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로이>에서 굳이 선과 악을 나누자면 두 왕 뿐이었다.
나머지 병사들은 죄다 의미없는 전쟁에 소모되는 불쌍한 전쟁기계들이었다.
헥토르도 아킬레스도 그들은 역사와 왕에게 이용당하는,
또한 스스로의 욕망과 윤리의식에 이용당하는 불쌍한 전쟁기계들이었다.
영그 오락영화는 그 전쟁기계들의 아이러니와 낭만을 담았었다.
영화<300>은 300명을 영웅화하기 위해
상대편 페르시아 전사들은 아예 기괴하고 뒤틀린 괴물로 표현했다.
게다가 그들은 자꾸 동양에서 온 임모탈 군대를 "영혼이 없다"고 표현하는데...
거 참!!
내가 볼땐 어릴 때부터 철저히 세뇌만 당하고 살아
" 감성과 약한 모습은 남자에게 사치일 뿐" 이라며 표현을 아끼고
"국가를 위해 전장에서 죽는 게 가장 값진 죽음"이라고 믿을 뿐더러
거기서 벗어난 가치관은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너무도 "강한, 복제된" 자의식을 가진 그 300명!!
상대편 군대가 이미 쓰러져 다 죽어가고 있는데,
살려달라고 손을 내미는 그 군사들을 바퀴벌레 죽이듯 푹푹 창을 꽂으며
사과을 먹으며 영웅적인 대화를 하는 그대들도
아무런 영혼이 없어보이긴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너무 역겹다!!!
살다 살다 이렇게 마초적인 영화는 또 처음 보는데,
뒷받침하는 여자 캐릭터도 매우 주체적으로 보이지만
마찬가지다.
그녀가 그 나쁜 놈의 몸에 칼을 꽂는 순간 만큼은 유일한 즐거움이었지만
그 전에...
그녀는 남편의 일을 지원하기 위해
몸을 파는 일 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몸을 팔았다.
평생 몸 운동만 하여 머리는 완전 탄력 없는 그 300명의 남정네들은
팬티만 걸치고 탄탄한 복근 자랑하며
어디서 지겹도록 많이 들은 대사들을 팔팔 끓는 목소리로 하루종일 단체로 외쳐댄다.
국가주의와 영웅주의를...
그들에게 다른 철학이나 관점은 모두 무시 당하고 경멸해야하는 대상이다.
그렇게 하루종일 다 함께 한 정신으로 구호를 외쳐대면 외쳐댈수록 자신은 더 고귀한 영혼이 되다는 듯..
오로지 후까시!
심하게 자아도취된 그들에게 적은 무조건 죽여야 할 대상이고
"우리"가 믿는 믿음은 절대적으로 옳은 일이다.
300명이 주인공인만큼
아무도 자아는 없다. 300명이 하나다..
오로지 국가주의와 전체주의 아래 하나로 뭉친 그들에게 개인을 내세움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흐메, 무서워라..
그 당시 시대가 그렇지 않았냐고??
저 사건을 다루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글쎄, 비주얼은 현대적으로 자기 맘대로 많이 변형 시켰으면서,
왜 시대착오적이고 나쁜 사상과 철학들은 그대로 가져왔나??
대사의 80%가 역겨웠고
그들의 자아도취된 영웅놀이와 흑백논리는 보는 내내 불쾌했다.
왕이 죽기 전에 말하는 대사는 또 뭘까..
<씬시티>가 겹치는 순간이지만 오로지 순정만을 위해 달렸던 초라한 루저 마초들과는 차원이 달랐건만
왜 끝에 흉내 내는 걸까.. 솔직히 왕의 마지막 대사는 매우 위선적이다.
이제껏 얘기해온 모든 것들을 멜로 전선 아래 슬쩍 감추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글래디에이터>야 막시무스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복수심으로 드라마가 구성되었기에 가족에게 귀환하는
결말이 옳다. 그러나 <300>에서, 왕의 왕비에 대한 사랑이 영화 전체 구성에서 얼만큼 비중을 차지 했는가?
영화는 내내 얘기해온 역겨운 사상들을 사랑 뒤에 슬쩍 감춰버린다.
어이가 없고 어색하고 공감도 안 간다. 차라리 마지막에 스파르타를 외쳤으면 어울렸겠다.
영화가 내내 얘기 해온 것과는 다른 얘기로 마무리를 해버리다니.. 진짜 영악하다.
그래픽으로 떡칠하고 돈지랄 잔뜩 했는데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것들이 무쟈게 무식하고 역겹고 불쾌하다.
서구 중심주의 + 영웅주의 + 국가주의 +
전체주의 + 흑백 논리 + 마초정신 + 자
아도취 가 매우 노골적이고 심하게 깔려있었던 영화!
스파르타식 교육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 알겠다..
세뇌식 교육 자체가 나라군.. 진짜 무서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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