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파이트(2000, Girlfight)
제작사 : Green/Renzi, Independent Film Channel / 배급사 : (주)미로비젼
수입사 : (주)미로비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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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댄스와 칸느가 선택한 발견의 영화 카린 쿠사마 감독의 데뷔작인 [걸파이트]는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과 심사위원상 수상을 시작으로 칸느 영화제와 도빌 영화제 등 세계 곳곳의 영화제를 휩쓸고 다녔다. [걸파이트]는 다혈질의 문제아 소녀가 복싱을 통해 분노와 힘을 다스리고, 인생과 사랑을 알아가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성장 영화와 스포츠 영화가 결합된 간결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거기서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를 끌어올림으로써 관객들을 사로잡는 힘을 발휘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방황하는 젊은이라기보다 자신의 에너지로 세상을 압도하는 소녀일 뿐이다. 또, 영화 속의 복싱 역시 격렬한 액션이 있는 스포츠라기 보다 삶을 축소시킨 작은 싸움판으로 비춰질 뿐이다. [걸파이트]가 선보이는 새로운 에너지는 이처럼 일상적인 것들 속에서 끌어올린 리얼리티의 힘과 새로운 여성성이 주는 매력이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지나쳐버린 삶의 에너지와 숨겨진 여성성을 다시 발견하게 해준다. [걸파이트]는 결코 감정을 과장하거나 폭력으로 치장하지 않는다. 다만 삶 속에 웅크리고 있는 에너지와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선댄스와 칸느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분명 발견의 기쁨을 줄 것이다.
[걸파이트]가 날리는 펀치는 폭력을 분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다.
[걸파이트]는 감당할 수 없는 분노를 폭력으로 분출시키는 영화가 아니다. 또 복싱을 통해 폭력을 미화시키는 영화도 아니다. 엄밀히 말해 이 영화는 폭력을 드러내는 영화가 아니라 힘을 다스리는 것에 대한 영화다. 주인공 다이아나가 세상을 향해 날리는 펀치에는 분노나 불만이 묻어있지 않다. 소녀는 다만 자신을 오해하고 화나게 만들었던 세상을 향해 그들이 틀렸음을 입증하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싸움은 폭력으로 얼룩진 분노가 아니라 삶의 에너지로 가득한 아름다움이 된다. [걸파이트]는 젊음의 분노와 복싱이라는 폭력적인 스포츠를 통해 그처럼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내 모습 그대로 인정하면 돼!
[걸파이트]는 성장영화이면서 동시에 사랑에 대한 영화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거친 남성 세계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성성의 발로이기도 하다. 다이아나는 같은 체육관의 유망주인 아드리안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혼성 복싱 대회에 출전한 다이아나가 연승을 거두며 결승전에서 애드리안과 맞붙게 되자 둘은 갈등을 겪게 된다. 여자와는 싸울 수 없다며 경기를 포기하려는 아드리안. 하지만, 사랑과 승부를 별개로 여기는 다이아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 결국 그녀는 결승전 링 위에서 연인을 향해 격렬한 편치를 퍼붓는다. 경기를 포기하고 아드리안을 향해 주먹을 날리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이 온전해지는 건 아님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다이아나에게 사랑은 얽매이거나 욕심을 부리거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아옹다옹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버리거나 외면하지 않고 찾은 사랑. 그래서 그녀가 배우고 만들어가는 사랑은 오히려 견고하다.
Director’s Words : 카린 쿠사마
[토요일 밤의 열기]가 댄스영화가 아니듯 [걸파이트]는 복싱영화가 아니다
데뷔작 한 편으로 선댄스와 칸느를 휩쓸며 단숨에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여성 감독의 자리에 오른 카린 쿠사마. 그는 20대부터 복싱을 배우며 느꼈던 매력을 자신의 첫 영화에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하지만, 그는 [걸파이트]를 복싱영화라 부르지 않는다. 그는 [걸파이트]가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성공하는 이야기이고, 보통 사람이 스포츠를 통해 변화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말한다. 복싱은 그 과정을 매력적으로 그려줄 좋은 소재일 뿐이다.
