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 사이에 한 남자가 웃고 있다. 한 여자의 표정은 조금 쓸쓸해 보이고 또 한명의 여자는 싱그럽게 미소 짓고 있다. 세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영화 장르가 '로맨스 멜로'로 표기 되어 있기에 대충 삼각관계가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짝이 맞지 않는 걸로 봐서 한 사람은 어떻게 되겠구나 혹은 아예 사랑이란 게 이루어지지 않겠구나 라고 지레짐작해 본다.
요즘 극장가는 온통 복고풍이 유행하고 있다. 그 장르는 조금씩 다르지만 영화의 정서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의 그것을 표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겉으로 보기엔 세련되고 미끈하게 빠진 듯 생각되어 지지만 이상하리만치 그 세련됨의 밑바탕에는 촌스러움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조폭 신드롬을 일으킨 지난해 영화들도 훌륭한 완성도 보다는 촌티나는 설정에 대한 허망한 웃음이 대부분이었다. 영화는 깃털만큼 가벼워지고 그 안에 고민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아무리 시대의 어려움까지 영화로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요즘 한국 영화들을 보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연애소설>의 강점은 바로 이런 촌스럽고 풋풋하고 평범하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의 감정으로 동화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반 닭살이 돋을 만큼 유치하고 심심하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극의 몰입을 도우며 오히려 시작과 동시에 요란을 떠는 영화들과는 그 노선을 달리해 영화의 재미를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는 스토리 텔링은 때문에 한번쯤 사랑을 해 보았을 이들에게 그 느낌이 어떤 것인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여 아스라한 감정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그간 연애담이라고 하면 <엽기적인 그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 줘> 같이 알콩달콩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연애소설>은 기존의 가벼운 에피소드들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신 단순한 사랑이야기에서 벗어나 약간의 미스터리와 반전을 감추면서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어쩐지 해피엔딩으로 끝나 줄 것 같은 비주얼과 함께 "차태현의 슬픈 사랑이야기"라는 메인 카피는 때문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기 보다는 감독 나름대로의 색깔이 제대로 녹아 있는 <연애소설>은 그러한 이유에서 많은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오랜만에 만나는 로맨스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낡은 사진집을 펴 보는 듯한,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읽는 듯한 느낌의 <연애소설>은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유치하지 않으며, 화려하진 않지만 편안하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서늘한 날씨처럼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연애 이야기는 가슴 한구석에 작은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