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전설의 고향>이 있다면, 미국에는 <나이트메어>가 있다고 해야 하나? 1984년 웨스 크레이븐에 의해 대박을 친 이 영화는 26년의 세월을 흐르는 동안 7편의 아들들과, 1편의 사생아를 배출했다.(사생아라 함은 <나이트메어>의 주인공 프레디가 동종업계 경쟁자인 <13일의 금요일> 제이슨과 맞붙는 <프레디 VS 제이슨>을 말한다.) 그리고 또 한 번, 마이클 베이가 운영하는 호러 제작사 ‘플래티넘듀스’에 의해 새로운 프레디가 탄생했다. 하지만 마이클 베이가 공포영화와 만났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한다면, 재고해 볼 것을 권한다. 이미 <13일의 금요일>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 <힛쳐> <아미타빌 호러> 등의 리메이크를 통해 공포영화와의 궁합이 썩 좋지 않음을 증명해 온 마이클 베이 아니던가. 2010년 <나이트메어> 역시, 마이클 베이와 호러의 ‘잘못된 만남’으로 보인다.
엘름가에 사는 여고생 낸시(루니 마라)와 그의 친구들은 밤마다 같은 악몽을 꾼다. 줄무늬 스웨터를 입은 갈고리 손 남자 프레디(잭키 얼 헤일리)가 나타나 괴롭히는 꿈이다. 잠이 들면, 그 악몽이 현실이 된다는 사실을 안 낸시와 친구들은 깨어 있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뇌의 일부가 잠이 드는 ‘마이크로 수면’ 장애로 인해 한명씩 목숨을 잃는다. 그러던 중 낸시는 프레디가 자신들의 부모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이를 파헤치기 위해 프레디의 과거를 추적한다.
공포영화의 클리셰들을 생각나는 대로 떠올려보자. 멀쩡하던 조명이 느닷없이 깜빡거린다. 잘난 척 하는 조연은 꼭 죽는다. 오밤중에 혼자서 샤워하는 여배우가 나온다. 거울, 창문은 살인자가 좋아하는 장소다. 후반부 살인마가 죽었다고 게임 오버가 아니다. 가끔 살인자보다 시끄러운 효과음이 더 무섭다. 놀랍게도, <나이트메어>는 이 지독한 클리셰들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부여잡는다.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다음 행보는 안 봐도 DVD다. 다음 희생자가 누구일지 알아맞히는 재미도, 스릴도 없다. 악몽이 현실이 된다는 흥미로운 발상으로 주목받았던 1984년 <나이트메어>는 리메이크 과정에서 상투성으로 중무장한 영화로 전락하고 말았다. <스크림>을 통해 공포영화의 클리셰들을 거침없이 까발렸던 <나이트메어>의 창시자 웨스 크레이븐이 보면, 악몽이라고 외칠 일이다.
웨스 크레이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로운 사령탑에 앉은 사무얼 베이어 감독은 원작에 대한 오마주를 여러 번 시도한다. 샤워중인 여주인공 다리 사이로 올라오는 프레디의 손을 통해, 교실 복도를 스쳐가는 피투성이가 된 시체를 통해, 천장에 이리 저리 부딪히며 살해당하는 희생자들을 통해서 말이다. 문제는 오마주 과정에서의 창의성 부재로 인해 오마주가 우려먹기 수준에 그치고 만 것이다. 진정한 오마주에는 엄연히 ‘재해석’이라는 것이 들어간다. 하지만 <나이트메어>가 시도한 오마주는 원작에 있는 장면을 ‘때깔’ 좋은 CG기술로 복원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프레디 크루거의 배역 교체 역시 성공적이지 못하다. 영화는 시리즈의 터줏대감이었던 로버트 잉글랜드 대신 <왓치맨>의 잭키 얼 헤일리에게 프레디 크루거를 위임했다. 우려는 있었지만, 실력파 배우 잭키 얼 헤일리였기에 기대도 큰 분위기였다. 마침 “<샤이닝>의 잭 니콜슨, <다크 나이트>의 ‘조커’에 비견될만한 캐릭터를 헤일리가 만들어냈다”고 공언한 감독의 발언도 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하다. 아무리 연기파 배우라 할지라도, 안일한 연출 앞에서는 한계가 있음을 이 영화는 증명한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등장과 동시에 美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불과 1주일 후, 72.1%의 수익 감소라는 커다란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2010년 5월 17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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