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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섬 사이를 헤매다
나의 즐거운 일기 | 2001년 11월 9일 금요일 | 권혁 이메일

"나의 즐거운 일기"는 "아들의 방"으로 칸을 거머쥔 "난니 모레티"의 1994년 작이다. 그가 주연까지 맡은 이 작품은, 그야말로 난니 모레티 자신의 일기처럼 펼쳐진다. 이태리의 우디 알렌이라는 그의 진면목을 만나보자.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 유머러스하지만, 감독은 그 뒤에 풍자와 은유라는 양날의 칼을 숨겨둔다.

첫 번째 에피소드, 감독 난니 모레티는 스쿠터를 타고 동네 한바퀴를 돈다. 건물과 사람구경을 하는 것이다. 시내는 대체로 조용하고 한산한 가운데, 벽과 벽 사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유령처럼 떠돌던 감독은 문득, 파졸리니의 죽음을 떠올리고 그가 죽은 장소로 간다. 카메라는 꽤 긴 시간을 들여 말없이, 황량한 들판을 달리는 그의 뒷모습을 쫓는다. 그는 왼편으론 벽들과 철조망들이 그를 스쳐 지난다.

두 번째 에피소드, 감독은 집필을 위해 한적한 "섬"에서 작업하기로 한다. 마땅한 섬을 찾아 학자인 친구와 여러 섬들을 돌아다녀 보지만, 마음에 드는 곳은 없다. 이 과정에서 TV를 경멸하던 학자 친구는 순식간에 TV광이 되어버린다. 결국 조용한 섬을 찾아내지만, 친구는 문명과 단절된 수도생활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고...

세 번째 에피소드, 원인을 알 수 없는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감독.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지만 의사들의 소견은 제 각각인데...

모레티가 좋아진다.

이 영화를 소개하는 데 있어 긴말은 하지 않겠다. 얼마나 멋진 풍자극인가. 까다롭고 모호한 이 영화는 대중의 외면을 받을 터이나, 이 영화를 보고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나는" 페이소스의 결정을 취할 수 있다면, 당신은 분명 무척이나 지적인 사람이 틀림없다. 개인의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서는 모르지만, 난니 모레티라는 작가를 전혀 모르더라도, 이태리의 정치적 상황을 떠나서 이야기하더라도, 이 영화는 훌륭하다. 개개인과 집단의 단절과 소외 문제,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파시즘의 망령이 혼재하고 있는 우리의 현대사회에 갖다댄 거울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재벌출신의 정치가가 내정을 주무르는 등의 이태리 현실에 식견이 있는 관객이라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것이다)

"나의 즐거운 일기"는 언젠가 읽었던 고다르의 인터뷰 기사를 떠오르게 한다. 그는 말했다. "나는 항상 영화를, 문학과 철학 그리고 미술 사이로 난 오솔길이라고 생각해왔다"
3 )
ejin4rang
헤메다 지쳤다   
2008-10-16 16:35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7:14
kangwondo77
섬과 섬 사이를 헤매다   
2007-04-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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