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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배두나 리얼한 연기 호평... 역동적 화면도 인상적. | 2001년 10월 9일 화요일 | 컨텐츠 기획팀 이메일

스무살 다섯친구의 '엇갈린 운명', 고교졸업후 각자의 길... 사회초년병 꿈-아픔 담아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 감독-마술피리 제작)는 스무살짜리 여자 친구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다. 그러나 '고양이를 부탁해'가 20대 초반의 여성 관객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속단하지는 말 것. 그 때 그 시절의 상처와 꿈과 희망은 대부분 일상에 지쳐가는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미완의 숙제로 남겨져 있지 않은가.

인천의 한 여상을 졸업한 다섯명의 친구들. 늘 함께 했던 그들이지만 스무살이 되면서 길이 달라진다. 찜질방 카운터를 보는 태희(배두나)는 뇌성마비 시인과 사랑을 키워가고, 서울의 증권회사에 취직한 혜주(이요원)는 친구들 앞에선 온갖 잘난 체를 하지만 직장에선 잔심부름이나 하는 '저부가가치 인간' 취급을 받는다. 판잣집에 사는 지영(옥지영)은 미술에 재능이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지쳐만 간다. 그리고 거리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쌍둥이 비류(이은실)와 온조(이은주). 고양이는 다섯명을 이어주는 장치인 동시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다섯명의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체다. 혜주에게 지영이가 선물로 준 고양이는 다시 지영이에게 돌아오고, 태희를 거쳐 비류와 온조에게 넘겨진다. 이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영화는 '주변부 청춘'의 꿈과 아픔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사실적으로 펼쳐보인다. "창가에 앉아 바깥세상을 동경하는 고양이처럼, 스무살 여자아이들은 집에서 길들여진 삶과 사회가 요구하는 생존의 법칙의 경계에서 서 있다"는 게 정재은 감독의 설명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1기 출신의 정재은 감독은 젊은 호흡으로, 스무살 특유의 감성을 발랄하게 포착해냈다. 일상을 그린 영화라, 112분의 러닝타임이 마냥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N세대의 주요 의사소통법이라할 수 있는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과감히 스크린 중앙에 띄우는 방식 등이 신선하며, 철저한 로케이션을 통해 인천의 70여곳을 이동하며 담아낸 화면엔 역동성이 넘친다. 공항 항구 지하철 기차 등 장소와 장소를 이어주는 '움직이는 공간'이 캐릭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젊은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도 이 작품의 강점. 선원을 꿈꾸는 등 엉뚱하며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소화해낸 배두나의 연기는 아무리 칭찬을 해도 과하지 않을 듯. 외판원을 만나면 번번히 물건을 사고,노숙자를 보며 정처없이 세상을 떠돌 수 있는 자유를 꿈꾸는 태희 역은 배두나가 아니었더라면 소화해내기 힘들었을 캐릭터다. "코도 높이고, 영어공부도 하고, 반드시 성공할거야"라는 이요원의 당찬 모습도 볼만하다. 주제가 '진정한 후렌치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 등 신디사이저와 아날로그 악기들이 어우러진 몽환적인 사운드도 재미있다. (13일, 서울 메가박스 강변CGV11 중앙 등)

<자료제공 :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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