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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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찬욱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유연석
장르: 스릴러, 코미디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9분
개봉: 9월 24일
간단평
공들여 가꾼 온실 안, 굵은 철사로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휘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며 정성껏 매만지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유만수’(이병헌).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다. 오랜 시간 끝에 되찾은 고향집에서 사랑하는 아내 ‘미리’(손예진), 두 아이, 그리고 대형 반려견과 함께 살며 ‘다 이루었다’는 생각이들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누.렸.었.다.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으로 화제를 모은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오랫동안 영화화를 꿈꿨던 소설 ‘도끼’를 원작으로 한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이후 25년 만에 이병헌과의 재회, 손예진과의 첫 호흡 등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주연 배우들이 “웃긴 영화”라고 소개하며 그 웃음의 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영화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한 남자의 살벌한 취업 전쟁을 그린다. 그는 라이벌을 하나씩 제거할 계획을 세우지만, 이미 관객에게 공개된 설정이라 관건은 그 여정이다. 얼마나 기발하게 허를 찌르고, 스릴과 블랙코미디 속에서 페이소스를 끌어낼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영화는 예상보다 많은 코믹의 숨결을 띠고 있다. 대사보다 동작에 의지하는 슬랩스틱의 무드가 묻어나기도 한다. 감독은 “사회 시스템 속 개인”이라는 주제 때문에 찰리 채플린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밝히며 영화의 톤앤매너를 설명했다. 스릴러로서 긴장의 텐션은 높지 않은 편. 극에 몰입할수록 증폭되는 스릴의 속성 상, <어쩔수가없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만수’를 지켜보게 만드는 까닭이다. 연쇄살인이라는 범죄 행위를 이어가는 인물과 그 ‘어쩔수없는’ 상황에 때때로 연민이 일기도 하지만, 그의 고뇌와 처절함이 크게 공명되지는 않는 인상이다. 과장과 우스꽝스러운 분위기,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인해 극과 한 겹 벽을 치게 된다.
이러한 느낌은 첫 번째 제거 대상자(이성민)와 그 아내(염혜란), 그리고 유만수가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를 배경으로 오가는 고성 속에서 벌이는 육탄전에서 극대화된다. 이와 비슷한 결의 장면들이 몇 번 등장하는데, 이때의 유머 코드와 톤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축인 이병헌을 비롯해 현실적인 캐릭터로 극을 땅에 붙잡는 손예진, 강렬한 등장과 퇴장을 선보이는 이성민, 염혜란, 박희순, 차승원의 연기는 파티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화는 마치 만수의 분재 같다. 감독의 디테일한 손길에 의해 다듬어진, 인위적인 미를 지녔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정교하고 화려한 손길이 도드라진다. 블랙코미디의 페이소스가 옅어졌다고 느낀 순간 영화는 엔딩을 통해 또 한 번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모든 것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만수. 과연 그는 제자리를 찾은 걸까, 가족과 집 그리고 직장을 지켜낸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다만 ‘어쩔수가없다’는 강력한 한마디로 인물의 심리나 상황을 퉁치듯 전개하는 부분은, 시스템 속 개인의 무력감과 한계를 보여주려는 의도라 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다.
2025년 9월 23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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