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고전영화를 최대한 많이 접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내가 본 고전영화
(70년대 이전에 나온 영화들을 기준으로)중에 단연 손 꼽힐만한 수작이다.
영화는 끌레오라는 유명 여가수가 점쟁이에게 타롯카드 점을 보면서 시작한다.
건강검진을 받고 온 클레오는 큰 병으로 미래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점괘를 받고 불안에떤다.
게다가 자잘자잘한 점괘들이 하나씩 맞아가면서 끌레오는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혼자 파리 시내를 여행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5시에 점을 본 끌레오가 7시에 결과를 받기 까지의 2시간의 생활을 그린 영화다.
게다가 영화 속 시간과 러닝타임이실제로 일치한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90분이고 끌레오의 하루도
6시 30분에 마무리되어간다. 그러나 그 후에 30분은 어떤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왜 이 영화가 끌렸는지 모르겠다. 일단 제목부터가 참신해서일까? 아니면 오프닝만 컬러라서?
내가 본 영화중에서 이렇게 느낌이 좋았던 프랑스 영화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러닝타임과 영화속 시간
이 같이 진행되면서 나도 모르게 서서히 끌레오라는 여성에 대해 동화되기 시작함을 알 수 있었다.
개구리를 먹는 남자나 꼬챙이로 몸을 뚫는 남자를 보면 같이 역겨워했고 그녀가 "유희"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같이 즐거워했으며 눈물을 흘리며 슬픈 노래를 부를때 나도 모르게 애절하고 처량한 감정을 느꼈다.
파리의 시내를 구경하며 마치 내가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새벽에 본 영화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기분이 좋아졌다. 길거리 사람들을 통해 그녀의 불안한 감정을
느꼈다는 게 새삼 신기할 정도다. 그러면서 나도 끌레오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왜 하필 7시까지일까? 7시에 죽나? 아니면 사실은 병에 안걸렸다는 결과가 나오나? 이런 궁금증은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했다. 또 하나하나씩 맞는 점괘. 이를테면 잘해주는데 도움안되는 과부가 있을 것이
라는 둥, 남자랑 결혼은 안할텐데 아깝긴 한다는 둥, 우연히 말많은 남자를 만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둥의
점괘들이 일치하는지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60년대 영화, 특히 흑백영화임에도 그저 아름답고 세련됬
다는 느낌이 들었던 영화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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