 잡았고 그 안에 작은 제반사항을 설치했다. 그 러브스토리의 뼈대에 적절한 살을 채우는 것은 세자매 할머니들이다. 첫째 영옥(김영옥 역), 둘째 승현(서승현 역), 막내 혜옥(김혜옥 역)까지. 이 늙은 세자매가 만들어내는 입담은 꽤나 촌철살인적인 유쾌함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영화는 시트콤이 아니다. 웃음을 연발하는 퍼포먼스만으로는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만이 아닌 그 이야기를 통해 내면적인 감화를 시키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각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사연의 개연성으로부터 발생되는 인물의 심리적 변화 흐름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인물간의 사연이 개개인에게 부여하는 심리적 변화를 각자 비슷하게 맞물려놓음으로써 그 세부적인 감정의 가지가 영화자체의 감정으로 응집된다.

 

 일단 영화에서 감정의 축을 만들어가는 캐릭터는 미자와 늙은 세 자매다. 그리고 좀 더 스케일의 폭은 좁지만 우현(우현역)의 사연이 곁들여진다. 캐릭터의 선은 분명하다. 이미 시트콤을 통해 형성된 캐릭터의 성격을 영화는 거의 그대로 가져다 인용한다. 물론 우현이란 캐릭터의 성격이 좀 더 빈약하게 축소된 것이나 작고한 박영숙씨의 자리를 서승현이 메꾼것은 작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본적인 방편은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추락해 살아난 직후 번개를 맞고도 살아나는 것보다도 낮은 확률은 자신이 백수 노처녀의 구린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자조하는 미자나 옥신각신하며 지내면서도 서로를 챙기고 보듬는 세 할머니 자매의 모습은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그들은 이래저래 자신들의 영역에서 소일거리같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그를 통해 관객의 웃음을 얻어낸다.

 

 다만 시트콤에 비해서 이야기의 결실을 단시간내에 완성시켜야 하는 영화이기에 이 작품은 그 중심적인 주제를 확실히 설정한다. 미자와 지PD의 로맨스를 통해 노처녀인 미자의 내면적 괴로움을 배출하고 그녀가 세상의 예의없는 것들로부터 쌓아올린 피해의식을 드러내보이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관객의 동정심의 연대를 구축하고 불행한 삶을 행복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의 쾌감을 선사한다. 또한 세 할머니를 통해 삶의 연륜을 느끼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 나이라는 하나의 관성에 대한 반작용의 쾌감을 선사한다. 그냥 아침에 눈뜨면 하루 사는 것이라는 영옥의 말처럼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나이에 다다르고 있는 그녀들은 삶이 막다른 길에 다다르는 이들의 쓸쓸함을 대변하지만 그네들의 삶이 결코 칙칙하지 않다는 것을 촌철살인같은 웃음이 가미된 상황으로 증명한다. 황혼에 접어들지만 로맨스를 꿈꾸고 색깔 들어간 속옷을 입고 싶어하는 것은 주책없는 행위가 아닌 자신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에는 나이가 속박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재미있는 건 인물간의 상황이 엇비슷하게 진행되는 것인데 각 인물들이 자신들의 상황에서 빚어지는 심리의 그래프가 비슷한 모양새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심리적 상승과 하락의 구조를 맞이하는 순간을 동일한 시간으로 맞춤으로써 전체적인 영화의 감정적 분위기로 각인시킨다. 아마 시트콤이었다면 분할되어 다루어졌을 법한 에피소드를 하나의 이야기안에 담아 진행시키면서도 그 각자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살림과 동시에 전체적인 흐름을 형성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이부분에 있다. 개별적인 이야기선을 끌어가면서도 전체적인 흐름을 형성한다는 것.

 

 어쨌든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TV방영시리즈를 즐겼던 이들에게 이 영화는 각별한 하나의 선물이 될 것이며 이 작품으로 '올미다'에 입문하는 이들에게도 영화 자체로서 즐겁게 즐길만한 물건이 된다. 일회적 소모성의 장난끼로 채워져 있을 것만 같지만 속내는 은근히 깊다. 무엇보다도 시트콤이 지니지 못했던 가족이라는 커다란 구도에 대한 직관은 영화가 더욱 밀도있게 보여주는 것도 같다. 미자의 희노애락을 유심히 지켜보는 아버지 부록(임현식 역)이나 함께 늙어가는 처지인 세자매가 서로의 행복을 은근슬쩍 돕는 행위는 그 가족이라는 집단이 지니는 애틋함의 본질이 살며시 드러나는 것만 같다.

 

 이 영화는 발랄하면서도 흐믓하다. 물론 어떻게 칭찬만 늘어놓을 수 있겠냐마는 필자는 그저 칭찬만 늘어놓고 싶다. 장르적 기대안에서도 원작의 품질로 인한 기대안에서도 이 영화는 부족하지 않다. 원작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이 영화의 존재를 완성시킨 것처럼 이 영화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보인다. 정겹다. 이 영화가 그렇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좋았다. 그 다양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풍성한 웃음의 산해진미가 단순히 시간의 소비로 한정되지 않고 인생을 관통한다는 것. 마치 가까운 이웃의 정겨움만큼이나 낯설지 않은 푸근한 웃음안에 담긴 삶의 해학까지 모두 다 쓰다듬어주고 싶은 정겨움이 반갑다. 시트콤의 긴 상영횟수로 다져진 배우들의 각별한 팀워크가 이 영화를 단단하게 다진 이유일 것이며 이 영화로부터 느껴지는 인간미가 담긴 웃음의 근원일것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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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2006, Oldmiss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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