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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간직한 이들의 노스탤지어
웰컴 투 콜린우드 | 2002년 11월 14일 목요일 | 구교선 이메일

사랑하는 아내의 무덤에 비석을 세워줄 돈도, 빚을 갚지 못해 감옥에 간 아내 대신 돌보는 갓난 아이에게 이유식을 사줄 돈도, 곧 결혼하는 여동생의 웨딩드레스를 사줄 돈도 없는 처지의 당신에게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한탕의 기회가 찾아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웰컴 투 콜린우드>는 이런 일생일대의 기로에 놓인 밑바닥 인생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욕구를 찡한 감동과 배꼽잡는 폭소와 함께 버무리고 있다.

좀도둑 코지모(루이스 구즈만)는 감방의 룸메이트에게서 엄청난 갑부의 금고에 대해서 알게 된다. 금고를 털기로 마음먹은 그는 여자친구 로잘린(패트리샤 클락슨)에게 자기 대신 옥살이를 할 사람을 구해오도록 한다. 그러나 대타로 고용된 권투선수 페로(샘 록웰)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큰 건수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페로는 코지모의 친구들에게 동업을 제시한다. 결국 감옥을 간 아내 대신 아이를 돌보는 라일리(윌리엄 H. 메이시), 좀도둑 토토(마이클 지터) 등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어설프고 순진한 5명의 일당들은 생계를 위해, 사랑을 위해, 금고를 털기로 마음먹는다. 금고털이 전문가 앤드워프(조지 클루니)에게 비법을 사사받고 우여곡절 끝에 금고가 있는 옆방까지 가게 된 그들, 과연 한 건수를 올리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웰컴 투 콜린우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초반부터 초강세로 몰아치는 루이스 구즈만, 샘 록웰, 윌리엄 H. 메이시 등 조연전문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다. 내노라 하는 베테랑급 조연배우들이 똘똘 뭉쳐 만들어낸 캐릭터 코미디로 정신 못 차릴 때쯤이면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인다. 바로 섹시남의 원조격인 조지 클루니. 그렇다면 그가 주인공이 아니냐고? 다행스럽게도 조지 클루니는 영화 속에서 한발 물러나 이 탄탄한 조연들이 당당한 주역이 될 수 있게끔 자신의 후광을 덮어두는 현명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곧 <조지 클루니의 웰컴 투 콜린우드>라는 비디오용 영화가 탄생하는 불명예를 방지한 셈이기도 하니 그 역시 자신의 판단에 후회하지는 않을 듯 싶다.

무엇보다도 <웰컴 투 콜린우드>는 헐리우드에 또 하나의 재치가 번뜩이는 형제 감독이 입성했음을 당당히 보여주는 수작임에 분명하다. 조지 클루니와 소티븐 소더버그 콤비가 발탁한 루소 형제의 탁월한 감각은 영화 곳곳에 배어나고, 이 불쌍할 정도로 늘 꼬이기만 하는 실수투성이 5인조 패거리의 불안한 한탕작전은 <오션스 일레븐>보다 더 스릴 넘치고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만큼 재치가 넘친다.
영화는 콜린우드 지방의 저소득 노동자들의 삶을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나쁜 일에 재능이 없는 이들의 ‘왕껀수 올리기’ 로 끊이지 않고 폭소를 조달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생계를 위해, 사랑을 위해, 꿈을 위해 돈이 필요한 이 어설픈 떼도둑들의 실수연발은 생동감이 넘쳐흐르는 독특한 코미디 뒤에 안타까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엄청난 거액이 모셔져 있는 집에 잡입하기 위해 가정부를 꼬신 페로는 그녀와 사랑에 정말로 빠져,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손에 들어온 집열쇠를 다시 경비에게 반납(?)하는 어처구니 없는 만행(!)을 저지른다. 바질은 결혼을 앞둔 친구의 여동생과 사랑에 빠져 착하게 살고 싶다며 거사 당일 손을 씻고 토토는 도둑질하러 들어간 집에서 스튜를 끊여먹는다.
멍청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그들의 작태에 웃음의 메아리는 쉽사리 끊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 웃음이 끝날 때쯤 관객들은 지친 삶으로 인해 고여드는 5인조의 눈물젖은 한숨들을 공유하게 된다. 연인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혹은 너무 배가 고프거나 너무 착해서 엉뚱한 일을 저지르는 콜린우드의 사내들, 결코 가볍게 웃어버리기에는 너무도 비참한 현실을 살아가는 그들이기에 퍼지는 웃음 속에는 연민이 젖어있고 이 기묘한 감정은 바로 <웰컴 투 콜린우드>만의 매력이 된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콜린우드’ 역시 이렇게 선택된 도시이다. 대도시에 비하면 대책없이 초라하고 비루한 이 도시에는 남루하고 너덜거리기 짝이 없는 인생들이 내일을 걱정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싸움을 벌이지만, 그들에게 ‘콜린우드’는 아직도 남아있는 희망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고.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안식처이다. 아무리 힘들고 지쳤어도 언젠가 행복해질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이 남아있는 가난한 이들의 노스탤지어이다. 한탕을 위해 모았던 돈을 다 날리고 몸도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고 남은 것은 더 불어난 빚뿐이지만 마지막으로 챙긴 비상금 1000달러를 주저없이 동료에게 건내고 돌아서는 이들의 뒷모습에는 희망의 그림자가 남아있다.
따뜻한 웃음으로도 만족했던 우리는 콜린우드와 콜린우드의 사내들에게서 희망에 대한 위안까지 얻는다. 희망을 간직한 이들이여, 콜린우드로 오라.

2 )
ejin4rang
잘 보고갑니다   
2008-10-16 15:35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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