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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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배우: 엠마 스톤, 제시 플레먼스, 에이든 델비스, 알리시아 실버스톤
장르: 스릴러, 코미디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 118분
개봉: 11월 5일
간단평
벌을 키우는 ‘테디’(제시 프레먼스)와 사촌 동생 ‘돈’(에이든 델비스). 테디는 요즘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가까이는 살충제 탓이고 멀게는 외계인이 지구를 파괴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시큰둥하면서도 형을 향한 절대적인 애정을 숨기지 못하는 돈. 두 사람은 스스로의 주인으로 살겠다는 다짐 아래 매일같이 체력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결국 테디는 외계인으로 지목한 잘나가는 여성 CEO ‘미셀’(엠마 스톤)을 납치해, 인간을 대표해 ‘안드로메다인’과의 접촉을 시도한다.
장준환 감독의 블랙 코미디로 국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지구를 지켜라!>(2003)가 한미 합작으로 리메이크되어 돌아왔다. <유전>, <미드소마>의 아리 애스터 감독과 협업해 온 ‘스퀘어 페그’가 한국의 CJ ENM MOVIE와 손잡은 것. 거장 반열에 오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이 조합만으로도 영화 팬들의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 없다>와 함께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물은 기대에 비해 미묘하다. 스릴러와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스릴도 코믹도 모두 어중간하다. 원작의 반전을 이미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초반부터 긴장감이 반감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별을 바꿔 원작의 ‘백윤식’을 ‘엠마 스톤’으로 캐스팅한 설정은 시대상의 반영이라고 하지만, 납치범 2인조가 모두 남성이라는 점에서 ‘무고한 여성을 감금·고문하는 남성들’이라는 불편한 구도가 연상되기도 한다. 여기에 피가 튀고 목이 날아가는 장면도 종종 있어서, 그로테스크한 불쾌함도 없지 않다. 테디의 대사나 외계인이 지구에 대해 내린 어떤 결단 등을 통해 사회 비판적인 은유로 확장되지만, 감화보다는 피상적인 공감에 머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 없는 건, 엠마 스톤의 존재감이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 <가여운 것들>(2023),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2024)에 이어 란티모스 감독과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춘 그녀는 삭발까지 감행하며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했다. 또한 란티모스 특유의 ‘기이함의 미학’이 살아 있다. ‘부고니아’란 고대 그리스인들이 ‘소의 사체에서 벌이 생겨난다’고 믿었던 잘못된 신화를 뜻한다. 그 이름처럼 영화 <부고니아>는 인간의 오만과 광기, 그리고 잘못된 믿음에서 태어나는 폭력을 비틀어 보여준다. 불편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이상하게 귀여운 란티모스식 리메이크의 세계다.
2025년 11월 6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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