복싱은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 주인공이 여성이길 바랬다
다이아나는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있는 소녀다. 그녀가 자신의 분노를 이기고 새로운 삶과 여성성을 발견하는 데 복싱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말 그대로 그녀는 복싱을 통해 자신과 싸웠고, 또 이겨낸다. 카린 쿠사마 감독은 링 안의 세계에 초점을 맞춰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한다. 감독에게 링 안에서의 싸움은 곧 세상 속에서의 싸움이다. 복싱은 여성에게 그 자체로도 하나의 도전이다. 다이아나에겐 세상이 만만한 것이 아니듯 복싱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의 싸움은 그만큼 거칠고 힘들다. 하지만 다이아나는 그 속에서 결국 자신과 세상을 모두 이겨내고 새로운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링 안에서는 싸우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쿠사마 감독은 링 안에서의 상황과 링 밖에서의 삶을 연장선에 놓고 바라본다. 복싱에서 링 안에 들어가 싸우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것처럼,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산다는 것도 어차피 천천히 죽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살기 위해 싸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싸움은 단지 승리를 위한 싸움만은 아니다. 영화는 복싱이 순수한 스포츠로써 매력을 지니듯 인생에서의 싸움도 승부를 떠나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체육관 관장 헥터는 다이아나에게 경기 도중 이런 질문을 던진다. 넌 네 자신을 알고 있니? 다이아나는 차분하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물론이죠. 그녀는 이미 그 선물을 손에 쥔 것이다.
미셀 로드리게즈 : 다이아나 역
다이아나를 찾아서
[걸파이트]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은 다이아나 역을 맡을 배우를 찾는 일이었다. 다이아나는 다른 역할들처럼 시나리오에 만족해 찾아오는 기성 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 신선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배우를 원한 제작진은 공개 모집을 계획하고, 예비 심사를 거친 350명을 상대로 오디션을 열었다. 미셀 로드리게즈는 운 좋게 예비 심사를 통과한 350명 중 한 명이었다. 첫 오디션에 1시간 이상 지각한 로드리게즈는 연기 도중에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인터뷰 중 의자 위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거침없이 욕을 해대기도 했다. 그녀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으니 모두들 별볼일 없다고 여기고 배역도 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거침없는 행동은 오히려 제작진과 감독을 사로잡았다. 쿠사마 감독은 말론 브랜도 같은 어린 여배우가 필요했고 운 좋게도 미셸을 만났다고 말한다. 감독은 로드리게즈가 화면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스크린을 압도하는 매력을 지닌 배우고, 영화 속 다이아나보다 더 나은 캐릭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이아나가 되기 위해
로드리게즈는 다이아나 역을 맡은 뒤, 4개월 반 동안 복싱과 연기 수업을 받았다. "프로선수와 연습을 하며 얼굴을 맞으며 방어조차 할 수 없을 땐 괜히 발길질을 해댔죠. 그저 얼굴로 마구 날아오는 주먹을 맞고 싶지 않은 심정뿐이었어요. 규칙에 관계없이 그냥 걷어차고 싶었죠. 그 덕분에 이젠 자제하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로드리게즈는 이 사전 수업을 통해 영화 속 다이아나가 겪게 될 것들을 미리 경험했다. 심지어 뉴욕을 거닐면서 누군가 자신을 건드려 주길 은근히 바랬다고 장난스레 말하는 로드리게즈는 촬영이 끝난 뒤 프로 선수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을 정도로 복싱에 재능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 [걸파이트]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로드리게즈의 눈빛이다. 말 그대로 화면을 압도하는 그의 눈빛은 연기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보여주는 카리스마는 온전히 로드리게즈 자신의 매력이다. 영화에 쏟아지는 호평 중 로드리게즈에 대한 감탄이 빠지지 않듯, 그녀는 [걸파이트]에서 빛나는 매력을 보여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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