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람석에서 배꼽을 분실하기 쉬운, 막강 박장대소 웃음폭탄이 한국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바로 이 리뷰에서 다루고자 하는 애니 <쿵푸 팬더>로, 필자에게는 썰렁하기 이를 데 없는 <호튼>과는 대조적으로 애니메이션의 제대로 된 맛깔스러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본 리뷰에서는 재미적 측면이나 캐릭터 설명에 주력해서 서술하기보다는, 이 애니메이션에서 흐르는 관점에 국한하여 다루고자 한다.
이 애니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관점은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라는, 무림 영화에서 항상 익숙하게 나타나는 관점이다. 하지만 본 리뷰에서는 권선징악이라는 관점 이외에 추가로 보이는, 여타 세 가지 관점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Ⅰ. 주인공 팬더 포는 쿵푸를 배우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엄청난 대식가이자 동시에 몸놀림은 형편 없는 몸꽝으로, 희망사항인 쿵푸 고수와는 아주아주 거리가 먼 캐릭터다. 게다가 본인의 꿈과는 전혀 상관 없이 아버지의 소원대로 국수가게의 대를 이어야 할 운명에 놓인 캐릭터이다. 이 애니의 주인공 포의 입장이 우리의 현실이라면 과연 우리는 어느 쪽으로 선택을 하겠는가? 현실과의 타협 혹은 자아성취라는 두 가지 선택 중 우리의 선택은 과연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애니가 바로 이 애니이다. 포가 현실에 타협하고 꿈을 포기 했다면 국수가게 주인 포는 존재할런지 몰라도 이 애니 결말 부분의 포는 절!대! 존재할 수 없었으리라.
대부분의 한국 직장인들에게 직장이라는 장소는 생계를 충족하기 위한 장소일 뿐이지 직장에서 나의 자아실현과 행복감 성취를 이루어내기란 정말 꿈같은 이야기이다. 포의 아버지는 포에게 코믹한 대사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우리에겐 (포와 포의 아버지) 혈관에 육수가 흐른다" (왜냐하면 국수가게를 운영하기에) 고 말하지만 우리 직장인들의 혈관에선 "우리 혈관에는 알콜과 스트레스가 흐른다"고 하소연할 것이 분명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사..권모술수에 능한 직작 동료 혹은 후배..치이지 않기 위해 인사고과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OECD가입국 현실에 걸맞지 않는 OECD 가입국 중 최다노동시간..이 모든 악조건들을 퇴근 후 알콜로 극복하고자 하는 한국 직장인들의 현실에서 직장은 자아실현의 장소로 승격 되기엔 상당한 거리감이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이 애니의 포처럼 좋아하는 일을 찾아 자아실현을 가지기엔 세상사가 녹록치 않다. 포 역시 꿈은 있지만 무술의 '무' 자도 모를 뿐더러 무술에 소질이 전혀 없건만 사부 시푸에게 뜻밖의 장면에서 의외의 소질이 발견 된다.
(↑바로 이 장면이다)
이에 시푸에게 그 부분을 동기 자극 모티브로 부여받는 방식의 수련을 통해 절차탁마 받는 장면이 나온다. 진실로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았다면 이를 개발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노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만일 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수련을 받지 않았다면 포가 무술 수련은 커녕 좌절과 실망으로 일관 했을 터. 본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길을 어렵사리나마 찾았다면 그 길을 정진하고 즐기기 위한 노하우를 찾아야 한다. 자아실현이 몽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고귀한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Ⅱ. 대사부 우그웨이 (거북) 의 대사와 제스츄어들을 눈여겨 보라. 세상 사는 데에는 사람의 손으로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힘에 대해 순응해야 함을 은유적으로, 혹은 대사로 사부 시푸 (레서 팬더 Lesser Panda - 이 캐릭터는 너구리로 오인 받기 쉽지만 일명 레드 팬더라고도 불리는 레서 팬더이다) 에게 가르쳐 주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는 이 애니가 자아실현, 우공이산이라는 코드에 맞추어 관람하게 함과 더불어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관점으로도 바라보게 만든다. 전자, 즉 자아실현을 위해 정진하면 꿈을 성취할 수 있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관점과는 상당히 대치되는 관점이기도 하지만 세상사의 운영은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거대한 운명에도 달려 있음을 이 애니는 제시하고 있다.
우그웨이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운명은 거역하려 들면 비극을 초래하게 되지" "우연은 없어"
사부 시푸는 우그웨이의 불길한 예언을 막고자 긴급히 조치를 취하지만 그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가고 대사부 우그웨이의 예언대로 이루어지는 불길한 징조는 그 첫번째 사례이고 - 사부 시푸의 직속 제자들 5인방 중 하나가 아닌, 무술의 '무' 자도 모르던 대식가 포가 용문서의 전수자로 선택된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라, 용문서 계승자로 예정된 포의 운명 때문임은 두 번째 사례다.
Ⅲ. "우공이산"과 "운칠기삼"의 방식을 보았다면 이제는 사람을 향한 "믿음"이라는 방식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만일 사부 시푸가 대사부 우그웨이의 가르침을 따르지 못하고 비만팬더 포를 용문서 계승자로 믿지 못해 그를 하산시키거나 쫓아냈다면 이 애니의 결말부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고집불통 장애우 헬렌 켈러를 향한 설리번 선생의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헬렌 켈러는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한 사람의 가능성을 믿고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줄 때, 한 사람 안에 내재된 가능성은 믿음이 촉매제로 작용하여 최대한 끌어올려질 수 있음을 고찰해볼 수 있다.
이 애니는 재미로만 바라보아도 굉장한 웃음과 재미를 제공하는 엔돌핀 생성제이자, 동시에 웃음 뒤의 관점 3가지 (우공이산 - 운칠기삼 - 믿음) 도 포함되어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애니이다. 웃음 뒤에 숨겨진 이런 관점들을 통해, 극장 문을 나서는 우리 관객들도 팍팍한 현실 속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길 바라며.
P.S - 이 애니의 명대사: "과거는 History, 미래는 Mystery, 현재는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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