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열세살도 이랬나요? 이세영, 추상미, 김윤아, 세 여배우의 열연이 보여주는 평범한 열세살, 수아의 특별한 이야기!!
어른들에게 열세살은 이미 까마득한 기억이다. 성인이 되기 위해선 아무도 피해갈 수 없기에 저마다 힘겹게 지나쳐왔을 테지만 ‘왜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줄까?’ 라고 생각했던 그 때의 기분은 어느덧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들꽃마냥 의미라곤 없어 보이는 부끄러운 시기 열세살, 하지만 이세영, 추상미, 김윤아가 진실된 연기로 이끌어가는 영화 <열세살, 수아>를 따라 다시 한 번 경험하는 그 열세살의 끝에는 잊은 줄만 알았던 맑은 눈물이, 개운한 미소가 우리를 기다린다.
<열세살, 수아>로 데뷔하는 김희정 감독에게 배우 이세영, 추상미, 김윤아라는 든든한 세 명의 여배우와의 만남은 행운 그 이상이었다. 특히 일찍이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13살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가진 사랑스러운 소녀, 수아가 되어준 배우 이세영과의 만남은 감독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귀중하다. 이세영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역배우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입지와 팬층을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 지금까지 <아홉살 인생> <여선생 VS 여제자> 등에서 주연을 맡으며 성인배우 못지않은 아름다움으로 어필해왔다. <열세살, 수아>에서는 믿기지 않는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러닝타임을 이끌어가며 아역배우 아닌 배우로서의 이세영을 보여준다. 추상미는 젊은 엄마 영주 역할을 맡으며 딸을 둔 어머니로서, 그리고 한 명의 여자로서의 복잡다단한 마음을 널리 인정받고 있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열세살, 수아>의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녀는 “내 안에 수아가 있습니다. 모든 게 신비롭고 혼란스럽기만 했던 나의 열세살적 같은 그 아이”라며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관객들도 <열세살, 수아>를 통해 자기 안의 수아를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때 그 사람들>에 이어 두번째, 영화에 모습을 보이는 김윤아는 여성들이라면 모두 되고 싶어하는 화려하고 멋진 여가수 윤설영으로 영화에 등장한다. 수아와 ‘현실’에서 만나는 순간은 잠깐이지만 모든 주인공들의 꿈처럼 존재하는 유명가수 윤설영은 수아에게도, 젊은 엄마 영주의 인생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존재로서, 특유의 빛나는 매력을 가수 윤설영에 나누어주며 관객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나를 닮은 아이를 만난다! 개인적이라서 보편적인 이야기, 프랑스 파리에서 쓰여진 대한민국 ‘수아’의 모험담
초등학교 졸업과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수아는 우리 주위에 흔히 있는 평범한 열세살이다. 특징이 하나 있다면 요즘 부쩍 말이 없어진 것인데, 그건 수아가 그 나이에 혼자 감당하기 힘든 커다란 비밀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수아가 무척 사랑하던 아빠는 얼마 전 돌아가시기 전에 수아에게 비밀을 하나 가르쳐주셨다. 수아의 진짜 엄마가 TV에 나오는 유명가수 윤설영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엄마는 혹시 친엄마가 아니지 않을까… 좀 더 멋지고 근사한 엄마가 따로 있지 않을까…’라는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공상이 막상 현실이 되자 수아는 난생 처음 앞으로의 인생을 건 깊은 고민에 빠진다.
한국의 어느 지방도시에 살고 있는 열세살 소녀가 진짜 엄마를 찾아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는 수아의 이야기는 실은 멀고 먼 프랑스 파리의 어느 아파트에서 쓰여진 것이다.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폴란드 영화학교 우쯔에서 만든 단편들로 주목 받고 있던 김희정 감독은 자신의 오랜 해외 생활 중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중 문득 ‘성인인 내게도 이렇게 어려운데 어린 친구라면, 특히 가장 혼란스럽고 복잡한 나이인 열세살 때 이런 일을 겪는 소녀라면 어떻게 이별을 극복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진다. 감독의 자전적인 아픔에서 태어난 ‘수아’는 시간과 함께 자라나, 트리트먼트가 완성되었을 때쯤엔 이미 성격과 습관을 가진 인물이 되어있었다. 세계 신인감독들의 작업을 후원하는 “칸영화제 레지당스”의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것은 결국 이야기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수아’라는 아이였다.
감독의 분신으로서 생겨나기 시작한 수아라는 아이는 시나리오를 읽는 해외의 심사위원들과 한국의 제작자들을 감동시킨데 이어 십대의 이세영과 삼십대의 추상미, 김윤아의 마음을, 우연히 시나리오를 접한 자우림의 이선규, 김진만의 마음까지도 움직이며 스스로 영화완성을 가능하게 한 장본인이다. 촬영현장에서 “그러니까 수아는 그런 거 싫어할 것 같아”, “수아가 숫자를 어떻게 셀까”따위의 대화가 오가게 하며 각각의 스탭들의 마음에 말을 걸어왔던 아이 ‘수아’가 이제 관객들에게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날을 기다린다.
