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무지몽매함과 이기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철학적 SF / 12세 관람가 / 119분
월리 피스터 감독 / 조니 뎁, 레베카 홀, 모건 프리먼, 폴 베타니..
개인적인 평점 : 8점(IMDB평점:6.4점, 로튼토마토지수:19%)
안녕하세요? 이젠 정말 한여름이네요. ^^ 오늘은 어제(14일) 대구칠곡CGV에서 관람하고 온 <트랜센던스>를 리뷰 해볼려구요. 밑에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트랜센던스>는 북미에서는 지난 4월 18일에 개봉해, 2014년에 개봉한 제작비 1억불 이상의 영화 중 최악의 흥행 성적을 거두며 워너브라더스의 가슴을 찢어지게 만들고 있는 작품인데요. 전 매주 국내외 박스오피스 포스팅을 작성해오고 있는 덕분에, <트랜센던스>의 참담한 흥행 성적에 대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태로 아무런 기대감 없이 상영관에 입장했죠.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전 마치 진흙탕 속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진주를 발견한 것만 같은 환희를 느끼며 상영관을 나섰는데요. 개봉과 동시에 국내 관객들로부터 온갖 혹평에 시달리고 있는 <트랜센던스>의 과연 어떠한 점들이 저를 그토록 기쁘게 만들어 준 것인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느낀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 드려보도록 할께요. ^^
■ 2014년에 국내 개봉한 제작비 1억불 이상 영화들의 흥행 성적표(( ):작품 중 순위)
※ 위 표에 사용된 수치는 박스오피스모조, IMDB,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데이터 베이스를 참고하였습니다.
※ <고질라>는 아직 제작비가 공개되지 않아 일단 제외하였습니다.
※ 각종 데이터는 14일까지 집계된 수치임을 밝힙니다.
슈퍼컴퓨터에 복제 된 천재과학자의 두뇌!!
줄거리 가까운 미래.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살면서 사랑하는 아내 에블린(레베카 홀)과 함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연구중이던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은 연구비 모금을 위해 참석한 강연회에서 반과학단체인 RIFT의 테러 공격을 받고 5주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는데요. 남편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에블린은 RIFT의 감시를 피해 샌파블로 4550번지에 위치한 허름한 창고 건물에서, 맥스(폴 베타니)와 함께 윌의 두뇌를 현존하는 최고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인 핀(PINN)의 코어에 복제를 시도하는 작업을 강행하고, 윌은 에블린의 상실감을 조금이라도 달래주려는 마음에 군말 없이 생체 실험에 임하죠. 남편을 떠나보내기 싫었던 에블린의 사랑은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요?
★ <트랜센던스> 예고편 ★
저에게 <트랜센던스>는 '아무리 혹평에 시달리는 영화라 할지라도, 작품에 대한 판단은 자신이 직접 보고 판단해야 된다!'라는 절대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었는데요. 북미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개봉 첫 날, <인간중독, 8만9,081명>, <표적, 5만943명>보다도 못한 4만7,910명의 오프닝 스코어에 그치며 '조니 뎁도 한물 갔다!!'라는 악평에 시달리고 있는 <트랜센던스>이지만, 저에게 있어서만큼은 올 한 해 관람한 블록버스터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느낌을 받은 영화였으니까 말이죠. ^^
<트랜센던스>는 크리스토퍼 놀란 사단의 핵심 스탭인 월리 피스터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데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월리 피스터 감독은 <메멘토>의 촬영감독으로 참여하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의 인연을 시작한 후, <인섬니아>, <배트맨 비긴즈>, <프레스티지>, <다크나이트>, <인셉션>,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이르기까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촬영 감독으로써 그의 곁을 지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측근이죠. 그런 까닭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제작을 맡은 <트랜센던스>로 감독 데뷔를 하게 된 월리 피스터 감독을 두고 일각에서는 '낙하산'이라는 비아냥이 들려오기도 했었던게 사실이었는데요. 저 또한 <트랜센던스>를 관람하기 전, 월리 피스터 감독의 연출력에 대해 의문을 가졌었지만 막상 영화를 직접 보니 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트랜센던스>의 연출을 월리 피스터에게 맡겼는지 충분히 납득이 되더라구요. ^^
■ 크리스토퍼 놀란(연출)과 월리 피스터(촬영감독)가 함께 만든 작품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보다 한층 더 철학적인 SF영화
<트랜센던스>가 이렇게까지 형편 없는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한데요. 일반적으로 SF영화라고 하면 관객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화려한 비쥬얼을 가진 영화와는 아~주 거리가 먼, 굉장히 심오하고 진지하며 또 철학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SF영화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개봉한지 불과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쳇말로 "더럽게 재미없다!!"라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하지만 전 월리 피스터 감독이 <트랜센던스>를 통해 말하고 있는 진지한 철학적 고찰들이 그렇게나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 ^^
<트랜센던스>는 미래 사회를 다루고 있는 기존의 영화들과는 정반대의 시각으로 미래 과학을 바라보고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쉽게 말해, <매트릭스> 시리즈나 <터미네이터> 시리즈처럼 인류가 만들어낸 과학 문명을 악(惡)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인공지능 컴퓨터 '트랜센던스'를 제멋대로 제단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괴하려 드는 인류, 즉 진화와 진보를 두려워 하는 인간들을 악(惡)으로 등장시키고 있죠.
