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평가 : 7점 (IMDB평점 : 7.1점, 로튼토마토지수 : 60%, 9월19일 기준)
안녕하세요? 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하다 못해 쌀쌀한 것을 보니,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ㅎㅎ 오늘은 어제(18일) 롯데시네마 프리미엄칠곡에서 관람하고 온 <툼스톤>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아시는 분들은 다들 잘 아시겠지만, <A Walk Among the Tombstones>가 원제인 <툼스톤>은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거장인 세계적인 추리작가 로렌스 블록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각본을 쓴 스콧 프랭크 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완성시킨 작품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커다란 덩치(키가 무려 1m93cm나 되시죠. ^^)만큼이나 묵직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리암 니슨과 하드보일드라는 장르가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터라, 이번주 개봉작 중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작품이기도 하죠. ㅎㅎ
과연, 극장에서 직접 만나본 <툼스톤>은 저의 이같은 기대에 부응하는 영화였는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무면허 사립탐정의 이야기
줄거리Y2K에 대한 대중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1999년의 뉴욕. 한 때는 표창까지 받은 형사였으나, 8년전 끔찍한 실수를 저지른 후 스스로 은퇴해 무면허 사립탐정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던 맷 스커더(리암 니슨)는 어느 늦은 밤, 자신이 다니는 중독자 모임에서 안면을 튼 피터 크리스토(보이드 홀브룩)로부터 자신의 남동생인 케니 크리스토(댄 스티븐스)를 만나달라는 부탁을 받고, 케니가 살고 있는 클린턴 힐로 향하게 되는데요.
케니는 맷에게 자신의 아내인 캐리(라자네 자말)를 납치해서 살해한 범인들을 잡아달라는 의뢰를 하지만, 케니가 마약딜러라는 사실을 꿰뚫어 본 맷은 그의 의뢰를 단칼에 거절하죠. 하지만 다음날 자신을 다시 찾아온 케니로부터 캐리의 끔찍한 죽음에 대한 전말을 듣게 된 맷은 결국 케니의 의뢰를 맡게 되는데요. 과연, 맷은 이 괴물 같은 살인마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 <툼스톤> 예고편 ★
하드보일드. 영화 매니아분들께서는 이 한 단어만으로도 <툼스톤>이 어떤 영화일지 금방 감을 잡으실 수 있을텐데요. '무채색의 미장센과 무표정한 캐릭터들이 냉혹하고 비정한 현실에 관한 이야기들을 무감각하게 펼쳐보이는 영화'정도로 정의될 수 있는 하드보일드 영화는 그 단어만 생소할뿐,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아저씨> 등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이미 익숙해진 장르죠.
하지만 이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도 추가적으로 어떤 장르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작품색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이 사실인데요. <툼스톤>은 하드보일드라는 장르가 탄생한 초창기였던 1920~1950년대에 주로 사용되었던 미장센과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탐정물이었답니다. ^^
스콧 프랭크의 견고한 시나리오 + 리암 니슨의 묵직한 연기력, 끝!!!!!
영화 초반, 카메라의 움직임을 최소화 한 채, 분명히 컬러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흑백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무채색의 미장센 속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뉴욕 퀸즈와 브룩클린의 뒷골목을 누비며 범인에 대한 단서를 하나둘 추적해나가는 맷의 모습은 하드보일드 영화의 전형적인 연출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는데요.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사건들을 마치 길 한 구석에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만 있는 방관자가 된 듯한 느낌을 가지게끔 만드는 이러한 연출 방식은, 하드보일드 영화 특유의 시니컬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내는 방법이기도 하죠.
여기에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스콧 프랭크 감독이 각색한 <툼스톤>의 시나리오는 맷과의 거리감을 철저하게 유지함으로써 방관자적인 시선을 오롯이 지켜나가는 것과 동시에 맷의 동선을 따라 치밀하게 짜여진 사건의 퍼즐과 히치코키언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서스펜스 등을 하나씩 관객들 앞에 내놓음으로써, 하드보일드 영화 특유의 냉소와 탐정 영화 특유의 높은 몰입도를 함께 아우르고 있더라구요.
솔직히 말해,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하드보일드 특유의 방관자적인 시선과 어우러진 맷의 탐정놀이는 빠른 호흡과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진 요즘 관객분들의 눈에는 마냥 지겹게만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인데요. (실제로 제가 관람한 상영관에서도 러닝 타임 내내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는 관객분들이 대다수였거든요. ^^;;) 하지만 느리다 못해 정적이기까지 한 스릴러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헐리우드의 수 많은 남자배우들 중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무게감을 지닌 리암 니슨의 묵직한 카리스마에 빠져 꽤나 흥미진진하게 <툼스톤>을 감상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
스콧 프랭크 감독 자신만의 것들을 담아낼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을...
개인적으로 <툼스톤>을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스콧 프랭크 감독이 전하고 있는 '선악의 모호함'과 '죄책감의 유무를 통해 구별되는 인간과 괴물'에 관한 메시지들이었는데요. 아내를 살해당한 피해자임과 동시에 수 많은 사람들을 마약 중독자로 만든 가해자이기도 한 케니를 비롯해 <툼스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선과 악의 양면을 지니고 있었죠.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말이에요.
여기에 살인마에게 납치당한 14살(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14살이라는 나이가 맷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죠.) 소녀 루시아(다니엘 로즈 러셀)를 통해 8년전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사고에 대한 죄책감을 떠올리게 되는 맷과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살인들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싸이코패스 살인마 알버트(아담 데이비드 톰슨)를 대비시킴으로써 인간성의 유무를 구분하고 있기도 했구요.
하지만 <툼스톤>이 담아내고 있는 이러한 메시지들과 더불어 앞서 말씀드린 하드보일드적인 특성들은 그동안 다른 하드보일드 영화들에서 익히 접해왔던 것인 탓에, 머릿속에 각인될 만큼의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는데요.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인 사견일뿐이지만, 스콧 프랭크 감독 자신만의 개성있는 색깔도 함께 보여줬더라면 훨씬 더 완성도 높은 하드보일드 탐정물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네요.
<테이큰>, <언노운>, <논스톱> 등에서 봐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무게감(이 말인 즉슨, <툼스톤>에게 리암 니슨 특유의 묵직한 액션을 기대하시진 마시라는 뜻이랍니다. ^^;;)을 보여주는 리암 니슨을 볼 수 있는 영화 <툼스톤>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고, 오늘 저녁 관람 예정인 <메이즈 러너> 리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모두들 즐거운 불금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