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스파이의 아내>가 9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진행했다. 시사 후 일본 현지를 연결, 감독과의 화상 간담회가 이어졌다.
<스파이의 아내>는 1940년대 일본 고베를 배경으로 구로사와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한 시대극. 시대적 사명에 대해 자각한 남자와 이에 동참하게 된 아내를 주축으로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다.
고베의 부유한 무역상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는 사업차 방문한 만주에서 일본군이 자행하는 만행을 목격하고 이를 해외에 알리기도 결심한다. 가정의 안녕을 위해 만류하던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는 남편을 향한 깊은 사랑으로 결국엔 그의 대의에 따르게 된다. 사토코의 어릴 적 친구로 군 간부인 ‘타이지’(히가시데 마사히로)는 부부의 행적을 예의주시한다.
NHK에서 방영했던 스페셜 드라마를 영화로 재제작한 것으로 제77회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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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감독은 “지금까지 인간과 자유, 행복의 본질을 그리려 노력해왔다.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그 결론을 또렷하게 짓지 못하고 마무리한 경험이 있다”며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이라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시대극을 연출한 계기를 전하며 “1940년대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매우 억압받고 긴장된 시기이고, 고베는 항구도시라 전쟁 중에도 해외 무역이 활발하고 교류가 자유롭던 곳”이라고 시, 공간적 배경을 소개했다.
현대극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일단 각본에 쓰인 대사 자체가 매우 예스러웠다. 애드립이나 현장에서의 즉흥적인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완벽하게 사전 조율 후 그대로 따르는 것도 흥미로웠다”고 짚으며 “약간의 연극적인 톤에 예스러운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아오이 유우와 다카하시 잇세이가 떠올랐다”고 캐스팅 이유를 전했다.
<스파이의 아내>는 731부대 등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조합한 작품. 이에 감독은 “큰 테마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예산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영상으로 제작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일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부부의 대사를 통해 많은 것을 전달하려 했다. 상상을 통해 보이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각본은 며칠 전 개최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휠 오브 포춘 엔드 판타지>로 은곰상(심사위원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노하라 타다시 감독과 공동으로 집필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는 매우 뛰어난 재능을 지닌 감독이다. 해외영화제나 해외 팬이 일본의 젊은 감독을 먼저 발굴하는 편으로 일본 내에서 자체로 부각되는 경우가 드문 것이 현실”이라며 “알폰소 쿠아론, 페드로 코스타, 봉준호”를 현재 주목하고 있는 감독으로 꼽았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영화업계가 받은 타격과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대히트를 쳤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 있다면, 관객이 그만큼 극장에 몰린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표현하며 “동시에 히트할 만한 영화만 극장에 걸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앞으로 흥행 가능성이 낮은 영화의 경우 그 입지가 좁아지고, 나아가 제작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간 공포, 호러 장르 안에 사회 현안과 그 속에 사는 인간의 속성을 담아온 감독은 “인간의 자유와 행복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가치이고 인간과 사회는 계속 대립한다고 생각한다. 그 대립 사이에서 공포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향후 공포 영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퀄리티 높은 영화를 만들며 저널리즘과 관객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평가하며 “너무 무겁지 않은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했으면 한다. 일본 영화 중에서도 이렇게 특이한 영화가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스파이의 아내>는 3월 25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다.
2021년 3월 10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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