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대부분은 “나름 재미있었다”라는 반응이었지만, “별로였다”거나 “지루했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젤리나 졸리가 잘 보이는 영화였고, 액션도 볼만 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2010년에 소재로 다루기엔 너무 추억 속의 단어가 되어버린 냉전을 꺼내들었다는 점과 필립 노이스 감독의 다소 촌스러운 연출에 대해서는 아쉬운 반응도 보였다. 하지만 확실한 건 <솔트>는 시리즈로 이어갈 바탕을 확실히 다졌다는 점이다. 유니버설의 <본> 시리즈를 보고, 소니 픽쳐스 간부들은 이런 얘길 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저런 시리즈 못 만드냐?” 그래서 나왔다. <솔트>.
● 한마디
우선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스파이를 소재로 했다는 점은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다. 그 안에서 나올 이야기는 사실 뻔하니까. 영화 역시 해드카피처럼 ‘그녀는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춰 놨다. 하지만 이중 삼중으로 꼬아놓은 스파이 가리기는 크게 의미 없어 보인다. 결국 <솔트>는 안젤리나 졸리를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이고, 그에 따른 몇 몇 액션 장면은 인상적으로 찍히기도 했다. 그리고 시리즈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속편 나온다고 다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무비스트 김도형 기자)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을 보고 싶다면 ‘강추’다. 졸리가 왜 액션 여전사인지 <솔트>를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중 스파이란 중심 소재에서 오는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점은 칭찬할 만 하지만 그러기엔 스토리가 가진 힘이 너무 부족하다. 졸리의 정체를 일찍 공개해 ‘액션’에 방점을 찍은 작품임을 명확히 하지만, 괜한 자신감이다. 이중스파이라는 설정 자체에도 너무 매달리지 않는 편이 좋다. 졸리의 화끈한 액션은 충분히 재미를 주지만, 그 외엔 평범할 뿐이다.
(노컷뉴스 황성운 기자)
안젤리나 졸리에게 <솔트>는 잘 맞는 옷이다. <툼 레이더> <원티드> 등에서 확인된바 있는 졸리의 액션 ‘간지’는 이번에도 훌륭하다. 안젤리나 졸리가 아닌 다른 여배우가 주연을 했으면 무슨 재미로 봤을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졸리의 활약과 상관없이 영화 내러티브와 연출은 상당히 촌스럽다. 유효기간 지난 ‘냉전’이라는 소재도 소재지만, 이 소재를 색다르게 가공시키지 못한 게 촌스러움의 이유다. 두세 겹 겹쳐 놓은 반전과 그 반전의 반전도 충분히 예상될 정도로 얄팍하다. 그렇다고 ‘잘 만들었다’, ‘못 만들었다’로 단정 지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굳이 문제를 찾으라면 너무 늦게 나온 게 문제다. 5년만 빨리 나왔으면 모르겠지만, 이미 3D 입체영화와 <트랜스포머>류의 액션 충격을 경험한 현재 관객들에게 <솔트>는 팝콘무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가망이 크다. 아, 팝콘무비라고 무시할 생각은 없다. 가볍게 즐기기 딱 좋은 팝콘무비가 그리울 때도 있는 법이니까.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냉전시절 미국에 침투해 잠복해 있던 러시아 스파이들이 일거에 미국 공격을 개시한다는 ‘데이-X’라는 냉전시절 가설에 대한 신빙성을 묻기 전에 이 낡은 가설이 여전히 이야깃거리로서 유효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출처가 궁금해진다. <솔트>는 여성 스파이를 앞세워 <본>시리즈를 벤치마킹한 작품이나 야심의 그릇만 그럴싸한 아류작에 불과하다. 와이파이 시대에 모뎀 켜는 소리마냥, 설정 자체가 진부한 이 스파이물은 이를 극복할만한 대안으로 안젤리나 졸리라는 여배우의 매력 자체를 내세워 끊임없이 액션의 보폭만 넓혀 나간다. 어쩌면 단지 우격다짐처럼 액션을 밀어넣을 수 있는 공간 확보가 본래 목적이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 눈요기 역시 그 모든 단점을 덮을 만큼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beyond 민용준 기자)
일단 속도감이 좋다. 언제 치고 빠질지를 아는 듯 영화는 적절한 액션의 배분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도 안젤리나 졸리가 아니었다면 <솔트>는 범작에도 못 미치는 영화가 됐을 것이다. 온몸을 내던지는 안젤리나 졸리는 솔트 역으로 새로운 여성 액션 스타의 등장을 알린다. 케케묵은 냉전 이야기와 북한에 대한 묘사가 거슬리지만, 오락영화로서는 손색이 없는 영화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2010년 7월 22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