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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과 반성을 위해.... 노스 페이스
novio21 2010-05-22 오후 11:47:25 852   [0]
  어느 여인이 펼치는 노트 속에 담긴 어느 남자들의 사진을 보면서 비극임을 눈치챘다. 자신이 직접 적은 내용이 아닌 노트를 펼치는 모습은 영화가 비극을 시작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니까. 낯선 여인의 독백으로부터 시작하는 독일영화 [North Face (Nortwand)]에 대한 내 예측은 그리 빗나가지 않았다.
  [North Face], 평범한 나에게도 이상한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단순한 표현으론 ‘북벽’이란 표현인 이 단어는 사실 어느 산악의류용품의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지금까지 수많은 산악인들의 도전을 무참히 짓밟은 알프스 북쪽 면의 [아이거 북벽]을 의미한다. 전설 속의 괴물의 이름을 딴 이 알프스 북면은 산악인들에겐 공포를 느끼게 했지만 동시에 그만큼 많은 이들의 환상과 정복이라는 염원의 대상이란 역설적인 상징을 담고 있는, 매력적인 정복지인 곳이다. 위험한 산이 도리어 매력으로 다가오도록 하는 산, 그런 표현 속엔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공포와 위험이 존재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도전적이고 모험에 찬 인간들의 도전을 이끌기도 한다. 특히 첫 등정이란 최고의 영예는 1936년, 수많은 산악인들의 유혹이기도 했다. 이런 유혹에 빠진 이들 중 토니 (벤노 퓨어만)와 앤디(플로리안 루카스)이란 독일인도 있었다.
  산 타기를 좋아한 이들은 평범한 산악인이었다. 산 정상에 오르는 것, 산악인에겐 당연한 목표다. 산이 있으니 산에 오른다는 것은 선문답과 같지만 삶 자체가 그런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살았다.  ‘아이거 북벽’은 그들의 평범한 즐거움과 용기로는 쉬운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취미를 넘어 삶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그들의 산 타기는 결국 그들을 위험한 매력으로 이끌었다. 문제는 그들의 순수한 정열을 시대적 분위기는 객관적이고 평범한 눈으로 보지 않았던 것에 문제가 있었다. 그들의 열정을 두고 당시 시대의 인간군상들은 다양한 잣대를 대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인의 관심을 끌게 되고 만다.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시기, 세상은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활개를 쳤다. 개인의 승리가 집단과 민족, 그리고 체제와 국가의 우월을 상징해주는 세상에서, 소소한 욕심은 과대 포장되기 일쑤고, 그렇게 해야만 좋은 신문사에겐 상업적 정보가 됐다. 이런 조류가 ‘아이거 북벽’과 관련된 산악 등정에까지 미쳤다. 스위스에 있는 ‘아이거 북벽’을 처음 등정하려는 자들의 도전정신과 운명은 시대적 환경으로 인해 민족의 우위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로 이용되기 시작했으며, 신문의 좋은 기사거리로 취급 받게 됐다. 그들의 감상적 열정이 많은 이들에겐 좋은 수단과 방법으로 악용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순수했던 산악인의 열정인 산의 정상을 차지하고자 하는 열정은 그렇게 상품화되고 도구화되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의 Gossip거리 기사로서 관심이 받게 되면서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특파된 기자들에게 주목을 받게 됐고, 그들의 요구에 맞출 수 있도록 정상을 꼭 정복해야 했다. 이런 과도한 취재경쟁과 독일에 의한 오스트리아 합병, 거기에 베를린 올림픽 개최 이전에 벌어진 과도한 민족주의는 순수한 열정의 산악인들을 과도한 열병으로 몰아넣으면서도 위험한 산악 등정에 위험한 투기적 열병까지 가세, 시작부터 위험한 등정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말았다. 토니와 앤디는 위험한 산악등정을 그런 환경 속에서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그 둘의 등정은 무조건 성공해야만 할 대업이 되고 말았다. 이제 순수했던 두 명의 독일 산악인들의 열정은 작아지고 점차 탐욕으로 일그러진 채로 타인들의 탐욕은 물론,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라도 오르려는 탐욕을 품게 됐다. 과도한 경쟁으로 일그러진 채, 독일 산악인 둘은 오스트리아 산악인과 위험천만한 경쟁을 하며, 위험한 등정을 시작한다. 그 등정 속에 담긴 과도한 경쟁의식과 탐욕은 위험한 등반을 더욱 위험하게 하면서, 인간적인 면의 파멸조차도 보였다. 그들은 이제 순수한 열정만으로 등정하지 않게 된 것이다.
  위험한 산악 등정에서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이들은 다름아닌 산악인들, 그들 자신이었다. 국가가 달라서 경쟁해야 했던 두 팀은 위기 상황이 전개되면서 위기에 처한다. 그나마 타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정상에 서는 것을 포기하는 순간이 오게 됐다. 그러나 그것은 더욱 위험한 상황을 무릅써야 하는 하산이었다. 인간이기에 외면할 수 없었던 생명의 가치를, 어쩌면 수많은 등반 속에서 깨우쳤으리라. 하지만 ‘아이거 북벽’은 객관적일 뿐이고, 냉정한 돌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 속에서의 아름다운 인간미도 알프스의 ‘노스 페이스’는 알 리 없고, 또한 외면했다.
  이런 자연물의 냉정함은 인간에겐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의 더욱 비극적인 것은 기사거리가 없어지고, 더 이상 상품성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에서의 기자들과 관람객들의 외면이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산악인들이 등정을 포기하고 고귀한 생명을 구하고자 하산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그들에겐 가장 허탈하고 자신이 소비한 시간과 돈이 낭비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등정을 포기하고 인간의 순수한 면을 지키기 위해 내려오는 그들을, 기자와 관람객들은 철저히 외면하고 버렸던 것이다. 인간 관계의 비극의 한 단면을 가장 비극적으로 형상화한 순간이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 1936년 당시엔 그것만이 정의였고 옳았다. 그렇다고 지금의 이 시점에서도 그런 세상의 법칙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변한 것이 있나 보다. 1936년 산악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도, 남의 위한 배려도, 지금까지 주목 받지 못하고 나서 거의 80년 이후에 그들의 이야기는 작품화됐고, 그들을 기리는 영화화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런 활동 역시 또 다른 소비와 상품화를 위해 1936년의 ‘아이거 북벽’의 비극을 이용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 이용된 이야기는 어느 산악인들의 슬픈 이야기였고, 패배자들의 이야기였고, 또한 인간의 자성을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다. 인간의 반성을 이야기하는 시대이고 그것이 환영 받는 시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오늘이라도 그런 이야기들이 이야기되는 것, 분명 우리 인간은 조금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은 그렇게 성숙해가고 있는 것만 같다.

(총 1명 참여)
skysee331
재밌을 것 같은 영화~   
2010-05-24 18:05
man4497
감사   
2010-05-23 13:0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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