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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신드롬을 통해 본, 영화의 힘
2011년 10월 5일 수요일 | 유다연 기자 이메일



“우리가 싸우는 건 우리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원작소설에서 그대로 따온, 영화 <도가니> 속 인권간사 서유진(정유미)의 대사다. 이는 <도가니>의 탄생 이유인 동시에, 영화의 저력이기도 하다.

불편한 진실

<도가니>는 불편한 영화다. 재미와 작품성을 기준으로 봤을 때, ‘재밌다/재미없다’ 혹은 ‘잘 나왔다/아니다’로 논할 수 있는 일반적인 영화가 아니다. 실제 사건을 다룬 사회고발 영화다. 그 사건이라는 것이 아동성폭력인데다가, 영화는 사회기득권층에서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횡포까지 담아낸다. 극 중 인권센터 간사로 분한 배우 정유미의 “실화인 걸 계속 의식했다면 연기를 못했을 것”이라는 말에서도, 영화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영화는 한 농아학교에서 일어난 아동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 그리고 경찰과 사법기관, 지역사회 특권층 등 사회 기득권 세력의 기만을 소재로 한다. 어느 신임교사의 눈으로 좇는 <도가니>의 사건은 끔찍하다 .학교라는 보호기관 안에서 교사들은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한다. 몇몇 교사가 행사하는 그 몹쓸 짓은 아이들이 장애아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애인의 인권유린이라는 죄도 갖는다.

영화 <도가니>의 장면들
영화 <도가니>의 장면들
영화가 불편한 것은 소재와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를 통해 목도한 일이 지금 우리가 사는 실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 영화를 더 불편하게 만든다. 관객들은 영화 속 피해자들에게 감정이입하며 공분한다. 이렇듯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것 외에도 <도가니>를 주목할 만한 이유는 또 있다. 중범죄를 직·간접적으로 은폐하고 비호하는 사회 권력층의 실태, 거기서 파생되는 불합리한 결과물, 그런 일이 가능한 지금 우리사회의 이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도가니>는 의미를 지닌다. 영화의 후폭풍이 거센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 한 편의 힘

불편한 진실을 다룬 <도가니>.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큼, 영화의 힘은 세다. <도가니>는 9월 22일 개봉 이후, 13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놀라운 건 관객 수만이 아니다. 영화의 이슈화에 따라 변화하는 크고 작은 사회적 현상들이다.

경찰은 9월 28일, 영화와 원작소설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위해 행동을 개시했다. 영화 개봉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에 따라 가해교사들의 추가 범죄 여부, 당국의 관리감독 문제, 학교 및 재단 측의 구조적인 비리 등이 중점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2일에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도가니>를 관람, “관련된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인화학교를 폐교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어났다. 이에 따라 행정당국 및 교육청은 인화학교와 산하시설 4군데를 폐교 조치한 상태다.

정치권에선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도가니 방지법’으로 불리는 사회복지법 개정안을 너도나도 들고 나오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치계의 움직임은 지난 2007년에도 한차례 있었다. 당시 참여정부는 사회복지 법인 이사의 25%를 공익이사로 선임하도록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사회복지재단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그렇게 무산된 법안개정이 <도가니>라는 영화 한편에 의해 사회적 관심이 쏠리면서 다시금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9월 28일 “당에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재추진하고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검토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발언했다. 이어서 “사회적인 관심을 계기로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당시 법안개정을 반대했던 한나라당도 여론을 의식한 듯 입장을 바꿔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법을 정비해서 장애인들이 떳떳하게 살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사회복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입법계획을 밝혔다.

아동성폭력 범죄는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9월 29일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역시 지난 2009년 이른바 ‘나영이 사건’으로 불리는 ‘조두순 사건’ 때 한차례 나온 이야기다. 2년째 계류되고 있는 이야기가 ‘도가니 효과’로 다시 쟁점화 된 셈이다. 한 유명 포털에서는 네티즌을 중심으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100만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이다. ‘조두순 사건’ 당시 피해아동의 아버지도 그 대열에 합류해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진행되는 100만 서명운동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진행되는 100만 서명운동
언론은 이러한 <도가니> 사태를 조명하며 영화 한 편이 낳은 사회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언론들은 문화부, 사회부, 정치부 할 것 없이 최근의 <도가니> 사태를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재조명해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 (본 글 역시 다르지 않다고는 못하겠다.)

공분은 SNS를 통해 만들어졌다

<도가니> 신드롬은 개봉 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조짐은 SNS, 특히 트위터를 통해 나타났다. 영화의 원작이 된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읽고 분노한 독자들은, 사건의 영화화 소식에 당시의 감정을 상기하며 빠르게 반응했다. 9월 5일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이후 열풍은 더욱 거세졌다. <도가니>는 개봉 전부터 SNS를 통해 “꼭 봐야할 영화”로 입소문을 탔다. 덕분에 개봉 전 유료시사회가 진행됐고, 8만 여명의 관객이 몰리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 주 주말에는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개봉 후에도 열기는 이어졌다. 관객들은 영화와 원작, 실화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안타까워했다. 이들의 공분은 또 다른 관객을 양산했고, <도가니>를 계속 화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한편 SNS를 통해 <도가니>와 긴밀히 연결된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 또한, <도가니>가 지속적으로 이야기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트위터 상에서는 실제 사건을 직접 취재하며 영화의 원작소설 ‘도가니’를 쓴 공지영 작가(@congjee)가 ‘트친’들의 ‘멘션’에 답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자연스레 <도가니>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활발하게 전개된다. 작가와 당시 사건의 담당형사 등 실제 사건과 맞닿아 있는 이들이 트위터 상으로 소통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유명인과 일반인의 비경계, 빠른 피드백, 여론화 등 SNS 특유의 속성이 <도가니>를 지속적으로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고 각계를 움직이게 하고 있는 셈이다.

SNS의 축, 트위터 상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도가니> 이야기들
SNS의 축, 트위터 상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도가니> 이야기들
2005년 당시 벌어진 끔찍한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이후, 6여 년간 아무런 변화가 없던 경찰, 정치권, 언론. 이들이 포진한 대중사회가 영화 한 편으로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도가니>는 영화의 힘을 잘 보여준다. <도가니>와 그를 지지하는 관객(대중)들, 그리고 사건의 피해자들이 바라는 건 다른 게 아니다. 작금의 사회적 현상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는 것이다. 뒷북수사가 또 다시 권력에 밀려 어처구니없이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도가니 방지법’ 개정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재보선을 염두에 둔 ‘쇼’여서는 안 된다. 행정당국의 조치가 전시행정이라면 피해자들의 상처는 더욱 곪을 지도 모른다. 언론의 주목 또한 ‘한 때’여서는 안 될 것이다. <도가니>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2011년 10월 5일 수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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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qltmxm7623
사람과사람이 소통하는방법중에 하나가 말 그 말이 안되어서 슬픈그들의 이야기 이번주 인간극장에서는 선생님이된 앞이안보이는 장애인에 대해서 나왔는데. 장애도장애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햇기에 더욱더 슬픈영화   
2012-03-22 09:57
bluesoul007
바람에 그저 깃발이 날리는 것뿐, 그 바람에 돛을 올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2011-10-0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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