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OTT] (스포)절반의 성공, 대형 스크린으로 봐야 할 넷플릭스 <승리호>
2021년 2월 5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본격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로 스타트를 끊은 <승리호>가 개봉 연기를 거듭한 끝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를 보고 든 첫 느낌은 기대이상의 비주얼을 구현한 국내 영화의 기술력에 대한 감탄이었다. 이후 대형 스크린으로 보지 못한 아쉬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승리호>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로 미술과 비주얼에 있어 진일보를 보여준 것은 확실하나 그 외는 평범한 편, 영화의 특장점을 대형 스크린에 펼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2092년 미래, 낙원에 입성한 자와 낙오자들

일부 선택받은 상류층만이 지구 위성 궤도에 만들어진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 안에서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숲을 즐기며 행복한 삶을 산다. 지구는 사막화의 심화로 모든 식물이 자취를 감췄고 우주에서 떨어지는 투기물로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 안에서 선택받지 못한 다수가 위험에 노출된 채 살고 있다. 우주에 살지만 우주 시민은 아닌 승리호 대원들, ‘장 선장’(김태리)를 필두로 ‘타이거 박’(진선균), 조종사 ‘태호’(송중기) 그리고 작살잡이 로봇 ‘업동’(유해진)의 일은 우주 쓰레기를 수거해 파는 것. 일명 ‘우주청소부’다. 우주 공간에 쓰레기가 발견되면 재빨리 날아가 잡아채야 한다. 교통사고 시 출동하는 렉카처럼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다. 이를 위해 우주선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지만 이자 갚기에 급급해 빚이 오히려 느는 악순환이요, 부지런히 뛰어도 상류층으로 올라갈 사다리는 진작에 걷어차인 갑갑한 현실이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2092년, 현재보다 계층화가 공고히 굳어진, 유리 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암울한 미래다.

현재나 미래나 그 속에 숨 쉬는 인간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 미래를 사는 인간은 투닥거리고 부대끼며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승리호 대원들도 마찬가지다. 불신을 가장한 두터운 신뢰 속에 서로를 향해 투덜대면서 열심히 ‘오늘’을 살아간다. ‘태호’는 3년 전 놓쳐버린 딸의 수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신발도 못 신을 지경, 구멍 난 양말을 통해 드러난 그의 발가락이 짠하다. 소설 영웅문을 읽으며 혼술을 즐기는 ‘장 선장’은 담대한 여장부로 때때로 날카롭게 번득이는데 그의 잠재력과 베일에 싸인 과거에 궁금증이 더한다. 대규모 마약조직 보스였다는 ‘타이거 박’은 지구에서 도망쳐 우주로 넘어온 케이스인데 흉폭한 소문만 무성할 뿐 허당에 순둥순둥한 모습이다. 우주로 나가 작살을 던져 쓰레기를 잡는 게 주 업무인 ‘업동’은 의외로 화장과 미용 등 외모에 관심이 높다. 은밀한 꿈을 위해 돈을 열심히 모으는 중. ‘돈’이라면 혈안이 된 이들 앞에 대량 살상 병기인 ‘도로시’가 등장한다. 어린 소녀의 모습이지만 대형 수소 폭탄급의 파괴력을 지닌 안드로이드다. 테러집단 ‘검은여우’가 탈취했다가 행방이 묘연해졌단다. UTS는 방송을 통해 발견 즉시 신고하라고 귀가 따갑게 경고하지만, 승리호 선원들이 ‘돈’이 될 기회를 저버릴 리가 없다. 검은여우와 딜 성공! 수백만 달러를 받고 넘기기로 한다.

도로시

껄렁껄렁한 언행에 돈이라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승리호 대원들이지만, 사실은 정의로운 그들. 뭐 주인공이니까 당연하다. <승리호>는 퀄리티 높은 특수효과와 CG로 미래 비주얼을 담보한 SF물이나 그 안에 있는 인간에 좀더 집중한 휴먼드라마다. 대원들은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도로시’에 이내 무장해제 된다. 업동은 도로시를 예쁘게(?) 화장해주기 일쑤고, 타이거 박은 도로시를 돌려보내지 말자고 징징거리고, 무뚝뚝한 태호조차 왜 자기 그림은 안 그려 주냐고 섭섭함을 표한다. 장 선장만이 냉철하게 도로시를 매의 눈으로 관찰하던 중 도로시가 기적 같은 일을 행한다. 말라비틀어진 토마토 나무가 도로시의 손이 닿자 잎이 무성해지고 싱싱한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린 것. 과연 도로시의 정체는?

빼어난 미장센, 평범한 내러티브

‘도로시’와 나누는 사소한 일상에 개그도 살짝 가미하고, 츤데레 정서도 톡톡 뿌려주는데 지극히 전형적인 전개와 상황이라 살짝 늘어진다. 도로시와 테러집단 ‘검은여우’의 정체 등에 관련한 반전이 드러날 때조차 긴박한 흐름을 형성하지 못한다. 또한 태호-UTS, 장 선장-UTS 간에 얽힌 과거를 제대로 스토리텔링하지 못한 인상이다.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을 필요까지는 없겠으나 임팩트있게 살리지 못해 결국 캐릭터도 평면적이 되고 만다. 게다가 UTS의 창립자이자 절대적인 지배자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은 클리셰 가득이다. 누가 봐도 빌런이요, 카리스마도 갖추지 못했다. 조성희 감독은 <늑대소년>(2012),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을 거치며 독보적인 공간 연출력으로 ‘조성희 월드’를 구축해왔다. <승리호>에서도 그 세계는 여전하다. 디테일한 미술과 미장센,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내러티브다.

덧, 업동의 변신은 무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업동의 변신을 확인하길

2021년 2월 5일 금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