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인셉션은 성공했습니다. 그 누구의 주관적 입장과는 상관없이 성공했습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작품들이 허다한 영화판에서 북미 박스오피스 2주연속 1위를 차지 했으며,
여타 작품들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의 리뷰량과 논쟁글을 양산해내며 각종영화 포털사이트에서
압도적인 클릭수를 자랑하고 있는 것은 '화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물
론 이는 다크나이트의 경이적인 흥행성적에 비견할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웹상의 반응은 다크나이
트 때와 견줘도 손색없다고 봅니다.
단, 작품에 대한 만족여부는 다크나이트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사실입니다. 종전에서 썼던 개인 리뷰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인셉션은 분명 취향이 상당히 갈
리는 영화가 될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로 그렇습니다. 저의 부모님이 이 영화를 보고 오셨는데 아버
지께서는 여태것 본 영화중 제일 재미없는 영화라고 하셨습니다. 이미 예상했던 바였습니다.
지인들뿐만아니라 블로거이나 기자들중에서도 생각외의 혹평을 가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얼토당토 않는 알바성 혹평을 제외하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어떤 기자분은 다크나이트에 먹칠
을 했다는 평을 하신분도 계십니다. 제가 봤던 것중 가장 강도 높은 혹평이었습니다(반면 다크나이
트에는 찬사를 던졌습니다).
그렇다면 인셉션에 대한 입장이 갈리는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포인트 하나. 영화라는 컨텐츠에 대한 관객의 태도가 판이하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그저 심심풀이 땅콩정도로
치부하는 이들에게 인셉션은 상당히 불편한 영화입니다. 즉, 완성도보다는 오락성의 친절함이 더 중
요한 관객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영화를 볼 때 희열을 느끼는 것은 두뇌유희가 아니라 두
뇌휴식이 더 중요한 셈입니다. 제 아버지의 경우 영화로서 가장 큰 재미를 봤던 작품이 '콘에어'입
니다.
포인트 둘. 모든 면을 충족시키는 걸작을 기대하는 경우입니다. 대개 다크나이트와 비교하거나 놀란 감독이
우리에게 희대의 걸작을 선사하리라는 엄청난 기대감이 인셉션에 대한 아쉬움을 가져다 줍니다. 만약
감독이름이 크리스토퍼 놀란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포인트에서 벌어지는 실망감은 줄어들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물론 놀란감독이니까라면서 이 아쉬움을 묻어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포인트 셋. 가장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영화에 대한 이해를 '포기'또는 못하는 경우 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런 부류에게 수준이 낮다는 둥의 이야기를 퍼붓습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영화
관객층을 제하다 보면 자연스레 협소한 관객들에게만 어필하는 영화밖에 안된다는 이야기만 됩니다.
다만, 영화의 진면목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영화를 폄하하는 분들이 있다면 상당히 안타
깝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포인트 넷, 그리고 저의 변론 지점입니다. 이 영화는 놀란의 연출력 극대화가 아니라 놀란의 상상력과 주관을 극대화한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16살때부터 구상을 시작해온 이야기를 40살에 이르러 영화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놀란감독의 개인적
애착이 상당히 강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인간의 보편적인 의식세계보다 놀란의 무의식세계를 영화화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로영화의 중심은 철저히 놀란의 '꿈의 세계'가 주인공입니다. 아무리 꿈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하
고 여러 연구를 참조했다 할 지라도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결국은 놀란만의 꿈의 세계입니다.
실제 꿈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매커니즘보다는 놀란만의 매커니즘이 존재하는 세상인 것입니다.
고로 다크나이트가 영화로서 보여줄 수있는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완성도 높은 연출을 보였다면 인
셉션은 새로운 꿈의세계라는 형태가 더 중요하기에 상대적으로 치우침이 강한 영화입니다. 따라서
광범위한 의미의 걸작이라는 부분에서 동의하기 어려울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저는 인셉션을 감히 21세기의 걸작이라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저 역시 다크나이트를 걸작이라고 부르는 기반과 인셉션을 걸작이라고 칭하는 기반이 좀 다른 편입
니다. 인셉션을 걸작이라고 보는 데에는 대자본이 투입된 상업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혁신적
이고 진취적인 형태를 취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즉, 인셉션은 '정점'보다는 '최전방'에 서있는 영화라고 봅니다(아방가르드와는 또 다른 의미에
서). 쉬이 작품에 식상해져갈 수 있는 관객들에게 이곳저곳에서 보았던 낯익은 개념들(의식의 세계
, 매트릭스와 비슷한 형식의 세계접속 등)을 그만의 방식을 통해 새로이 창조했습니다. 소재는 새
로울 것이 없으나 작품은 새로운 셈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혹평글들이 속속등장하고 그 역시 존중받을 주관적인 입장이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 또한 많았기에 노골적인 <인셉션>의 칭송자로서 처음이자 마지막 변론을 외쳐봅니다.
P.S. 더 이상 인셉션에 관한글은 안쓰겠습니다. 이미 차고 넘치도록 썼기에 별 의미없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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