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유머로 시작한 <19곰 테드>는 사실 80년대를 추억하는 오락영화다. <스타워즈> 개봉 날 제다이와 요다 분장을 하고 관람했던 기억, <플래시 고든>에 열광하던 지난날을 회고하는 장면들은 80년대를 함께 살아간 미국인들을 진동시킨다. 영화는 작정하고 키치적인 80년대 문화들을 전시한다. 나이 서른다섯에 연봉 3만 8천 달러 렌트카 과장이 삶의 정점인 존과 마트 계산원으로 최저 임금을 겨우 받는 곰돌이, 이들의 일상을 비루하지 않게 하는 것은 킬링 타임 오락영화와 추억이다. 곰돌이 테드 목소리를 연기한 감독 세스 맥팔레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80년대 문화의 종합선물세트를 마련했다. 추억의 삼류 오락 영화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내면서 말이다. 영화 자체가 어린 시절 조악한 특수 분장에 열광하던 시대에 대한 러브레터가 된다.
<19곰 테드>는 마지막까지 킬링 타임 오락영화를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다. 이 실없는 코미디에 라이언 레이놀즈와 노라 존스, 그리고 주인공들이 떠받드는 <플래시 고든>의 샘 J. 존스가 카메오로 지원사격하면서 호화로운 상찬을 마련한다. 아시아인을 비하하고, 꼬마 얼굴을 주먹으로 정면 강타하는 장면은 불편함을 넘어 독한 코미디가 된다. 곰돌이의 솜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장면은 피 한 방울 튀지 않는 고어와 다름없다. 저렴한 취향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영화 곳곳에서 감독의 애정이 묻어난다. 이 비생산적인 미국식 유머를 한국 관객들이 백퍼센트 이해하기는 어렵다. <스타워즈>의 아버지 격인 <플래시 고든>이 생소하거나, 아담 샌들러가 라즈베리 시상식을 휩쓸었던 국내 미개봉작 <잭 앤 질>이 어떤 영화인지 모르는 경우 따라 웃기는 어려워진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웃을 수 있다. 실없이 웃기는 비생산적인 코미디, 감독은 목표한 바를 이룬다.
2012년 9월 25일 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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