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0/29 영화 「앵그리스트맨」
로빈 윌리암스 유작이 된 앵그리스트맨..
조울증을 앓고 있던 주인공 헨리가 어느날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의사와 트러블을 일으키고 의사는 화가 나 그만 90분만이 남았다는 말을 내뱉는다. (언제 죽을지 모를 위험 상태지만 90분 단정을 하였기에 의사는 그의 행방을 찾아나선다.) 헨리가 자신의 남은 시간을 정리하는 과정에 대해 그리는 영화 앵그리스트맨.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은 잔잔하다.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평범할 수 있는 일상을 보여준다.
눈물 쏙 빼거나 가슴이 메어오는 먹먹함 대신에 여전히 살아있는것만 같은 로빈 특유의 위트와 표정연기는 자연스레 피식하며 웃게만든다.
영화에는 참 쉽게 감정적이되는 인물들이 많다. 특히 제목에서처럼 주인공 헨리는 분노조절이 안된다. 툭하면 화를 내고, 공격적이 되고.. 그래서 자신의 마지막을 정리하려는 그 순간마저도 계속 화를 낸다.
사이가 틀어진 아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전하기 위해 캠코더로 영상을 찍는다. 화해의 손을 내밀었으나 말하다보니 또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하다 결국 쓰러진다. 한참 후, 깨어난 그는 아들에게조차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위해서는 화를 내야지만 되는 그 자신의 모습에 망연자실하며 어딘가로 향한다..
이 장면을 보며, 본심은 그게 아닌데 반대로 내뱉는 바람에 상대에게도 나자신에게도 상처를 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의 조각들로 하여금 씁쓸해졌다.
살다보면 삶에 억울함도, 아쉬움도, 후회도 많다.
나에게 단 90분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의 마지막을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헨리를 보며 나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니, 나도 헨리 못지 않은 회의적인 사람인걸 새삼 깨달았다. 얼마남지 않은 그 순간에 헨리처럼 세상을 탓하고, 분노하지 않을 자신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고맙다, 사랑한다, 용서한다. 간단 명료하지만 좀처럼 하지 못하는 이 말의 무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일상의 소중함을 주는 그런 영화다.
단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기 전 어색한 배경CG로 현실감과 몰입도가 방해된다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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