솔직한, 풋풋한, 언제까지나 그리울… 심은하보다 예쁜 영화 예민한 관찰이 가능하게 한 맑은 서정! 성장영화의 매력
진한 화장보다 맨 얼굴이 더 아름다웠던 사람이 있다. 여려 보이는 모습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강단이 사랑스러운 영화 <열세살, 수아>는 배우 심은하의 매력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화려한 드레스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 눈물 없이는 못 보는 불치병 스토리는 없다. 대신 <열세살, 수아>에는 평범한 열세살 수아의 매일매일이 담겼다. 심심한 하교길, 새로 사귄 친구들과 오래된 친구들, 엄마, 동네 사람들, 그리고 TV에 나오는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구성된 열세살의 소박한 일상이다. 수아의 하루 속에서 관객 자신도 열세살 시절로 돌아간 듯한 추억에 젖다 보면, 영화는 의외의 장면들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바로 수아가 경험하는 환상장면이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어른이 보는 세상과 어린이가 보는 세상은 다르다. 열세살에게 보이는 세상은 어른과도 어린이와도 다를 것이다. 밝지만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수아에게만 보이는 마술 같은 장면들 즉, 이사간 날 밤에 진짜 엄마-가수 윤설영-이 자장가를 불러주는 장면, 경찰서에서 조사 받으며 우울할 때 윤설영이 화려한 쇼로 위로해주는 장면은 수아는 물론 관객들마저도 놀래키며 열세살이 보는 세상을 비춘다.
현실과 환상의 절묘한 조합으로 확보하는 <열세살, 수아>의 독특한 서정성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소소한 풍경에도 마음을 돌리는 예민한 관찰력을 기초로 한다. 관찰에 기초한 김희정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세상 뿐 아니라 캐릭터 내면의 풍경까지 잡아내는 놀라운 기시감을 선사하며 관객의 마음에까지 와 닿는다. 여기에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도록 맞춤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의 열연도 큰 힘이 되었다. 수아를 따라 달리다 보면 수아도 엄마들도 우리들도 어느새인가 한 뼘 자라난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영화, <열세살, 수아>의 맑은 얼굴이 벌써 다시 그리워진다.
충무로 기대주 배우 이세영을 소개한다! 미국에 리버 피닉스가 있다면 한국엔 이세영이 있다!!
시나리오를 본 사람들은 모두 이미 수아의 친구가 되어있었다. 마찬가지로 시나리오를 읽고 수아와 각별한 사이가 된 배우 이세영이 수아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는 관계자들은 드디어 수아가 가지게 된 맑은 얼굴에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처음 만났을 때 ‘수아가 되기에는 너무 예쁘지 않을까~’하고 고민했던 감독은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내가 생각했던 수아의 걸음을 그대로 걷는다’며 세영이의 연기에 대만족했고 세영 또한 한창 예뻐 보이고 싶을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여배우가 꼭 예뻐야 할 필요는 없다’며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보여주었다. 감독님과 세영이는 <열세살, 수아>의 인연으로 곧 함께 대학로며 삼성동에 영화를 보러 다니는 나이를 뛰어넘은 친구가 됐다. 감독님과 함께 우디 앨런의 <스쿠프>, 켄 로치의 <케스> 등을 인상 깊게 보았다는 세영이는 하루 종일 쏘다닌 탓에 영화관에서 잠깐 졸았는데 옆을 보니 감독님도 그러신 것 같았다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열세살을 성공적으로 그리는 영화는 많지 않다. 워낙 사회적으로 이해 받기보다는 오해 받는 나이인데다가 그 시기의 끊임없이 흔들리는 정체성과 급격하게 바뀌는 외모를 영화에 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스로 겪고 있는 인생의 시기를 기꺼이 영화에 나눠줄 수 있는 능력 있는 또래 배우를 찾는 일은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는 나이의 감수성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해외의 <스탠 바이 미>나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빌리 엘리어트>의 성공이 큰 부분, 주연으로 열연해준 리버 피닉스, 헤더 마타라조, 제이미 벨이라는 놀라운 젊은 연기자들의 존재 덕분이었던 만큼, <열세살, 수아>도 배우 이세영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불가능한 영화였다. 세영이 또한 ‘<열세살, 수아> 이후 성격이 조금 변한 것 같다’고 고백하니 그녀 또한 영화와 함께 적잖이 자라난 모양이다. 여자아이들이 양파가 커지듯 한 겹 한 겹 인생의 결을 키우는 나이, 14살의 세영이가 수아를 위해 기꺼이 인생의 한 시절을 빌려준 것은 <열세살, 수아> 뿐 아니라 한국 영화의 전반의 크나큰 행운이었다.
