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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에서 미처 하지 못한 얘기들... 가족의 나라
ldk209 2013-03-11 오후 5:50:52 570   [3]

 

다큐에서 미처 하지 못한 얘기들... ★★★☆

 

2006년 지금은 사라진 명동의 일본 영화 전용 상영관인 CQN에서 <디어 평양>을 보고는 속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더랬다. 별 관심도 없었던, 아니 오히려 우리 사회에선 관심을 가질 수도 없었고, 가져서도 안 되었던 가슴 아픈 진실이 그곳에 담겨 있었다. 남한 사회의 무관심과 경멸이 세계에서 최고로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그들로 하여금 남한이 아니라 북한을 자신들의 조국으로 받아들이도록 한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제주 출신이면서 평생을 조총련 간부로 살아오셨고, 아들 세 명을 북한에 보내고 끊임없이 북한에 온갖 물품을 보내야 하는 부모님과의 관계와 부모님을 바로 보는 시선이 <디어 평양>에 담겨져 있다면, 그 후속편인 <굿바이, 평양>에는 평양에 살고 있는 오빠의 딸, 그러니깐 감독의 조카인 선화에 대한 안타까움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두 편의 다큐에서 양영희 감독은 언제나 그저 바라보는 상태에서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건 다큐 연출자와 가족이라는 입장이 던져준 일종의 굴레라는 느낌이었다.

 

양영희 감독의 개인사를 바탕으로 한 <가족의 나라>에서 감독은 비로소 바라보는 입장이 아니라 그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가 다큐에선 미처 하지 못한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인지 다큐에서의 양영희 감독에 비해 영화에서 리애(안도 사쿠라)는 발끈하기도 하고 불만에 퉁퉁 불은 얼굴을 자주 보여준다. 너무 화가 나고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막상 화를 낼 대상은 마땅치 않아 온 몸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장면은 특히 상징적이다. 다큐에 비해 아버지의 캐릭터는 더 무거워지고 진중해졌다. 자주 유머를 구사하던 다큐에서의 아버지대신 영화에서의 아버지는 어쩌면 우리가 흔히 머릿속에 그려보는 조총련 간부의 전형적 모습에 좀 더 가까워 보인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암울하다. 25년 전 북한에 간 이후 처음 보는 오빠. 그것도 병을 얻어 고작 3개월의 체류기간만을 인정받고 감시자(양익준)와 함께 온 오빠(이우라 아라타)를 바라보는 리애의 마음은 뒤숭숭하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리애로서는 오빠를 북한에 보낸 아버지도 이해되지 않고, 오빠의 침묵도 이해되지 않으며, 가장 근본적으로는 북한이라는 나라를 이해할 수도, 이해하기도 싫다.

 

감시자를 찾아가 “당신도 싫고, 당신의 나라도 싫다”고 외치는 리애에게 감시자는 조용히 반응한다. “나와 당신의 오빠가 살아갈 나라입니다. 죽을 때까지” 개인의 자유와 행복보다 국가라고 하는 전체가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내내 어둡지만 담담한 얼굴로 침묵하던 오빠는 치료에 전념해 북한에 돌아가라는 아버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폭발하고야 만다. “정말로 그게 다예요?” 오빠가 듣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으리라. 아버지도 아들이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지만,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바로 아들이 안전하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들을 북한에 보낸 자신이 아들과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오빠가 조용히 리애에게 “너는 가고 싶은 곳에 여행 다니면서 너의 인생을 살라”고 충고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진한 인장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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