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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내지 말라’, 여러 겹의 질문을 품은 (오락성 8 작품성 9)
가능한 사랑 | 2026년 9월 22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이창동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장르: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 164분
개봉: 9월 23일(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

리뷰
굳은 얼굴로 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미옥’(전도연)과 ‘호석’(설경구) 부부, 그리고 10세 아들 ‘철’(정섶). 이들이 향한 곳은 2년 전 함께 옥쇄 파업에 나섰던 옛 동료의 장례식장이다. 비통함이 가득한 그곳에서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예지’(조여정)가 있다. 해고 노동자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인 영화감독 예지는 미옥과 호석 부부에게 출연을 제안한다. 심리 상담조차 거부해 온 호석이지만, 미옥은 가까스로 그의 허락을 얻어낸다. 그렇게 한 가족의 삶이 다른 누군가의 카메라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능한 사랑>은 <버닝>(2018) 이후 이창동 감독이 내놓은 신작이자 넷플릭스와의 첫 협업이라는 점에서 일찍이 주목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3일 극장 개봉하는 데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최근 한국영화의 해외 주요 영화제 수상 소식이 뜸했던 터라 더욱 반가운 성과다.

◆ 해고 이후의 삶, 두 부부가 보여주는 계급과 관계

<가능한 사랑>은 대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 부부와 이들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영화감독 부부를 마주 세우며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노동운동이라는 말조차 빛이 바래가는 시대에 노동의 의미와 해고가 남긴 상흔을 들여다보는 한편, 부와 계급, 부부 관계, 창작자의 윤리까지 질문을 뻗어나간다. 어느 하나의 주제로 쉽게 수렴되지 않기에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얼굴을 드러내고, 곱씹을수록 의미를 탐구하게 만드는 영화다.

노동자 계층인 호석과 미옥, 대대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예지의 남편 ‘상우’(조인성), 그런 상우와 결혼해 경제적 안정을 누리면서도 창작자로서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예지까지. 영화는 서로 다른 경제적 조건에 놓인 네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흥미로운 것은 부러움과 욕망의 방향이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옥은 예지의 경제적 여유를 부러워하지만 그것에 사로잡히지는 않는다. 반대로 예지는 미옥 가족의 단단한 결속과 그들이 통과해 온 고통스러운 삶에서 카메라가 포착할 무언가를 발견한다. 서로가 상대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것을 바라보는 구조다. 두 부부의 관계도 대비된다. 고교 동창인 예지와 상우는 겉보기에는 평등해 보이지만 예지는 순간순간 상우의 눈치를 살핀다. 반면 미옥과 호석은 소박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견뎌온 삶의 파트너로서 오히려 온전한 평등에 가깝다.

해고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삼았지만 대량 해고나 파업 자체보다 그 사건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삶에 주목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직장에 잔류한 자와 해고당한 자, 해고자들 사이에 남은 자괴감과 패배감, 열등감과 원망, 연대에 대한 회의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상담 모임 시퀀스를 통해 내밀하게 드러낸다. 투쟁의 명분보다 그 이후 개인에게 남은 상처와 감정의 잔해를 포착한 것이다.

◆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 욕망에서 창작자의 윤리까지

영화의 큰 전환점은 후반부 미옥과 상우가 함께하는 바닷가 수영 장면이다. 옷을 벗고 바다로 들어가는 미옥의 모습은 자신을 둘러싼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단단한 결기의 표현처럼 다가온다. 그런 미옥을 따라 물에 뛰어든 상우에게서는 그간의 젠틀하고 반듯한 모습과 사뭇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욕망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황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오만, 그 밑바닥에 자리한 우월의식과 엘리트주의가 비친다.

예지를 통해서는 창작자의 윤리를 묻는다. 이창동 감독이 창작자로서 자신의 일부를 투영했다고 밝힌 예지는 타인의 고통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이다. 창작자는 타인의 삶에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으며, 누군가의 상처를 작품의 소재로 가져와 소비하는 행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영화는 예지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기록하고 작품화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책임을 되묻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폴란드의 거장 감독 키에슬로프스키의 <데칼로그>와 맞닿으며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욕망’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창동 감독은 <데칼로그> 재해석 프로젝트의 참여 제안을 받은 뒤 이미 집필 중이던 <가능한 사랑>에 제10계명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를 결합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이 계명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욕망과 계급의 문제로 확장하며, 서로가 서로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것을 탐하는 인물들의 관계를 비춘다.

<데칼로그>의 ‘관찰자’를 떠올리게 하는 아들 철의 시선은 또 하나의 층위를 보탠다. 노동과 해고, 계급과 부, 부부 관계와 욕망, 연대와 상처, 창작자의 윤리까지. <가능한 사랑>은 하나의 답 대신 여러 겹의 질문을 포개놓는다.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보이고, 영화를 본 뒤에도 오래 곱씹으며 탐구하고 음미하게 만든다. 여기에 정재일 음악감독의 클래식한 선율이 깊은 여운을 더한다.



2026년 9월 22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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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데? 의외로 시간이 술술 잘 간다는 + 이창동 감독의 신작인데 놓칠 수 없지!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고 볼 오락영화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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