<트랜센던스>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방향성은 작품 초반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 해."라는 맥스의 대사를 통해 드러나기 시작한 후, 인류를 구원한다는 미명하에 아이러니하게도 온갖 폭력적인 테러를 일삼는 RIFT, 트랜센던스가 깨어나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맥스, 트랜센던스의 정체를 의심하는 에블린 그리고 트랜센던스를 인류 사회의 위협으로 성급하게 결론지은체 무차별적인 선제 공격을 감행하는 죠세프 태거(모건 프리먼) 박사와 뷰캐넌(킬리언 머피) 요원 등의 모습을 거치면서 점점 더 강력한 설득력을 지니게 되는데요. 전 <트랜센던스>가 들려주는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배타적이고 파괴적인 인간의 본성에 대한 구구절절한 철학적 고찰이 너~무너무 좋더라구요. ^^ 비록, <트랜센던스>를 관람하는 관객분들 중 열에 아홉은 바로 그 구구절절한 철학적 고찰 때문에 상영관을 뛰쳐나가고 싶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하지만 말이에요. ^^;;
월리 피스터 감독이 계속해서 필모그래피를 이어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제가 <트랜센던스>를 관람하면서 또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인간의 오만하고 파괴적인 본성에 대한 고찰 속에 에블린에 대한 월의 애틋한 사랑을 직간접적으로 녹여내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본인 스스로가 최첨단의 과학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이면서도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 오직 에블린과 오롯이 함께 할 수 있는 생츄어리를 뒷마당에 만들고자 하는 모습에서부터, 살아 생전 언제나 에블린만을 바라보며 에블린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귀를 기울이고 에블린에게 마음을 쏟는 윌의 아가페적인 사랑, 그리고 에블린이 그토록 바라던 지구와 상생하는 과학을 실현시키기 위해 나노복제기술에 몰두하는 트랜센던스 등과 같은 직접적인 묘사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태양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꽃과 태양전지판을 통한 에블린바라기인 윌에 대한 은유적인 묘사가 은근히 낭만적이고 참 좋더라구요. ^^
<트랜센던스>는 14일까지 총수익 6,590만불에 그치고 있어 손익분기점 돌파조차도 힘들어 보이는게 사실인데요. 실제로 올 해 들어 개봉한 제작비 1억불 이상의 작품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 돌파에 실패한 <폼페이>의 흥행 페이스에도 못 미치는 흥행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트랜센던스>의 이같은 흥행 부진을 두고 북미 평론가들도 조니 뎁의 흥행 파워 하락이라던지 월리 피스터 감독의 빈약한 인지도등과 같은 작품 외적인 요소만을 주로 언급할뿐, 정작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상업영화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철학적이고 진지하다.'라는 지적만을 내놓고 있는 만큼 진중하고 깊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저처럼 꽤 재밌게 <트랜센던스>를 관람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그럼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참 좋았던 <트랜센던스>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고, 오늘 관람하고 온 <고질라> 리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모두들 편안한 저녁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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