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독>은 형의 영혼을 갖고 깨어난 시동생과 형수의 위험하고도 슬픈 사랑을 담은 멜로. 이날의 촬영 분량은 대진(이병헌)이 목장으로 떠나 궂은 목장일을 하면서 은수(이미연)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는 장면이다. 대진은 자신을 남편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은수를 위해 겉모습인 대진으로서 살아갈 것을 결심하고, 은수를 떠나 목장으로 향한다. 며칠간의 목장생활 동안 궂은 목장일을 통해 은수를 잊으려 애쓰던 대진은 내리는 비를 보며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벅차 오르는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우산도 없이 뛰쳐나가 서울로 향하는 대진의 모습에서 영화 <중독>의 대관령 촬영은 절정을 이루었다. 마지막 장면의 촬영이 들어가기 직전, 박영훈 감독의 권유로 이병헌이 직접 "레디, 액션!"을 외치기도 했다. 이병헌은 이날 촬영을 위해 소떼를 몰고, 말뚝을 박고, 소젖을 짜는 등 익숙치 않은 목장 일에 진땀을 흘렸다. 카레이싱, 가구 조각에 이어 영화 <중독>을 통해 새롭게 접한 경험이 한 가지 더 늘어난 셈이다.
"최고의 배우, 스탭들과 함께 첫 작품을 하게 되어 기쁘다. 우리 모두 <중독>에 중독됩시다." 라는 박영훈 감독의 힘찬 출사표처럼 100여일 동안 영화 <중독>에 중독되었던 배우와 스탭들의 얼굴에는 시원함과 아쉬움이 교차되었다. 경기도 마석의 오픈세트, 용인 스피드웨이, 아침 고요 수목원, 서천 해수욕장, 일산 호수 공원, 대관령 목장 등 전국 각지에서 이루어진 힘든 여정을 함께 마무리한 스탭과 배우들은 서로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배역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계속되는 촬영으로 눈에 띌 만큼 수척해진 이병헌은 촬영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만큼이나 좋은 영화가 나올 것이라며 특유의 환한 미소로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 영혼의 지독한 사랑을 그린 영화 <중독>은 10월 말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