<열세살, 수아> 칸 레지당스 선정부터 영화완성까지
한국의 지방도시에 살고 있는 열세살 소녀가 진짜 엄마를 찾아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는 수아의 이야기는 실은 멀고 먼 프랑스 파리의 어느 아파트에서 쓰여진 것이었다. 폴란드 영화학교 우쯔에서 연출한 단편들로 주목 받아온 김희정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낸 <열세살, 수아>의 이야기로 2005년 칸영화제가 지원하는‘칸 레지당스 인 파리’에 선정되어 반년간의 작업 끝에 장편 시나리오로 완성되었다. 칸 레지당스는 세계의 젊은 감독들이 첫번째 혹은 두번째 장편작품을 발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서, 영화화하고자 하는 내용의 트리트먼트와 이력서, 그리고 기존작품들의 심사를 통해 각 세션당 5,6명의 신인을 선발, 지원한다. 한국 최초로 칸 레지당스에 선정된 <열세살, 수아>는 국경을 초월해 어느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사람 사이의 감정들이란 어느 곳에 가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오랜 기간 폴란드, 프랑스 등 타국 생활을 한 김희정 감독의 지론이다. 완성된 <열세살, 수아>의 시나리오는 곧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민규동 감독 눈에 띄었고 그가 대표로 있는 수필름의 기획/제작으로 영화 준비가 시작되었다. 국내 완성도 높은 영화들을 수입배급하고 있는 스폰지와의 만남으로 본격적인 크랭크인을 꿈꾸게 되었다.
急! 크리스마스 이브 자우림 콘서트 촬영!
<열세살, 수아>의 첫 촬영은 2006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원래 크랭크 인 날짜는 2007년 1월이었지만, 자우림이 마침 예정하고 있던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이용하는 것을 허락해준 덕분이었다. 자우림 콘서트로 북적거리는 연말 공연장 앞의 풍경은 <열세살, 수아>로선 간단히 놓칠 수 없는 최고의 촬영기회였다. 충분히 준비할 시간 없었던데다 스탭들이 아직 서로 익숙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은 등장인물이 출연하는 장면을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긴 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든 약속을 팽개치고 한 마음이 된 <열세살, 수아> 팀은 결국,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콘서트장 장면을 성공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인기 1위 락그룹 자우림의 콘서트 현장을 담을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였다. 콘서트 속 ‘그린 슬리브즈’를 부르는 김윤아의 공연장면은 영화 속에서 ‘가수 김윤아’가 아닌 ‘가수 윤설영’의 콘서트 장면으로 등장하며 영화 속에 자우림의 족적을 남긴다.
세영이 못생기게 만들기 프로젝트
분장팀의 증언에 의하면 김희정 감독은 주인공 수아의 외모에 대한 몇 가지 확고한 방침을 갖고 있었다. 첫번째, 머리카락은 떡이 져 있어야 한다. 하늘하늘 날리는 머리카락은 조금도 인정할 수 없다. 두번째, 화장은 로션과 파우더 이상은 금지. 세번째, 수아의 옷은 절대 몸에 붙지 않는다. 교복치마는 가장 다리가 못생겨 보이는 길이로 자른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은 언제나 제일 먼저 수아(세영)의 외모를 점검했고,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는 날에는 ‘빠꾸’ 먹을 각오를 해야 했다. 하지만 드라마 ‘대장금’에 이어 <아홉살 인생>과 <여선생 여제자>에서 성인배우 뺨치는 아름다움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세영이를 볼품없는 열세살로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결국 분장팀은 촬영현장에서 언제나 “어떻게 하면 세영이를 못생기고 평범하게 보이게 할까”를 고민해야 했다. 다른 영화에서처럼 예뻐 보이느라 얇은 옷 입고 덜덜 떨 일은 없었지만, 겨울에 촬영하느라 튼 입술에 투명립글로스조차 바르지 못하는 고난을 감수해야 했던 세영이. 한 올도 남김 없이 한 덩어리로 움직여야 하는 수아의 헤어스타일 때문에 숱 많은 세영의 머리를 온통 떡지게 만드느라 분장팀의 헤어왁스 사용량도 평균치를 넘었다는 소문이다.
한겨울에 푸른 빛을 어디 가서 찾나? 전북 고창 청보리밭 촬영
영화에서 수아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된다. 두꺼운 바지에 잠바, 새로 맞춰 입은 교복은 ‘동복’을 벗어나지 않는 <열세살, 수아>의 배경은 ‘겨울’인 것이다. 촬영 또한 학교수업에 빠질 수 없는 세영이의 사정을 고려해 2006년에서 2007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 안에 마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푸른 잎이 나기 시작한 밭을 지나는 버스장면을 촬영할 배경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헌팅에 헌팅을 거듭하며 고배를 마시던 제작부에게 도움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전주영상위원회였다. 설마 하며 찾아간 전북 고창의 청보리밭은 1월 19일, 한겨울의 날씨에도 한없이 푸르렀고, 수아네의 분식 버스의 노란 색과도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최고의 촬영장소로서 본색을 드러냈다. 한 겨울 날씨에 안 추운 척 하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맛있는 보리비빔밥 점심에 마냥 행복하다가, 수아가 아빠와 진짜 이별을 나눌 때는 눈물을 줄줄 흘리다가, 스탭들은 이 날 하루 종일 울다 웃다 정신이 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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